제가 필사한 시는 <순간적>입니다. '억지로 만든 표정은/얼룩덜룩하다', '왜 흔들리는 목소리를 갖게 됐을까', '중간까지 갔다가/자주 되돌아왔다' 이 행들이 와닿았고요. 마지막 행 '부서지거나 전부 녹는다 해도/물이 되면 그만이다'는 그럴 수 있을까 의심하면서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연해
와... 도리님의 글씨로 제가 필사했던 시를 만나니 다시 또 반가운 마음이 올라옵니다.
저는 이 시가 어려웠는데, 도리님의 감상을 읽으면서 조금 더 고개를 끄덕였어요. 저는 마지막 행이 가장 좋았는데요.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라는 도리님의 문장과 살짝 비슷하게(아니려나요),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다 생각했답니다.
이번에도 시간까지 꼼꼼하게 기록해 주셨네요:)
도리
시간을 기록하는 점 알아주셔서 감사해요! 일기를 연습하고, 책을 메모하면서 구 축된 제 습관이에요. 어릴 때부터 하루에도 내가 너무 많다고 느껴서요. 감정이 요동치는 저 같은 사람에겐 하루 안에 슬픈 나, 기쁜 나, 화가 난 나, 질투하던 나, 안도하던 나... 너무 많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하루보다 그 순간을 짚는 게 더 정확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년도와 달을 쓰면 계절을 알 수 있고, 시간을 쓰면 구체적인 풍경이 그려지고요. 그 밤은 외로웠구나. 낮에는 들떠 있었는데 저녁 땐 쓸쓸했구나. 이런 식으로요. 흐흐. 사실 기록하고 다시 들춰 보진 않는 편인데요. 그럼에도 이렇게 기록할 때 맘이 편해요. 그 날의 여러 감정을 하루의 감정으로 퉁치지 않다고 느껴져서요. 저 같은 이랬다 저랬다 인간한테는 이렇게 기록해야 신뢰가 간달까요?
연해
하루 안에 여러 감정의 내가 있어, 하루 보다는 그 순간을 짚는 게 더 정확한 느낌이 들더라는 말씀이 마음에 콕 들어왔습니다. 기록을 다시 들춰 보지 않으시지만 그때의 감정과 생각에 오롯이 몰입할 수 있다는 건, 스스로를 그만큼 들여다보고 아껴준다는 느낌도 들어요.
저도 재작년인가? 감정일기라는 걸 썼던 적이 있었는데요(지금도 제방 한 편에는 감정달력이). 생각보다 현대인들이 그때그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들여다보고, 인정해 주고, 기록하는 것만으로 해소가 되기도 한다고.
도리님은 이미 그 모든 걸 하고 계셨네요! 기록을 하면 그날의 여러 감정을 하루의 감정으로 퉁치지 않다고 느껴진다는 말씀도 너무 인상 깊습니다. 시간을 기록하는 것에 이토록 깊은 의미가 담겨있을 줄은 몰랐어요.
기록하는 도리님을 조심스럽게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도리
연해님의 답변 매번 감동입니다. 이제는 습관처럼 하는 행동인데 이렇게 설명할 수 있어서 좋네요. 오해 없이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나 벅찹니다. 시간과 분까지 기록하는 게 저에겐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때의 나를 내가 오해하고 싶지 않은 마음. 그때의 나를 나라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요. 연해님의 응원 너무 감사합니다. 제 순간 순간에 함께 해주셔서 정말 기뻐요. 영광입니다!
연해
아니이ㅠㅠ 이렇게 다정한 답글이라니요. 저야말로 정성스럽게 말씀 담아주셔서 너무 감사한걸요.
"그때의 나를 내가 오해하고 싶지 않은 마음. 그때의 나를 나라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 도리님의 그 마음이 참 귀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야말로 그믐에서 도리님을 만나게 되어 기쁘고, 영광입니다:)
거북별85
와! 부럽고 대단한 습관이시네요 ^^이렇게 매순간을 기록한다면 이를 읽으며 나를 더 잘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보통은 내가 생각하는 나의 막연한 이미지나 다른이들의 평가로 나를 판단하고 행동하잖아요? 이런 습관을 가지신다면 나의 소중한 기록물 보관은 어떻게 하시는지 그리고 아무래도 감정 폭팔이나 주관적이고 즉흥적인 사고와 선택은 덜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리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매순간을 기록하진 않고요. 기록할 때 그게 순간이라는 걸 인지하는 정도입니다 허허. 노트나 네이버 메모장 이용하고 있어요. 소중하게 잘 보관하진 않고 그냥 써두네요 허허. 감정 폭팔이나 주관적, 즉흥적은 좀 덜 할까요. 그냥 그 마음들을 다 긍정하는 게 포인트였어요. 사실 그럴듯하게 썼지만 이런 사람도 있다고 남기고 싶은 마음인데요. <하루의 책상>이라는 책에서 '특별히 쓸모는 없지만 여기 그런 내가 있다고.' 라는 문장을 메모했었는데 이 마음이었던 거 같아요.
하루의 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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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별85
오! 좋은 책 추천과 기록에 대한 팁 감사드립니다
보통 사람들이 스스로를 잘 모르는 경우가 너무 많지요?^^;;
그래서 선택과 행동도 오류도 자꾸 범하게 되구~
그런데 도리님처럼 기록과 사유를 통한다면 나라는 사람에 대한 지도가 멋지게 만들어질거 같아요
좋은 팁들 감사합니다^^
도리
그리고 아부지가 또 필사 사진을 보내줬습니다. 이번엔 안 시켰는데요...(???) 60대 남성픽 입니다. 아빠 발췌으로 버전 읽는 재미가 있네요. 또 보내 달라고 해봐야겠어요.
미세 좌절의 시대‘미세 좌절’은 장강명이 새롭게 고안해낸 조어이다. 국가가 장기 경제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라 기업은 여러 경영 방식을 택하지만 정작 시민 개개 인은 그러한 체계 속에서 끊임없이 크고 작은 실패를 겪는다. 이 만연한 실패의 감각을 작가는 ‘미세 좌절’이라고 명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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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으앙...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 ^^
연해
우와, 아버님의 필체 다시 등장!
세상에나, 제가 다 감사합니다. 아버님도 이 공간에서 같이 호흡하며 필사하고 계신듯한 느낌이 들어요. 힘 있고 선명한 글씨체로 이 구절을 다시 만나니 느낌이 또 새롭습니다. 이 책이 마음에 드셨던 것 같아 더더 기쁘고요.
저도 다음 버전을 두근두근 함께 기다리고 싶어요:)
아스파탐
오늘은 나희덕 시인의 시 <휠체어와 춤을>을 적어 봤습니다.
휠체어가 이러한 눈물의 흐름과 특별히 어우러지는 게 무엇일까 하고 잠시 생각을 해 봤습니다.
휠체어를 탄 사람과 춤을 추기 위해 화자는 몸을 아래로 굽혀야 할 겁니다. 그렇게 춤을 춘 이후 그 사람과 화자는 멀어지게 됩니다.
눈물은 아래로 흐르다가 화자에게서 떨어집니다. 화자는 그 눈물의 흐름에 따라가듯 몸을 아래로 굽히며 춤을 추고, 끝에선 눈물과 이별하게 됩니다. 둘 모두 화자를 끌어당기면서도 화자에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존재인 거죠.
필연적인 이별을 맞이하며 흘린 눈물이 그 자체의 속성과 어우러진다는 게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문학과지성 시인선' 442권. 1989년 등단 이래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 간명하고 절제된 형식으로 생명이 깃든 삶의 표정과 감각의 깊이에 집중해온 나희덕 시인이 <야생사과> 이후 5년 만에 펴낸 일곱번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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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와... 저는 @아스파탐 님의 감상이 더 아름다운데요. 표현 하나하나에 감탄했습니다.
시를 읽으면서는 그 장면들을 가만히 상상해 봤어요.
"휠체어에 앉은 당신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와 "우리의 발은 바닥을 울리며 번져갔지요"를요.
"그건 차라리 울음에 가까웠어요. 당신이 가르쳐준 스텝은" 이라는 문장에서 가슴이 먹먹해졌고, 당신은 지금도 춤을 추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저는 이 시를 읽다가 영화 한 편이 떠올랐는데요. 『미 비포 유』라는 영화입니다. 윌이라는 남자 주인공이 사고로 휠체어를 타고 살아가죠. 그러다 여주인공 루이자를 만나요. 영화 속 장면 중에 윌이 휠체어에 앉은 채로 루이자와 신나게 춤을 추며 둘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당시 그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았었는데, 이 시를 읽다가 문득 다시 떠올랐습니다. 다만 그 영화에서도 둘은 결국 (필연적인) 이별을 맞이하게 됩니다.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줄거리는 여기까지만:)
미 비포 유6년간 일하던 카페가 폐업하면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루이자(에밀리아 클라크). 그녀는 새 직장을 찾던 중 집에서 가깝고 보수도 좋은 간병인 일을 찾게 되고, 면접을 본 그날 바로 채용이 결정된다. 하지만 루이자가 간병해야 할 윌(샘 클라플린)은 2년 전 사고로 전신마비 환자가 된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남에게 쌀쌀맞기 일쑤다. 어느 날 윌이 루이자에게 유독 심한 독설을 퍼붓자 루이자는 참지 못해 그의 태도를 따끔하게 지적하고, 그때부터 윌은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두 사람이 점점 가까워지던 사이, 루이자는 윌이 존엄사를 계획하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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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엄마한테 아빠는 필사해주던데~ 를 어필해서 받아냈습니다. 알 듯 말 듯한 마음이네요.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새 로운 옷을 입고 찾아온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는 1977년 초판 출간 이후 2002년 세계사에서 재출간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의 전면 개정판이다. 25년여 이상 단 한 번의 절판 없이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 산문집은 소설가로서뿐 아니라 에세이스트로서 박완서의 이름을 널리 알린 첫 산문집이자 그의 대표작으로 꼽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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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도리님 가정에 필사가 함께하는 것 같아 제가 다 즐겁네요:)
(어머님도 감사합니다!)
이 글에 담겨있는 사연은 마음이 먹먹해지지만, 그래도 문장들이 참 곱네요.
바람ㅎㅈ
그 사람은 그냥 푸른 하늘로 놓아두고 맺히는 내 마음만 꽃받침이 되어야지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목련’ 중, 이대흠 지음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창비시선 425권. 전라도 사투리의 질박한 언어와 흥겨운 가락이 어우러진 작품으로 남도 서정의 맥을 이어온 이대흠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이다. 삶의 궁극적 원형,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 대한 근원적 구심력, 사라져간 시간에 대한 애착과 긍정, 누군가를 향한 은은하고도 가파른 사랑 같은 것들이 선연하게 농울치는 애잔하고 아름다운 서정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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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ㅎㅈ
창비 500호 기념시집의 제목을 따온 이대흠의 ‘목련’을 써보았습니다. 하늘 멀리 있는 듯한 연인을 향해 피는 꽃, 그가 앉을 꽃받침이 되주려는 마음이 안쓰럽네요. 그 마음 져도 매번 다시 사랑이란 감정은 습관처럼 올라오겠죠.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1975년 첫 발간부터 지금까지 한국문학의 최첨단에서 평단의 주목과 대중의 호응을 동시에 받아온 창비시선이 500번을 맞아 기념시선집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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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ㅎㅈ
참, 화~금은 제가 여행을 다녀오느라 잠시 필사는 중단해야 겠어요. 토요일에 다시 만나요~~
새벽서가
목련을 실제로 본지 20년이 훌쩍 넘은것 같아요. 시집의 표지에 있는 목련을 보는데도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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