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읽기] 갈증, 예수의 십자가형이 진행되기까지의 이틀간의 이야기

D-29
당신이 죽은 자들을 사랑한다면 그들의 침묵마저 사랑할 만큼 그들에게 신뢰를 바쳐라.
갈증 p140,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가끔 나 잘난 맛에 살아간다는 우쭐한 자만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아니 쫄아드는 스스로를 깨닫게 되기도..삶과 죽음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배우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없이 겸손해집니다.
자기희생은 무사무욕을 전제로 한다. 나는 하나의 지렛대이기에 무사무욕하지 않다. 나는 전파를 갈망한다. 죽은 자든 산 자든, 우리는 모두 지렛대가 될 힘을 갖고 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권능은 없다.
갈증 p142,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우리는 모두 지렛대가 될 힘을 갖고 있다] 라는 문장이 와닿습니다. 감히 누군가의 지렛대가 될 수도 있는 우리들이라니..그러고보니 우리는 또다른 우리를 보며 힘을 얻기도 하고 희망을 가지기도 하는것 같습니다.
<만약 되돌아갈 수있다면...>죽어 가는 사람들은 임종의 순간 이런 말을 자주 한다. 그러고는 그들이 다시 하거나 고치고 싶은 것을 명시한다. 그것은 그들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갈증 P145,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살면서 후회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무리 최선을 다했다고 해도 후회는 남더라구요. 이미 일어난 것에 대해선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하며 되돌리기를 바라지 않는 편이며 나의 선택이 맞았구나..라는 확신이 들게끔 살아가는 편입니다.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번 <갈증>에서도 도입부가 상당히 강렬했는데요. 성경에 있는 내용임에도 제 3자의 시점에서 바라본 서술이 아닌, 피해자인 예수의 심정을 통해 보니 더욱 와닿으면서 몰입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예수의 기적의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이 거짓 증언을 하는 부분에선 피가 솓구치기까지 했어요.
예수는 목적 보어는 알아도 상황 보어는 모르기에 자신이 도와준 사람에게 배신당할 것은 알았지만, 어떤 식으로 어디에서 배신 당하는지는 모르잖아요. 결과를 알고도 그 과정을 모른 채로 맞이한다는 것이 상당히 비극적으로 느껴졌는데, 이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예수의 모습이 제겐 성인같이 보였습니다.
그를 믿는 이들이 말하고 싶은 예수의 성인다움이 그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록 종교인은 아닌지만 이 부분은 믿고 인정하게 되네요
저였으면 진짜 복수심에 이글이글했을 것 같아요. 하필 그런 자리에서 배신이라뇨!
목적 보어는 알아도 상황 보어는 알지 못한다. 따라서 나는 전지의 존재가 아니다.
갈증 p.8,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믿는다>는 것은 그 동사의 절대적인 의미에서만 아름답다. 믿음은 태도이지 계약이 아니다. 체크를 해야 하는 칸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갈증 p150,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앞에서도 이 문장이 나왔던것 같은데요. 이 책을 다시 찬찬히 읽으면서 마지막으로 와닿는 것 같아 다시 한번 더 짚어 봅니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에 조건을 달진 않았는지..그리하여 내가 믿던것에 대해 그 조건이 허물어졌을 때 더 앞장 서서 버리진 않았는지 생각해봅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믿음 중에 '네가 그렇게 할 거라 믿어'라는 상대방의 행동 강요,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라는 보상에 다른 믿음이 있더군요. 종교인들이 흔히 하는 '이 시련을 이겨낼 수 있게' 기도하며 믿는 것조차도 시련을 이겨내고자 하는 바람과 보상이 들어있으니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어떤 사건의 결과만을 안다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부정적으로 작용할지 다른 분들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죽음'이라는 일생에 단 한번 밖에 겪을 수 없는 결과에 대해서는 우리가 그 결과가 도래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죽음을 늘 생각하며 살지는 않고, 또 가까운 시일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결과를 빨리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으니까요. 결과를 안다는 것은 결정론자의 입장이기도 한데, 과정은 모른 채로 모든 결과만 아는것만으로도 사는 게 재미없어 질까요? 어떻게 될지 알면서도 그 여정을 즐기며 살 수 있을까요?
죽음은 언젠가는 누구나에게 닥칠 결과이고 건강한 사람들에겐 먼 미래의 결과이겠지만 암과 같은 병이 우리 몸에 머무르고 있다고 가정하면 닥칠 죽음을 기다리고 있진 않겠단 생각을 최근엔 해보게 됩니다.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할 수는 있겠구나 라는 생각은 해봅니다
또다른 생각도 해봅니다 꼭 병이 아니더라도 어느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운명에 대한)결과를 알게 되었을 때의 나는 과연 어떻게 할까.. 미래의 걱정은 내버려두고 그냥 지금 내가 할 수있는 일을 하자..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느덧 갈증의 모임도 끝이 보이네요. 얇지만 너무나도 강렬한 상황, 문장들이 많았기에 할 이야기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열렬한 신자들에게는 꽤 불편했던 부분들도 분명 있었을 거예요.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런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확장한다는 것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갈증을 읽으며 궁금했던 부분,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있으면 나눠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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