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Xsam] 17. 카프카 사후 100주년, 카프카의 소설 읽고 답해요

D-29
인간들은 자유라는 말로 자기 자신을 너무 자주 기만합니다. 그리고 자유라는 것을 가장 숭고한 감정의 하나로 여기고 있습니다만, 참다운 것이 아닌 자유도 똑같이 가장 숭고한 감정의 하나로 여기고 있습니다.
프란츠 카프카 소설 읽기
인생은 놀랍도록 짧다. 지금까지 살아온 일을 돌이켜보면 모든 것을 통틀어 단 한 줌일 뿐이다.
프란츠 카프카 소설 읽기
이와 같은 진보! 사방팔방으로부터 이와 같은 지식의 빛이 눈을 뜬 저의 뇌리 속으로 흘러들게 된 것입니다. 저는 기뻤습니다. 그것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고백합니다만 그 가치를 과대평가하지도 않습니다.
프란츠 카프카 소설 읽기 p.125
그들이 손을 내밀면 우리는 옆으로 몸을 돌리고, 모든 것을 그들의 뜻에 맡기는 것이다.
프란츠 카프카 소설 읽기
누가 뭐라 해도 저는 지금까지 많은 출구를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하나도 없습니다.
프란츠 카프카 소설 읽기
"이랴! 달려라!" 하고 나는 외쳤다. 그런데 말은 달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노인의 발걸음처럼 느리게 눈 덮인 벌판을 횡단했다.
프란츠 카프카 소설 읽기 p. 24/72
“(…) 나는 징그러운 상처를 지닌 채 이 세상에 태어났지요. 그것이 내 모습의 전부였답니다.”
프란츠 카프카 소설 읽기 시골의사
‘그는 장차 어떻게 될까’ 하고 나는 생각해보지만, 아무런 해답도 얻을 수가 없다. 그는 죽을 것인가. 죽는다는 것은, 모두가 살아 있는 동안에 일종의 목적을 갖고 일종의 활동을 하기 때문에, 그로 인해 몸이 닳아서 죽는 법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오드라덱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언제인가 내 자식들이나 손자들의 발길에 채여 실이 풀리면서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게 될 것인가. 그가 어떤 사람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내가 죽은 후에도 그가 계속 살아남을 것을 생각하면, 나는 참으로 고통스럽다.
프란츠 카프카 소설 읽기
설령 당신이 턱이 빠지도록 열심히 지껄이거나 양팔이 떨어지도록 열심히 손짓 발짓한다 해도 그들은 당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앞으로도 결코 이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프란츠 카프카 소설 읽기 <낡은 페이지>
다른 사람은 아무도 이 문으로 들어갈 수가 없소. 왜내하면 이 입구는 오직 당신만을 위한 것이니까. 나는 이제 가서 이 문을 닫아걸겠소.
프란츠 카프카 소설 읽기 <법 앞에서>
[2-2] "나는 이 자초지종을 완전하게 생각할 능력이 없다. 발가벗은 채로 비참하기 그지없는 이 시대의 혹한 속에서 현세의 마차를 타고 초현세의 말들에게 이끌려서 늙은 나는 끝도 없이 돌고 또 돌고 있는 것이다. <시골의사> 중에서"
화제로 지정된 대화
2-3. 카프카는 여러 면에서 복잡한 경계인이었습니다. 유태인이었지만 유태인 문화 속에서 자라지는 않았고, 체코에서 태어났지만 독일어로 글을 썼습니다. 법학을 공부해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지만 판검사나 변호사가 되지는 않았고, 보험회사에서 법률가로 일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카프카의 작품에서 법은 정의를 구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거대한 무력감을 주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법 앞에서」는 「변신」만큼은 아니지만 인지도가 높은 카프카의 작품인데요, 신문 칼럼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국회나 법원 앞에서 좌절하는 시도들이 있을 때 소환당하는 글이지요. 사실 입법부와 사법부의 높은 문턱을 비판하는 소설로 읽어도 무리가 없습니다. 카프카 본인도 이 짧은 단편을 각별하게 여겼던 것 같습니다. 이 단편은 며칠 뒤 저희가 함께 이야기하게 될 『소송』에 극중극 형태로 그대로 실려 있습니다. 여러분은 「법 앞에서」를 어떻게 읽으셨나요? 이 작품이 말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여러분의 해석을 들려주세요. 정답은 없습니다. 심지어 『소송』의 등장인물들조차 이 이야기를 두고 논쟁을 벌인답니다.
이 이야기의 앞 부분을 읽었을 때는 “법의 문턱이 높다”라고 생각했어요. 시골 사내가 올라와서 문지기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말을 했지만 말직인 문지기는 본인을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홀을 들어갈 때마다 또 다른 문지기가 있으며, 그 위력은 점점 커진다라고 시골사내에게 겁을 줍니다. 시골사내에게 등받이가 없는 의자를 주며 기다리라고만 말해주는 문지기! 법 앞에서 우리 모두는 평등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를 많이 보았죠. 시골사내에게 법의 문턱은 높아보였고 역시 법은 불평등하다고 생각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시골 사내는 이제 눈도 잘 보이지 않고 임종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가 되어서야 알게되는 사실이 있었죠. 문지기가 지키고 있는 문은 계속 열려있었으며, 오직 시골 사내만이 들어갈 수 있는 문이었다는 것을요. 많이 허망했습니다. 그럼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시골사내는 무엇을 했던 것일까요? 법은 열려있었고, 그 문턱을 두려워서 넘지 못했던 것은 시골 사내였습니다. 시골사내는 법의 문턱도 넘어보지도 못하고 법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존재라는 걸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또한 문은 언제 열어주냐고 한탄만 하다가 본인의 인생을 허비했어요. 그렇지만 의문이 생깁니다. 과연 시골사내가 말직인 문지기를 지나쳐 법의 문으로 들어갔다고 한들 정말 다음 문지기의 문을 넘어가는 과정이 순탄했을까요? 시골 사내는 정말로 그 문이 열려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을까요? 알면서도 문지기가 있어서 못 들어간다고 핑계를 만들고 싶지 않았을까요? 이 이야기를 통해서 과거에도 현재도 법은 항상 부조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부조리에 대응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되었어요. 부조리에 용기있게 맞설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만약 맞서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들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요?
카프카의 글을 언제나 명확한 결론에 도달하지 않고 구체적이지도 않으며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도, 타당하게도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것 같아요. 난해하지만 그때문에 무슨 말을 하려하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으로 동반된다는 점에서 사유의 힘을 길러주는것 같습니다. 저도 법 앞에서을 읽으면서 소시민에게는 너무나 높은 법의 문턱, 문지기 또한 문지기이기에 자신도 들어가본적도 없는 법의 문앞에서 주인공을 기만하는 모습, 또 그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수 없는 참담함과 어리석음을 보았습니다. '권리위에 자는 자는 보호받을수 없다'라는 루돌프 폰 예링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문지기는 문지기일뿐인데 그 의 말만 믿고 문앞에서 여생을 다해버린 주인공의 어리석음이 안타깝고 그게 우리 소시민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처음 문지기가 다음으로 갈 수록 더 힘들어질 거라고 하는 장면에서 '벼룩 효과'가 생각났는데요. 그래도 또 다른 문지기를 계속 만나보려는 노력을 해보면 어땠을까요? 좌절만 하고 있기엔 인간의 수명은 유한하고 또 좌절할 때 하더라도 무언가 끊임없이 할 수 있는 생각만으로도 또 살아가질텐데요. 물론 법이나 소송에서의 좌절로 치환하자면 계속 두드릴 수 있는 관문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조금의 여지만 있다하더라도 단지 문지기의 말만 믿고 있지는 않을 거에요.
소송까지 다 읽었는데도 법 앞에서 라는 작품은 어렵네요. 크게 문지기는 법으로 대표되는 권위와 시골사람은 그 권위 앞에서 절망하는 소시민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여기서 '법'은 '천국'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해요. 죽어야만 갈 수 있는 곳... 그런데 마지막에 노인이 죽어갈 때 문지기가 이제 문을 닫아걸겠다고 한 것이 노인을 들여보내고 닫겠다는 것인지 노인이 죽으면 아무도 들어올 사람이 없으니 닫겠다고 한 것인지 좀 헷갈리는데, 아마 후자이겠지요. 결국, 법을 통해 정의를 얻고자 하는 각 개인은 결코 자신이 만족할 만한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메세지 같아요. 법률가들은 그저 이루어질 수 없는 정의로 마치 이끌어줄 것처럼 하면서 문지기처럼 온갖 이익만 챙기는 사람들이고요.
2-3. 아주 단순화 하여 결론부터 말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법의 입구까지는 잘도 가면서 막상 그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모습을 보며.. 답답한 마음을 표현한 글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가장 컸습니다. ... 솔직히 이런 해석은.. 제 평소 고민과 닿아 있습니다. 저는 더 많은 사람들이 법을 알았으면 하는 바램이 큽니다. 그 이유는.. 법이라는 인류가 만든 시스템이 오류 없이 작동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법에 대한 의식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법치주의 국가라 해도.. 행정의 주체가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이용하는 것과, 법에 의해 권한을 범위 안에서 사용하는 것은 천지차이라는 것을 우리는 지금 함께 경험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최소한의 원칙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하고, 나아가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원칙들은 수정해야 된다고까지 생각합니다. ...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여행을 떠나야 합니다. "뜬금 없이 무슨 여행이냐.."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건 제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지대넓얕> 시리즈로 유명한 채사장님의 강연 내용에서 빌려온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말하는대로 채사장'을 유튭에 검색해서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입니다. 이건 사람 마다 차이가 있을테지만.. 기본값이 보수적이라는 것에 저는 일단 수긍하는 편입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이 특성을 '인지적 구두쇠'라고 표현하더군요.) 그래서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평생 보수적으로 살다가 떠날 확률이 기본적으로 높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나마 교육 제도라도 비판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는 환경이라면 나을텐데.. 우리의 교육 환경은 그렇지 못하죠...)
솔직히 저도 그렇게 오랫동안 살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저는 여행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책과 강연이라는 가상 세계로..) 이 여행을 통해 저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으며.. 지금도 계속 알아가는 중입니다. 그리고.. 한 번씩 깨닫습니다. 그의 말이 맞았다는 것을.. "책은 우리 마음 안에 있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 물론 저는 여행의 수단이 꼭 저처럼 책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 그나저나 카프카의 책을 계속 붙들고 있으니.. 카프카화 되는 묘한 느낌이 듭니다. (지금까지의 변화도 신기한데;;;) 모임을 시작하며 저는.. "카프카의 도끼가 내 얼음은 아무래도 못 깰 거 같다." 라고 모임에 썼음을 고백합니다.;;; 그래서 남은 15일의 활동을 끝내면 카프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도 궁금해 집니다. (애증에서 증이 증발하는 중...)
2-3 법 앞에서 사람들은 바보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들을 위해 만든 법인데 결국 사람을 옭아매는 법이 되어버린듯합니다. 그래서 법을 두려워하게 되는 것인지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법 앞에서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당당해져야한다고 말하는 것같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법의 주인인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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