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여러 분들처럼 저에게도 <갑작스러운 산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소한 일을 한 것 같지만 그로 인해 나에 대해 확신을 얻은 것만 같은 느낌, 그리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를 그 때 만나면 더 나다워질 것 같은 느낌, 그리고 그 느낌은 대개, 지금 나가기에는 많이 늦었다고 생각되는 시간에 찾아오기 쉽다는 생각이 내가 사랑하던 순간들을 환기시켜주어 좋았습니다.
[그믐북클럽Xsam] 17. 카프카 사후 100주년, 카프카의 소설 읽고 답해요
D-29
저변
타피오카푸딩
저는 '거리를 향한 창'을 읽으면서 자꾸만 누군가가 떠올랐는데 생각해보니 '나의 해방일지'의 구씨..였어요. ㅎㅎ 세상이, 사람이 싫어 자발적 고립/단절을 택한 구씨가 후엔 미정에게 추앙을 받고 다시 세상과 연결되듯이 거리를 향한 창앞에 앉아 우두커니, 조용하고 쓸쓸히 앉아 하늘만 응시하는 주인공 또한 조건없이 추앙해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아무런 욕망도 없다는건 아직 무엇을 원하는지, 욕망하고픈 무언가를 찾지 못했을뿐 쓸데없는 욕망에 나를 낭비하지 않고 진정으로 원하고 욕망하고픈것을 발견할 그 순간을 기다리며 헌신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아주 짧지만 이 작품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제 뇌리에 오랫동안 진하게 남아 있을것 같아요.
CTL
<사기꾼의 가면을 벗기다>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진실되지 않은 사람의 이면을 알게되었을 때 느끼는 환멸을 예리하게 잘 표현했고, 마지막에 드디어 사기꾼에게서 벗어나서 묵묵히 본인의 삶에 충실한, 진실된 사람들 - 하인들 - 을 만났을 때의 신선함과 안도감을 잘 표현해서요.
저변
'더 없이 충실한하인들'을 만났을 때의 기쁨과 안도감을 '사기꾼'-진실되지않은 사람에게 느끼던 치욕과 환멸과 대비되는 것으로 이해하니 이 작품이 더 인상적이네요. 혼자 읽었을 때는 그 대비에 별로 주목하지 못했거든요. 사기꾼을 진실되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이 작품과의 거리감이 한결 줄어든 느낌입니다 :)
은쏘
갑작스러운 산책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외출할 결심과 외출했을때 집 내부에 있던 사람과는 다른 사림이 된 듯한 감정을 짧지만 굉장히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외출할때마다 생각하는 거랑 비슷해서 더 인상깊었습니다.
신이나
독신자의 불행, 사기꾼의 가면을 벗기다, 불운하다는 것이 인상깊었어요.
독신자의 불행은 왠지 모르게 굉장히 자조적으로 느껴지면서 한편으로 슬펐고, 사기꾼의 가면을 벗기다에선 좋은 문장을 발견해서, 불운하다는 것에서는 아이인지 유령과 나누는 이야기에서 '본래의 공포는 유령이 나타나는 원인에 대한 공포입니다'라는 게 공감갔어요.
메이플레이
1-1 카프카의 작품 어렵습니다.
짧은 단편이라 맥락 파악하기도 힘드네요. 그저 분위기가 권태롭고 의욕이 없어보입니다. 그래서그런지 자신을 숨기고 그 숨은 자신에 대해 답답해 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의 글을 참고해 다시 읽어보아야겠습니다.
poiein
일독을 하면서 어리둥절했어요. 카프카의 언어가 낯설었거든요. 재독을 하니 그래도 낯설긴 마찬가지지만 가장 완결성을 느낀 작품이 「국도의 아이들」이어서 인상적인 작품으로 꼽았습니다.
바닿늘
1-1.
헉.... 예상은 했지만
그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다시 읽어야겠습니다.
(이해 못해도 이상한 거 아니라고 했으니..
일단 다시 보고, 다른 사람 글도 보고..
해봐야겠습니다. 그런다고 이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부분이 이해가 안된다고 설명해달라고
할 수 조차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놔.. ;;;
대체로 문학이 이런 건 아니겠죠? ;;;
저는 쉬운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기준에서 분명 카프카의 글은 좋은 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지부조화 때문인가....)
카프카... 가 말한 도끼가 이거라면
적어도 제 바다는 못 깰 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꾸역꾸역 계속 가보겠습니다.
바닿늘
1-1.
<인디언이 되고 싶은 소망> 이..
그나마 해설도 보고 생각도 해보고..
하면서 아주 아주 아주 약간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선경서재
[1-1] <결심> <상인> <귀로>가 좋았다. 단편집인데… 산문 혹은 일기 같은 느낌. 단편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한 문장 한 문장 천천히 읽을 수록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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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는 날아가는 새들 대신 떨고 있는 듯한 별이 나타났다.
『프란츠 카프카 소설 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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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닿늘
“ 아아, 아메리칸 인디언이 될 수만 있다면! 망설일 것도 없이 말에 올라타서 비스듬히 허공을 가르며, 진동하는 대지 위를 몇 번이고 진동시키고는 마침내 박차를 내던지고 ㅡ왜냐하면 박차 같은 것은 없었으니까ㅡ, 마침내 고삐도 내던진다ㅡ 왜냐하면 고삐 같은 것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깨끗이 깎인 황야와 같은 대지마저도 이제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미 말의 목도 없고 말의 머리도 없다. ”
『프란츠 카프카 소설 읽기 』 57~58/3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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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차보다도 빠르게 노래를 불렀다.
자신의 목소리를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섞을 때 낚시 바늘에 걸린 물고기처럼 꼭 붙잡혀 있는 것이다.
『프란츠 카프카 소설 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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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레터
“그 마을 사람들은 잠을 자지 않는다는 거야.”
“그것은 왜지?”
“피곤을 느끼지 않으니까 그렇지.”
“그것은 또 왜 그래?”
『프란츠 카프카 소설 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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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
“ 그리고 참새가 비 말처럼 활짝 날았다. 나는 눈으로 그것을 뒤쫓았으나 참새는 단숨에 높이 올라갔기 때문에 마침내는 그들이 날아오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가 떨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불안한 마음에 밧줄을 꽉 붙잡고 슬쩍 그네를 흔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네를 조금씩 세게 흔들었을 때에는 벌써 서늘한 바람이 불고, 하늘에는 날아가는 새들 대신 떨고 있는 듯한 별이 나타났다. ”
『프란츠 카프카 소설 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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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iamo
“ 우리는 돌격했다. 가슴을 찔리고, 도랑의 풀더미 위로 쓰러졌다. 데굴데굴 떨어지기도 하고 장난삼아 스스로 구르기도 했다. 모든 것이 따뜻했으나, 우리는 풀의 따뜻한 기운도 찬 기운도 별로 느끼지 못했다. 그저 맥이 풀리고 피로를 느꼈을 뿐이다. ”
『프란츠 카프카 소설 읽기 』 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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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tentree
한 번은 누군가가 허리에 손을 얹고 새까만 발바닥으로 우리들의 얼굴 위로 올라와서 경사면으로부터 길 위로 뛰어나갔지만 우리는 그저 두 눈만 깜박거릴 뿐이었다.
『프란츠 카프카 소설 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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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tentree
새까만 발바닥을 가진 누군가의 존재가 인상적입니다. 비평가들은 위의 장면에서 부조리와 고립을 보았을지도 모르지만, 카프카 사후 100년이 지난 오늘날, 새로운 해석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까만 발바닥의 존재'를 아이로 해석하여 주인공과 아이들의 관계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땅과 직접 맞닿아 새까매진 발은 현실과의 접촉을 상징하며, 한계를 넘는 도전과 영감을 주는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옆에 서 있는 아이에게는 키스를, 다음 세 아이들에게는 악수만 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서 달리기 시작했다." 얼굴위로 올라가서 경사면으로부터 길로 뛰어 나간 아이는 그 중 누구일까. 먼저 간 그 아이를 따라 남쪽 마을로 달린건 아닐까. 카프카는 새까만 발바닥의 존재를 아이가 아니라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이 존재는 도전과 용기의 상징으로 혹은 실패와 좌절의 상징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이와같이 특정한 방식으로 규정하지 않은 다면성은 카프카의 작품이 여전히 현대 독자들에게 새로운 해석과 영감을 주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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