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카 솔닛의 <그림자의 강> 읽기

D-29
읽고 싶어 언젠가 사두었던 책 가운데 골라 읽어봅니다. 책 읽기가 꾸준하지 못하여 [혼자읽기]가 익숙해지면 [함께읽기]로 나아가려 합니다.
1872년 봄, 한 남자가 말 한마리의 사진을 찍었다. (...) 1870년대 말이 되자, 이 실험들을 진행했던 사진가는 활동사진의 핵심 요소들을 발명했다. (...) 그는 이전에 누구도 할 수 없었던, 시간을 통제하는 일을 해냈다. 과학, 예술, 오락, 그리고 의식의 영역에서 신세계가 열렸고, 이전의 세계는 멀리 물러났다.
그림자의 강 - 이미지의 시대를 연 사진가 머이브리지 9p, 1장 시공간의 소멸,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저자 리베카 솔닛은 이 특이한 인물 머이브리지를 소개하면서 동시에 ‘시공간의 소멸’이란 표현을 고찰합니다. 이 표현은 원래 19세기 중반 전후의 신기술에 적용되던 표현이라고 하내요. 철도처럼요.
시공간을 소멸시킨다는 것은 가장 직접적으로는 통신과 교통 수단을 가속화함을 의미한다. 말을 가축으로 기르고 수레바퀴를 발명했을 때도 운송의 속도와 양이 각각 한차례씩 도약했다.
그림자의 강 - 이미지의 시대를 연 사진가 머이브리지 22p, 1장 시공간의 소멸,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기술 세계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의 경계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그 순간, 그 지역에만 머무르지 않아도 된다.
그림자의 강 - 이미지의 시대를 연 사진가 머이브리지 22p, 1장 시공간의 소멸,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이 ’시공간의 소멸‘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기술이 바로 철도라고 솔닛은 이야기해줍니다. 이전까지는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 ‘표준화’되었다(23)는 표현도 새롭네요.
철도는 자연을 경험하는 방식뿐 아니라 풍경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
그림자의 강 - 이미지의 시대를 연 사진가 머이브리지 23p, 1장 시공간의 소멸,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현대의 물리학이나 오늘날 유전학처럼, 빅토리아 시대에는 지질학이 가장 주된 학문이었고, 대중소설보다 지질학 서적이 더 많이 팔리는 일도 종종 있었다. 그 중에 찰스 라이엘 Charles Lyell의 <지질학 원리 Principle of Geology>도 있었는데, 이 책의 초판은 머이브리지가 태어나고 켐블이 처음 기차를 탔던 바로 그해(1830년)에 출간되었다.
그림자의 강 - 이미지의 시대를 연 사진가 머이브리지 25p, 1장 시공간의 소멸,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철도가 도입되었던 1830년대의 끝자락에 시간관을 변화시킨 세번째 발명품, 즉 사진이 등장했다. (...) 사진 역시 동시대의 기술이었지만, 증기기관이나 철도만큼 당시의 풍경이나 사람들에게 인상을 남기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림자의 강 - 이미지의 시대를 연 사진가 머이브리지 27p, 1장 시공간의 소멸,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그것(사진)은 단절을 통해 과거를 계속 유지하는 기술, 늘 앞으로 나아가지만 또한 늘 뒤를 돌아보는 기술이었다.
그림자의 강 - 이미지의 시대를 연 사진가 머이브리지 29p, 1장 시공간의 소멸,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과거는 기억과 해석 속에서만 존재했고, 개인의 경험을 벗어난 세계는 대부분 이야기로 존재했다. 부자들은 회화를 주문했고, 그보다 돈이 적은 사람들은 판화를 살 수 있었다.
그림자의 강 - 이미지의 시대를 연 사진가 머이브리지 31p, 1장 시공간의 소멸,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자본은 공간의 장벽을 찢어발기고 개입하며, 교환을 통해 온 세계를 시장으로 지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간을 통해 그 공간을 소멸시키려고 애쓴다. 즉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림자의 강 - 이미지의 시대를 연 사진가 머이브리지 32p, 1장 시공간의 소멸 - 칼 맑스의 말 ,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맑스의 견해에 따르면 자본주의 자체가 시공간의 소멸을 이끄는 동력이었으며, 기관차는 그러한 동력의 구체적인 상징이었고, 시간과 공간은 이윤을 늘리기 위해 소멸되고 있었다.
그림자의 강 - 이미지의 시대를 연 사진가 머이브리지 32p, 1장 시공간의 소멸,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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