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11

D-29
<따귀새> 저 멀리 단상에 서 있다가 달려와 내 뺨을 갈긴 교련 선생 생각난다 그다음부터 나는 단상에 선 모든 사람을 경멸한다
들어 올린 팔은 모두 불길을 닮았지
당신의 첫 모두 밥, 김혜순 지음
<눈물농사> 저 눈 덮인 높은 산맥 어느 봉우리에 얼음공주가 살고 있었어요. 그녀는 메아리시녀들을 거느리고 살았지요. 메아리시녀들은 아무도 그곳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죠. 야호가 오면 야호시녀가 야호를 돌려보내고, 만세가 오면 만세시녀가 만세를 돌려보냈지요.
<바다 젤리> 엄마, 여러 나라 각 지방의 젤리 맛은 모두 달라 퐁피두 센터 매점에서 파는 젤리는 시큼하고 자금성 앞에서 파는 젤리는 푸석거려 설탕도 얼마나 두껍게 발라져 있다구 서울에서 사 먹은 젤리는 플라스틱처럼 질겼어
<환한 방들> 복사기가 일 초에 한 번씩 해바라기를 토해내고 있다 잠시 후 돌아보니 방 안 가득 해바라기 만발이다 어찌나 열심히 태양을 복사했던지 고개마다 휙 젖혀진 해바라기 꽃밭 평생 늙지도 않는 소피아 로렌이 걸어나올 것 같다
<화장실> 어찌나 높이 솟아 있는지 서울이 싫어 죽을 지경인 늑대처럼 으르렁거리는 밤하늘의 침을 받을 수 있는 집 나는 한밤중 일어나 먹구름 속에 숨은 초승달 같은 두 눈을 번쩍 뜨고 화장실부터 간다 당연히 공중 높이 치솟은 화장실
저 멀리 단상에 서 있다가 달려와 내 뺨을 갈긴 교련 선생 생각난다 그다음부터 나는 단상에 선 모든 사람을 경멸한다
이 문장으로 '문장수집' 하고싶은데 등록이 안되네요;;;;;
연수를 댕겨오느라 마무리가 늦었습니다. 덕분에 '시' 읽을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저야말로 8일 동안 행복했습니다. @모임 참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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