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리뷰오브북스> 7호 함께 읽기

D-29
‘계보의 계보’라는 제목 아래 다룰 수 있는 책 관련해서는 <플레이, 게임 키드들이 모여 글로벌 기업을 만들기까지 넥슨 사람들 이야기>와 <크래프톤웨이>는 어떨까 싶기도 하네요. 각각 대한민국 게임 개발 1세대와 2세대에 관한 책입니다. 각각 자사 홍보에 관한 의도가 어느 정도 섞여있긴 하지만 이런 부분들을 필터링하고 읽어보면 2000년대 이후 게임 산업과 한국 벤처 업계의 맥락을 읽어내기에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서리북X그믐 님과 메롱이 님이 각각 추천해 주신 양승훈 님의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와 김재훈 / 신기주 님의 [플레이], 다 제 프로필 상의 인생 책으로 갈무리 했던 책들이라 반갑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스타트업에서 대우조선해양과 3년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고요, 올해 3월 1일 존경하는 넥슨의 창업주 김정주 님이 갑작스레 별세하신 지라...'계보의 계보' 제목이 제 개인 서사의 계보로도 읽히는 지점입니다.
리뷰의 리뷰 특집의 두번째 이야기인 "짱깨주의의 태동"은 읽은 적이 있는데 제 감상으로는 외부 요인 때문에 흥한 책이지, 책 자체는 베스트셀러까지 될만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누굴 비판하는지가 너무 모호했고, 진보적인 학자가 누구인지도 모호하고, 가장 중요한 중국도 보통명사로서의 중국과 중화민공화국을 혼동시키면서 서술을 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역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정교수까지 취득하신분이라고 하기에 레퍼런스의 절대다수가 신문기사에 국한되었다는 것도 실망스러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8. 42~53쪽, ‘비판적 중국 연구를 고민하다’(하남석)는 최근 화제가 된 책 『짱깨주의의 탄생』(김희교)을 다룹니다. 서평은 『짱깨주의의 탄생』을 여러 계보에 위치한 책으로 봅니다. 리뷰에 따르면 『짱깨주의의 탄생』은 정치인이 추천한 책 혹은 정치인들의 중국관을 보여주는 책의 계보 위에 있기도 하고, 한국에서 흔치 않은 실명 비판을 시도한 책의 계보, 또 비판적 중국학의 계보에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 리뷰를 어떻게 읽으셨는지요? 전반적인 감상도 좋고, 새로 알게 된 사실이나 흥미로워 보여서 더 찾아보고 싶은 지점도 좋습니다. 인상적인 문장을 옮겨주셔도 좋습니다. @오락가락 님께서는 먼저 생각을 나눠주셨네요. 감사합니다.
리뷰에 언급된대로 문제 제기 자체에는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일본의 혐한문화 역시 언론에서 혐한을 조장해 그 명맥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처럼 (그런데 이 리뷰를 읽고나니 이것도 진실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역시 중국 반대편에 있는 사람은 곧 적의 적이니 아군이라고 생각하게 되는것 같아요. 저역시도 가장 반중인 정치인에게 호감이 갔던 사람인지라... 그런데 사실 하나씩 뜯어보니 저자가 자신의 주장 강화를 위해 사실을 자기 입맛대로 조립했단 사실이 오히려 반중을 강화하는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지도 모르겠다는 우려까지 됩니다. 언제나 책으로 나오면 어느정도 신뢰할 수 있는 정보라고 믿고 읽었는데 저는 사실 많이 충격이었습니다. 정보가 많아질 수록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는것 같다는 씁쓸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9. 리뷰는 뒷부분에서 ‘비판적 중국학의 과제’를 묻습니다. 분명 ‘한국에 만연한 반중 정서가 어떤 편견과 오해 때문’(50쪽)인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편견과 오해에 대한 비판이 ‘현재의 중국을 이상화해서 받아들임으로써 그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는 일부러 눈을 감고 있’지(51쪽) 않나 하는 우려도 듭니다. 리뷰는 우리가 고민해야 할 사항을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51쪽, [주요 쟁점은 중국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 체제에 대항하고 있으므로 진보적 변화의 근거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현재 중국이 아류 제국주의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이미 국가자본주의 체제에서 내부의 진보적 저항자들을 억압하는 권위주의 국가이기에 비판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지 여부이다.]
쉽지 않은 문제죠.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입지란 고려와 조선을 거치는 동안 중국의 영향력이 거셌고 잠시 일본의 지배를 받았으나 6.25이후에는 미국의 문화권으로 넘어가버린, 정도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금융으로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시기로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중국-미국 사이의 우리는 조각배 탄 신세인 것만 같습니다. 눈치를 보며 줄타기하는 입장일 수밖에 없더라도, 어쨌든 우리만의 내실을 다지는 게 가장 필요하고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어느 한 나라만 고려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나라들이 한데 엉겨있는 느낌이라... 어쨌든 여러가지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위정자들이 좀 중립적이고 실리적으로 외교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나가면 좋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10. 53쪽 ‘함께 읽기’ 코너에서는 박민희의 『중국 딜레마』와 조문영, 장정아, 왕위에핑, 박우, 공원국, 이현정, 김기호, 김유익, 김미란, 윤종석, 김도담, 문경연, 박형진의 『민간중국』을 소개합니다. 지금의 중국과 우리의 반중 정서와 관련해 함께 읽으면 좋을 다른 책은 어떤 게 있을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11. 54~67쪽, 〈‘긴 50년대’의 복권?〉(김두얼)은 정진아의 책 『한국 경제의 설계자들』을 리뷰합니다. 책에 따르면 박정희 정부가 한국 경제 발전을 이끌었고 그 이전은 혼란기였다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1950년대는 한국 자본주의 체계의 틀이 설계된 시기였다고 합니다. 이 서평은 『한국 경제의 설계자들』을 노력과 용기가 담긴 책이라고 평가하고 추천하면서도 한계를 지적하면서 ‘미완의 기획’(65쪽)이었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이 리뷰를 어떻게 읽으셨는지요? 전반적인 감상도 좋고, 새로 알게 된 사실이나 흥미로워 보여서 더 찾아보고 싶은 지점도 좋습니다. 인상적인 문장을 옮겨주셔도 좋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12. 한 사회, 혹은 한 문명이 특정 시점을 경계로 여러 가지 성질이 한꺼번에 변화하는 것처럼 보이곤 합니다. 그래서 1450년부터 1630년까지를 긴 16세기라고 부르기도 하고, 1914년부터 1991년까지를 단기 20세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긴 50년대’의 복권?〉 앞머리에는 한국 현대사에서 1945년부터 1961년을 ‘긴 50년대’로 부르거나 1953년부터 1961년을 ‘짧은 50년대’로 불러도 괜찮겠다는 언급이 나옵니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 그런 ‘단절선’이 있었다면 언제였다고 보십니까? 그 단절선 이후로 한국 사회의 달라진 성질이나 분위기가 있다면 뭐라고 보시나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13. 67쪽 ‘함께 읽기’ 코너에서는 브래드포드 들롱의 『Slouching Towards Utopia』와 기미야 다다시의 『박정희 정부의 선택』을 소개합니다. 한국 경제의 설계 과정을 다룬 다른 책들을 추천해주세요. 한국의 1950년대, 1960년대 사회상을 보여주는 소설, 만화, 영상물 중 좋아하시는 작품도 함께 이야기하고 싶네요.
뒤늦게 ‘인물을 통해 찾는 우리나라 기술 발전의 계보’를 보고 감상을 올려봅니다. 역사적인 사건의 의의를 찾거나 발전사의 공과를 따지는 문제에 접근할 때 이번에 소개한 두 권의 전기를 포함한 과거의 전기 작업 전반에 어떤 근원적인 한계가 있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예컨대 중공업의 발전상의 공을 논하면서 '박정희-박태준이 아니라 김재관이었다'는 식으로 말하는 수정주의적 역사관은 또 다른 사실로 앞선 주장을 덮는 공허한 순환을 만드는 것 같아요. '사실은 A가 아니라 B였다', '사실은 B가 아니라 C였다'... 하는 식으로요. ‘무엇은 무엇이 아니고 무엇이었다’고 말하는, 한 명의 인물이나 한 가지의 결정적 귀인으로 역사적 사건이나 공과를 찾으려는 시도에 어떤 결함은 없는지 묻게 됩니다. 말미에서 서평자도 지적했듯이 전기 작업은 이제 메시지 자체의 완결성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메신저도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예전부터 콘텐츠 시장에서는 그러한 한계를 지적해왔다고 생각해요. 한 인물의 영웅적 돌파를 보여주기보다는 부족한 여러 인물의 합심이나 여러 관점을 보여주거나 아예 사건을 파편적으로 나열하는 방식으로요. 근래에는 드라마 <파친코>가 여러 대에 걸쳐서 20세기 초기와 후반을 오가며 재현하는 방식을 인상깊게 보았는데 마르케즈의 '백년의 고독'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한 명의 천재가 수백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식의 얘기가 당연시되는 것이 무척 별로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온건하고 교묘한 방식의 지배주의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고 내면화한 말 같았거든요. 아마 그런 논리 아래서 세계 90%의 주식을 상위 10퍼센트를 점유하는, 편중된 부가 존재하는 현실이 당연시되는 거겠죠. 비슷한 맥락에서 승자독식이나 약육강식 따위의 논리가 아직도 뉴스를 횡행하는 이유겠고요.
<파친코> 언급해 주신 부분과 '영웅주의'에 대한 비판에 많이 공감했습니다. 다만 특정 시기에 특히 많은 연결고리를 갖고 영향력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존재할 수 있고, 그 인물을 통해 세계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russist 님 뿐 아니라 여러분에게 여쭙습니다) 혹시 이런 영웅주의에 빠지지 않고서도 특정 인물과 그를 둘러싼 세계를 '리뷰'한 좋은 전기는 없을까요? 추천해 주실만한 책이 있을까요?
좋은 전기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죠. 하지만 제게 묻는다면 전기의 메시지와 메신저가 잘 어우러져 있는 글이라고 대답하고 싶어요. 전기를 쓴 당사자 또한 인간인 이상, 전기를 쓰는 행위를 통해서 어떤 점이 변화했고 또 어떤 점에서 실패했는지 정직하게 생각하고 노출하는 글은 모두 읽을 만하지 않을까 합니다. 예전에 미셸 슈나이더의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에서 읽은 인상적인 한 토막이 떠오르네요. "전기를 쓰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변명은, 그가 누구인가를 이야기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우리가 누구인가를 찾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저도 완벽히 객관적인 전기가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정직하게'에 방점을 찍고 싶네요. 그리고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의 문장도 정말 멋지네요! 읽어 보고 싶어졌어요!
12번에서 언급한 주제의 연장선에서 보자면 2002년에서 2008년까지의 '단기 2000년대'이 어떨까싶습니다. 2002년경 IMF 휴유증의 극복과 월드컵 신화로 인한 일종의 열정이 2007년 서브프라임 경제위기의 심화와 정권교체로 인한 사회갈등의 본격화로 인해서 한국 사회가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부터 두 번째 세션을 시작하겠습니다. 앞으로 6일간은 이마고 문디 (이미지로 읽는 세계) 그리고 5편의 일반 리뷰를 함께 읽고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서리북 읽고있눈데 플랫폼이 낯설어서 글 작성이 머뭇거려집니다. :)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을 자유로이 적어 주세요 : ) 정해진 형식과 형태는 없습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시겠다면, 제가 위에 드린 질문에 대한 간단한 답변 형식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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