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터 메더워의 말을 빌리면, 과학적 탐구는 “가능한 세계, 혹은 그 세계의 극히 작은 파편을 발명”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신화적 사고도 그렇게 시작되었지만, 신화적 사고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유일하게 가능한 세계로 간주되는 것을 구성한 뒤에 현실을 계획에 끼워 맞추었다. 반면 과학적 사고에서 상상력은 일부에 불과하다. (···) 과학은 우주 전체, 다시 말해 우주의 시작과 현재의 모습을 설명할 때, 완전하고 확실하게 한 번에 설명하는 것을 목표하지 않는다. 대신에 개별적이고 잘 정의될 수 있는 현상을 다루면서, 부분적이고 잠정적인 해답을 찾는다. 사실상 현대 과학은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질문을 제한적인 질문으로 대체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물질은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생명의 본질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들을 “돌은 어떻게 떨어지는가?”, “물은 관속에서 어떻게 흐르는가?”, “혈액은 어떻게 혈관을 순환하는가?”와 같은 질문으로 대체해왔던 것이다. 질문을 대체하면서부터 놀라운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질문을 하면 대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제한된 질문을 하면 점점 더 일반적인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
『파리, 생쥐, 그리고 인간』 프랑수아 자코 프, ⟨진화와 땜질⟩(1977) 중., 프랑스아 자콥, 이정희 옮김
파리, 생쥐, 그리고 인간이 책은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생물학자 자콥이 이 시대에 던지는 고뇌의 메시지다. 자신의 생물학 연구 편력과 연구 방법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물학에 있어 아름다움과 참됨, 선과 악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고뇌의 흔적까지 담고 있다. 이 책은 그래서 과학적이라기보다는 철학적이고 문학적이다. --동아일보 이광표 기자
책장 바로가기
문장모음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