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5. <나쁜 교육>

D-29
여중생들은 래퍼들의 영향을 크게 받진 않는 것 같지만, 과거엔 전교에 몇 명이었다면 요즘엔 한 반에 몇 명쯤 되는 듯 하더라구요
친구들끼리 서로서로 영향을 받는것 같아요. 일부 학생들은 진지하게 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의 문제를 가진 친구도 있고 몇몇은 그냥 호기심에 따라해보기도 하고...뭔가 고민이나 괴로움을 가지고 있는게 멋있어 보인다고도 하더라고요.
저도 한 예술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여학생 중에 습관적으로 자해를 하는(팔뚝을 칼로 긋는) 학생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더라고요. 다른 친구들한테 “같이 자해할래?” 하고 물었다고도 하고. 고등학교에서부터 유행이었다고 하더라고요. 리스트컷을 하면서 느낀다는 쾌감은 저로서는 이해 밖의 영역이었네요. 그런데 저는 솔직히 리스트컷 증후군보다 아이돌 팬덤 문화가 더 심각한 정신병리 현상 아닌가 생각해요. 어지간히 이해해보려 해도 어느 지점에서는 고개를 젓게 됩니다. 꼰대 인증인 건가요?
그래서 저희도 소아정신과 선생님을 모시고 연수를 받기도 하는데요, 의사분들 설명에 의하면 담배피는 심리와 가장 가깝다고 하더군요. 스트레스를 받았다? 어 그럼 담배한대 피러 나가자! 에서 담배 대신 자해를 하고, 흡연 순간의 느낌과도 비슷하다고 하더군요. 아이돌 팬덤문화는 아시다시피 이미 고착되어서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닌 듯 합니다 . HOT등 1세대 아이돌 팬덤은 부모가, 그들의 자녀는 중고등학생이 된어 자녀와 함께 덕질하는 문화가 되었죠. 게다가 아이돌 산업쪽에서 조장하는 측면도 많아 막연히 '팬덤 문화'라고 뭉뚱그리기보다 말씀하신 정신병리적 현상을 분리해야 하는데, 쉽진 않을 것 같아요.
대중문화 시장에서 청소년들을 대하는 태도도 『나쁜 교육』이 말하려는 바와 통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주 고객층이 ‘불편하다’며 고쳐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무조건 받아들이잖아요. 그 요구가 옳건 그르건. 이런 시장 분위기가 그 주 고객층들의 정신적 성장에 해를 끼치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대표적으로 연애하다 걸린 아이돌에게 팬들이 사과를 요구하는 모습 같은 게 그래요. 그건 인권 침해이고 갑질이라고생각합니다. 그런 요구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꾸짖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시 꼰대 인증...)
맞습니다.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람을 꾸짖어야죠. 말도 안되는 항의를 다 들어주는건 진상고객을 양산할뿐이에요. (저도 꼰대)
저도 완전 동의합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당당히 남친을 밝히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다만 저도 잘 몰라서 덕질하시는 분들께 여쭤보니, 일단 아이돌이 유사연애 컨셉이 많고, 그걸 이용한 수익활동을 해오기 때문에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또 한 편으로는 스스로 아이돌의 부모나 매니저같은 마음으로 그들이 연애같은 사업에 도움 안 되는 실수(?)같은 걸 했을 때 엄청 분노가 생긴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팬심의 라이트 버전이 푸바오를 보고 우는 사람들이라 생각되는데, 그들을 꾸짖을 수 있을까 싶어요 ㅠ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월요일(5월 13일)과 내일 화요일(5월 14일)은 4장 '협박과 폭력'을 읽습니다. 이번 주는 2부의 4장과 5장을 읽는 일정입니다. (한국은 15일이 '부처님 오신 날'이라서 쉰답니다.) @올리버 님처럼 뒤늦게 따라오시는 분들은 아직 진도가 많이 안 나갔으니 틈 나는 대로 읽고서 함께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
@장맥주 @올리버 저는 조금 다른 맥락의 경험으로 비슷한 문제 의식을 느꼈어요. 2016년, 2017년에 서울의 한 대학에서 2학기마다 학부 강의를 했어요. 강의도 재미있었고, 학생도 열심히 들었고, 피드백도 좋아서 보람 있는 경험이었죠. 그런데, 두 번째 학기를 하고 나니까 자신감이 사라지더라고요. 예를 들어, 매 학기마다 (딴에는 기자 강사 덕 좀 보라는 의미에서 무리해서) 수업마다 짧은 에세이를 받고서 피드백해주는 일을 했어요. 당연히 학부생이고 논리적 글쓰기는 약하니까, 블로그 일기처럼 적어온 친구들이 많았죠. 그래서 꼬박꼬박 그런 걸 지적해 줬습니다. 그 가운데 한 친구가 학기 중반에 면담 신청을 하는 거예요. 수업 시간 전에 만났는데 다짜고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우는 거죠. '아, 이게 울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튼 그 친구의 얘기는 '자기는 글을 못 쓴다는 얘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고' '심지어 열심히 써오는데' '왜 항상 피드백이 부정적이냐'는 항의였습니다. 차근차근 그 친구 글쓰기의 약점을 지적해줬지만, 계속 울고 있으니 면담이 제대로 이뤄질 리가 없죠. 이런 경험을 토로했더니 한 선배(엄기호 선생님)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도대체 다음 세대가 왜 이렇게 유약해졌는지, 이건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정신이 번쩍 들었죠. 그러고 나서, 만난 책이 바로 『나쁜 교육』이었어요.
아 듣는 제가 다 안타깝네요. 제대로 글을 피드백 받아 한걸음 발전할 기회를 이렇게 날려버리다니...아이고.
이런, 진짜 눈송이같은 학생을 만나셨네요.. 전 딸아이가 집에 와서 ‘선생님이 어쩌고 저쩌고 .. ’하면 ‘면담해라..’ 라고 하고 ‘면담가도 좋은 소리 못 듣는다, 어쩌고 저쩌고..’ 하면 ‘(나한테 이러지 말고) 그럼 확 울어버려’ 라고 했는데… 깊이 반성합니다. (뭐.. 딸내미가 뭐 이런 헛소리를..하는 표정으로 보긴 했습니다.)
난 야단 한번 안 치고 길렀다” 라고 자랑같이 말씀하시는 집안 어른이 한 분 계신데 그분 자제분들이 인간성과 예의가 엉망진창이라서 대꾸하고 싶은 걸 혀를 깨물면서 참습니다. 어렸을 때 부터 잘못된 것 지적도 받고 작은 실수 실패도 하고 거절도 받아봐야 커서 훨씬 현실에 잘 대응할텐데….. 아니면 삶이 더 힘들지 않나요? 언젠간 당할 일이거늘…
조금 결이 다르지만 이렇게 성장한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1년도 못되어 회사를 그만두거나 견디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어요. 개인적인 특성으로 보기에는 전반에 그런 학생들의 숫자가 늘어나는것도 맞는거 같네요. 저는 70년대 생으로 주변 사람들이나 학생들에게 "내가 살았던 시대는 지금 시대와 비교하면 야만의 시대였다"라고 늘 이야기하는데.. 실제 그랬던거 같아요.... 야생에서 뒹굴며 단단해진??? ㅋㅋ
저는 그만 벽돌책을 하나 더 쌓아버리는 바람에 (크흑 나 바보) 주말에 몰아서 4~5장을 읽겠습니다!
“난 야단 한번 안 치고 길렀다” 라고 자랑같이 말씀하시는 집안 어른이 한 분 계신데 그분 자제분들이 인간성과 예의가 엉망진창이라서 대꾸하고 싶은 걸 혀를 깨물면서 참습니다. 어렸을 때 부터 잘못된 것 지적도 받고 작은 실수 실패도 하고 거절도 받아봐야 커서 훨씬 현실에 잘 대응할텐데….. 아니면 삶이 더 힘들지 않나요? 언젠간 당할 일이거늘…
그럼요. 저도 제품안에 있을때 혼나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거절당하고...다 해봐야 잘못 지적이 공격이 아니라는 것도 배우고, 실패해도 건강하게 일어나는 방법도 배운다고 생각해요. 야단한번 안쳤다면 아이가 아주 입댈데 없이 훌륭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냥 가정교육에 대한 직무유기가 아닐지...
2017년 7월 《뉴욕 타임스》에 말도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널리 퍼졌다. 글을 쓴 사람은 리사 펠드먼 배럿으로, 그녀 는 노스이스턴대학교의 저명한 심리학 교수이자 감정 연구자다.배릿이 제시한 삼단 논법은 이런 식이었다. "만일 말이라는 것이 스 렉스를 유원한 수 있고, 또한 장기간의 지축적인 스트레스가 진 제적인 위력을 인으킬 수 있다면, 발언은(적어도 특정 종류의 발언은) 일종의 폭력이 될수있다 168 배릿에 대한 비판이 나오네요. 저는 주변의 젊은 이들에게 아카데미아, 가정과 사회는 다르다.라고 늘 이야기하죠. 학교에서 저리 교육받아도 정글같은 세상에 나가면 바로 적응하던데요... 2017년 UC 버클리 난동이라고 저자는 표현하였는데, 지금 미국에서 또 다른 결이지만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으로 다시 폭력과 갈등이 난무 하는거 같아요. 이번 챕터를 읽으며 결은 다르지만 현재 상황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되었어요
@그러믄요 @오구오구 저도 1970년대생인데. (이러니 '꼰대' 소리를 듣는 건지도.) 저는 비교적 화목한 가정에서 성장했지만, 아버지께서 특히 저한테 엄한 편이셨어요. 많이 혼났고. 학교에서는 당연히 체벌이 심했고. 군대에서도 구타를 많이 당했고. 10대 때 학교 다닐 적에도 티격태격하면서 서툰 주먹질도 많이 하고(대부분은 맞았지만요. 하하하!) 아무튼, 저의 성장기는 폭력의 연속이었죠. 그런데, 사실 육체적 폭력은 훈육 효과가 아주 낮습니다. 저도 아버지나 교사가 저를 체벌할 때, '왜 스트레스를 나한테 푸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고요. 그래서, 나중에 아이를 키우면서는 정말 결심한 게 있어요. '나는 어떤 경우에도 체벌은 하지 않겠다.' 아무튼, 그 결심은 동거인이 만 열두 살이 된 지금까지 한번도 어기지 않고서 지키고 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모 세대의 훈육과 비교할 때, 아이를 너무 응석받이로 키우나, 이런 걱정도 있습니다. 저부터 유약한 세대의 원인 제공자라는 생각을 가끔 해보는 거죠.
" 발언은 곧 폭력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지만, 그런 선택을 하면 더 힘들고 괴롭기만 할 뿐이고, 보다 효과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우리는 스토아학과 식의 반응 (무반응의 담담한 태도를 계발하는 것)도 할 수 없을 뿐더러, 반 존스의 단단함에 기초한 반응「부츠를 단단히 신고, 스스로 역경을 헤쳐 나가는 법을 배우세요)도 할 수 없다. " 174 발언이 폭력은 아니지만 일부 발언은 폭력이 될수 있는거죠? 일부 집단의 성원에서 스트레스나 두려움을 일으키는 말들이 폭력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자주 있는 경우는 실제 폭력적 요소를 갖고 있어서가 아닐까요. 저자의 논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데.. 아직은 많이 동의가 안되네요 ㅎㅎㅎㅎㅎ 제 이해력이 부족한듯합니다.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발언이 곧 폭력은 아니지만 , 폭력으로 받아들여지는 발언은 보통 권력을 가진자의 입에서 나오기 마련이니까요 …. 다만 단어하나에 꽂혀 문맥을 안보고 너무 예민하고 불편하게 받아들이지 않게 <자비의 원칙> 을 기억해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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