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환 시인. 문학평론가와 함께 보들레르의 『악의 꽃』 읽기 3

D-29
안녕하세요? 저는 시와 문학평론을 쓰는 송승환입니다. 반갑습니다! 함께 책 읽는 것이 매력적이어서 저도, 그믐, 모임지기가 되었습니다. 부족한 점 많겠지만. 여러분의 도움과 적극적인 참여로 즐거운 순간들을 발명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에 황현산 선생님의 번역으로 새롭게 출간된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난다, 2023) 읽기는 3번째 시즌입니다. 제 경우, 정기수 번역본, 윤영애 번역본, 김붕구 번역본 등으로 보들레르의 『악의 꽃』을 여러 번 읽어봤는데, 미세하거나 큰 차이가 있는 시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오래 기다렸던 황현산 선생님의 완역본. 천천히, 깊이, 읽고자 합니다. 『악의 꽃』 시즌 2. 끝나고 『악의 꽃』시즌 3. 은 5월 1일부터 시작합니다. 앞선 시즌에 참여하지 않으신 분들도 무방합니다. 늦게 참여하는 읽기란 없으니까요. 5/1-5/7일까지는 121번 시 <식민지 태생의 한 귀부인에게>>부터 p.291 시 <심연>까지 읽으시고 좋았던 시 추천, 그 시의 느낌, 궁금한 점을 자유롭게 올리시고 덧글도 서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저도 올리면서 소통하겠습니다. 저의 인사글에 댓글로,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가능하신 분은 간단한 자기소개^^;;도 해주시면 더 친근한 공간이 될 듯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송승환 드림.
참여합니다. 모임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공지 글에 착오가 있어요. 121번 시는 <애인들의 죽음> 입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따라가겠습니다.
@숨쉬는초록 공지 오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모임이 시작되었군요~! 그동안 아침마다 시 한편이라도 읽어보려 했더니 시집을 펼치는 일이 조금 더 익숙해졌다고 할까요. 여전히 시는 모호하고 어렵지만, 다른 참여자분들의 생각도 들여다보고 이번 시즌도 쉬엄쉬엄 따라갑니다~
죽음이 우리를 위로하고, 슬프다, 살게 하니, 그것은 인생의 목적이요, 유일한 희망 선약처럼 우리를 들어올리고 우리를 취하게 하고, 우리에게 저녁때까지 걸어갈 용기를 준다.
악의 꽃 122. 가난뱅이들의 죽음,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지음, 황현산 옮김
저도 <가난뱅이들의 죽음>이 마음에 와 닿았어요.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쓴 리사 펠드먼 배럿의 표현을 빌리면 저의 '신체 예산이 만성 적자' 상태라 늘 하루하루를 허덕이며 살아가고 있어 "저녁때까지 걸어갈 용기"와 기운이 너무나 필요합니다. 푹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살아있는 동안에는 아무 근심 없는, 평안한 휴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시에서 죽음 이후 일어날 변화에 대해 노래하는데, 그건 가난한 이들의 삶이 얼마나 고달프고 힘든지를 뜻하는 것이라 마음이 아픕니다. 얼마나 삶이 힘들기에 죽음을 바라는 걸까를 생각하면 슬프기도 하고요.
오늘은 근로자의 날이지만 저는 출근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122번 <가난뱅이들의 죽음>을 여는 저 문장들과 124번 <하루의 끝> 시가 더 마음이 가네요. 하루가 길게 느껴지지만 우리에게 서글픈 꿈으로 가득찬 휴식을 주는 저녁때까지 버틸 용기를 주는 게 죽음이라는 점이 뭔가 마음에 와닿네요.
@borumis @ICE9 다시, 만나뵙게 되어서 기쁩니다! 고맙습니다!
출근할 때 시 한편 씩 읽는 15분 정도의 시간이 아주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다시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띠지에 써있는 구절이어서 맨 먼저 찾아 읽었던 시인데, 참 강렬했습니다. 제목이 ‘가난뱅이들의 죽음’이라는 걸 알고는 더 슬퍼지더군요.
122번과 124번만큼 마음에 드는 게 125번 시인데요. 시집들 중 ~에게 헌정하는 시들의 인물들에 대한 주석이 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네요. 물론 인터넷 검색을 해서 F.N.이 Felix Nadar라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저는 이런 자잘한 시대적 배경이나 인물사도 궁금해지거든요.^^;; 개인적으로 저는 비소설에 달린 참고문헌도 링크 및 논문들을 찾아보고 확인해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직업병일 수도 있겠지만..(논문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하다보니) 학생시절에도 호기심이 넘쳐서 엄마가 제발 이상한 질문들로 자기 괴롭히지 말고 니가 스스로 찾아보라고 백과사전을 제게 집어던진 적도 있어요;; 그래서 이 시의 제목에 바로 끌렸는데요. 바로 제가 그 '괴상한 사람!'인 듯합니다. 스스로 공부하는 것을 즐기는 괴상망칙한 취미를 가진 사람..;; 그리고 초등학생 때부터 지옥화들을 보고 나서 죽음에 대해 궁금해졌는데요.. 실은 모든 철학적 질문은 필멸적 존재로서 죽음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과 공포, 고통, 욕망, 희망, 불안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초딩때도 이랬는데 나이가 들수록 이런 존재에 대한 호기심은 더 심해져 갔죠. 번역에서는 굿 구경이라고 한국적인 표현으로 했는데 원서에서는 spectacle이라고 나옵니다. 이건 연극적이거나 공연적인 요소가 있어서 인생이라는 연극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이 인생이라는 연극에 막을 내리고 나면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텅 빈 무대 위에 냉정한 진실이 드러나겠죠. 근데 재미있는 것은 죽고 나서도 인생에서와 마찬가지로 보들레르는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합니다. 구원인지 절망(어찌 보면 이것은 다른 말로 희망으로부터의 해방이라고 할수도요)인지.. 죽음 이후에도 기다리고 있는 자신을 상상합니다. 멋지지 않나요?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단독집필작 템페스트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자 셰익스피어를 상징하는 극작가 프로스페로가 무대를 향한 마지막 인사를 하듯이 보들레르는 막이 내려가지만 결국 죽음 후에 또다른 즐거운 고뇌와 냉정한 진실이 기다릴 것을 받아들입니다. 이런 그의 각오는 그 다음 시 126번 시에서도 메아리치는 데요. '지옥이건 천국이건 무슨 상관이냐? 저 심연의 밑바닥에, 저 미지의 밑바닥에 우리는 잠기고 싶다, 새로운 것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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