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증정] <고전 스캔들>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5기

D-29
열녀함양박씨전에서 박지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인과 정욕을 참아간 양반가 여성을 대조시킨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냥 읽었다면 각각의 이야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작가가 신분이 다른 두 여성을 '대조'하면서 이야기의 구조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작가가 박지원의 의도를 예측하며 어떤 상상을 했을지 이야기하는데 어느 정도 공감이 되었습니다.
운영을 대하는 안평대군의 모습이 무섭습니다. 친절을 가장한 위선과 비열함.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주변사람들에겐 너무나도 친절한 사람이라 인식된다는 거겠죠. 이 책을 읽으며 김 진사에 대해서도 달리보게 되었습니다. 단지 운영을 잊지 못해 순정남이라고 생각했는데 세상 물정 모르는 그냥 무능한 남성이었네요.
4-1. <열녀함양박씨전>에 대한 이야기 중 열녀들이 이데올로기와 결혼하고 이데올로기에 집착했다는 저자의 해석에 부분적으로 동감합니다. 당시 열녀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들은 극히 한정적이었을테고 그것은 사회, 부모, 시부모가 기대하는 이데올로기였겠지요.
<운영전>을 읽지 못한 상태에서 작가님의 말씀을 듣게 되니...김진사와 안평대군이 어떻게 표현돼 있는지 궁금하네요. 두 남자에 대한 작가님의 폭격이 매섭네요. 김진사가 분별력이 없다는 말에 동의. 인간에 대해 모르는 건지 현실감각이 없는건지. 운영이 같이 도망갔어도 행복하게 살았을지 의문. 궁녀가 궁밖남자랑 바람이 난게 들통 났으면 죽겠구나 생각했기때문에 처음에는 안평대군이 그렇게 비열하다는 생각 못 했네요. (역사적 사실이 옳은게 아닌데..대군이나 왕들이 노상 그러니까 ㅠㅠ) 궁녀의 삶이 얼마나 비인간적이었는지 다시 생각해봤네요.
박지원은 시대의 허위정신을 꿰뚫고 영리하게 비판한 작가네요. 엽전이야기가 인상적이네요. 아들에게 솔직하게 자신의 정욕에 대해 말하는 어머니도 듣고 같이 부둥켜 안고 울었다는 것도요.
사랑과 집착.. 아무리 사랑은 더 고귀하고 희생적이며 집착은 자기중심적에 자신의 욕구충족만을 생각한다 해도 집착이 없는 사랑도 없고 사랑이 없는 집착도 없는것 같습니다. 문자적으로는 사랑과 집착을 구별하고 서로 구분된다고 하지만 그 둘은 떼려야 뗄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관계가 아닐까 싶어요. 지난날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나의 사랑은 사랑인지 집착인지 돌아보게 되는 이야기 였습니다.
사랑과 집착 사이를 생각하니 아주 오래전에 봤던 <마농의샘>에 나왔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마농을 사랑했던 남자가 자기 가슴에 그녀의 머리 리본을 새기던 장면. 제겐 너무도 충격적인 장면이었어요. 사람이 어떤 마음이면 저런 행동을 할까 그 당시에는 도저히 이해가지 않았었답니다.
4-1 '사랑과 집착사이'이라는 말이 참 무섭게 다가왔습니다. <운영전 >이 궁녀의 세상사를 모르는 사랑과 안평대군의 사랑이 아닌 소유에 대한 집착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사이 김진사의 아둔함으로 답답함이 함께 하네요. 특히 안평대군이 궁녀에 대한 사랑이 아닌 자신이 소유한 살아있는 인형으로 취급하는 부분은 화가 나는 부분입니다. 오늘날은 이른 상황과 사람이 없어야겠지만 스토킹 같은 사랑이 안평대군의 집착이 환생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4-1. 개인적인 집착과 질투로 한 여인을 소유물처럼 취급한 안평대군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이데올로기 때문에 희생된 열녀들과 아랍소녀들의 에피소드는 인습과 세뇌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알려 주네요. 심지어 열녀가 아니면 독부라니 허참...앙~~하고 무는 독사도 아니고....본인들이 쳐놓은 가두리안에서 벗어나면 꽃뱀이네 마녀네 취급하는 건 이 사회가 많이 변했다고 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1,2,3,4 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회차 같습니다. 집착과 사랑은 너무 닮아있어서 착각하기 쉬운 감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운영전은 그것의 차이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였던것 같아요. 열녀함양박씨전 역시 그 당시 사회적 분위기나 제약으로 열녀에 집착하는 두 과부의 이야기가 대비되어서, 어딘가 휩쓸려 가기전에, 큰 결정을 내리기 전에 내가 원하는 바와 필요한것을 구분해서 생각해봐야겠다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집착에 빠진 사람은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저 집착하게 되는것이니 어찌보면 도돌이표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4-2. 읽으면서 좋았던 문장을 적어주세요.
뭔가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모른다. 다른 것을 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른 것이 더 아름답고 더 즐겁고 행복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떻게든 그런 사실을 애써 부인한다. 인정하면 자신이 파괴될 것이기 때문이다. P146
고전 스캔들 -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사랑 기담 유광수 지음
정절을 지키는 열녀의 반대말은 음란한 독부다. 옛날에는 그 중간의 여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중략) 그러다 보니 여성들은 독부가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열녀 이데올로기 속에 묶어야 했다.
고전 스캔들 -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사랑 기담 pp.142-3, 유광수 지음
이미 집착이 도착으로 변질되었으니 말이다.
고전 스캔들 -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사랑 기담 144, 유광수 지음
뭔가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모른다. 다른 것을 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른 것이 더 아름답고 더 즐겁고 행복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p.146
고전 스캔들 -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사랑 기담 유광수 지음
(중략) 불온한 질문은 통하지 않는다. (중략) 그 사실을 인정한다면 자신의 과거가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돌아갈 수 없는 과거가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과거가 사라지면 그녀는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자신이 아닌 것이다. 정신적이고 이념적인 페티시즘은 결국 ‘나의 존재의 근거’이고 ‘나의 존재 증명’이었던 것이다.
고전 스캔들 -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사랑 기담 p145, 유광수 지음
강렬함은 사랑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되지만 그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사랑은 가꿔가고 만들어가고 이루어가고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고전 스캔들 -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사랑 기담 P.126, 유광수 지음
조금이라도 사랑을 이루어가려고 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가슴 깊이 천만 볼트의 강한 전류가 흘렀어도 그것이 사랑의 완성이 아니란 것을. 삶에서 뜨거운 사랑은 필요하다. 그런 강렬한 만남은 귀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강렬함은 사랑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되지만 그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사랑은 가꿔가고 만들어가고 이루어가고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고전 스캔들 -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사랑 기담 126쪽, 유광수 지음
시골의 젊은 아가씨나 평민들의 젊은 과부들은 자손들이 벼슬길이 막힐 것도 없는데도 과부로 평생을 늙거나 심하면 자살까지 한다. 정말 모질고 지나치다.
고전 스캔들 -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사랑 기담 139쪽, 유광수 지음
소위 열녀들은 무엇 때문에 '열'을 지킨 것일까?(중략)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나라가 선포하고 사회가 강요하고 부모가 용인하는 그 문화적 압력 안에서 벌어지는 이념적 협박일 뿐이다. 박 씨는 사랑을 한 것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와 결혼하고 이데올로기에 집착했을 뿐이다.
고전 스캔들 -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사랑 기담 142p, 유광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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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그믐,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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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러시아 문학이 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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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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