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 독서 모임 - 기억 전쟁

D-29
기억 전쟁을 읽는 모임입니다.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조선인 희생자의 수가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는 것은 예상 밖입니다. 시오니스트들이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을 외면했다는 것도 내 인상(기억)과 많이 다르네요. 더군다나 희생자들의 역사가 패배자의 역사라서 싫어 했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리고 실제 제국주의 국가들은 대부분 식민지에서 많은 학살을 했지만 나치만 유독 부각된 이유가 백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기 때문이라는 것도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우리의 현대사와 겹치는 장면들도 눈에 들어 옵니다. 빌코미르스키의 가짜 수기와 강기훈의 유서대필조작사건, 히틀러의 명령서 찾기와 전두환의 발표 명령서 찾기, 위안부에 대한 명령서 찾기 등 증거가 없으면 역사도 없다는 식의 실증주의 역사관의 함정이 잘 드러나는 장면들요.
희생자로 자처하는 가해자들의 태도도 우리나라에 겹치네요. 공산주의자에 의한 희생자였다는 태도로 자신의 가해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온 태도들. 침략자인 주제에 늘 자신들이 원폭의 피해자임을 강조하고 가해자로서의 역사를 잊은 일본의 태도는 정말 어이가 없죠. 그런데 이 현상이 세계적으로도 드물지 않다는 게 놀랍긴 합니다.
전사자 추모비를 당연히 여겨왔는데, 탈영병 기념비를 찾을 수 없다는 말은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평화라면 당연히 탈영병의 행위를 칭송해야 마땅한 것인데 특히 침략자의 군대에서 탈영하는 행위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진정한 평화의 행동이지 않을까 싶네요.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하기에 매우 인색한 우리 나라의 경우 일본군에서 탈영한 분들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워 볼 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단지 독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홀로코스트에 대한 책임을 묻는 '집합적 유죄'라는 개념에 반대했다....... 과거에 벌어진 일에 대한 책임과 그 과거를 기억할 책임을 구분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과거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는 현재 세대의 책임이라는 말은 멋지네요. 이게 세계적 상식이 되면 좋겠네요. 적절한 예시네요. 나치의 범죄로 돈을 번 콴트 가문의 현 상속자들이 만든 '나치 강제노동자료센터'. 이런 독일의 태도가 독일을 유럽의 리더처럼 보이게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에서의 기억 전쟁은 '건국 전쟁'이라는 영화로 한 번 더 불타 올랐던 기억이 납니다. 독립운동의 배신자이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겁한 장기집권의 독재자며, 동족의 학살자였던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떠받드는 일이 지금도 일어난다는게 정말 기억할 책임을 느끼게 합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를 이어오며 왜곡되거나 삭제된 기억이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단순한 무관심이기보다는 ‘암묵적 동조’였고, 그래서 이들은 ‘방관자’라기보다는 ‘수동적 공범자’ 혹은 ‘객관적 공범자’에 가깝다. “아우슈비츠로 가는 길은 증오로 건설되었지만 무관심으로 포장되었다”라는 이언 커쇼의 지적은 사태의 정곡을 찌른다. 독일인 이웃들의 무관심 속에서 유대인은 인간적인 의무와 책임을 느껴야 할 범주 밖에 있는 존재가 되었다. 한마디로 유대인은 정치ㆍ사회적으로 아무런 의미 없이 육체가 있어 그저 숨만 쉴 뿐인, 그래서 죽여도 괜찮은 ‘호모 사케르(homo sacer)’였다” - 우리나라는 철저하게 인종과 관련이 없는 정치적인 정적을 제거하가 위해 호모 사케르를 만들어 냈다. 전라도, 빨갱이, 종북 등의 용어로 독재에 저항하던 사람들을 호모 사케르로 만들었다. 박정희 정권에 거의 죽다 살아났던 김대중, 그리고 호모사케르를 만들어 내는데 동조했던 세력들 검찰 언론이 합작하여 죽음으로 내몰았던 고 노무현, 사케르를 만들어 내는 자신들의 권력에 도취해 또 제거하려고 했던 조국. 우리 국민들에게 실망할 때도 많지만 자본과결탁한 독재, 거기에 기생해 온 검찰과 언론에 끝내 무너지지 않은 김대중과 노무현(문재인은 노무현의 부활이 아닌가), 조국을 부활시킨 우리나라 국민들의 역동성과 심판의 정신은 귀하다고 느껴진다ㅡ부산빼고
“1995년 12월 《중앙일보》가 ‘가해자’의 관점에서 광주를 조명하는 기획 기사 취재 과정에서 만난 ‘광주의 군인들’은 “깊이 반성하고 회한에 젖으면서도 한편으론 일방적 매도라고 억울해하며 복잡한 심정”이었다고 한다. “당시 공수부대원들은 아무런 선택을 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광주에 갔었다는 이유로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습니다”라는 한 공수부대원의 증언이 그들의 복잡한 심정을 잘 말해준다. 자신들은 단지 “시키는 대로 쏘기만 했는데” 이제는 국민적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탄하는 말에서는 자신들이야말로 진정한 희생자라는 뉘앙스도 느껴진다. ‘책상 앞의 살인자’인 명령권자에게 학살의 모든 책임을 돌림으로써 살인 기계의 말단에서 실제로 사람을 죽인 자신의 책임으로부터 도망가려는 무의식도 작동했을 것이다. 광주 학살의 책임을 신군부 불한당에게만 떠넘기는 태도가 위험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광주에 대한 사회적 기억은 신군부 살인자들을 비난하는 차원을 넘어 이 평범한 청년들이 왜 아무 의심 없이 사살 명령을 이행했는가를 묻기 시작할 때 책임감 있는 기억으로 바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공수부대의 일원으로 광주 학살에 참가한 후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로 20년 이상 정신병원을 전전한 김동관 씨나 조현병 판정을 받고 정신병원에서 숨진 하태형 씨를 사회적 망각에서 건져내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이들이 확신을 갖고 자원했는지, 아니면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학살에 가담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지휘관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군인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기보다는, 양심의 가책 때문에 괴로워했다는 점이다.”
“ 조심스러운 대화 끝에, 누군가 세 번 이상 용서를 간청하면 반드시 용서해주어야 한다는 용서의 율법이 아버지의 입에서 나오자, 그 틈을 타서 아들은 용서를 간청하던 상인의 이름을 꺼냈다. 용서의 율법에 따라 상인도 용서해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랍비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그를 용서하고 싶어도 용서할 수가 없다. 기차 안에서 그는 내가 누군지 몰랐다. 그러니까 그는 내가 아니라 어느 이름 없는 사람에게 죄를 지은 셈이지. 그러니 나 말고 그 이름 없는 사람을 찾아가 용서를 구하는 게 옳다.”
“ 비젠탈이 죽어가는 ‘어린 양’을 용서하지 않은 것이 양심의 가책을 받을 일은 아니다. 용서를 강조하는 일부 가톨릭 신부들처럼, 자신의 죄를 진정으로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는 사람에게서 속죄의 기회를 빼앗았다고 비난해서는 곤란하다. 용서를 빌지도 않은 자를 용서하기는 당연히 불가능하지만, 용서를 빈다 해도 피해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용서를 빌었다면 그 다른 사람이 용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더욱이 이 나치는 유대인 ‘아무나’ 한 사람을 불러 용서를 구함으로써 유대인 전체를 하나로 묶어 죄악시해온 나치의 논리를 여전히 답습하고 있었다.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일면식도 없는 비젠탈에게 마지막 용서를 구함으로써 이 나치는 자기가 해야 하는 도덕적 결정의 부담을 비젠탈에게 떠넘겨버렸다. 편안한 죽음을 맞겠다는 일념으로 이 나치 범죄자는 자신이 죽인 그 유대인들 대신 유대인 아무에게나 용서를 구하고, 그를 용서하지 못한 그 유대인 아무개는 스스로를 책망하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프리모 레비의 냉정한 평가에 따르면, 이 나치는 자신의 편안한 죽음을 위해 다시 한번 유대인을 도구로 사용한 데 지나지 않는다. 자신의 평온한 죽음을 위해 ‘유대인을 아무나 한 명 데려다 달라’고 한 그의 행동은 이기적이고 뻔뻔하기 짝이 없다. 그는 단지 자신의 죄책감과 고민을 유대인 아무에게나 떠넘기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고 보면 그는 그때처럼 죽음이 임박하거나 적어도 독일의 패망이 확실해졌을 때에야 참회했을 법한 인물이다. 나치의 제3제국이 승승장구하고 자신이 승리의 특전을 마음껏 누리는 상황에서도 그가 진정으로 참회하고 용서를 구했을지는 의문이다.” - 고해 성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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