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발견하는 독서기록법, <하루의 책상> 같이 읽어요.

D-29
에밀리 디킨슨의 시집도 꽂아둡니다~
절대 돌아올 수 없는 것들한 꺼풀 벗기듯 몸으로 느껴진다면, 그게 시예요. 오직 이런 식으로만 나는 시를 알아요. 다른 방법 있나요? _에밀리 디킨슨, 토마스 웬트워스 히긴슨에게 보낸 편지에서 파시클 출판사의 첫 에밀리 디킨슨 시집 『절대 돌아올 수 없는 것들』이 새로운 표지와 구성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개정판 『절대 돌아올 수 없는 것들』은 초판에 수록된 시들을 필사본에 맞춰 시 형식을 다시 정리하여 옮겼다. 『절대 돌아올 수 없는 것들』 은 에밀리 디킨슨의 시들 가운데
마녀의 마법에는 계보가 없다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기획에 따라 선정하고 번역한 작품 55편을 7장으로 모아 편집하였다. 에밀리 디킨슨의 다른 시들과 마찬가지로 자연에 경탄하고 삶과 고독과 죽음, 상실과 경이로움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특히 이 시집에서는 시간과 공간을 훌쩍 넘어 존재한 시인의 페미니스트 면모를 충분히 발견할 수 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여러분 풀떼기 안 좋아하시나여!! 씀바귀나 민들레도 괜찮아요. 편하게 같이 놉시다! 다른 위치에서 알던 식물을 보는 반가움도 있지 말이죠. <하루의 책상> 책을 저도 늦게 읽기 시작했지만 너무 재밌게 술술 읽혀요. 와닿는 문장도 많고 울컥 위로도 되고요. 관련해서 소소한듯 소중한 이야기로 수다 떨기도 무척 좋은데 말이죠! 책을 핑계로 저와 함께 놀아요. 놀아주세요(?)
'짝사랑: 책상 밑에 쓴 편지'에서 뭔가 제 일기장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쓰고 싶지만 쓰지 않는 사람의 모습이 제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거든요. 그 부분을 읽으며 뭉클한 맘이 들었어요..
구름그림님. 글 남겨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저도 뭉클했는데요. 쓰고 싶지만 쓰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씀에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 전에 말씀해주신 블로그 리뷰와도 연관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 '1부 짝사랑: 책상 밑에 쓴 편지'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을 공유해주세요. 이 부분이 왜 나에게 와닿은 것 같으세요? 어딘가에서 같은 책을 읽고 있을, 당신이 궁금해요.
좋아하는 대상에서 멀리 떨어져 그 마음을 키워 가다 보면 대상을 마음대로 이상화하게 된다. 어떤 대상이든 절대적으로 이상화하거나 실망할 필요가 없다는 걸 지금은 알고 있지만, 그때는 몰랐다. 문학과 문학을 하는 사람을 모두 나와 다른 세계의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재능을 지닌 선택받은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는 세계.
하루의 책상 p. 20, 하루 지음
버림받지 않으려면 사랑받아야 한다고, 혹은 사랑받지 않으면 버림받는다고 생각할 때마다 발밑이 까슬까슬하게 느껴졌던 순간들. 그리고 누군가에게 버려지기 전에 먼저 그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날카로운 마음들까지. 책상의 뒷면에 그림 그리듯 휘갈겨 쓸 수 없는 것들이었다.
하루의 책상 p. 27, 하루 지음
20대까지 이런 생각을 가졌던 적이 있었어서 이 문장을 읽고 깜짝 놀랐었어요.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어쩐지 과거의 내가 위로받은 느낌이랄까요?
저도 이 문장 아프게 와닿았어요. 아직도 가끔은 발밑의 까슬함을 느껴서 불안할 때도 있는데요. 이 문장이 과거의 나를 위로하면서 현재의 나를 다독이기도 한다고 느꼈네요.
돌아보니 어느새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3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가장 크게 변한 점을 꼽자면 때때로 찾아오는 부정적인 감정에 조금 더 너그러워진 것. 예전의 나는 부족한 점이 드러날 때마다 크게 속상했다. 누구보다도 냉정하게 반응하고 자신을 질책하며 그 감정을 키워나갔다. 나보다 나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말을 되뇌며 집요하게 스스로를 싫어했는데, 이제는 그것이 나의 전부가 아님을 이해하고 거리를 둘 수 있게 되었다. 글을 쓴 덕분이었다. 종이 위에 옮긴 이야기 속 나에게서 조금씩 떨어져 나올 수 있었다.
하루의 책상 p.13, 하루 지음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오늘은 이런 날이었고 무엇을 했습니다, 같은 일기가 아니라 나를 괴롭히는 마음, 내가 가장 오래 생각하는 것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 정해진 요일마다 학교에 일기장을 제출하던 시절이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힘이 되었다. 누군가 이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조금씩 기대를 하게 되었다. 내 마음이 전달될 것이다, 조금이라도 이해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같은 기대.
하루의 책상 p.27, 하루 지음
책상의 뒷면을 들키는 악몽이 누군가 그곳을 들여다 봐주길 원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한 마음을 보여주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도. 누군가와 함께 좁은 책상 아래에 기어들어가 마구 휘갈겨 쓴 낙서들을 보며 나는 사실 이런 사람이라고 키득거리고 싶었다.
하루의 책상 p.29, 하루 지음
다만 정해진 답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모두가 인정하는 답이 있고 나만 그것을 모른다는 두려움. 아무리 노력해도 틀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시 읽기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아가려는 나의 발목을 묶는 감정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연습이기도 했다.
하루의 책상 p.38, 하루 지음
질병과 고통을 독창적인 시선으로 성찰한 앤 보이어의 『언다잉』에는 통곡을 위한 공공장소를 만들고 싶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누구든 필요하기만 하면 적절한 장비를 갖춘 곳에 한데 모여 괜찮은 동지와 울 수 있는'. 이 문장을 읽으며 일본 테시마 섬에서 찾아갔던 아카이브를 떠올렸다. 마을버스 한 대가 유일한 교통수단인 작은 섬의 끝자락에 크리스티앙 볼탕스키의 심장 소리 아카이브를 체험할 수 있는 건물이 있다. 건물이라고 썼지만 방 두 칸 정도 크기의 검은 나무 오두막. '하트룸'이라는 곳에 들어서면 깜깜하고 고요한 방에 사람들의 심장 소리가 가득 울린다. 그리고 그 소리에 맞춰 작은 전구 하나가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한다. 검은 방에 혼자 서서 사방을 채운 심장 소리를 듣고 있으면 심장이 함께 뛰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울컥했다. 누구든 필요하기만 하면 하나씩 다가와 울 수 있는 공간을 떠올리면 심장 소리가 가득한 어두운 방이 떠오른다.
하루의 책상 p.46, 하루 지음
언다잉 - 고통, 취약성, 필멸성, 의학, 예술, 시간, 꿈, 데이터, 소진, 암, 돌봄시인 앤 보이어는 2014년 마흔하나의 나이에 대단히 공격적인 ‘삼중 음성 유방암’을 진단받는다. 『언다잉』은 이 암이 유발하는 고통을 견딘 과정을 기록한 투병기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자기 자신의 몸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렇게 책을 읽으며 그동안 완전히 균형을 잃고 읽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부분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건 내가 그를 모르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곳을 모른다. 나는 그곳이 궁금하지도 않았다. 나는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찾아본 적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정도만 알고 있다. 그건 그들의 목소리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 의해 전달된 것이었다.
하루의 책상 p.52, 하루 지음
내가 읽은 책들을 머릿속에서 모두 꺼내 같은 나라의 작품끼리 모아 지구본 위에 붙이면 미국과 영국이 지구의 절반 이상을 덮을 것이다. 영어로 출판된 작품이 있는 다른 지역은 그나마 존재가 인식될 정도의 크기로, 나머지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희미할 것이다.
하루의 책상 p.53, 하루 지음
저도 작가와 같은데요. 한국, 영미권, 일본 조금... 말고 다른 나라의 책은 읽은 게 없어요. 내 세계가 정말 편향되어 있겠구나 경각심이 들었네요. 동아시아 작가의 책도 찾아봐야겠다 생각도 했어요.
감정은 돌아서도 잊히지 않는 것,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러니까, 같은 단어와 어울렸다.
하루의 책상 p.53, 하루 지음
어떤 소설은 책을 펼치자마자 나오는 등장인물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냥 이름일 뿐인데, 어떤 이야기인지 알아보기도 전에 이름을 듣자마자 어렵다고 느꼈다. 실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낯선 것임에도. 낯섦은 관계를 묘사하는 말이지만 어려움은 난이도를 포함한 말이 된다.
하루의 책상 p. 54-55, 하루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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