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부분을 이야기하지 않고 어떤 부분을 이야기하기로 결심하느냐에 따라 그것은 완전히 새롭게 태어날 수도 있었다.원형의 이야기를 찾아보지 않는다면 그것이 청자에게는 유일한 이야기로 남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 어디에 나의 시선을 둘 것인가. ”
『하루의 책상』 p.138-139, 하루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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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현생에서 누군가에게 통과된 나를 볼 때 매번 든 생각은, 이렇게 내가 오해 되고 있구나 라는 좌절감이었다. 말하는 이의 시선 속의 내는 매번 내 의도와 다르게 뒤틀려 있었다. 모든 이해는 오해의 한 형태일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진 않지만, 이렇게 몰라주다니. 잘 이해 받고 싶었다. 잘 들키고 싶은 마음. 누군가의 입을 통해 뒤틀어진 나를 보며 오해 받기 싫어서 입을 다물고 숨기다가, 이제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해석하는 위치에 있어야겠다 생각했다. 잘 이해 받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잘 이해하고 싶다.
도리
“ 좋아했던 고전을 다시 읽으면서 멈칫하는 순간이. 작가의 의도에 집중해서 주인공의 이야기만 따라갈 때는 괜찮았다. 그런데 다시 읽으니 자꾸만 주변 인물들이 눈에 밟혔다. 자유를 갈망하고 이상을 좇는 주인공이 자신을 따르는 여성에게 폭력을 가하고. 억압에 저항하고 고뇌하던 인물의 골목길을 방황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성매매를 하고. 아무도 숨기지 않았지만 그냥 지나쳤던 장면을 발견할 때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잠시 멈춰야 했다.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들이 그렇지 않게 되었다. ”
『하루의 책상』 p.141, 하루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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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해야지.
나와 비슷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에게 늦지 않게 발견되기를 바라며. 이야기의 밤을 무사히 통과하기를 응원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