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한은형 소설가와 [위대한 개츠비] 함께 읽기

D-29
돈은 매우 소중한 것이고, 돈 없이 살 수도 없지만 돈이 전부는 아니라는 말. 어찌 보면 뻔한 그 말을 잘 보여주는 게 개츠비의 상황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돈이 없어서 데이지에게 선택받지 못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돈을 충분히 벌어서 데이지 앞에 나타났는데, 펼쳐지는 현실은 본인의 예상과는 다르고......
자부심이란 뭘까요. 상당히 슬픈 말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자부심.
데이지의 울음엔 톰과의 잿빛 결혼생활과의 대비에서 오는 어떤 회한이 아닐까 싶어 맘이 좀 저릿했습니다. (처음 읽을 때는 그저 데이지 성품의 가벼움 정도로 치부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개츠비도 순수한 아름다움을 동경하는 대이지를 알고 있었던건 아닐까 싶구요. 개츠비와 데이지가 처음 만나 설레던 시절의 아름다움이 화려한 셔츠에 비쳐진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이젠 데이지가 취할 수 없는 것들이죠.
저는 데이지와 개츠비의 유치한 성정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배우고 갑니다. 다시 이 장면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감사드려요. 깊이 읽어주신 덕에 저도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책을 처음으로 완독 했어요 물론 영화도 보지 않았고 해서 이 기회를 이용해서 읽었습니다. 그런데 전 잘 모르겠네요, 왜 이제목이 " 위대한 개츠비 " 인지 역설적으로 쓰인 것 같네요, 역시 제 취향은 아닌 듯 내용도 너무 모호하고 ,,, 다시 읽어 봐야 하나, 모두들 너무 좋다는 데 ...
모두들 좋다고 해서 내가 좋을 필요가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pyomom님의 그 기개가 좋아 보입니다. 내가 좋아야 좋은 것이지요.
셔츠 장면에서 데이지가 스스로의 결혼 생활을 반추할 정도로 자기 성찰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즉흥적이고 순간적인 자극에 예민했다가는 이내 휘발되는 모습이 데이지의 정체성 같았어요. 순수하게 셔츠의 아름다움에 감격해서 흘린 눈물이 아니었을까요? 아울러 개츠비 역시 그런 그녀의 성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찰나적인 파티들을 계획했던 거겠죠.
화제로 지정된 대화
열여섯 번째 날입니다. 오늘까지 5장을 읽었으니 내일부터는 6장을 읽겠습니다. 개츠비가 5년 동안 데이지를 만나고 싶어했던 것처럼, 그렇게 간절하게 바라던 게 있으신가요?
그렇게 간절하게 원한 게 있었던 것 같은데, 과연 그걸 갖기 위해 개츠비처럼 어마어마한 노력을 하고 또 결실을 맺었는가를 생각하니, 웬지 겸손해집니다. ^^ 그냥 나는 그렇게 간절히 바래지 않았던 걸로... 그랬기에 위대해지지 않은 걸로 위안 삼으려고요. 5장 마지막 대목의 노래 가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한 가지는 분명하지 다른 일은 잘 몰라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에게 생기는 건 아이들뿐 그러는 동안 그러는 사이……' 5년이란 시간 동안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먹여살릴 입만 느는 법인데, 개츠비는 어떻게 신분상승을 이뤘을까요? 6장에서는 그 비밀이 드러날까요? 갈수록 흥미로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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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창호 감독이 최근에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더군요. 저도 비슷하게 5년을 간절하게 바라며 견디기 전에 인생을 더 생각했습니다. “너희들이 힘들어질 때 영화보다 인생을 더 생각하라고.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루어지는 아주 소수의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거를 샘플로 ‘오징어 게임’을 할 수는 없잖나.”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497
모두들 꿈을 얘기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세상이죠. 조금 이상한 얘길수도 있는데, 요즘에는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은 더 명확히 인지하고 냉소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물론 저도 포함해서 하는 말입니다. 소설 속 캐러웨이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아마 이상할 정도로 낭만성에 부풀어서 자기 인생을 창작하듯이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개츠비가 더 흥미로운 게 아닌가 합니다. 대부분은 캐러웨이처럼 소설(기록)을 쓰는 데서 그치는데 개츠비는 소설을 살잖아요. 생각해보면 되게 이상하죠. 전 가끔 무언가에 헌신적이다 못해 광신적으로 몰두하는 사람을 볼 때, 기형종을 보는 것처럼 매혹과 거부감을 동시에 느낍니다. 아마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데요. 조금 생소한 분야일 수도 있는데 텍스트를 바탕으로 시각예술을 구현하는 제니 홀저가 말했다죠. "내가 원하는 것으로부터 날 지켜줘."
원문은 이렇네요. "Protect me from what I want."
libera me 리베라 메 라는 라틴어가 떠오르네요 나를 구원하소서 시각적인 쾌감을 추구하는 미디어는 소비를 부추기지만, 책은 욕망의 절제를 권합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욕망으로부터 독서가 저를 구원해주길 소망합니다.
그러신가요... 저는 욕망쟁이라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 욕망으로 번들거리더군요. 대충 그러려니 삽니다만...
<마담 보바리> 읽으셨겠죠? "더 욕망으로 번들거리더"라는 말씀을 들으니 딱 그 자체인 그녀가 떠오르네요.
지금처럼 마담 보바리도 다같이 읽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제가 스무 살때 대학 수업에서 과제로 <마담 보바리>를 읽으면서요, 너무 지겨웠거든요. 그런데 몇 년 전에 다시 읽으니 아, 뭐라고 말할 수 없이 잔인하면서 아름답더군요. 언젠가 마담 보바리에 대해 쓴 글에서 저는 이렇게 썼었습니다. '책을 너무 좋아해서 신세 망친 여자의 이야기'라고요. 마담 보바리는 책을 보면서 욕망을 부풀리고 부풀려가는 대표적인 인물이라서요.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그래서인지 전 가끔 책 자체가 징그러워요. 읽고 있으면서도 참 이상한 물건이구나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요즘처럼 똑똑한 사람이 많은 세상에서, 시간이 금인 세상에서 책처럼 시간을 내다버리기 좋은 매체가 또 있을까 싶네요.
세상 가장 요물 오브 요물이 책이라고.. 저는 지하철에서 책에 푹 빠져서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몰래 보게 되더라구요. 저분의 그 순간 기쁨을 궁금해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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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그믐,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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