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아버지라는 인물은 너무 전형적으로 그려진 것처럼 보여요. 아마도 주변에서 가정폭력을 일삼는 남자들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책나눔] 여성살해,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 필리프 베송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D-29
레모
호디에
@레모 맞아요. 인물들 중에서 가장 익숙한 인물이 아버지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아버지의 서사 중에 이혼 가정이라는 점은 조금 불편했습니다. 한부모 가정에 대한 고정관념이 강화되는 것이 아닐까, 마음에 걸립니다.
borumis
이혼가정인 것보다는.. 이 아버지가 이혼하고 아예 아이들 삶에서 사라져 버린 게 문제인 것 같아요.. 보통 이혼해도 아이들하고는 계속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데 이 아버지는 일부러 그들 삶에서 사라진 듯.. 주인공의 아빠도 아이들의 삶에서 방관자같고 실제 양육은 엄마가 주양육자였죠..
호디에
@borumis 말씀에 동의합니다. 다만 주인공 남매의 아버지처럼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어머니 혼자 양육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대신 아버지가 바뀌지 않는 한 가족으로부터 격리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소설 속 피해 가정이 가정폭력이 사회문제가 아니라 개인 각자가 해결해야 할 사적인 문제로 여겨지는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borumis
맞아요. 어머님이 조금만 더 일찍 아빠 곁을 떠났더라면.. 이 비극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네요..ㅜㅜ 이미 어머니가 아이들의 양육과 가정의 일을 혼자 도맡아 하시고 아빠는 더이상 바뀌거나 나아질 일말의 희망도 없는데.. 왜 계속 있으셨나요..ㅜㅜ 헤유..
빨간리본
우리나라도 과거 이런 가정 폭력에서 여자가 참고 사는 게 미덕인 듯 보였죠. 그게 가정을 지키는 것처럼요. 그렇게라도 가정을 유지하는 게 아이들을 위해 좋은 것처럼.. '폭력'에서 가정을 지키는 건 사회가 함께 해야 할 일이 됐지만 아직도 가정을 사적 영역으로 한정해서 개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가정사가 밖으로 공개되는 걸 거부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가정폭력이 계속 이어지지 않나 싶네요.
borumis
“ 그날 저녁, 나는 동생에게 모두 쓸데없다는 말을 하지 않기 위해 애썼다. 앞으로 동생을 짓눌러 바닥까지 끌어내릴 무게를 생각하면, 지금 동생은 부질없는 것이나 빈껍데기에 매달릴 권리가 있었다. ”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 97,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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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 어머니는 남편의 구타, 가정폭력, 가스라이팅을 <그런일>이라고 불렀다. 어머니는 정확한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고백하지 않은 것이다. 동생은 어머니의 말에 수긍했다. 구렁텅이를 숨기면서 그런일이라고만 말한 것이다 ”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114,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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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대부분의 가정폭력이 이런 방식으로 가정내에서 은폐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집안의 흉한일이 밖에 알려지는 것이 부끄럽고 싫어서 고통을 숨기는게 급급한 경우가 많다 보니 ... 가정폭력을 막기가 더 어렵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듯 합니다
borumis
그쵸.. 가정폭력 뿐 아니라 학교폭력 성폭령 등 여러가지 폭력이 잘못한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숨기려고 하더라구요..ㅜㅜ 왜 가해자가 더 당당한건지..
그래서
나는 깊은 곳에서 올라와 잔잔한 수면에서 터지는 기포들처럼 당시에는 무심히 지나친 일들을 시간을 거슬러 다시 유심히 살펴보며 모으고 있었다. 그러자 선명한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115,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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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느리지만 급진적인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시선, 즉 제3자의 시선'이 필요하다는 말에 밑줄을 긋고 싶네요.. 가정 폭력의 해법 중 가장 첫 걸음은 미세한 변화를 감지해내는 이 제3자의 시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STARMAN
“ 나는 다시 한 번, 딸에게 걱정 끼치지 않으려고, 남편의 화를 돋우지 않으려고, 몰래 약을 삼킨 뒤 약이 담긴 주머니를 아무도 보지 못하게 약장에 넣고 급히 문을 닫고 심호흡한 뒤 욕조에 걸터앉아 있다가 화장실을 나서며 억지로 괜찮은 표정을 짓는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고 만다. 어머니가 느꼈을 외로움과 혼란을 짐작해보니 동생의 말이 더욱 고통스럽게 메아리쳤다. 나는 한 번도 그 곳에 없었다. ”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18 / p88,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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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MAN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어머니를 떠올리며 함께하지 못했음을 후회하는 주인공과 몰래 약을 먹으며 괜찮은 척 애썼던 어머니, 그리고 이를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동생의 입장이 모두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고통이, 무기력함이 일상이 되어버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군가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면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요.
sabina
프랑스 2~3일에 1명꼴로 가정폭력으로 여성이 사망한다는 기사를 봤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는 사실이라고? 믿기지 않았는데 실화를 이렇게 접하니 씁쓸하네요ㅠㅜ
김새섬
바로 며칠 전 기사인데요 호주의 남성폭력도 심각해졌다고 합니다. 친밀한 파트너 관계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이 전년 대비 28퍼센트 증가했다고 나오네요. 거꾸로 가는 세상입니다. 국제적으로도 사안의 심각성을 좀 더 인지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https://edition.cnn.com/2024/04/29/australia/australia-women-gendered-violence-intl-hnk/index.html
꼼지락사이
책장을 열고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더이상 그 낯설지 않은 고통을 회피할 수 없음을 온 몸으로 깨닫고 말았습니다. 책을 덮을 때까지 문장 하나하나가 맘 속으로 들어와 과거의 웅크린 나를 깨우고 들여다보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나는 중요하지 않"다는 스스로를 부수적 피해자로 칭하는 그의 말에 부당하다며 "그는 중요했고,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서는 안 되었다."는 서문 속 문장이 화두처럼 남아 이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과 동생의 삶, 저와 가족을 사유하였습니다. 다시 처음부터 읽으며 좀 더 찬찬히 생각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이런 책을 같이 읽을 수 있는 장을 열어주신 레모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해묘
원제는 딱 작가가 하고 싶은 메시지를 남은 사람들을 배려하며 축약시켜 놓은 것 같아요. 번역본 제목도 자극적인 기사들이 난무하는 요즈음 한 명의 이목이라도 더 끌어 관심을 가지게 하는 괜찮은 제목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13-14장이 가장 읽기 힘든 구간이었습니다. 사건과 관련이 없는 제3자의 경우라면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을 법한 내용 같은데, 나와 너무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람이니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고 애쓰는 것 같아서요. 원망의 마음과 연민의 마음이 공존하는 듯해서 슬펐습니다.
상황을 목 격하지 않았지만 중요한 인물이고, 목격자인 동생을 돌보아야 하고, 또 이런저런 일들도 감내해야 하는 화자 '나'의 아픔이 너무 걱정되고 마음이 아파요. 할아버지마저 없었다면 '나'의 고통은 어떻게 발현되었을지 상상할 수도 없어 슬펐습니다.
greeny
나는 한 번도 그곳에 없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88,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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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y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정신없이 내 미래를 위해 나아가는 2~30대에는 부모님에게서 갑자기 떠나버리는 느낌이 든다는 걸 이 문장을 보고 새삼스레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성인이 되고 나서 처음에는 부모님과 떨어져서 친구들이랑 놀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하느라 시간을 보내면서 부모님과 멀어지고, 시간이 지날 수록 내 앞가림을 하기 바빠서라는 핑계로 부모님과 더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보는 내내 너무 안타깝고 답답했는데, 결국 그 무관심은 내가 만들어냈고, 그래서 그 책임이 나에게도 있는 것만 같아서 내가 조금 더 자주 들여다보고 같이 시간을 보냈더라면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들어오는 느낌이었달까요. 보면서 그냥 부모님과 자주 시간도 보내고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유독 많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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