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나눔] 여성살해,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 필리프 베송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D-29
@도리 "그게 무슨 차이가 있나요?"라는 문장까지 읽었을 때 제 머릿속 다음 문장은, "의도적 살인인지 과실치사인지가 달라집니다."였는데요 암살이 나와 당황했습니다;;;
저도 수북강녕님처럼 생각해서 국어사전에 '암살'을 쳐봤었어요. 허허. 암살:몰래 사람을 죽임. 이 뜻이길래 오잉하며 해소되지 않은 물음표가 있었는데요. 의도살인/과실치사 이걸로 이해하고 넘겼습니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눈빛에서 동생이 내게 소리 없이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럴 줄 알았잖아, 안 그래?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잖아?'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숙였다. 동생이 대답했다. "모르겠어요"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59-60,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한 번 잡은 손을 놓을 수 없더군요. 기차를 타고 보르도 집으로 가는 나의 모습과 생각을 보며 카뮈의 <이방인>이 떠올랐습니다. 뫼르소가 어머니의 부고를 듣고 마랭고에 있는 양로원을 가는 모습이 겹쳐보였던 것이죠. 현실과 비현실의 느낌이 혼재되어 있는 그런 상태라고나 할까요?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없다. 그 당시 주기적으로 탔던 기차라 눈에 익은 풍경들이 스쳐갔다. 그러나 나는 풍경을 보지 않았거나, 볼 수 없었다. 녹색, 지나가는 녹색, 끝없는 들판. 그 어떤 것도 내 주의를 끌지 못했다. 잡지 읽는 데 푹 빠진 아주머니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어수선한 여자아이, 그 아이의 고함과 부산스러움이 거슬렸던 게 기억난다. 그런 내가 싫었다. 짜증을 낼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이 얼마나 유약한지도 모르고 주변의 비극에 개의치 않는 이 아이를 경이로워 했어야 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34,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일어날 일이었어.' 아니.'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어.? 그렇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그런 예측을 해본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29,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자신이 얼마나 눈이 멀어 있었는지 깨달았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 부부의 문제를 단숨에 살인을 저지른 남자의 광기를 어떻게 못 보고 지나칠 수 있었을까? 베르종 아줌마가 굳이 내게 털어놓지 않아도 공포와 괴로움에 질린 눈빛이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베르종 아줌마의 표정에 죄책감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레아를 더욱 세게 껴안았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47,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뉴스에서 만나는 부모의 아동학대 살인 사건, 수 많은 데이트 폭력들... 가장 잘 아는 가족이나 지인으로 인한 이 끔찍한 사건들을 접할 때 마다 마음이 무거운데요. 뉴스 몇줄로 접하던 사건의 이 면을 적나라가게 지켜보는 듯한 ....생생하고도 고통스러운 기분으로 읽고 있습니다. 사실적이고도 깔끔한 문장 덕분에 더욱 몰입하게 되네요
이 폭풍 속에서 분명한 사실과 단순한 진실이 동생에게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 25,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이제 나는 레아가 내 말을 잘랐다고 믿는다. 나를 보호하기로 한 사람은 바로 동생이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 25,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일관성과 객관성을 확립하고 그 말에 의미를 부여하려면 큰 소리로 발음해야만 했다. 그 말의 내용과 조금이라도 거리를 두고 싶은 헛된 희망을 품은 채.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 29,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있을 수 없는 일을 있을 법하게 만드는 것은 종종 평범한 이미지들이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 31,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 벌어져도 어떤 반사적 행동들은 여전히 남아 있는 법이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35,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동생은 마치 어머니가 아직 숨을 쉬는 듯, 살아 있는 사람인 듯, 마치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는 듯 '엄마랑' 있다고 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23,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그렇게 난 어머니의 시체 옆에 있는 레아를 보았다. 이 이상한 이야기에는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나는 실제로 그 장면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 장면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 24,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생각해보면 어머니는 자주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택시 안에서 나는 그동안 그 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기에는 분명 원인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36,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이 소설에 나오는 장소를 경찰과의 대화로 유추해서 구글맵에서 찾아보니 그냥 평범한 마을이고 학교 학생들이 다니는 곳 같은데.. Blanquefort, Rue Poumeau Delille에 있는 Republique 버스역은 프랑스 남서부의 보르도시 외곽에 있는 작은 동네입니다.
아버지의 평소 남탓하고 피해망상적인 성격, 그리고 어머니의 불안한 태도 등에서도 사건의 조짐이 보이네요. 어쩌면 두 남매의 반응이 충격받았지만 또한 이상하지 않다는 것도 그런 과거의 아버지 모습을 그려주네요.
책 잘 받아서 읽기 시작했어요. 감사합니다! 한 번 잡으면 놓기 힘든 책이라는 말씀을 1장 읽으면서 완전 공감하게 되네요. 그동안 저도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때, 우리의 관심이 미처 미치지 못하는 곳에 있는 이들’에게 관심을 두지 못했다는 걸 서문을 읽으며 깨달았고, 그래서 ‘나는 중요하지 않아, 내게는 단어가 없어’라는 말이 더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앞으로 남은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네요.
보내주신 책 잘 받았습니다. 주말에 절반 정도 읽었는데, 말씀하신 것 처럼 가독성이 있는 책이긴 하지만 중간중간 도저히 책장이 안넘어가 덮어놓고 한참을 멍하게 있다 다시 펼치곤 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책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북다] 《어느 순간을 가리키자면(달달북다07)》 함께 읽어요! (+책 나눔 이벤트)[이 계절의 소설_겨울]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함께 읽기[이 계절의 소설_겨울] 『해가 죽던 날』 함께 읽기[다산북스/책 증정] 『마흔을 위한 치유의 미술관』을 저자&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저물어 가는 한 해를 정리해요 🙌
[2024년 연말 결산] 내 맘대로 올해의 책[2024년 연말 결산] 내 맘대로 올해의 영화, 드라마
1월1일부터 고전 12권 읽기 챌린지! 텀블벅에서 펀딩중입니다.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같이 읽고 싶은 이야기_텍스티의 네버엔딩 스토리
[책증정] 텍스티의 첫 코믹 추적 활극 『추리의 민족』 함께 읽어요🏍️[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박소해의 장르살롱] 11. 수상한 한의원 [책증정] SF미스터리 스릴러 대작! 『아카식』 해원 작가가 말아주는 SF의 꽃, 시간여행
🍷 애주가를 위한 큐레이션
[그믐밤] 30. 올해의 <술 맛 멋> 이야기해요. [그믐밤] 19.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부제: 애주가를 위한 밤[서강도서관 x 그믐] ④우리동네 초대석_김혼비 <아무튼, 술>
남들보다 한 발짝 먼저 읽기, 가제본 북클럽
[바람의아이들] "고독한 문장공유" 함께 고독하실 분을 찾습니다. 💀《화석맨》 가제본 함께 읽기조지 오웰 [엽란을 날려라] 미리 읽기 모임[선착순 도서나눔] 중국 대표 작가 위화의 8년 만의 신작 《원청》! 출간 전 같이 읽어요
혼자 읽기 어려운 보르헤스, russist 님과 함께라면?
(9) [보르헤스 읽기]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언어』 1부 같이 읽어요(1) [보르헤스 읽기] 『불한당들의 세계사』 같이 읽어요(2) [보르헤스 읽기] 『픽션들』 같이 읽어요
스토리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모였어요.
스토리 탐험단의 첫 번째 여정 [이야기의 탄생][작법서 읽기] Story :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함께 읽기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함께 읽으실래요?
<책방연희>의 다정한 책방지기와 함께~
[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번외편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읽기[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번외편 <내가 늙어버린 여름> 읽기[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하금, 그믐, 지금
딱히 이번이라고 뭔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희망할 근거는 없었다.셰익스피어 시대에는 어느 여성도 셰익스피어의 비범한 재능을 갖지 못했을 거예요.횡설수설하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겨울에는 러시아 문학이 제 맛
[문예세계문학선] #01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함께 읽기[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브릭스 북클럽]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함께 읽기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우리 뇌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by 신아
[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4. 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과학자입니다[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3. 도둑맞은 뇌[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2.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1.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