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나눔] 여성살해,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 필리프 베송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D-29
모르겠어. 어쨌든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레아가 일부러 상처주려고 한 말은 아니지만, 내 귀에는 심판처럼 들렸다. 그들은 몰랐고, 그래서 나서지 않았을 거라는 의미로 말한 것이리라. 하지만 내게는 비난과 고발처럼 들렸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120,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자책감에 빠진 주인공의 입장이 너무도 이해가 됩니다. 이웃은 무관심했고 가족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소설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이야기 하고 있기에 ... 읽는 이에게도 이 부분은 비난과 고발처럼 들립니다.
그는 아내의 생사에 대한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는 뿌리 깊은 확신을 품고, 그 확신에 이끌렸을 것이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124,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연인 혹은 아내의 생사에 대한 권리를 가졌다는 착각, 상대방을 소유물로 여기는 태도... 너무 끔찍하네요 최근 뉴스에 보도된 데이트 폭력과 살해 사건들이 떠오릅니다ㅠㅠ
"그"로 지칭되는 아버지가 뿌리깊은 가부장제의 산물임을, 그래서 어머니를 그의 소유물로 보고 결국 그 비극을 저지르게 된 인물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을 아래에 문장 수집합니다. 그런 아버지이기에, 도망치다 잡혔을 때조차 "아, 아이들도 데려와주세요"(135쪽)라며 소령에게까지 "여전히 명령하고 요구"(135쪽)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겠죠. 자신의 가정의 일이고, 따라서 아이들에게까지 자신이 절대 권력을 갖는다고 여길테니 말이죠. 이러한 아버지와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지점에 어머니가 있습니다. 특히, 화자인 나가 동성애자임을 밝혔을 때 나에게 보인 어머니의 태도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어머니의 태도를 보면서 가부장제가 긴밀하게 이성애 중심주의와 연동되는 지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하기에 어머니는 "아버지에게는 알리지 말고,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131쪽)라는 판단을 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오해해서는 안 된다. 갑작스러운 광기가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바로 그 순간 나는 확신하게 되었다. 그는 아내의 생사에 대한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는 뿌리 깊은 확신을 품고, 그 확신에 이끌렸을 것이다. 그가 보여주었던 끈질긴 폭력이 그 증거였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124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그들은 몰랐고, 그래서 나서지 않았을 거라는 의미로 말한 것이리라. 하지만 내게는 비난과 고발처럼 들렸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원서 제목이 궁금해서 불어전공 지인에게 물었거든요. 처음엔 어? 너무 다른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책을 읽으며 와 정말 대단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모두가 행복해보이는 5월에 이런 책을 만나 생각이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먹먹해요.
화자도 화자지만 저는 동생이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마음이 쓰여요.. 사건을 말로 들은 사람과 그 현장에서 목격한 사람은 그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그 아이가 평생을 그 끔찍한 순간에 갇혀 살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번에도 어머니가 죄인이었다. 충분히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죄, 멍과 상처로 뒤덮이지 않은 죄. 헌병대가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았거나 도입부 진술만 기록한 것, 가장 기본적인 직감이 부족했던 것은 죄가 될 수 없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152,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제 부하는 남자라서 여자와 의사소통이 늘 매끄럽지는 못하죠. 또 남녀 관계는 당사자들만 아는 일이고, 문제가 발생해도, 이런 종류의 문제는 부부끼리 해결하는 거니까 끼어들면 안 된다고 제 부하도 보통 사람들처럼 생각했을 뿐이죠.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154,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여자와의 의사소통'이라니... 이걸 변명이라고 하는지, 참 기가막힙니다.
그때 나는 심각한 과실을 저지른, 타인의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더는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에게 가해진 충격을 치유하는 데 필요한 힘을 우리 안에서 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난 나는 틀렸다. 그것도 나중에 알았다. 너무 늦게.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156,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그래서 레아와 할아버지와 나, 우리 셋은 아무 힘없이, 초라하고 무기력하게 하루아침에 들어갈 수 없게 되어버린 어린 시절을 보낸 집 앞에 서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우리는 빈털터리로 거리에 던져졌다. 분명히 말하지만, 그들이 압수한 것은 우리의 주거지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우리의 삶과 기억을 압수하고, 우리의 일상이었던 것을 빼앗아버렸다. 어린 시절도 지워야 하는 것처럼, 더 거침없이 말하자면 우리는 개인 소지품과 옷도 빼앗겼다. 이 모든 것을 몰수당한 무례하고 어이없는 상황이 몇 달이나 이어지리라는 것을 우리는 몰랐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141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가정폭력이 일어났을 때, 어떠한 일들이 '절차상' 이루어지는지, 그것이 얼마나 피해자 중심이 아닌 행정 중심적인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위에 수집한 문장만 봐도 그렇죠. 특히, 사건 발생 일년 전 어머니의 신고에 대해 헌병대가 한 과실 그리고 그 과실이 밝혀진 현재 시점에서 그것을 변호하는 공무원의 처리 방식에 어이가 없어집니다. 또한 "남녀 관계는 당사자들만 아는 일이고, 문제가 발생해도, 이런 종류의 문제는 부부끼리 해결하는 거니까 끼어들면 안 된다"(154쪽)는 "보통사람들처럼 생각했을 뿐"(154쪽)이지 특별한 과실이 아니라는 안일한 태도가 가정폭력을 바라보는 사회의 주된 시선을 잘 보여주네요.
때때로 우히 삶의 궤적은 타인에 의해 결정된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76,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이번에도 우리어머니가죄인이었다. 충분히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죄, 멍과 상처로 뒤덮이지 않은 죄.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152,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동의하기 전, 그는 자신이 '이 모든 상황'을 원치 않았으며, 상황이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고,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으며, 그것은 '끔찍한 사고'였다고 우리에게 말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162,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읽을수록 화자(아들)에게도 분노를 느껴요... 대충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으면서도 엄마의 변화를 오직 엄마탓으로 돌리고 정신좀 차리라 하지를 않나... 파리로 도망가고 거리를 둔 이유에 그 넘 이유가 하나도 없었을까. 알면서도 자기도 선량한 피해자로 보이는 글이 거북해집니다...가면 갈수록 괜찮아지겠죠?
동생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이다. 그리고 무한한 애정이다. 어쨌든 나는 그렇게 확신했다. 그래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172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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