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나눔] 여성살해,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 필리프 베송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D-29
borumis
“ 똑같이 생긴 집이지만 베르종 씨의 집에서는 아무도 죽지 않고, 아무도 살해되지 않았다. 벼락에 맞는 나무가 있는 한편 간발의 차이로 무사한 나무도 있다. 이건 불운이냐 행운이냐의 문제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에 우연의 자리는 없었을 것이다. ”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 43,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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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나약하게 굴 수 없었다. 계속 이렇게 주문을 거는 편이 나았고, 그렇게 난 슬픔과 충격, 증오에 잠식되지 않았다. 내게는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레아가 있었다.
시간이 흐른 후 나는, 동생이 의도하진 않았지만, 너무 슬픈 격정이나 쓰라린 분노로부터 나를 구해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감정은 내게 허용되지 않았다. ”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45,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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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레아는 내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어서 나무를 껴안는 것 같았다. 동생은 팔을 늘어뜨리고 나를 마주 안지 않았다. 이 무기력은 적대감이 아니라, 동생에게서 삶이 빠져나갔다는 뜻이었다. 어떤 움직임도, 어떤 감정의 가능성도 없었다. 생기를 잃고 껍데기만 남은 모습에서 동생이 겪은 폭력성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45,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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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uxsie
지난주에 책 받고 이제 올리네요~책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얼른 읽어야겠어요!
호디에
놀랄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조바심, 불만, 격분. 그는 모든 걸 이미 갖고 있었고 그 모든 게 자리 잡고 있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69,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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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디에
나는 '행복하게'가 아니라 '즐겁게'라고 말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73,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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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디에
14장까지 읽었습니다.
레아에게 계속 질문을 해야하는 상황이 참 잔인합니다. 질문들이 너무 구체적이고 반복적이예요. 거기다 보여진 사실뿐 아니라 가해 살인자인 아버지의 감정이나 의도를 어떻게 짐작하냐는 질문까지 이어집니다. 유일한 목격자이기 때문에 부득이한 경찰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열세 살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가혹합니다.
유년 시절 부모의 이혼을 겪고 그것으로 부모를 원망했던 아버지. 그러나 그것이 가정폭력의 이유가 될 수는 없죠.
고모의 말에 따르면 아버지는 학창 시절부터 이미 거친 사람이었습니다. 결혼하기 전까지 어머니는 아버지의 거칠고 원망 섞인 분노를 경험하지 못했던 걸까요? 화자의 생각처럼 아버지의 어떤 면이 어머니의 마음을 샀던 지, 그들이 처음 만난 시절, 아버지는 적어도 어머니 앞에서는 다른 모습이었던건지, 저도 화자만큼이나 궁금합니다.
borumis
그쵸.. 저도 참.. 이렇게 어린 아이에게 이런 끔찍한 일, 그것도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객관적으로 바로 진술을 강요하게 하는 현실이 너무 잔인하네요..ㅜㅜ
얼마 전 그믐에서 읽었던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책을 읽고 실은 이런 가정환경에 의한 트라우마나 감정 조절 장애, 그리고 passion에 의한 치정 살인 등 이런 감정이 실은 우리가 속수무책으로 수동적으로 '당하거나 지배되는'게 아니고 우리 자신도 어느 정도 그 감정을 구성하고 우리의 감정에 책임을 갖는다는 혁신적인 감정이론을 다루고 있는데요. 저도 이런 치정 살인 등 감정의 영향에 의해 합리화되는 것에 반대하고 이 감정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법적 사회적 관행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어 transcript가 있는 TED talk가 있어서 첨부합니다.
https://www.ted.com/talks/lisa_feldman_barrett_you_aren_t_at_the_mercy_of_your_emotions_your_brain_creates_them/transcript?language=ko
저도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과 같은 책으로 감정적 영향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공유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말라
“ "아빠가 방금 엄마를 줄였어."
레아는 열세 살, 나는 열아홉 살이었다.
우리는 이 같은 성격의, 이런 규모의 재앙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분명히.
그런데 그런 일이 우리에게 벌어졌다. ”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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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
생각해보면 어머니는 자주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택시 안에서 나는 그동안 그 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기에는 분명 원인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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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
어떤 징조라는 게 있었음을 항상 뒤늦게 깨닫게 되는 거 같네요..
greeny
맞아요. 꼭 지나고 나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나면 깨닫는 경우들이 더 많아서 너무나도 슬픈 것 같아요.
borumis
그쵸.. 아빠가 말하던 것도 그렇고.. 레아의 전화를 받을때부터.. 아이들도 어느 정도 예감했던 것 같아요.. 평소에 얼마나 심했을지 생각만해도 끔찍하네요..ㅜㅜ
그래서
“ 나는 다가가 동생을 품에 안았다. 마침내 이 포근함에 기댈 수 있었다. 아니 그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레아는 내가 하는대로 가만히 있어서 나무를 껴안는 것 같았다. 동생은 팔을 늘어뜨리고 나를 마주 안지 않았다. 이 무기력은 적대감이 아니라, 동생에게서 삶이 빠져나갔다는 뜻이었다. 어떤 움직임도, 어떤 감정의 가능성도 없었다. 생기를 잃고 껍게기만 남은 모습에서 동생이 겪은 폭력성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