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나눔] 여성살해,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 필리프 베송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D-29
greeny
“ 우리는 질병을 염려한다.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가정은 애초에 하지 않는다. 상상조차 되지 않기 때문에, 근거도 없이 그렇게 믿는다. 우리는 살해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외한다. 절대로 살인 사건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영화나 주간지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21,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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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y
너 어디야?
부엌.
혼자 있어?
엄마랑.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23,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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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이 부분... 이 상황을 최소한의 대화로 독자에게 담담하게 보여줘서 더 충격적이었어요.
greeny
그쵸. 정말. 그냥 일상의 말인데, 상황때문에 그 간결함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ㅠ
해묘
한 가정 내에서 살인이 벌어지면 그것도 부모 중 하나가 다른 배우자를 죽였다면
남겨진 사람들은 정말 비극인 것 같습니다. 가족은 붕괴되어 버렸는데 타인에게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지의 가족이 되기도 하니까요. 온전히 그 슬픔을 느낄 수도 없고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가 하는 의문도 평생 사라지지 않겠지요.
피해자, 살인자의 자녀임에 동시에 목격자까지 되어버린 레아가 너무 안쓰럽습니다.
54쪽 '그런데 이상하게 소리도 들렸어요. 엄마의 비명 소리가 아니라, 칼로 찌르는 소리요. 그런 소리가 나는 줄은 몰랐어요.' 이 부분이 너무 가슴 아파요,
sabina
동생은 팔을 늘어뜨리고 나를 마주 안지 않았다. 이 무기력은 적대감이 아니라, 동생에게서 삶이 빠져나갔다는 뜻이었다. P26
으앗! 꿈을 잘 기억해두지 않아서요. (특히 나쁜 꿈은 더더욱!) 지금 어렴풋 기억나는 건 악몽까진 아니고 묘하게 현실 인물이 나왔고요 기분이 더러웠다! 만 남아있네요 ;;;;
김새섬
저도 밤에 잠자기 전 책을 조금 읽다가 스르르 자는데 이 책은 읽다가 가슴이 두근거려서 잠을 잘 못 이뤘습니다. 낮에 읽는 걸로...
도리
충격적인 사건에서 충격적인 것은 우리가 거기에 익숙해진다는 사실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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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나와 전화를 하는 레아의 태도가 인상적입니다. 비극이 벌어진 현장에 있는 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침착함이라고 하기에는 괴이함까지 느껴집니다. 극도로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레아와 같은 태도가 나오게 되는 것일까요?
나는 "이 소식은 펄펄 끓는 기름에 던져지는 튀 김처럼 나를 그 안으로 몰아넣는 것 같았다."(21쪽)라고 하는데, 그의 말처럼 "가장 정확한" 표현인 것 같이 느껴집니다.
한편, 화자인 나가 그 집의 딸인지, 아들인지 궁금해지네요. 레아는 이름으로 보아 여동생인 것 같은데 말이죠.
레모
아들입니다. 본가는 보르도 외곽의 작은 마을이고, 파이에서 살고 있어요.
지혜
네, 8장에서 비로소 "남매"(46쪽)라고 언급되네요~
quentin
시작부분이 막 몰아치듯 전개가 되어서 저도 왠지 화자가 언니라고 생각하며 읽었어요 ㅎㅎㅎ
도리
저도 처음에는 언니로 상상하며 읽었답니다.
도리
“ 잡지 읽는 데 푹 빠진 아주머니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어수선한 여자아이, 그 아이의 고함과 부산스러움이 거슬렸던 게 기억난다. 그런 내가 싫었다. 짜증을 낼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이 얼마나 유약한지도 모르고 주변의 비극에 개의치 않는 이 아이를 경이로워했어야 했다. ”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34,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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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 나는 범행을 저지르고 지쳐버린 살인자의 모습을 떠올렸고, 어머니만이 그의 유일한 희생자이고, 유일한 표적이고, 유일한 원한의 대상이었으며, 유일한 증오의 수신자이고, 유일한 폭팔의 원인이고, 유일한 화풀이였으며, 아무리 그가 자포자기 상태라 해도, 최후의 발악이라 해도 다른 순교자는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59,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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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 평소라면 17번을 눌렀을 것이다. 그러는 대신 나는 블랑크포르 경찰서 번호를 찾았다. 왜 그랬을까? 17번을 누르면 익명의 누군가가 전화를 받을 것 같았다. 어딘지도 모르는 사무실에서 헤드폰을 끼고 전화 교환기 앞에 앉은 사람이 절차와 매뉴얼에 따라 내 이름 철자를 묻고, 다시 묻고, 내 말을 의심할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을 버릴 것이고,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거나 미심쩍은 태도로 대해지는 것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수많은 전화를 받고, 말도 안 되거나 사소한 일로 전화를 거는 이들도 많기 때문에, 전화를 받으면 가장 먼저 통화를 분류하고 거를 것이라고 짐작했다. 나는 우리 도시를 아는, 어쩌면 내 어머니를 알았던 진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30-31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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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 "당신이 들은 것과 본 것, 느낀 것으로 미루어볼 때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려고 집에 온 것 같습니까, 아니면 싸우다가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것 같습니까?"
"그게 무슨 차이가 있나요?"
"암살자와 살인자의 차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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