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온지기와 함께 읽기] 욘 포세 <아침 그리고 저녁> , <샤이닝>

D-29
4월 24일 ~ 4월 30일 <아침 그리고 저녁> 5월 1일 ~ 5월 7일 <샤이닝> 2023년 노벨문학상 작가의 대표작과 신작을 함께 병행하여 읽어 봅시다. 얇지만 가볍진 않은, 쉬이 읽히는 듯하면서도 울림을 주는 욘 포세의 두 작품. 각자가 느꼈던 것들을 공유해봅시다.
반갑습니다! 욘 포세의 대표작과 신작 두 작품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는 모임입니다.
첫 책으로는 <아침 그리고 저녁>을 함께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샤이닝>을 워낙 몰입해서 읽었었고, 이 책을 먼저 접했었기 때문에 <아침 그리고 저녁>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는데요. 솔직히 말하면 <샤이닝>만큼 집중하기 힘들었습니다. 문장들을 곱씹어야 할 때도 많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들도 있었고, 상황 파악을 위해 몇번을 되돌아가다보니 얇지만 아주 느리게 읽히는 작품이었어요.
안녕하세요? <아침 그리고 저녁>을 사두고 읽지 못하고 있던 와중에 독서 모임을 보고 이 참에 읽겠다는 각오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도 작품도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는 상황이라 제가 얼만큼 깊이 읽어 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함께 읽으며 많은 이야기 나눌 수 있길 기대합니다.
혹시, 제 책만 그런 걸까요? <아침 그리고 저녁>의 문장에 마침표가 없는데, 이건 어떤 의도가 있는 걸 까요?
안녕하세요. 후기에 쉼표, 마침표에 대한 해설이 조금 있긴 했습니다만, 딱히 그 의도를 의식하고 읽지는 않았습니다. 독자분들이 읽혀지는 느낌 그대로 읽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쉼표를 기존 소설의 마침표로 해석하고, 마침표를 기존 소설의 문단이동으로 이해하고 읽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계속 의문이 남으신다면 작품해설을 먼저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소설 자체는 결말을 스포일러 당한다고해서 문제가 되는 작품은 아니어서요ㅎㅎ
책이 이리도 읽히지 않는 건 마침표가 없기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먼저 해설을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불쑥 올라오는 걸 참아냈습니다. 끝까지 읽어보고 나의 느낌과 작가의 의도를 비교해 보고 싶네요.
해설을 먼저 읽으면 읽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해설에 맞게 나의 해석도 편향될 수 있어서 일단 다 읽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소설을 다 읽고 여운이 채 가시기 전 옮긴이의 말을 읽었습니다. 욘 포세의 작품들이 '피오르의 자연'을 배경으로 한다는 말에 요한네스가 거닌 바닷가며 마을의 모습이 한층 업그레이드 되어 눈 앞에 펼쳐지는 듯 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단순하지만 진실된 삶의 태도는 경이로운 거대한 자연 속에서 사는 인간에게서만 나오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 그리고 저녁>은 두 개의 장으로 소설이 구성되어 있는데요. 1장은 '요한네스'의 탄생 즉, 아침에 대한 이야기고 2장은 '요한네스'의 죽음 즉, 저녁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목이 상당히 직관적이었어요.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은 현재 자신의 인생이 하루 중 어디쯤 도착해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단순히 기대수명에 의한 위치가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는 주관적 위치를 한 번 같이 공유해보면 좋겠습니다.
저는 현재 30대 중반인데요. 제가 고른 하루가 여름의 하루가 아니라 겨울의 하루라고 생각되요. 해가 뜬 시간(젊은 시절)은 짧고 밤의 시간(노인의 시간)은 길어진 게 현재라서요. 그래서 저는 정오는 지나고 13~14시쯤이지 않나 싶습니다. 겨울은 17시만 넘어도 어둑해지니 벌써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중이네요ㅠㅠ 인생은 긴데 전성기는 짧아진 게 현대의 인간인 것 같습니다.
"인생은 긴데 전성기는 짧아진" 표현이 참 마음에 와 닿습니다. 1장에서 막 태어난 요한네스가 2장 시작에 노인이 되어 있어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요한네스의 전성기도 책 1장의 끝과 2장이 시작되기 전의 간지 사이 만큼 짧은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10대 20대 때 막연히 내가 어른이 되면, 지금의 나는 허물을 벗어 내듯 없어지고 성숙하고 멋진 '참 어른'의 모습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나이가 들어 보니 나이는 그냥 먹지만 어른은 그냥 되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아직도 10대 20대의 나를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지금이 전성기라고 생각합니다. ps. 써 놓고 보니 왠지 부끄러워 이 글을 올릴까 말까를 한참 고민해봅니다. ㅜ.ㅜ
누구나 전성기는 다른법이죠ㅎㅎ 지금이 전성기라니 부럽습니다! 저도 금전적인 부분을 제외한다면 나름대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지요ㅎㅎ 1장에서는 탄생을 2장에서는 죽음을 담아놓았는데, 1장의 젊은 시절은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20대까지만 하더라도 하루의 길이가 길고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할 것도 많고, 하루를 의미있게 보내고 말고를 떠나서 충만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한 것도 없는데 하루가 끝났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1장과 2장의 사이가 지금 제가 느끼는 이 감정의 축적이 아닌가도 싶어요. 30대 40대(아직 겪진 못했지만)50대... 어? 하는 순간 사라져버리고 노인을 맞이하는 것처럼 이 책의 아침과 저녁 그 사이도 그런 느낌이 아닐까요ㅎㅎ
<샤이닝>을 읽을 때와는 달리 초반부의 이야기의 맥락을 따라가는 게 상당히 힘들었는데, 아무래도 익숙했던 문장의 구분이 아닌 점, 리듬감을 살리기 위한 음절의 반복(에, 우 등등)등을 이성적으로 의미를 찾고 해석하려다보니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이해의 유무를 떠나서 의식의 흐름대로 쭉 읽어나가보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동의합니다. 원문인 노르웨이어로 읽으면 다른 느낌일까요? 저도 언어적인 다름 때문에 오는 이질감으로 초반 몰입이 힘들었습니다.
오히려 중역을 했기 때문에 원서의 느낌을 잘 살렸다고 합니다. 초반에 해당하는 1부가 정말 몰입도가 낮긴 했죠. 일반적인 소설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적인가 싶으면 개인적으로는 그렇지도 않다고 느꼈습니다. 원서는 시적 느낌이 잘 살아있는지 모르겠네요.
이제 에르나는 가고 없는데 빨래통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런 것이다, 사람은 가고 사물은 남는다,
아침 그리고 저녁 p43,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반려자를 잃었다는 상실감, 그 상실감을 채우기 위해 찾는 물건, 그 물건을 보며 느끼는 그리움. 담담하게 썼지만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문장이라 생각이 들어 적어봤습니다.
나의 죽음도 두렵지만, 그보다 더 큰 슬픔은 사랑하는 누군가를 먼저 보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욱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찾아온 이별은 오래도록 가슴이 아려오는 상실감을 느낄테지요. 이 또한 삶에서 겪어야 할 일이지만 할 수만 있다면 가장 나중으로 제일 마지막으로 미루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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