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Xsam] 15. <바른 마음> 읽고 답해요

D-29
(1),(2)는 정말 알고 싶지 않은 개인사라 이 시나리오를 읽을 때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이에요. 애완동물을 기르지는 않지만 기르는 입장이라면 아무리 맛이 좋더라도 절대 먹지 않을 것 같고, 개인의 취향이지만 먹는 음식에 그러한 행위를 하는 남자를 이해도 받아들이기도 어렵네요. 두 경우 모두 드러나지 않으면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건 아니지만 인간성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표가 뜨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 이런 도발은 처음 접합니다. 신선한 충격입니다. 기르던 개에 집중하게 되면 차마 그럴 수가 없다고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게 되고, 또 정육점에서 파는 풀밭에 뛰놀던 소라면? 집에서 기르던 닭이라면?거위 간이라면? 순한 양이었다면? 생각이 달라질까요? 주변 사람이 보고 안 보고의 차이를 떠나 그런 행동을 한 그 (1)번의 가족과 (2)의 남자에게 도덕적으로 잘못했다고 비윤리적이라고 탓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때때로 심각한 오류도 이상 행동을 하기도 또한 온전하기도 하니까요.
저는 좀 어떤 상황이든 객관적으로 보기 때문에 둘 다 상황에 따라 가능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겠구나, 정도까지만 생각했습니다.
(1)에 대한 생각은 세대별로 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몇달전 동네 수영모임에서 나이드신 선생님이 얘기해주셨는데, 본인이 3수끝에 대학을 갔고, 아주 예뻐하던 개는 동네 잔치에 쓰였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분 나이를 고려할때 아마도 1970년대 후반일 것 같은데요. (2)는 도덕보다는 문화적인 인식으로 역겹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 개인의 은밀한 취향을 욕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좀 기분은 안좋네요.
도덕이란 정의하기 나름이니 저 상황이 일어난 문화권이나 사회가 규정되지 않는 한, 저 두 행위가 도덕적이냐 아니냐는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역겨운 행위라 생각합니다. 이유는 탐욕을 우선적으로 한 배반적인 행위이기 때문이고요. 1번은 먹기 위해서가 아닌 가족으로써의 애정을 준 대상에 대한 배반, 2번은 먹기 위해서 산 것을 성적인 배설 욕구로써 푼 것으로써 의도한 목적을 배반한 행위라고 봅니다. 둘 다 식욕이라는 탐욕을 채우기 위해서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 중요시하여 역겹게 느껴지고요.
(1)실제로 어릴 때 겪은 일입니다. 시골 할아버지댁에 큰 개가 있었는데 집앞에 신도로가 생기고 니서 예전처럼 생각없이 건너다가 차에 치어 죽었지요. 운전사는 차로 치어놓고 재수없다고 툴툴거리면서 가버렸고 할아버지는 그 개로 친구분들과 저녁술약속을...그 때는 어린 마음에 할아버지와 한달동안 말도 섞지 않았지만 생각해보면 그시절 개는 반려느낌보다는 가축에 가까웠으니 그랬을 것이다 생각됩니다. 먹도 싶어서 살아있는 개를 몽둥이로 두들겨 패는 사람들도 많던 시절이니까요. 머리로는 그렇게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가슴으로는 몇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몹시 슬픈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2)저 음식?을 누굴 대접한다면 문제라고 생각되지만 혼자 먹는다면 독특한 취향이겠거니 생각하렵니다. 먹으려고 산건지 행위를 위해 산건지는 모르겠지만 행위를 위해 샀더라도 먹지도 않고 그냥 버리는 것도 뭔가 낭비일 것 같고. 가까운 사람이 이런다면 헉하고 많이 놀라긴 할 것 같습니다.
혐오스럽다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도덕적인 잘잘못을 따질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혐오 정도의 차이도 1의 사례가 덜 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개를 식용으로 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사회적 인지에 기인하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와 달리 개의 식용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은 어쩌면 1과 2의 사례에 같은 정도의 혐오감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2의 사례, ‘일주일에 한 번’ 주기적 단서로 이성이 제로인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며, 자연적인 성행위는 같은 종끼리 이루어지는데 아무리 동물적인 성적 충동의 분출이라고 하더라도 이해하기는 어려운 사례인 것 같습니다. 인간 이외의 동물도 종을 벗어난 성행위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으로 압니다.
아. 좋은 지적이신것 같아요. 1번과 2번에 느끼는 혐오감을 문화권별로 비교해본다면 우리나라가 더 1번에 관한 수용성이 더 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전제를 고려하면 (1)의 가족이 도덕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 것 같지 않네요. (2)의 남자도 같은 전제라면 도덕적 판단의 대상이 될 것 같지는 않군요.
1번 2번이 우열을 가릴수 없을 정도로 불편한 상황이었습니다 분명 누구에게 피해를 준 것은 아닌 듣는 사람이 불편하다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긴 하겠죠 키우던 강아지는 가족과 같은데 죽자마자 잡아 먹었다면 분명 다른 행동에서도 그런 가치관이 드러날 것 같은데요 두번째 사례도 마찬가자에요 저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다른 상황에서는 도덕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1) 저 가족이 개를 가족이 아닌 가축으로 생각했다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개가 아니라 키우던 닭이나 돼지였다면 어땠을까요? 마찬가지로 그 동물이 가족이었다면 비난받겠지만 가축이었다면 비난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줄었다고는하나 개를 식용하는 문화가 있어 이렇게 생각하는것 같아요. (2) 저 닭을 요리해서 혼자만 먹는다면 잘못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역겨움’을 느껴서인지 ‘잘못됐다’ 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개인의 취향이라고는 하지만 압도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주는 행동이라면 잘못된 행동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언젠가 사회가 변하면 (1)도 ‘잘못됐다’라는 도덕과 규약이 생겨날 것 같아요.
(1), (2) 둘 다 일단 불쾌했는데요. 이유를 계속 생각해봤는데 마땅히 합리적인 근거를 들 수가 없어요. 그냥 (1)은 가족 같은 반려동물을 먹었다고 생각하니 인육을 먹는 것처럼 느껴져서 충격적이었고요. (2)는 닭... 성행위... 냠냠.... 이라니... 그냥 몹시 괴이하니 잘못됐다고 말하게 되네요... 흑흑.
(1),(2) 모두 불편하지만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하긴 힘드네요. 그런데 저는 (1)의 상황이 더 불편합니다. 그냥 개가 아닌 '기르던' 개 라는 것이 마음에 크게 걸립니다. 저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지는 않지만 같이 살던 동물을 맛이 좋다는 이유로 잡아 먹는 것은 제 기준엔 너무 잔인합니다.
1번과 관련된 기억이 있습니다. 어릴적 시골 할머니집에 흔히 말하는 똥개를 기르고 있었습니다. 방학때 할머니집에 방문한 저와 언니는 그 개를 열심히 훈련도 시키고 함께 산책도 하면서 친분을 다졌죠. 며칠후 뒤늦게 할머니댁에 오신 고모부들이 그 개를 잡아 죽이고 요리를 해서 상에 올렸습니다. 이전에 저는 개고기를 맛있게 먹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개고기는 먹을 수 없었고 그후로도 여전히 개고기는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마음을 나누고 친분을 나눈 관계라면 그것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상하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기본적인 도덕적 정서가 아닐까 싶습니다.하물며 잡아 먹는 것은.... 2번은 성행위까지는 그렇다 치는데 그것을 요리해 먹는다. 도덕적인 면보다는 위생적인 면에 있어 너무나 비위생적이어서 거부감이 듭니다.
(1) 개를 가족으로 여기지 않았다면 이해할 법하다. 과거 70년대 이전 한국에서 그러했듯. 모두가 못 살았고, 먹을 것이 없었고, 개는 가축 또는 가축을 지키는 도구에 불과했던 그 시절 개를 때려 죽이고 다같이 그 고기를 먹는 것은 윤리원칙에 위배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브리짓바르도가 거부감을 표했듯, 요즘은 개가 친구이자 가족이다. 만약 친구였던 개가 죽었을 때 이것을 먹었다면 마치 사람인 친구도 먹을 수 있는 사람들로 비춰질 것이고, 인육을 먹는 부족을 보는 듯한 두려움과 기괴함을 느끼며 가족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2) 닭은 그에게 어떠한 의미도 없다. 식재료로 쓸 것을 더럽게 썼다는 것은 그의 위장 또는 비뇨기와 같은 물리적 인체에 영향을 미칠 위생의 문제지 도덕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성행위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사람과 함께하는 기쁨을 누리는 것이며 자위 또한 그 기쁨을 기대한 행위임을 상기할 때 그가 도덕원칙은 위배하지 않았을지언정 그가 인간을 마치 생닭을 이용하듯 자신의 쾌락을 도구로 보지 않고 존중하는 사람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A-3. 저는 둘 다 도덕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생각합 니다. 무엇보다 보이지 않는다고 경험한 일이 경험하지 않은 일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 니다. 되도록 인간의 선의를 믿기보단 최소한 의 규범으로 그런 일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에, 애초부터 그런 일을 행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런 답변을 해봤습니다. 물론 저 역시도.. 이게 무조건 맞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의 얕은 배경 지식만으로 생각해 볼 때 작은 도덕적 문제를 방치했을 때, 심지어 그것이 지속되었을 때 사회적 재난의 씨앗이 생길 거라는 생각을 자꾸 더 하게 됩니다.
A-3. 제가 이상할 수도 있고 충분히 비난 받을 만한 발언일 수 있지만 둘 다 그럴 수도 있는 게 인간인 것 같습니다. 단,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무엇이 됐든 생명체에 대한 존중이 보이지 않아 씁쓸합니다. 근데 2번은 참 비위가 좋네요. 본인 몸이 그렇게 깨끗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신체 특정부위가 닿은 고기를 먹다니 ㅎㅎ 세상에 참 희햔한 사람 많네요.(예시를 위해 지어낸 얘기일 거라 굳게 믿습니다)
[A-3] (1) 가족이 기르던 개를 먹은 것은 잘못인가? 키우던 돼지, 소, 닭을 먹는 것은 되고, 키우던 개를 먹는 것은 안되는 것은 이상하다. 나는 기르던 동물을 먹는 것은 동물의 종류와 상관없이 같은 행위라고 생각한다. 개이기 때문에 먹는다는 행위의 옳고 그름을 구분하게 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는 기르던 개를 먹는 것을 거부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그 개와 감정을 공유했고, 그로 인해 개가 더이상 동물이 아닌 친구 혹은 가족으로 의미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인간은 도덕적인 기준을 내세우게 되는 것이다. '상호 관계'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2) 남자의 사례는 책에 나오는 역겨움과 경멸의 사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성경에도 동물과의 성행위를 금지하는 부분이 있다. 보건과 위생의 관점일 수도 있지만, 인간이 그 행위를 상상했을 때 오는 혐오스러움에서 오는 감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사례의 등장인물은 아무런 피해를 보지 않았지만, 이 지문을 읽은 이들이 정서적 피해자가 된 느낌이다.
정말 시작부터 도발적이었어요, 불쾌감이 들기는 하지만 합리주의 관점에서는 타인에게 해를 끼친 게 없기 때문에 1,2번 모두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도덕심리학 관점에서는 둘 다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면서 이것이 도덕적 추론을 진행시켜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에 맞는 이유들을 찾아내게 된다고 읽힙니다. 이것은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문화권의 상식에서 비롯되게 되는 것일테구요, 흥미로운게 1)의 경우 20~30년 전의 한국이었다면 비난받을 행동은 아니었을 거라고 읽힌다는 겁니다. 그 사이 개고기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담론이 변화하면서 지금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비난이 이뤄질 수 있다는 걸 보면 문화가 크게 작용한다는걸 생생하게 느낄수도 있던 시나리오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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