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Xsam] 15. <바른 마음> 읽고 답해요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C-1. 4장과 5장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어느 대목이었나요?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어떤 것이었나요?
도덕성이라는 추상적이고 애매해 보이는 주제를 여러가지 요소로 분해해서 분석하는 것 자체가 대단해 보입니다. 감정수업 같은 책을 읽을 때도 비슷하게 느꼈는데 서양인들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매우 분석적인 것 같습니다.
확증편향이 이토록 치명적인 인간의 특징인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오히려 확증편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조금 수그러진 것 같습니다. 또한 확증편향을 회피할 수 없는 인류라 하더라도 "공동의 연대 혹은 공동의 운명"을 느끼고 서로 적정한 선을 지키며 상호작용을 한다면 변명거리 늘어놓기 바쁜 이성적 추론 능력이 사회 체계의 창발성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란 저자의 견해가 인상깊었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양극화된 견해로 대립과 갈등을 겪는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plausible deniability(발뺌의 여지)는 1960년대 초 미국 CIA가 만든 용어로,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기법이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최상급자는 몰랐다고 연관성을 부인하면서 실무자에게 책임을 돌림으로써 국가나 조직의 책임을 모면하는, 조직 보호의 철칙이다.」 [출처: 다음 백과] 발뺌의 여지(plausible deniability)라는 용어가 처음에는 위와 같이 생겼다가 심리학적 실험에 적용되었다고 합니다. 발뺌의 여지가 주는 도덕적 무딤.. 주의해야겠습니다. 「WEIRD : Western , Educated , Industrialized , Rich , Democratic」 WEIRD권 vs 비WEIRD권 사람들의 사고방식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내용을 읽으며 ‘도형 안에 선 긋기’를 스스로에게 적용시켰더니, 명확하게 동아시아인들의 결과와 부합하게 선을 긋고 있었습니다. 동.서양 인식 차이의 저 밑바닥에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다른 입장을 생각해보기 위해선 지금 있는 곳에서는 알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확실하게 드네요. 저 사람들은 왜 저럴까 그걸 꼭 경험해봐야 아는 건가 싶지만 이해하는 것과 실제로 아는 것 사이에 '마음', '생각'은 특히나 어쩌면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5장 내용 중에 에릭 슈비츠게벨(Eric Schwitzgebel)이 합리주의자의 망상을 깨부수기 위해 한 실험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이성적 추론을 훌륭히 할 줄 아는 사람이 도덕적으로 행동할 확률도 높다고 합리주의자들은 믿는다. 만일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다른 누구보다 덕 있는 사람들은 아마 도덕철학자들이어야 할 것이다(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 윤리적 원칙을 이성으로 따져보는 사람들이니까). 과연 그러할까? .... 심지어 슈비츠게벨이 도서관 수십 곳을 돌며 유실 도서 목록을 그러모아 봤더니, (대개 윤리학자들이 대출했을) 윤리학 관련 학술서가 타 분야 철학서에 비해 도난당하거나 영영 반납되지 않는 확률이 높았다. 다시 말해, 도덕적 추론에 전문 지식이 있다고 해서 도덕적 품행이 더 올발라지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품행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도덕적 추론 능력이 발달하면 사후 정당화를 하는 기수의 능력도 더 발달하기 때문인 듯하다). 슈비츠게벨은 도덕철학자들의 품행이 다른 철학자들에 비해 나은 부문을 단 하나라도 찾길 바라고 있지만 아직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 성직자, 지식인, 정치인 스스로도 아마 본인들이 종사하는 분야가 "공공의 선과 이익"을 위한 것이니, 그 자체로 더 도덕적이라고 무의식적으로 믿기 쉽기 때문에, 어쩌면 그들이야말로 도덕에 어긋나는 일을 하더라도 면죄부를 받기가 더 쉬울 거라고 착각하고 유혹에 더 빠지기 쉬울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도덕적 추론에 대한 지식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도덕적으로 더 올바른 행동을 하는게 아니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능력이 발달해 품행이 나빠질 수도 있다니, 마치 법을 잘 아는 사람이 오히려 편법을 쓰는 것도 비슷한 걸까요.
사람들은 남의 눈에 띄지 않고 발뺌의 여지만 있으면 대부분이 남을 속인다는 것이 받아들이기 힘들면서도 이해는 가고 아니었으면 쉽기도 한 그런 부분이네요 심지어 도덕적 추론에 전문지식이 있다고 해도 도덕적 품행이 올바르기는 커녕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니.. 사실긴 듯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희망을 보고 싶은 마음도 생기네요.
C-1. 흥미로운 부분or새로 알게 된 사실 심리학에 관심이 많다 보니.. 괜찮은 이론을 발견 하면 임상실험을 직접 해보게 되는 경향이 있습 니다. (물론 대상은.. 주변인들에게.. ;;당연히(?) 좋은 것들 위주로요. ^^;;) 하나 기억나는 것을 적어보자면.. '이중 구속' 이 있습니다. 대상에게 선택할 수 있는 답을 나에게 유리한 것으로 구성하여 질문하는 방식이죠. 예를 들어 작업의 기술(?) 중에.. "저랑 오늘 저녁에 밥 먹을래요??" 라고 하는 것보다.. "저랑 오늘 저녁에 밥 먹을래요? 아니면 술 한 잔 할래요?" 라고 하는 것이 성공률이 더 높았다는.. 이 내용을 어디선가 듣고 우리 아이들에게 많이 응용해서 써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너무 남용을 한 탓인지 언제부턴가 "둘 다 싫어요." 를 하더군요. ㅋㅋㅋ
심리학이 WEIRD를 대상으로 한다고 이야기한 부분에서 시각적 인식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도형 안에 선 긋기'에서 어떻게 이전 페이지와 똑같은 길이의 선을 그릴 생각을 하는 건지 너무나 신기하게 다가왔습니다. 당연히 도형 안에 선을 그어야만 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충격을 한번 받고 나니 윤리의 세 가지 모습이 술술 잘 읽혔습니다.
서양적이고 고학력이고 산업화되고 부유하고 민주주의적인(Western, Educated, Industrialized, Rich, Democratic : WEIRD)라는 개념의 정의를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현대 대부분의 주류문화로 학습되는 토대가 사실은 극히 소수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C-1] "4장에서 나는 플라톤의 생각과는 달리 이성이 통치자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한다. 이성은 진실보다는 정당화의 근거를 찾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이다. 사람이란 실제보다는 외관과 평판에 훨씬 더 신경을 쓰는 법이다." 도덕이라는 우리의 사고는 탐구적이기보다는 확증적으로 이루어진다. 나와 다른 매트릭스 안에 나를 끼워 맞춰보려는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이 편협한 도덕성을 넘어설 수 있다.
개인에게 도덕은 과학자의 역할보다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유가 아주 찰떡 같아서 계속 맴돕니다. 과학자라고 생각했던 제 모습을 다시 돌아보고 있어요.
C-1. IQ 높은 사람들이 전체 쟁점에 대해 더 온전하고 공평하게 탐구하는 데 본인의 재능을 쏟아 붓는 것이 아닌 자신의 논변을 더 든든히 떠받치는 데 사용한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결국 저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을 잘 받고,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사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느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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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 매트릭스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지만, 그것은 다른 매트릭스가 가진 논리를 못 보게 하는 면이 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세상에 하나 이상의 도덕적 진실이 있다는 사실을 헤아리는 데 무척이나 어려움을 느낀다.
바른 마음 -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 P. 215, 조너선 하이트 지음, 왕수민 옮김
사람들은 남에게 자신의 선택을 설명해야 할 때도 뭔가 받아들여질 만한 이유를 찾지만, 자신이 ‘올바른’ 선택을 했음을 스스로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도 이러저러한 이유를 찾는다.
단순히 자기에게 좋은 일보다 진정으로 좋은 일을 추구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철학자뿐이기 때문이다.
바른 마음 -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 조너선 하이트 지음, 왕수민 옮김
...자부심이 우리 내부에서 일종의 측정기 역할을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사회성 계량기’를 통해 우리는 스스로가 인간관계의 파트너로서 얼마나 가치 있는지 끊임없이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 사회성 계량기의 바늘이 아래로 내려가면 삑 하고 경보음이 울리며 우리 행동에는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바른 마음 -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 조너선 하이트 지음, 왕수민 옮김
이성에 대한 신봉이야말로 서양 역사에서 가장 줄기차게 살아남은 망상이 아닐까 한다.
바른 마음 -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 4장 [합리주의자의 망상]중, 조너선 하이트 지음, 왕수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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