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정이현 소설가와 [문맹] 함께 읽기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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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29일의 약속, 이제 반쯤 왔습니다. -오늘의 질문입니다. ‘함께 읽기’를 시작한 후, 혹시 조금 달라진 것이 있나요?
이 그믐 모임은 계속 따라 읽지 못했지만 평소에도 책모임을 통해 함께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더 재미있고, 더 넓게 깊이 읽을 수 있어서요.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밥을 먹을 때 느끼는 유대감과 비슷한 무엇도 있구요. 여담이지만 이번달엔 풍문으로만 듣던 '사피엔스'를 함께 읽고 있는데 1장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호모 종보다 성할 수 있었던 이유로 '언어'를 꼽으면서 끝이 나네요. 것 때문에 문맹 책 생각도 나구요.
우리끼리만 아는 작고 맛있는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을 때의 유대감! :)
혼자읽을땐 그냥 무슨말들이 마음속에서 피어올라도 끄적여보거나, 조용히 삼키는 독서였는데, 함께읽고 여러분들의 생각과 추억을 나누니 더 재미도있고 달리 생각해볼수도있고, 미처 모르던 감정도 알게되고 전반적으로 더 제가 풍성해진 느낌입니다. 함께라는 단어가주는 든든함도 좋구요.
든든하다고 말씀해주셔서 저도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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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이번 챕터의 제목은 <기억>이고, 이제부터 이 책의 2부가 시작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는 신문과 텔레비전을 통해 열살 먹은 터키 아이가 부모를 따라 스위스 국경을 은밀히 넘다가 피로와 추위로 인해 죽었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 이 이야기에 내가 보인 첫 반응은 스위스 사람 누구나와 똑같다. “어떻게 사람들이 아이를 데리고 이런 일을 벌일 생각을 하는 걸까? 이런 무책임한 행동은 용인할 수 없어.” (67~68쪽) -오늘의 질문입니다. 저 ‘스위스 사람 누구나’의 반응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소 의외였습니다. 특히 저자도 같은 생각을 했다는게. 조금 다르긴 하지만 죽음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은 탈북민들을 보고 남한 사람들이 대체로 그런 이야기를 하진 않을 것 같아서요. 아마 터키의 상황이 북한만큼 심각하지 않아서 일까요?
사람들은..생각보다 '나'에게 그리고 그 '나'의 모국의 문화, 정치, 경제, 상황, 나아가 앞이보이는지 안갯속인지 아이를 데리고 국경을 왜 넘는지 어떤 연유로 어떤 일이 시작되었는지 아님 생을 끝내려하는지 관심이 없지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월경을 건너다 탈진해 죽은 아이를 묻고 내 정체성을 두고 온 모국을 떠나 제로베이스에서 해본적 없는 분야의 노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억척스레 버틴다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와 모국에 있으면서도 정체성을 지키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며 산다는것의 괴리는 어떻게 다를까 그 차이는 거대한걸까? 하는 상념과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네요. 저도 Flow님 말씀 읽으면서, 모국에 있으면서도 정체성 혼란에 시달리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14) 책이라는 게 단방향 매체라고 생각했는데 함께 읽기를 하다보니 게임처럼 양방향의 인터랙티브한 매체의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울러 개인적으로는 조바심 많고 불성실한 독자라 모든 책을 무슨 책을 먹방하듯 후루룩 읽어버리고 덮어버리곤 했는데 작가 님의 매일매일의 질문을 접하다보니 서둘러 달려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다시 살펴 읽게 되네요. 범인이 그가 저지른 범죄 현장을 다시 찾아 기억을 음미하듯 텍스트를 곱씹다보니 몇몇 문장들은 외워질 정도가 되었습니다.
앗 메롱이님께 답장을 못달아 다시 왔습니다 :) 저도 후루룩 읽고 덮는 독자 1인이었어요. 이렇게 함께 읽고, 정답없는 물음표들을 성실하게 곰곰이 고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스위스 사람들에게는 위대한 개츠비의 닉 아버지의 충고를 드려야 할 거 같네요.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 작가가 어느덧 이런 유리한 입장에서 시선을 둘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안도감이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면서 이후 이어지는 내용에서 작가는 다시 과거의 트라우마를 되새김질 하더군요. 작가란 이처럼 애써 코르티솔을 분비해내며 살아야하는 존재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작가 님들은 건강 검진을 잘 받아야할 거 같더군요.
(+14)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습관적으로 뉴스기사를 둘러보는데 이제는 그믐의 <문맹>에도 매일 들어가서 확인하게 되더라구요~ 질문지를 보고 내생각이 생각이 바로 나지 않을 때는 곰곰히 생각하고 쓰게 되고 정이현 작가님의 답글을 확인할 때는 선물을 개봉하기 전 설렘도 있답니다 예전에 그냥 후루룩 읽던 책을 많은 질문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볼 수 있어 더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한권에 책속에 29일간의 질문을 매끄럽게 담을 수 있는 작가님의 질문을 꺼내는 방법에 대한 tip도 궁금하구요~~ 매일 설레며 들아갈 공간이 있다는 게 고마운 공간이 생겨 충전하고 갑니다
저도 매일 설레며 들르는 공간이 생겨 즐겁습니다. 좋아하는 책을 꼼꼼하게 다시 읽으며, 답이 아닌 질문을 고민해 보는 경험도 처음이고요. 제가 드리는 질문들은, 스스로에게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14-2) 위에 적었지만 또 생각이 나서 몇자 더 적어봅니다 직업적 환경 특성상 업무에 관련된 용어와 항상 신경을 써야 해서인지 부쩍 더 내 생각을 표현함에 어휘려과 문장력의 한계를 많이 느낀답니다 일기가 도움이 될까도 생각했지만 일기 또한 반복되는 일상의 기록으로만 남을거 같아 큰 도움이 될거 같진 않다라구요 그런데 <함께 읽기>를 하며 다른 분들과 작가님의 글을 보며 다른 생각도 읽을 수 있지만 내 감정을 표현함에 명확하지 않은 어휘와 문장들을 엿볼 수 있는 것도 도움이 되더라구요~~ '생각지 않은 질문''을 통한 생각의 확장, '보다 명확한 어휘와 문장'들도 함께 읽기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선물입니다~ 이공간에서의 편안한 책향기도 별책부록 같네요~~~
(+15) 작가가 자신에게 한 말이 와닿네요(68쪽) "뭐라고?넌 다 잊어버리기라도 한거니? 너는 똑같은 일을, 정확히 똑같은 일을 했잖아.그리고 네 아이는 그 때 겨우 갓 태어났을뿐이었어."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상황을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쉽게 단정해 버리고 재단해 버리고 그것이 옳은 일인거 처럼 이야기를 한다 자기 주위에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몇몇만 발견해도 진실인양 이야기해버린다 가끔은 실제의 고통보다 무책임한 이러한 말들이 2차가해로 더 큰 상처로 다가온다 마리 앙트와네트가 했다고 잘못 전해지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란 말 같다.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보며 함부로 말하는 망언이다~ 이러한 말들은 여전히 살아있다 폭우에 침수 반지하를 없애고 임대주택을 만들면 된다 그 임대주택은 보증금 몇억에 월세 100만원에 가깝다~ 기초생활대상자들에게 그런돈이 있을까?? 슬프게도 나도 모르는 사이 이러한 물정모르고. 쉽게 말을 뱉지는 않는지 함께 경계하고 조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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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우리는 숲을 걷는다. 오랫동안. 너무 오랫동안. 나뭇가지들이 우리의 얼굴을 할퀴고, 우리는 구멍에 빠지고, 낙엽이 우리 신발을 적시고, 우리는 뿌리에 걸려 발목을 접질린다. 휴대용 램프를 켜봤자 그것은 조그만 동그라미만큼을 밝힐뿐, 나무들, 여전히 계속되는 나무들. 그렇지만 우리는 벌써 숲에서 빠져나왔어야 한다. 우리는 계속 같은 곳을 맴도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70쪽) -오늘의 질문입니다. 걸어도 걸어도 같은 곳을 맴도는 것 같은 기분을 느껴보신 적 있나요?
10대 때는 학교가, 30대에는 직장이 고난의 쳇바퀴 처럼 느껴졌어요. 이 지루하고 단조로운 일상을 벗어날수 없을 것 같다는 기분. 물론 요즘도 이런 생개이 들긴 하지만 특별한 이슈가 없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해요. 나이드는 거겠죠ㅎㅎ
이거구나! 무릎을 탁!칠정도는 바라지도 않고 아..이걸하니까 마음이 즐겁고 내존재가 쓸쓸하지 않네. 라고느끼는 순간을 평생 느끼지 못하고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 뫼비우스띠처럼 계속 걷고걷고 '생계'만을 이어가는 신분인 기분이 듭니다. 제게 작가 예술가 교수 학자는 유명하지않아도 너무닿고싶은 지점의 사람들인데 누군가에게 지식과 지혜를 전해주고, 삶의 진짜 아름다움을 향유하고 기록해 남기는 예술, 철학가들을 참 선망하지만 더 길게 배울 환경이되지못하니 그들이 남긴 책을 붙잡고 저 나름의 남은 숲길 헤메지 않기위해 읽고 읽는것같습니다. 지금 읽고있는 용기의 정치학에는 이렇게 책날개에 써있더군요.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거짓 없이 인정할 때 진정한 변화는 비로소 시작된다. 숲을 걸을 시기가 오고 또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모색하고 변화해 나가려고 맘먹는 일. 책의 힘이고 맴돌 때 외롭지않게해요..
(+16) 하루의 어떤 순간을 슬라이스해서 테이블 위에 가만히 올려놓고 보면 저는 거의 매일 느끼는 거 같아요. 바실 헨리 디델 하트가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중간한 상태를 가만히 견뎌내는 일'이라는 말을 했는데 이걸 견디는 것도 뭔가에 굴복하지 않고 열심히 싸워가는 중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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