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차무진 작가와 <어떤, 클래식>을 읽어 보아요.

D-29
어린이날과 클래식... 하다가 하나 떠올린 애니 겸 음악은 마법사의 제자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5_v8AmwUck 어렸을 때 판타지아였던가요, 미키가 나오는 애니메이션으로 봤다가 후에 노다메 칸타빌레에서도 들었... 아니 만화로 봤... 치아키가 미르히 대타로 잠시 s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했다가 망쳐먹을 때 나오죠.
차무진 작가님이 말씀하신 대로 샤콘느를 들으며 비오는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겨 클래식 고수님들께 여쭤봅니다. 다른 예술 분야에 비해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유독 창작자가 아닌 퍼포머(연주자)의 예술적 위상이 높은 것 같은데 제 느낌이 맞는지도 궁금하고, 그게 맞는다면 왜 그런지도 궁금해요. 연주자가 작품을 재해석하면서 자신의 개성을 불어넣는다는 사실은 압니다. 하지만 연주자나 지휘자가 발휘할 수 있는 창조성이랄지 자유도랄지 재량은 창작자가 갖는 그것에 비할 수는 없겠지요. 한데 제가 이해하기로는 현대 예술은 예술가의 테크닉보다는 창조성에 높은 점수를 주거든요. 클래식 음악이 아닌 다른 분야는 창작자와 테크니션에 대한 예술적 대우가 굉장히 다른 거 같고요. 예를 들면 미술 분야에도 카피스트(copyist)라고 부르는 모작 작가(복제 화가)가 있지만 그들이 예술적으로 높게 평가받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혹시 ‘싱어송라이터인 아이유나 장범준이 테크니션인 조성진이나 임윤찬, 심지어 카라얀보다 더 뛰어난 음악 예술가다’라고 말하면 이상한 이야기일까요? 무식한 질문인 걸 알면서 조심스럽게 여쭤봅니다.
순전히 제 생각인데요, 음악은 카피를 전제로 한 해석이 다른 예술 분야보다 더 강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미술 등은 그 작품을 다시 구현해서 되새김하는 장르가 아니잖아요. 음악, 무용 등은 다르죠. 사라지는 속성이 있으니까요. ㅎㅎㅎ창작자를 박제해두고 연주자의 가치가 높은 건 그래서인 것 같아요. 만약 베토벤이 과거 베토벤이 사용하던 피아노와 열댓 명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그 유명한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연주한다는 것과, 지금 인윤찬이 숫자와 강력한 음향을 지닌 악기들로 무장한 베를린 필과의 연주를 비교한다면 아마도 사람들의 생각은 달라질 것 같네요. 같은 악보라도 기술과 조건과 현재성에 따라음악이 달라지니 계속 클래식 음악은 반복해서 새롭게 연주되고 상상되어 집니다. (물론 타임머신이 있어 베토벤이 직접 연주하는 초연을 들을 수 있다면 당장 백 번을 죽어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팝이나 다른 음악은 잘 모르겠지만) 클래식 뮤직은 연주자의 (테크니컬과 함께) 상상력, 감성, 철학 등이 반영되어서 음악이 완전히 달라지는 걸 즐겨요. 같은 베토벤 교향곡 9번도 지휘자가 다르면 곡도 달라집니다. 카라얀은 너무 매끄럽고, 첼리비다케는 너무 느리고, 권터반터는 진중하고, 부르노 발터는 따뜻하고, 샤를뮌시는 강하고.... 등등요. 클래식 뮤직은 복제작가, 복제 음악가 등이 성립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한 악보를 두고 해석하는 차이가 너무도 확연하고, 다름을 느낄 수 있어 감동의 폭도 다릅니다. (물론 처음 듣는 분들에게는 잘 느끼지 못합니다. 그게 그거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땐 작품 자체로 충분히 감흥을 즐기면 되지만요 .) 또 위대한 피아니스트 스코다 바두라는 슈베르트나 베토벤 당시의 악기와 당시의 조건과 당시의 악단 컨디션으로 곡을 연주해야 한다며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피아니스트 클라우디오 아라우는 '상상력이 없는 연주는 연주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지휘자 칼 뵘은 정률을 무시하면 그건 작곡가에 실례라고 말했으니 어느 게 정답인지는 또 모르겠네요. 클래식 뮤직이라는 장르는 이제 '엔딩'이 되어버린 장르입니다. 고전주의, 낭만주의 때 만들어진 음악으로 무대를 마감했고, 이제는 만들어진 그 음악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연주자가 어떤 감동으로 연주하는가로 영속될 것입니다. (현대 작곡가들이 존재하고 위대한 작품이 나올 수도 있지만요...또 .) 마지막으로, "싱어송라이터인 아이유나 장범준이 테크니션인 조성진이나 임윤찬, 심지어 카라얀보다 더 뛰어난 음악 예술가다’라고 말하면 이상한 이야기일까요?" 는 조금 다른 질문인 것 같아요. 장범준은 장범준대로, 임윤찬은 임윤찬대로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고 있으니 전부 위대하고 멋지고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제가 김민섭 작가에게 "저는 김동식 작가처럼 위대한 작품을 만들 능력이 없어요." 라고 말하자 김민섭 작가가 "차무진은 차무진의 세계가 있고 김동식은 김동식의 세계가 있다" 라고 말해줘서 저는 너무 행복했어요. 카라얀에게 이영훈의 [광화문연가]를 연주하라면 아마도 잘 해석하지 못할지도 몰라요. ㅋㅋㅋㅋ 물론 위는 전부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앗! 평소 제 의문에 답을 해주신 거 같아요. 저는 왜 클래식 음악 장르에는 '신곡'이 없는지 이상했거든요. 그럼 우리가 클래식음악이라고 하는 건 총 몇 곡인지 딱 정해져 있는 건가? 계속 그 한정된 곡들만 연주하는 건가? 요즘에는 클래식음악 작곡가가 없나? 하는 의문이 있었어요. 전에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유희열이 윤이상 작곡가를 언급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금 잘 몰라서 그렇지 시간이 흐르면 후대에서는 윤이상 작곡가가 베토벤, 모차르트... 같은 위대한 클래식 작곡가로 음악사에 남을 거라고 했는데. 클래식이 끝난 장르라면 그 끝은 윤이상 작곡가일까요?
윤이상 선생님은 유명한 반열에 드셨지요. 스트라빈스키나 쇼스타코비치, 바르톡 같은20세기 클래식 작곡가들이 지금 널리 연주되듯이 21세기 현대 클래식 작곡가들도 100년쯤 지나면 멘델스존이나 드보르작처럼 널리 연주될테니까요 ㅎㅎㅎㅎ
이것도 저도 고민해 본 문제인데요, 나름대로 내린 정리는 이렇습니다. 영화 <인셉션>을 보다가 든 생각인데요, 클래식 음악의 작곡가들의 작품들은 일종의 설계도 같아요. 연주자는 그 설계도를 보고 집을 짓는 사람들이죠. 건축가의 설계와 시공자와의 관계도 비슷하겠죠. 하지만 그 집은 <인셉션>에서처럼 실제로 존재해서 만져보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마음에서, 마치 꿈속의 세계처럼, 일종의 고유한 경험으로 들을 때마다 새로이 생산되는 것이죠. 그러니, 아무리 똑같은 설계도를 보더라도 모든 연주자가 보고 짓는 집이 같을 수가 없고, 한 사람의 연주자도 매번 100프로 똑같은 집을 지을 수는 없는거죠. 공간, 관객의 수, 같이 연주하는 사람들의 구성, 기온, 개인의 컨디션 등등이 시시각각 다 변하니까요. 스포츠도 비슷하지 않나요? 김연아의 '연기'도 구성해 준 사람은 따로 있고 각각의 기술요소나 연기 요소의 조합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데도 어떤 선수가 해 내느냐에 따라 관중들은 열괌을 하지요. 그 선수는 단지 짜여진 구성요소를 재현해 낼 뿐인데도 말입니다. 그리고 아이유나 장범준이 하는 대중가요라는 장르자체의 특성도 있고요. 기본적으로 즐기는 상품은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어 만들어진 곡이고, 컨디션이 안 좋을때는 립싱크도 허용되지만 클래식은 아직도 '실황' 연주로 판가름되는 장르이고 녹음시장은 실황 연주의 대체품일 뿐이지요. 글렌 굴드 등등 녹음 연주가로만 남겠다고 표명한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이미 실황으로 자기 실력을 입증한 후에나 가능한 거였고, 아직도 정통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녹음 연주만으로 인정받는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지요. 이상 이 두 가지가 클래식 계에서 왜 연주가들이 창작자들에 버금가는 인정과 추앙을 받는가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정리입니다. 작곡가들의 설계가 시공자, 재현자, 또는 해석가들이 없이는 감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고, 그 재현의 실시간성이 중요한 장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차무진 @CTL 아,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 두 분 글 읽고 나서 클래식 음악에 대해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곡 창작에 있어서 어떤 식으로 일단락을 맞은 장르, 그리고 실황이 중요한 공연 예술이라고 생각하니 전과 다르게 보게 됩니다. (설계도 비유 너무 좋네요.) 관객과 콘서트홀의 중요성도 생각해보게 되고요. 그러고보니 연극배우들도 각본가가 쓴 대사를 자신이 바꾸거나 덧붙이지는 않지만 굉장히 중요하고 진지한 예술가로 대우받고 있네요. 이렇게 매일 배웁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
식구들과 예술의 전당, 이고르 레빗 연주에 갔었던 얘기 재밌게 봤습니다. 집집마다 상황이 좀 비슷할 것 같은데요, 식구들 모두 클래식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은 것 같네요. 저희집도 아내가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편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동안은 혼자 음악회를 가거나 집에서도 혼자 있을 때 음악을 듣곤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엔 저의 강권에 의해 아내도 음악회를 자주 다니는데 자주 졸면서 강제 귀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ㅎㅎㅎ 그래도 비싼 연주회는 그냥 저 혼자 다닙니다. 비싼데 자면 아깝잖아요. 그럴 땐 아내도 선심쓰면서 혼자 잘 다녀오라고 합니다. (아주 기쁜 마음으로요 ㅎㅎ)
작가님 책 덕분에 오늘 오후는 클래식으로 꽉찬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글렌굴드도 실컷 듣고~ 저도 지금 막 @윈도우 님이 언급하신 부분 읽다가 저를 돌아봤습니다. 저도 남편이랑만 둘이 가는 게 아들포함 모두의 소망인데 공연 대부분이 저녁이나 주말이라 데리고 다닐 수밖에 없어서요....항상 철학적 질문에 빠집니다 To be with him or not to be with him.........얼른 커서 각자의 길을 가자꾸나
저는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혼자 보러 나가는 방법을 택했습니다만 ㅋㅋㅋㅋ
혼자 가면 혼자만 육아탈출이냐 뭐냐 하며 평등주의를 외치시는 분이라.....뭐든 같이 ㅜㅜ 남편도 뭐 보고 이런 거 좋아하거든요 북콘도 남성작가분들건 바람같이 쫓아오고 금슬이 좋은 걸로 🤢🤢🤢🤢
계속 비가 오기에 유투브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검색하다 보니 빗소리와 쇼팽의 녹턴을 함께 녹음한 곡이 뜨네요. 한 번 들어보셔도 좋을 거 같심다. https://www.youtube.com/watch?v=sg99HlLK0Jg
야...정말 좋네요. 창덕궁 뷰의 카페에 앉아서 이걸 듣자니....캬!
크 뷰맛집에 계시는군요. 사진 한 장 공유하시죠!
쇼팽의 녹턴을 들으니 너무 좋아요~ 게다가 4장 영화 [피아니스트] 소개와 함께..
근데.. 이 연주 끝날 때까지 계속 빗소리가 들려요.. 처음엔 좀 많은 비가 내리는 것 같았는데.. 뒤로 갈수록 좀 소강된...
ㅋㅋㅋㅋㅋ 소강될 듯 소강되지 않는 you 처럼 그 후로도 계속 되더라고요
책을 다 읽고 갑자기 클래식에 대한 애정을 다시금 끄집어내어~! 뮤지컬 <파가니니>를 관극하고 왔습니다 ^^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렸던 니콜로 파가니니를 주인공으로 한 창작 뮤지컬인데요 최고의 난도로 불렸던 Caprice No.24와 라 캄파넬라 연주를 뮤지컬 속에서 들으니 황홀하더라고요 슈만과 슈베르트를 듣다가 파가니니를 들으니 더욱 강렬했다는요 ♥ 아직 엔딩이 아닌 걸로요~~~ https://youtu.be/SurQs9zplqc?si=WTQ2QpSOwHP_EZ6C
이 뮤지컬 좋죠~ 다음에 기회가 되신다면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도 추천해요.^^
같은 HJ컬처 기획에 오세혁 연출가님 작품이군요 안재영 배우님과 김경수 배우님 출연으로 봤어야 하는데 아쉽네요 이범재님 피아노도 좋았겠어요 다음 무대를 기다려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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