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차무진 작가와 <어떤, 클래식>을 읽어 보아요.

D-29
슈만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이런 질문이 떠오르네요. 여기 작가님들도 많으신데, 슈만의 바이올린 협주곡 경우처럼, 작곡가 자신이 발표하지도 않았고, 전문가 절친 친구와 부인도 발표하기에 마땅치 않은 곡이라 여겼는데, 사후에 결국은 공개되었죠. 이처럼, 본인이 세상에 내길 원하지 않은 작품인데, 출간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과연 그 작가의 작품에 포함시키는게 맞을까요?
본인이 세상에 내길 원하지 않는 작품 출간이라는 말을 들으니 저는 음악가는 아니지만 법정 스님 생각이 나요. 법정스님 이름으로 나온 출판물을 더이상 출간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셨는데,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책이 나오는 게 좀 이상했거든요. 내부 사정은 모르겠지만요.
최근에는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8월에 만나요』를 둘러싸고 그런 논란이 있었죠. 저는 작가로서는 영 내키지 않는 일이에요. 그래서 유서에도 제 하드디스크 전부 다 분쇄해 달라고 당부를 했습니다. 제가 만약 ‘출간하지 말라’는 부탁과 함께 어느 유명 작가의 원고를 받았다면 그 부탁을 지켰을 거고요. 그런데 작가가 원하는 방식으로든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든 ‘발표’가 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작품이 작가의 손을 벗어나 자기만의 생명력과 운명을 갖는 거 같아요. 그 발표가 옳았느냐 잘못됐느냐와 상관없이요. 작가는 작품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작품을 통제할 수 있고, 살아 있는 동안에는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작품에 대한 작가의 영향력이라는 건 발표 순간 이후 점점 줄어드는 거 같습니다. 해석하는 사람들의 영향력은 반대로 점점 커지고요. 제가 막스 브로트라면 친구로서 카프카의 유언을 지켰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문학 편집자라면 카프카의 작품을 어떤 선집에 싣는데 주저하지는 않을 거 같아요. 이제 카프카의 작품은 카프카의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나버렸다고 생각해서요. 슈만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생각합니다. 이게 일종의 편의주의일까 하는 의구심은 좀 들기는 합니다만.
한참 생각을 해봤는데, 소설의 경우 그런 일이 몇 권정도 있었던가 제가 사례가 잘 안 떠오르더군요. 지난 세기 초 서양에서 강령술 유행할 때 강령술사가 죽은 트웨인이 소설을 썼다며 책을 낸 케이스라던가, 하퍼 리가 말년에 갑툭 작품을 출간한 후 난리가 났던 사례 등은 떠오르긴 하는데...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의 경우 이 책을 상당히 감명깊게 읽은 직후에 <스칼렛>이라는 게 출간되어 같이 읽었던 게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가장 어울릴 듯하네요. 그땐 중학생 때라서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책은 작가가 죽은 후 가족들이 돈을 더 벌려고 했던 나름의 잔꾀가 아니었나, 싶더라고요. 고흐가 죽은 후 고흐의 제단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요.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일단 작가가 엄청 유명해지면 돈이 되니까 악착같이 원고를 찾건 차기작 공모전을 만들든 뭐든 찾아 내보내는 거 아니야?"란 기분이랄까요. 뭐, 그냥 다 돈 문제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현재 작가들 중 죽고나서도 그 인기가 가시질 않아서 출판사가 유족들을 졸라 악착같이 숨은 원고를 찾아내는 경우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네요. 돈이 안 되면 그런 노력도 안 할테니, 제 생각엔 없을 듯합니다.
작가님, 저와 연배가 비슷하신 거 같습니다? 저도 스칼렛을 중학교 때 읽었는데.ㅎ 표지도 기억나요. 연노란색 표지ㅎ
그래도 『스칼렛』은 마거릿 미첼이 쓴 작품은 아니라서 작가의 명예를 그렇게 떨어뜨리지는 않은 거 같아요. ^^
저는 작가는 아니지만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작가가 생존시에는 출간하고 싶지 않다면 존중해줘야하지만, 죽고 나서는 음...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왜냐면 만약 작가의 의도를 존중해서 완성이나 미완성의 작품들을 일체 세상에 내놓지 않았더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걸작이 너무 많거든요. 모짜르트 레퀴엠이나, 푸치니 투란도트나, 카프카 작품들도 그렇고, 페소아, 불가코프 등등... 제가 떠올리지 못하는 작품들도 수도 없겠죠. 그래서 사후에 공개되는 작품들은 결국 세상의 심판에 맡겨지는 것 같아요. 작품성이나 가치가 인정되면 작가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사랑받고 살아남는거고, 사적인 이윤의 목적 등으로 작품성이 떨어져도 공개된다면 거의 정당한 평가후에 역사적 기록으로만 남거나 외면받지 않을까요.... 그러니 전문가나 애호가들의 수준이 중요한 거 같아요. 가치가 있는 작품을 보는 눈... 그게 결국 예술가들 사후에도 그들에게 정당한 노력의 몫을 어느 정도 보답해주게 되는 거 같아서요.
슈만의 바이올린 협주곡 에피소드에서 여사장님과 작가님의 대화를 곱씹게 되네요. 작가님이 굴렌캄프가 나치라는 것을 알자 환불해 달라고 말할 때 여사장님이 슈만을 들으라고 응수하는 게 여운이 많이 남습니다. 예술은 오로지 예술일 뿐이다, 그 말이 틀린 것이 아니기에 모든 것을 초월하여 예술 자체를 즐길 줄 아는 심미안을 가질 필요가 있겠지요.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또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취미로 합창단 활동을 하는데 지휘자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노래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마음이 담겨 있지 않은 노래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고 하시면서 악상을 중심으로 마음을 담아 노래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예술이 결국 사람의 마음을 담는 것이라면, 마음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므로 사람이라는 존재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굴렌캄프의 음악은 누군가에는 예술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을 어렵게 만들어 버리면 그 연주를 제대로 감상할 수나 있겠습니까. 저마다의 관점으로 예술을 바라보면 되긴 하겠지만, 아마도 이 논제는 예술과 사람이 살아 있는 한에는 토론이 계속 이어질 것 같네요.
저도 그런 느낌이예요. '국화옆에서'라는 서정주 시를 좋아했는데 그 서정주가 친일작가로 일본을 위한 시도 쓰고 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국화옆에서'는 더이상 아름다운 시가 아니더라구요. 그가 어떤 마음으로 시를 썼을까, 어떤 마음으로 일본을 찬양했을까, 절필한 시인들도 많았는데 동료 시인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런걸 생각하면 작품만 보고 작품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전 첨에 '서정주의' 작가들이 무슨 잘못을 했을까 하고 찾았다가 뭔가 이상해서 다시 검색했더니 서정주 시인이 나와서 아....했어요
크크크킄크킄
저도 시인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의 시들이 제 머리에서 몹시 훼손되어 읽히지만 그래도 아름답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요.
친일 작가들의 작품은 정말 마음을 힘들게 해요. 하지만 아무리 작품이 좋아도 저는 절대 작가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친일파가 표절하여 만든 노래인 '애국가'가 우리나라 국가인 게 답답....ㅠㅜ
글쵸..ㅠ 첫단추부터 잘못 채워진 채 80년의 세월이 지나가고 있으니...ㅠ 그들이 반성하고 사죄라도 했다면 후손들이 이렇게 마음이 힘들지 않을텐데 모른척하며 그후에도 아무 일 없듯이 작품활동하고 그러는거보면 작가적 양심이라는게 뭔가 싶기도 하구요..암튼 고뇌는 후손들이 하고 있으니 참나...ㅠㅠ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반복되기 때문이죠. 왜냐면 인간의 본성은 1000년 전이나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100년 후나 같기 때문에. 또 그러한 일이 일어나면 인간의 본성은 친일이나 동포와 이웃과 시민들을 배신할 수 있기에 그렇죠.우리는 그래서 과거와 역사를 배우고 그런 일을 방지하는 것이겠지요. 인간에게는 소중한 것들이 저마다 존재하는데, 독립 운동에 뛰어든 지사들은 그것마저 버린 위대한 의지와 정신의 소유자들이죠. 길이 길이 섬겨야 합니다. 100년 뒤 미국이, 중국이, 러시아가, 스웨덴이, 또는 남극의 팽귄들이 100년 전 일본처럼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지요. 역사를 중요하게 가르치는 것은 인간성 상실에 관한 것을 가르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정주나 김동인 등은 그래서 작품과 관계없이 배척되어야 하고, 홍범도 장군은 그래서 이념과 관계없이 추앙받아야 합니다.
양심없이 뻔뻔하게 얼굴들고 국회의원 나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다 그 탓일까요...ㅠㅠ
"슈만을 들어요. 바보야.
어떤, 클래식 118p, 차무진 지음
저는 지금 슈만의 [어린이 정경]를 듣는 중입니다요!
저는 봄이면 슈만의 <시인의 사랑>을 무시로 듣습니다. 하이네의 시를 빌어 사랑의 열정과 슬픔을 (사실 아픔과 허망함이 더 많긴하죠) 노래한 연가곡이죠. 흔히들 ‘아름다운 5월에’라고 번역되는 첫번째 곡은 독일어로 ‘Im Wundershönen Monat Mai’입니다. 나성인씨는 슈만의 이 가곡을 다룬 그의 책에서 이것을 ‘기적처럼 아름다운 오월에’로 번역하면서 우리들의 기적과 같은 날들에 대한 감상을 적고 있습니다. 그저 ‘아름다운’ 또는 ‘이토록 아름다운’이 아닌 ‘기적처럼 아름다운’이라뇨! 이런 제목을 보고 다시 듣는 그의 가곡은 완전히 다른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기적처럼 아름다운’ 오월의 날들 되시길요!!!
보통 '그,(그토록/ 놀랍도록) 아름다운 오월에'라고 적당히 강조하는 모양새인데 '기적처럼' 이라뇨. 정말이지 멋진 해석이군요. 나성인 선생은 풍월당의 보물같은 존재이신 분이죠. 우리모두 기적같은 오월이 되길 정말 희망합니다.@윈도우 님께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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