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차무진 작가와 <어떤, 클래식>을 읽어 보아요.

D-29
'클래식'에 대한 '환상'을 깨는 '환상교향곡'이지요? 그 '환상'이 사실은 '환각교향곡'이라는.... 우습지 않나요? 다들 엄숙한 클래식 공연장에서 숨죽이고 듣는 음악이 사실은 스토커 같은 젊은 남자가 구애를 거절당하고 음독 자살 실패 후 보는 환상에 대한 내용이라니.... 헤비 메탈 노래에 더 걸맞는 내용 아닌가요? 그러고보니, 정말 message 보다는 medium이 더 중요한 것 같기도 하네요.
오늘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을 열심히 듣고 있었거든요. ‘이게 환각을 묘사한 거라고?’ 이러면서요. 그런데 4악장 즈음에서 화장실에서 큰 일 보고 나왔더니 아내가 음악을 재즈로 바꿨더라고요. 아내 왈, “이상한 거 나오기에 바꿨어.”
5월의 화창한 아침을 '단두대로의 행진'으로 시작하기엔 어울리지 않지요~ 스스로 알아가시는 재미를 뺏고 싶지는 않지만 '환각'에 대한 힌트를 몇 개 드리자면, 3악장 끝 목동의 고즈넉한 피리 소리 끝에 울리는 북소리는 스산한 결말을 암시하고... 4악장 끝 갑자기 음악이 뚝 끊기고 몇 초 후 들리는 팡파레는... 단두대의 칼날이 뚝 떨어지고 머리가 데구르르 하자 구경꾼들이 박수치며 환호하는 소리라는... 5악장 클라리넷이 익숙한 메인 멜로디를 절뚝절뚝한 리듬으로 반복하는데, 이건 사모하던 여인이 죽은 후 마녀가 되어 나타나 내 장례식에 모인 마녀들과 파티를 여는 거랍니다.
단두대로의 행진이라니 ㅋㅋㅋ 꼭 들어보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3FxvMhJLts
환상교향곡을 되풀이해서 듣고 있는데 5악장이 참 좋네요. 점점 좋아집니다. (그런데 마녀는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
일단 이 영상을 보시고... (영어 자막을 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HIZSwGz6xzo?si=5ud2RXJpFNmy2XS9 이 영상의 멜로디를 들으시면 https://youtu.be/jkhfYJoHcXc?si=Mw4-R8dK_2u6wvFz 1악장에 나온 사모하던 여인이 5악장에서는 빗자루를 뱅글뱅글 타고 도는 마녀가 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요~ 요건 마지막 부분 재밌게 연주한 영상이 있어서 덤으로~ https://youtu.be/G2aHglwKH_I?si=n0rdV9FS9v06poml
마지막 영상의 가면 멋진데요. 기품 있어 보이면서 은근히 으스스한 게... 저도 하나 갖고 싶습니다. 저런 가면들 쓰고 그믐밤에 희곡이나 시 낭독 모임 하면 좋을 거 같습니다. ㅎㅎㅎ 그런데 저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서서 연주하는 걸 처음 봅니다. 저렇게도 하는군요. 베를리오즈와 표제음악에 대해 검색해봤어요. 베를리오즈 이 양반... 참 소설 같은 인생을 살았네요. 다른 남자와 결혼한 약혼녀 일가를 살해할 계획을 실천 직전까지 추진하질 않나, 짝사랑했던 배우를 스토킹하다 몇 년 만에 만나서 결혼하고는 이혼하질 않나... 멋있어 보이지는 않고 좀 지질해 보였습니다. 음악이랑 느낌이 다른데요.
와, 조명도 좋고, 이런 근사한 가면을 쓰니, 무대가 달라보여요!!
딱 공감하고 있습니다. 한 때 세탁기 끝날 때 나오던 음악도, 어린이 집 차량 후진할 때 나오던 음악도 그냥 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낯익거나 혹은 낯설거나 그렇게 서서히 스며드는 것 같아요. 음악이랑도 궁합이 있는 것 같아요. 모두 멋지다 좋다는데 저 혼자 감흥이 없는 그런거요. 그냥 들어서 좋으면 저도 좋습니다.
제겐 그런 음악이 비창입니다. 이상하게 비창은 어디서 어떻게 갑자기 우연히 들어도 늘 좋더라고요.
우리 삶에 아주 많이 녹아 있죠.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젊었을 때보다 사고가 깊어지잖아요. 그때 곁에 둘 무언가가 필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고전음악을 곁에 두는게 좋고, 또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그러하시더라고요.
어? 이거 많이 들었는데~ 유명한곡 같은데 나만 모르나? 하는 순간 클래식과 거리감을 느꼈어요 그런데 무슨곡인지 몰라도 잘 듣고 있다니 다행이에요ㅎㅎㅎㅎㅎ 이 책 덕분에 그냥 들어보는중입니다^^
저는 비창 좋아하는데 비창을 들으면서도 가끔 "어? 이 곡 좋다 뭐지?" 하고 검색해 봅니다...
아~~ 매력적이네요~~ㅎㅎㅎㅎ
그런데 무슨곡인지 몰라도 잘 듣고 있다니 다행이에요 그렇습니다. 그냥 두고 듣는 다는 거. 모르고 듣는 겁니다. 즐겁고 좋으면 되는 것!!
저는 클래식엔 문외한이라서 이렇듯 만담으로만 끼어들고 있는뎁쇼... 아니 제가 무슨 도움이...
저는 사카모토 류이치의 'aqua' 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자주 들어요. 조성진, 임윤찬 님이 친 라흐를 비교해가며 듣는데 개인적으로 임윤찬 님 라흐를 더 좋아합니다. 뭐라 제가 평을 할 수준은 아니지만 임윤찬 님 연주가 뭔가 더 자유롭고 섬세하다고 할까요.^^;; 'aqua'는 영화 '괴물' 마지막장면과 너무 잘 어울렸던 듯요. 울컥했다는 ㅠㅠ
Aqua는 지금 집에 있는 CD들 보니까 1999년에 나온 BTTB 앨범에까지 있었네요 워낙 재탕을 많이 하셔서 그러려니 했는데 어쩜 더 오래된 곡일 수도 있겠어요~(좋아만 하고 정보력은 제로라) 저도 괴물에서 아쿠아 나오는 장면에서 주룩주룩 울고 또 아이라이너 걱정하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의 2악장은 들을때마다 머리가 도리도리 흔들려요. 아름답다 아릅답다 아름답다..이렇게 되뇌이니까 머리가 흔들흔들..........임윤찬의 연주는 그야말로 한탄이 나오죠. 좋고 좋다!!!! 대단하다!!!!앞으로 남은 수십년간의 임윤찬의 연주를 생각하면 너무너무 즐겁습니다..... 저는 유자왕의 연주도 좋습니다. 테크니컬만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측면이 있지만 유자왕이야 말로 누구보다 라흐마니노프를 잘 이해하고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라고 생각해요. 라흐마니노프를 주력으로 연구하고요. 무엇보다 정열적이어서.
저도 임윤찬님 처음 뉴스에서 봤을때 10대인데도 저 포스와 실력은 뭐지?? 놀라웠습니다 듣는 귀가 짧음에도 감탄하게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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