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개구장이 스머프의 테마음악 중 하나가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인 걸 알고 재미있어 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지금도 이 음악을 들으면 진지한 기분이 안 들고 자꾸 가가멜이 떠오릅니다. ^^
[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차무진 작가와 <어떤, 클래식>을 읽어 보아요.
D-29
장맥주
CTL
그러고보니 이 책에 거론된 영화 중에 크리스토퍼 워킨이 나온 게 2편이나 되네요. '디어 헌터'와 '후기 콰르텟.' 둘 다 제대로 보지는 않은 것 같아요. 나이 들어서의 모습만 아는 저는 '디어 헌터'에서의 젋은 모습에 깜짝 놀랬어요.
제게는 베 토벤 현악4중주를 다룬 책이나 영화라면 역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앞부분에 나온 현약4중주 16번, op. 135 4악장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인상적입니다. 무려 소설 책에서 악보를 넣어가며 곡 설명을 하니까요... 요즘은 클래식 음악 관련 대중책에서조차, 심지어는 작곡가에 대한 전기에서조차 악보를 인용하는 걸 못 보기도 할 정도로 골치 아픈 내용은 안 팔리니까요.
https://youtu.be/EICtI24Tf8Y?si=pHhKhP8LjddaOAYb
쿤데라는 음악을 공부하다가 소설가가 되었고, 칸딘스키와 쇤베르크는 서로를 부러워했고, 백남준씨도 음악을 공부하다가 종합예술가가 되고.... <어떤, 클래식>을 읽으면서도 책, 음악, 영화를 오고가게 되니 예술은 어쩌면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대한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J레터
어린이와 어울리는 클래식이라고 딱 말하기는 그런데 괜스레 저는 리차드 용재 오닐의 '섬집아기'가 문득 퍼득
듣고 싶은 날입니다.
https://youtu.be/v8lrQQ9zyvk?si=JfpbSAQaTKY5PSer
차무진
섬집아기. 언제 들어도 눈물이 펑펑 나는 슬픈 곡이죠. 제가 너무 좋아하는 곳이어서 제가 쓴 청소년 장편 [엄마는 좀비]에서도 그 노래가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다. ㅎㅎㅎ
쩡이
저도 섬집아기 들으면 맨날 울었어요. 클레멘타인도 그렇구요.
차무진
자도요 ㅠㅠ
빨간리본
3장 읽고 있는데, 연주를 들으면서 눈물을 콸콸 쏟는 경험은 어떻게 하면 생길까요.. 전 책을 읽거나 영화 를 보면선 경험했지만 아직 연주를 들으면선... 감성이 풍부한 작가님. 전 좀 마른(감성이) 여잔가봐요.
신묘
4장의 마지막 장이자 이 책의 엔딩인 베토벤의 현악 4중주 에피소드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베토벤의 '쉬지 않고 연주하라'는 문구를 바탕으로 바이올린 줄이 끊기고 첼로의 현이 중간에 상하더라도 멈추지 말고 끝까지 연주해야 한다고 설명한 대목은 울림이 깊었습니다. 작가님의 해석대로 베토벤은 이 곡을 통해 인생의 연속성, 삶의 유한성을 살아가는 인간의 태도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저의 삶에서도 때때로 줄이 끊기고 상하더라도 그렇게 안간힘을 쓰면서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버텨 냈던 적이 돌이켜보면 꽤 많았네요. 쉬지 않고 생을 이어온 제 자신을 문득 칭찬하고 싶습 니다. 그런 삶을 살아온 이 방의 모든 분들, 정말 애 많이 쓰셨습니다.
윈도우
어린이 전에 어른이들을 위한 이런 책이 있습니다.
사전 예습 후 우리 어린이들에게 ~~ㅎㅎ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94146558&start=slayer
로미
저는 브람스의 자장가 노래 좋아해요
유튜브 보면 무한반복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몇시간 들어도 지겹지 않은 것 같아요
잠이 안 온다는 게 문제인 듯요 ㅋ
차무진
비가 제법 세차게 와요~ !!
여러분~~~ 폭우는 아니지만, 머그에 커피나 차나 (술이나 ) 담아서 창가에 앉아보아요~
그리고 샤콘느를....!!!!!
조영주
어린이날과 클래식... 하다가 하나 떠올린 애니 겸 음악은 마법사의 제자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5_v8AmwUck
어렸을 때 판타지아였던가요, 미키가 나오는 애니메이션으로 봤다가 후에 노다메 칸타빌레에서도 들었... 아니 만화로 봤... 치아키가 미르히 대타로 잠시 s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했다가 망쳐먹을 때 나오죠.
장맥주
차무진 작가님이 말씀하신 대로 샤콘느를 들으며 비오는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겨 클래식 고수님들께 여쭤봅니다.
다른 예술 분야에 비해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유독 창작자가 아닌 퍼포머(연주자)의 예술적 위상이 높은 것 같은데 제 느낌이 맞는지도 궁금하고, 그게 맞는다면 왜 그런지도 궁금해요.
연주자가 작품을 재해석하면서 자신의 개성을 불어넣는다는 사실은 압니다. 하지만 연주자나 지휘자가 발휘할 수 있는 창조성이랄지 자유도랄지 재량은 창작자가 갖는 그것에 비할 수는 없겠지요.
한데 제가 이해하기로는 현대 예술은 예술가의 테크닉보다는 창조성에 높은 점수를 주거든요. 클래식 음악이 아닌 다른 분야는 창작자와 테크니션에 대한 예술적 대우가 굉장히 다른 거 같고요. 예를 들면 미술 분야에도 카피스트(copyist)라고 부르는 모작 작가(복제 화가)가 있지만 그들이 예술적으로 높게 평가받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혹시 ‘싱어송라이터인 아이유나 장범준이 테크니션인 조성진이나 임윤찬, 심지어 카라얀보다 더 뛰어난 음악 예술가다’라고 말하면 이상한 이야기일까요? 무식한 질문인 걸 알면서 조심스럽게 여쭤봅니다.
차무진
순전히 제 생각인데요,
음악은 카피를 전제로 한 해석이 다른 예술 분야보다 더 강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미술 등은 그 작품을 다시 구현해서 되새김하는 장르가 아니잖아요. 음악, 무용 등은 다르죠. 사라지는 속성이 있으니까요. ㅎㅎㅎ창작자를 박제해두고 연주자의 가치가 높은 건 그래서인 것 같아요.
만약 베토벤이 과거 베토벤이 사용하던 피아노와 열댓 명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그 유명한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연주한다는 것과, 지금 인윤찬이 숫자와 강력한 음향을 지닌 악기들로 무장한 베를린 필과의 연주를 비교한다면 아마도 사람들의 생각은 달라질 것 같네요. 같은 악보라도 기술과 조건과 현재성에 따라음악이 달라지니 계속 클래식 음악은 반복해서 새롭게 연주되고 상상되어 집니다. (물론 타임머신이 있어 베토벤이 직접 연주하는 초연을 들을 수 있다면 당장 백 번을 죽어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팝이나 다른 음악은 잘 모르겠지만) 클래식 뮤직은 연주자의 (테크니컬과 함께) 상상력, 감성, 철학 등이 반영되어서 음악이 완전히 달라지는 걸 즐겨요. 같은 베토벤 교향곡 9번도 지휘자가 다르면 곡도 달라집니다. 카라얀은 너무 매끄럽고, 첼리비다케는 너무 느리고, 권터반터는 진중하고, 부르노 발터는 따뜻하고, 샤를뮌시는 강하고.... 등등요. 클래식 뮤직은 복제작가, 복제 음악가 등이 성립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한 악보를 두고 해석하는 차이가 너무도 확연하고, 다름을 느낄 수 있어 감동의 폭도 다릅니다. (물론 처음 듣는 분들에게는 잘 느끼지 못합니다. 그게 그거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땐 작품 자체로 충분히 감흥을 즐기면 되지만요 .) 또 위대한 피아니스트 스코다 바두라는 슈베르트나 베토벤 당시의 악기와 당시의 조건과 당시의 악단 컨디션으로 곡을 연주해야 한다며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피아니스트 클라우디오 아라우는 '상상력이 없는 연주는 연주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지휘자 칼 뵘은 정률을 무시하면 그건 작곡가에 실례라고 말했으니 어느 게 정답인지는 또 모르겠네요.
클래식 뮤직이라는 장르는 이제 '엔딩'이 되어버린 장르입니다. 고전주의, 낭만주의 때 만들어진 음악으로 무대를 마감했고, 이제는 만들어진 그 음악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연주자가 어떤 감동으로 연주하는가로 영속될 것입니다. (현대 작곡가들이 존재하고 위대한 작품이 나올 수도 있지만요...또 .)
마지막으로,
"싱어송라이터인 아이유나 장범준이 테크니션인 조성진이나 임윤찬, 심지어 카라얀보다 더 뛰어난 음악 예술가다’라고 말하면 이상한 이야기일까요?" 는 조금 다른 질문인 것 같아요.
장범준은 장범준대로, 임윤찬은 임윤찬대로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고 있으니 전부 위대하고 멋지고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제가 김민섭 작가에게 "저는 김동식 작가처럼 위대한 작품을 만들 능력이 없어요." 라고 말하자 김민섭 작가가 "차무진은 차무진의 세계가 있고 김동식은 김동식의 세계가 있다" 라고 말해줘서 저는 너무 행복했어요. 카라얀에게 이영훈의 [광화문연가]를 연주하라면 아마도 잘 해석하지 못할지도 몰라요. ㅋㅋㅋㅋ
물론 위는 전부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하뭇
앗! 평소 제 의문에 답을 해주신 거 같아요.
저는 왜 클래식 음악 장르에는 '신곡'이 없는지 이상했거든요. 그럼 우리가 클래식음악이라고 하는 건 총 몇 곡인지 딱 정해져 있는 건가? 계속 그 한정된 곡들만 연주하는 건가? 요즘에는 클래식음악 작곡가가 없나? 하는 의문이 있었어요.
전에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유희열이 윤이상 작곡가를 언급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금 잘 몰라서 그렇지 시간이 흐르면 후대에서는 윤이상 작곡가가 베토벤, 모차르트... 같은 위대한 클래식 작곡가로 음악사에 남을 거라고 했는데. 클래식이 끝난 장르라면 그 끝은 윤이상 작곡가일까요?
차무진
윤이상 선생님은 유명한 반열에 드셨지요. 스트라빈스키나 쇼스타코비치, 바르톡 같은20세기 클래식 작곡가들이 지금 널리 연주되듯이 21세기 현대 클래식 작곡가들도 100년쯤 지나면 멘델스존이나 드보르작처럼 널리 연주될테니까요 ㅎㅎㅎㅎ
CTL
이것도 저도 고민해 본 문제인데요, 나름대로 내린 정리는 이렇습니다.
영화 <인셉션>을 보다가 든 생각인데요,
클래식 음악의 작곡가들의 작품들은 일종의 설계도 같아요.
연주자는 그 설계도를 보고 집을 짓는 사람들이죠.
건축가의 설계와 시공자와의 관계도 비슷하겠죠.
하지만 그 집은 <인셉션>에서처럼 실제로 존재해서 만져보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마음에서, 마치 꿈속의 세계처럼, 일종의 고유한 경험으로 들을 때마다 새로이 생산되는 것이죠.
그러니, 아무리 똑같은 설계도를 보더라도 모든 연주자가 보고 짓는 집이 같을 수가 없고, 한 사람의 연주자도 매번 100프로 똑같은 집을 지을 수는 없는거죠. 공간, 관객의 수, 같이 연주하는 사람들의 구성, 기온, 개인의 컨디션 등등이 시시각각 다 변하니까요.
스포츠도 비슷하지 않나요?
김연아의 '연기'도 구성해 준 사람은 따로 있고 각각의 기술요소나 연기 요소의 조합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데도 어떤 선수가 해 내느냐에 따라 관중들은 열괌을 하지요. 그 선수는 단지 짜여진 구성요소를 재현해 낼 뿐인데도 말입니다.
그리고 아이유나 장범준이 하는 대중가요라는 장르자체의 특성도 있고요. 기본적으로 즐기는 상품은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어 만들어진 곡이고, 컨디션이 안 좋을때는 립싱크도 허용되지만 클래식은 아직도 '실황' 연주로 판가름되는 장르이고 녹음시장은 실황 연주의 대체품일 뿐이지요. 글렌 굴드 등등 녹음 연주가로만 남겠다고 표명한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이미 실황으로 자기 실력을 입증한 후에나 가능한 거였고, 아직도 정통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녹음 연주만으로 인정받는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지요.
이상 이 두 가지가 클래식 계에서 왜 연주가들이 창작자들에 버금가는 인정과 추앙을 받는가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정리입니다. 작곡가들의 설계가 시공자, 재현자, 또는 해석가들이 없이는 감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고, 그 재현의 실시간성이 중요한 장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윈도우
식구들과 예술의 전당, 이고르 레빗 연주에 갔었던 얘기 재밌게 봤습니다. 집집마다 상황이 좀 비슷할 것 같은데요, 식구들 모두 클래식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은 것 같네요. 저희집도 아내가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편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동안은 혼자 음악회를 가거나 집에서도 혼자 있을 때 음악을 듣곤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엔 저의 강권에 의해 아내도 음악회를 자주 다니는데 자주 졸면서 강제 귀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ㅎㅎㅎ 그래도 비싼 연주회는 그냥 저 혼자 다닙니다. 비싼데 자면 아깝잖아요. 그럴 땐 아내도 선심쓰면서 혼자 잘 다녀오라고 합니다. (아주 기쁜 마음으로요 ㅎㅎ)
siouxsie
작가님 책 덕분에 오늘 오후는 클래식으로 꽉찬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글렌굴드도 실컷 듣고~
저도 지금 막 @윈도우 님이 언급하신 부분 읽다가 저를 돌아봤습니다. 저도 남편이랑만 둘이 가는 게 아들포함 모두의 소망인데 공연 대부분이 저녁이나 주말이라 데리고 다닐 수밖에 없어서요....항상 철학적 질문에 빠집니다 To be with him or not to be with him.........얼른 커서 각자의 길을 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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