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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혼자 읽기
D-29
안슈씨모임지기의 말
안슈씨
“ 자폐증이란 병명이 생긴 것은 2차대전 즈음으로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병명이 사회적 낙인이 되자 자폐로 진단받은 어린이와 가족은 도저히 어찌해볼 수 없는 무지와 편견에 시달렸다. 공립학교에 다닐 수도 없었고 수용시설로 보내져 성인이 되도록, 아니 종종 죽을 때까지 나오지 못했다. 부모, 특히 엄마는 자녀를 자폐로 만든 주범이라고 비난받았다. 자폐에 관한 연구가 워낙 드물었으므로 반론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서문,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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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하지만 자폐의 역사에서 한순간도 빠짐없이 항상 그 자리에 있었던 존재는 부모들이다. 때로는 절망으로, 때로는 분노로, 그리고 항상 넘치는 사랑으로 자녀들을 위해 분연히 일어섰던 평범한 엄마와 아빠들이다. 그들의 목표는 두 가지, 왜 자녀에게 자 폐가 생겼는지 밝히고, 자폐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목표는 아직 충족되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목표 자체에 회의적인 사람도 늘고 있다. ”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서문,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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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자폐의 역사는 곧 이 세상에서 “어딘지 다른 사람”이 살아갈 자리를 추구해온 역사다. 그 궤적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어딘지 다른 사람이 살아야 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편견에 맞서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 “어딘지 다른 사람이 배울 수 있는가?”라는 편견에 맞서 교육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 “어딘지 다른 사람은 열등한 존재가 아닌가?”라는 편견에 맞서 신경다양성을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이 그것이다. ”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옮긴이의 말,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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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각각의 행동보다 더 이상한 것은 모든 행동이 다양한 결핍과 재능이 독특하게 결합된 형태로 한 사람 속에 단단히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행동의 총합이야말로 도널드라는 사람의 극적인 인격을 포괄적으로 규정했지만 거기에는 이름이 없었다. 아무도 그것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랐다. 사람은 생각할 수 있는 단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엄마가 이해할 수 있는 결론은 오직 하나였다. 그녀는 편지 속에 안타까움과 슬픔을 담아 어린 아들이 “아무 희망이 없을 정도로 정신이 이상하다”고 고백했다. “자폐증”이란 진단명이 아직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1장 도널드,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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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그랜트는 자손을 이어갈 가치가 없는 사람에게 강제불임술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우생학에 어찌나 열광했던지 1920년대에 미국 17개 주에서 강제불임술을 법제화할 정도였다. 이런 조치는 정파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1926년 가족계획연맹의 창립자이자 사회적 약자를 적극 옹호했던 마거릿 생어는 바사 대학 강연 중 이렇게 말했다. “갈수록 늘어나 이제 문명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기에 이른 지능박약인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미국 국민은 세금을, 그것도 아주 무거운 세금을 물고 있습니다.” ”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2장 사회악,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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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1930년대에 레오 카너는 미국 제일의 어린이 정신과 의사였다. 전 세계를 통틀어도 그랬을 것이다. 정신의학계에서 어린이를 세부 전문과목으로 간주한 것이 불과 30년 될까 말까 했다. 오랫동안 어린이는 그저 성인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3장 첫 번째 환자,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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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카너는 미국 정신의학계가 모든 환자를 증후군으로 분류하는 관행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관행을 단호히 거부했다. 그런 생각을 혐오하기조차 했다. 환자의 말에 충분히 귀를 기울이지 않고 어떤 딱지를 붙일지에만 골몰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카너는 개인의 병력을 구성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무미건조하게 일자와 증상만 나열했던 당시의 방법에서 벗어나 환자의 경험을 완전한 문장으로 적고 문단을 생생하게 전개시켜 가며 자신이 관찰한 세부사항을 더해 하나의 서사를 구성했다. 이런 방식은 결국 다른 의사들과 전혀 다른 그만의 특징으로 발전했다. 환자가 실제로 경험한 것을 하나의 이야기 로 파악하고,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진단과 치료를 시도하는 방식이었다. ”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3장 첫 번째 환자,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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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그저 관행일 뿐 합리적 근거가 없는 의학적 조치에 대해 점점 참을성을 잃으면서 큰 논란이 된 사건이 발생했다. 어느 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카너는 환자들의 구속복을 벗기라고 지시했다. 당시 대부분의 환자는 신체적 구속 상태였다. 병동 관리자는 원장에게 보고까지 하며 끈질지게 저항했지만, 카너는 그날 밤 병동 관리를 자원하여 승리를 거두었다. 그가 옳았다. 아무 문제도 없었다. 그의 아내가 남편 없이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다는 점만 빼고 모든 사람이 행복했다. 연휴가 끝날 즈음에는 구속복이 불필요하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환자들은 구속복을 입지 않은 채 생활하게 되었다. ”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3장 첫 번째 환자,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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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이런 태도는 도널드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혼자 있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아하는 존재방식이었다. 아이는 “내적 의식 세계와 바깥 세상 사이에 일종의 정신적 장벽을 세워” 자신의 존재방식을 보호했다. 비먼이 느끼기에 아들은 장벽 뒤 자신만의 세계에 있을 때만 만족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기쁨을 느끼지 못하거나 웃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루 종일 행복해” 보이는 날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옆에서 아무리 재미있는 말이나 행동을 해도 곁에 다른 사람이 있는 한 전혀 즐거워하지 않았다. 오직 “혼자 즐겁게 노느라 바쁠 때”만 행복을 느꼈다. ”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3장 첫 번째 환자,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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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이 질문은 몇 가지 이유로 인해 명확히 대답하기 어려웠다. 한 가지 이유는 20세기 이전까지 의학적 기록과 기록을 보관하는 방식이 초보적인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1차대전 전까지는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규모의 인구집단에서 개인의 행동 특성을 체계적으로 관찰한 데이터베이스 자체가 없었다. 19세기 후반까지도 과학적 방법론, 일관성있는 용어, 연구와 관찰을 통해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근거로서 정신의학적 진료라는 것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하물며 어린이 정신의학은 두말할 것도 없다. 카너의 세대는 선구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과거의 기록이 없으므로 도널드에게서 관찰한 자폐증이란 행동이 그 시점에 생겨났다고 주장해도 통계학적 근거를 들어 반박할 수 없었던 것이다. 반대로 자폐증이 그전부터 있었다고 주장해도 추측에 근거한 것으로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 었나』 4장 야생 소년과 성스러운 바보들,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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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그들은 자폐증이 아니라 러시아 역사와 문화를 연구했지만, 듀이는 1950년대에 자폐증으로 진단받은 아들 덕에 고대 방랑자들의 행동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었다. 신성한 바보들의 행동을 광기나 성스러움이 아닌 자폐증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들은 “사회적 선입견에 구속되지 않았으며”, 고립된 상태로 사는 데 만족했다. 몇몇은 의식(儀式)에 가까운 틀에 박힌 행동을 반복했다. 바질이 혹한을 견디며 “얼어붙은 볼가강 위를 맨발로 걸었다”는 기록은 일부 자폐인이 극도의 추위나 더위, 통증에 무감각해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신성한 바보들은 잠을 거의 자지 않고 음식도 거의 먹지 않은 채 지내곤 했는데, 일부 자폐인들도 그렇다. ”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4장 야생 소년과 성스러운 바보들,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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