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혼자 읽기

D-29
심리학에서 “마음이론”이란 용어는 다른 사람의 정신상태(생각, 꿈, 믿음)가 자신의 정신상태와 전혀 다른 독립적 실체임을 알아차리는 것을 말한다. 마음이론이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나름의 지각과 관점을 갖는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을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처럼 자신의 의지가 없는 물체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한편 마음이론의 필연적인 결과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나중에 “정신화”라고 새롭게 명명된 이 과정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최선을 다해 타인의 생각을 추정하고, 그 추정을 근거로 끊임없이 새로운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정신화를 잘 하는 것이 곧 진화의 정글에서 살아남는 기술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낯선 사람이 머리 위로 곤봉을 휘두르며 빠른 속도로 달려온다면 자기를 죽일 작정이라고 가정하는 것이 생명을 보전하는 길일 것이다. 그런 똑똑한 생각에 따라 반대쪽으로 달리기 시작한 사람은 살아남았을 것이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29장 경이로운 발견들,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그녀는 “단순히 중증에서 경증에 이르는 직선이 아니라, 적지 않은 복잡성을 내포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래도록 “자폐증 연속선”에 대해 많은 글을 쓴 후 훨씬 좋은 말이 떠올랐다. “자폐 스펙트럼”이다. 이 말은 자폐증을 해석하고, 자폐증에 반응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버렸다. 또한 정치와 사회와 과학 분야에 폭넓은 영향을 미쳤다. 간단히 말해 그때 그녀가 용어를 바꾸기로 결정한 것은 이후 자폐증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를 바꿔버렸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30장 자폐 스펙트럼,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1960년대부터 2010년까지 무려 50년간 활발한 활동을 펼친 그녀는 그 분야의 모든 사람을 압도할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였다. 미국을 포함해 자폐증에 관해 전 세계적인 논의를 이끈 리더들 중에서도 그녀의 위치는 다른 연구자들과의 뚜렷한 차이에 의해 더욱 두드러진다. 쇼플러와 로바스, 오코너와 헤르멜린, 러터, 프리스, 배런-코언 중 어느 누구도 매일 자폐증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간 사람은 없다. 하지만 로나 윙은 그랬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30장 자폐 스펙트럼,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거기서 그녀는 1944년 오스트리아의 증례와 자신이 현재 치료 중인 어린이들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서, 양쪽 집단의 어린이들이 아스퍼거의 “자폐증적 정신병자”라는 개념에 얼마나 잘 들어맞는지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많은 사람이 정신병증이란 말을 반사회적 행동과 연결시킨다는 사실을 감안하여 더 부드럽게 들리는 명명법을 제안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란 중립적인 용어가 더 바람직하며, 앞으로 그 용어를 사용할 것이다.” 이 한 문장으로 윙은 의도치 않게 영어권 사회를 휩쓸게 될 호소력있는 진단명을 선보인 셈이었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31장 오스트리아 의사,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자애로운 의사”라는 아스퍼거의 이미지는 강력한 호소력을 지녔으며, 그의 연구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2000년대 들어 도덕적으로 강직했다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긍정적인 서사가 부각되면서 아스퍼거는 거의 영웅에 가까운 위치로 올라섰다. 지적장애 어린이들을 몰살시키려는 나치의 계획을 매우 조심스럽지만 용감하고도 영리한 방법으로 방해했다는 이미지는 갈수록 강화되었다. 1991년 우타 프리스가 아스퍼거는 “부적응자”를 쓸어버리기 위해 계획된 나치 우생학 프로그램에 맞서 열정적으로 그들을 지켜냈다고 주장한 데서도 그런 이미지가 고스란히 반복된다. 프리스는 직접 번역한 1944년 논문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썼다. “그는 부적응자들을 경멸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지키기 위해 헌신했다. 당시 부적응자를 옹호하는 것은 위험과 직결되었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32장 서명,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하지만 결국 비클런은 그 효과를 인정했다. FC가 어떻게 효과를 발휘하는지 확실하게 알지는 못한다고 수긍하면서도 “효과가 있다고 가정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를 충분히” 보았다고 주장했다. 촉진적 의사소통 때문에 “자폐증을 재정의할 수밖에 없었다”고도 썼다. 대담한 선언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그는 결코 자폐증의 권위자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의 열광적인 반응은 사람들에게 퍼졌다. 머지않아 시러큐스 지역 교사들과 음성언어 치료사들이 방과후 모임을 조직하여 비클런의 자문을 받아 가며 촉진적 의사소통을 시도했다. 소문이 퍼지자 언론에서도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FC는 예외없이 기적으로 묘사되었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33장 언어라는 꿈,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내면에 갇힌 아이”라는 존재가 자폐 부모들의 꿈속에 얼마나 자주 나타났는지 보면 이 개념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알 수 있다. “어젯밤 꿈속에서 아들이 말을 했어요.” 이런 말은 표현이 조금씩 다를 뿐 회고록에서, 온라인 카페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희망과 비통 사이를 오가는 부모들의 대화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어 나타난다. 자녀를 “해방”시킬 수 있을 가능성을 떠올리는 순간, 그들의 마음은 희망으로 부풀었다. 억지로 되는 일이 아니기에 너무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해방이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들의 마음은 끝없는 죄책감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34장 내면에 갇힌 아이,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오래도록 자폐공동체에서 즐겨 인용되는 경구가 있다. “자폐인을 하나 만났다면, 그저 단 한 명의 자폐인을 만난 것이다.” 물론 이 말은 자폐성향의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다양성을 지적한 말이지만,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자폐증을 정의하기가 그토록 어려운 것은 자폐성향이 엄청나게 다양하기 때문이다. 1960년대 초반 자폐인의 숫자를 알고 싶었을 때 빅터 로터 역시 이 문제에 부닥쳤다. 결국 스스로 임의적, 최소한 주관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오직 자신이 관찰한 바를 근거로 했다는 조건을 달아 자폐증을 규정하는 한계선을 그을 수밖에 없었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35장 자폐증을 정의하라,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뉴저지의 에릭과 캐런 런던은 상황을 변화시키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알았다. 돈이었다. 에릭은 과학 학회에서 거대한 전시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가정을 검증해보았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연구자들이 최신 연구 결과를 표와 데이터와 그래프로 설명한 포스터 앞에 서있었다. 자유분방한 “포스터 세션”은 과학모임이나 학회의 전통으로, 학자들 사이에 자발적인 대화와 개방적인 생각의 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마련된다. 앞서 세 권의 바인더를 제공했던 신경과학학회도 다시 열렸다. 에릭은 똑같은 절망감을 느꼈다. 수천 개의 포스터 중 자폐증에 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몇 개는 자폐증에 응용해볼 만한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예를 들어 뇌 영상이나 감각연구를 하는 누군가가 자폐인 집단에서 피험자를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36장 과학을 지원하라,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자폐증의 유전암호를 풀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력에 감탄한 수많은 가족이 삽시간에 등록을 마쳤다. 새롭게 교육받은 ADI 평가자가 각 가정을 일일이 방문하여 몇 시간씩 가족을 면담했다. 면담 결과는 방문 과정을 통째로 기록한 오디오 및 비디오 테이프와 함께 로스앤젤레스로 보내 분석했다. 자폐증이 확진되면 에드 베리가 나타났다. 장시간의 기차여행과 운전에도 그는 언제나 그랬듯 특유의 상냥하고 부드러운 방식으로 온 가족의 혈액을 채취했다. 손상되지 않게 포장하여 영구 보존 장소인 동부 러트거스 대학 세포 보관소에 도착한 모든 혈액 검체는 게놈 선별검사와 함께 “불멸화” 과정을 거쳤다. “불멸화”란 혈액을 구성하는 세포를 복제한 후 증식시켜 원래 세포와 정확히 동일한 복제세포를 무한정 공급하는 과정이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37장 마법사,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2001년 당시 자폐공동체에도 “스타”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자폐 가족들에게 전혀 이상한 말이 아니었지만, 바깥 세상에서 그랜딘은 그리 유명한 존재가 아니었다. 활동가들의 용어로 자폐증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매우 낮았고, 자폐인과 가족이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다. 사실 그런 점이야말로 그랜딘의 이야기를 할리우드로 가져가고 싶은 이유였다. 그녀는 자폐공동체에 영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무관심한 대중에게 자폐란 상태를 설명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그런 주제를 깊이 생각하거나 느끼려고 노력할 이유가 없었다. 훌륭한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스스로 관심을 갖게 해야 했다. 템플 그랜딘의 삶은 훌륭한 정도가 아니라 진정 위대한 이야기였다. 그것을 한편의 멋진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자폐증에 대한 멋진 영화로.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38장 자폐증, 수면 위로 떠오르다,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레인 맨>은 자폐증의 서사를 영원히 바꾸었다. 자폐인의 진정한 어려움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영화를 본 절대 다수에게 그것은 여전히 타인의 급박함일 뿐이었다. 하지만 1988년 이후 대중은 자폐증이 어떤 상태인지 어렴풋이나마 짐작했고, 동시에 전반적으로 자폐인의 모습에 우호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다. 분명 진보였다. 자폐증이란 세계에서 최초로 배출한 스타인 레이먼드 배빗이 가공의 인물이었다 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보다 먼곳까지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살아숨쉬는 자폐인 중에서 스타가 탄생해야 했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38장 자폐증, 수면 위로 떠오르다,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자폐증 유행병이란 마음 불편한 망령은 내키지 않는 대중적 컨센서스에 의해 21세기를 규정하는 심리적 스트레스 중 하나가 되었다. 이 세상이 결코 아이 키우기에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또 하나의 근거가 된 것이다. 《어린이》라는 잡지는 이런 불안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자폐증에 “우리 시대를 규정하는 장애”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수많은 권리옹호단체에서 자폐증에 무시무시한 국가적 위기라는 프레임을 씌우면 모금을 권유할 때 훨씬 호소력이 커진다는 사실을 깨닫자 이런 비유는 끊임없이 확대재생산되었다. 단체의 리더들은 연설을 하거나 보도자료를 낼 때마다 유행병이란 주장을 반복하면서 자신들의 명분이 얼마나 급박한지 강조하기 위해 두 가지 통계 숫자를 인용했다. 과거의 자폐증 유병률과 현재의 자폐증 유병률이었다. 숫자는 단체마다 달랐지만 어찌되었든 모든 통계가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39장 사회적 비상사태,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피터 벨은 오래도록 기업 마케팅 분야에서 일한 사람이었다. 발표가 끝났을 때 그는 이어긴-앨솝에게 물었다. 그렇게 폭넓은 숫자가 바로 지금 미국의 자폐증 유병률에 대한 “CDC의 최선의 추정치”입니까? 이어긴-앨솝은 잠시 멈칫하더니 좌중을 둘러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현재 CDC는 더 정확한 추정치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벨이 한 사람 한 사람 좌중을 둘러보며 현재 몸담은 단체에서 자폐증 유병률을 공개적으로 얘기할 때 CDC의 권위에 기대어 오직 한 가지 숫자만 인용하는 데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모두 동의했다. 그리고 모두 가장 걱정스러운 숫자를 지지했다. 166명 중 1명이었다. 이후 권리옹호단체에서는 항상 그 숫자를 인용했고, 매체에서는 그 숫자를 끊임없이 반복 보도했다. 머지않아 그 숫자는 분명한 사실로 널리 인정되었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39장 사회적 비상사태,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21세기가 시작되었을 무렵 정말로 자폐증이 유행했다면 뭔가 원인이 있었을 것이다. 새천년이 시작되기 불과 몇 년 전에 나타난 것이라야 했다. 그때부터 자폐증 유병률이 치솟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과 영국에서 대부분의 어린이가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하는 것이라야 했다. 두 국가가 유행의 진원지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경로를 통해 어린이의 몸속으로 들어가 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야 했다. 최근에 등장한 것. 어디에나 있는 것. 몸을 침범하는 것. 그것이 무엇이든 이런 특징들을 지니고 있어야 했다. 1998년 겨울 런던에서 마침내 용의자의 이름이 밝혀졌다. 바로 백신, 예방접종이었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40장 백신 공포,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소위 자폐증의 백신이론을 둘러싸고 벌어진 대혼란에 기름을 부은 것은 의료행위로 인해 어린이에게 자폐증이 생길 수 있다는 대중적 공포였다. 오래도록 가라앉지 않을 이 공포는 정확히 1998년 2월 26일 아침 런던의 로얄 프리 병원에서 불붙었다. 그날 병원 홍보부에서는 병원 소속 스타 연구자 중 하나인 앤드류 웨이크필드 의 논문을 소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젊은 소화기학 전문의 웨이크필드가 열두 명의 공동저자와 함께 쓴 그 논문은 며칠 뒤 영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존경받는 의학저널 《랜싯Lancet》에 게재될 예정이었다. 《랜싯》 지의 권위와 병원의 명성으로 인해 웨이크필드는 즉시 신뢰를 얻었으며, 이 사실은 이후 그가 발견했다고 주장한 것에 전 세계가 반응한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40장 백신 공포,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한때 전문가 집단 앞에 서면 소심해지고, 거의 “모자를 벗어 공손히 손에 든” 태도를 취했던 자폐 부모들은 2000년대 들어 전문가들을 압박할 권리를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NBC 방송의 <투데이> 쇼에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던 한 엄마는 다른 부모들과 함께 NIH에서 열린 회의를 엉망으로 만든 일을 자랑스럽게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부모들은 미국 최고의 자폐증 연구자들이 최신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 초대받은 터였다. 하지만 발표자들이 백신, 위장관 증상, 식품 알레르기 등 “그들의” 문제와 관련이 없는 주제를 논의하기 시작하자 청중 속에 앉아 있던 그들은 몹시 기분이 상해 진행을 방해하고 청중석에 있던 마이크를 낚아채 고함을 질렀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40장 백신 공포,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하지만 그는 보고 들은 것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를 가든 사람들과 그들의 지식과 헌신에 깊은 인상을 받았지만 자폐공동체가 그토록 파편화되어 있고, 그토록 자주 내전을 벌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너무 많은 단체가 존재하고, 작은 규모 때문에 효과적으로 일하지 못하며, 너무 자주 아무 의미도 없이 서로를 냉랭하게 대한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었다. 자폐공동체 내에서 벌어지는 담론의 대의 자체가 문제였다. 그들은 항상 험악한 폭언을 주고받았지만, 2000년대 중반에 이르면 막말의 수준도 완전히 차원이 달라졌다. 라이트처럼 처음 접한 사람에게 그런 상황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은 현실은 끔찍하기만 했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41장 오티즘 스피크스,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오핏은 한 가지 약점 아닌 약점이 있었다. 1990년대에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공동개발하여 특허를 출원함으로써 거액을 벌었다는 것이다. 2006년 오핏의 백신은 권장 예방접종 일정에 포함되어 2개월 및 4개월된 모든 유아에게 접종되었다. 그를 적으로 삼은 부모 진영에서는 이 점을 물고 늘어져 오핏이 자기들의 신념을 공격하는 진짜 목적은 수입원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이 보기에 오핏이 백신 안전성에 대해 언제 어디서 입을 열든, 그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든, 그것은 단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었다. 바로 이해상충이었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41장 오티즘 스피크스,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그 사이에 백신 반대 진영에 또 한 가지 나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번에는 《유해의 증거》를 쓴 데이비드 커비가 “자살골”을 넣은 셈이었다. 2005년 한 회의적인 블로거와 논쟁을 벌이던 커비는 티메로살 이론을 간단히 검증해볼 방법이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최근 몇 년간 캘리포니아주의 자폐증 발생률을 추적해보는 것이었다. 자폐증 발생률이 떨어지고 있다면 티메로살 이론이 맞는 것이었다. 2000년대 초부터 백신 제조사들은 대부분의 어린이용 백신에 티메로살을 사용하지 않았다. 새로운 밀레니엄에 태어난 어린이들은 백신을 통한 메틸수은 노출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자폐증 역시 줄었을 것이었다. 커비는 자칭 시민 케인이라는 블로거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2007년까지 3~5세 어린이 중 자폐증 진단이 감소하지 않는다면 자폐증-티메로살 가설에 치명타가 되겠지요.” 마침내 마감 시점인 2007년이 되었지만 캘리포니아주의 자폐증 유병률은 떨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올라갔다. 다시 일 년이 지나자 유병률은 더욱 높아졌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42장 추악한 진실,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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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그믐, 지금
딱히 이번이라고 뭔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희망할 근거는 없었다.셰익스피어 시대에는 어느 여성도 셰익스피어의 비범한 재능을 갖지 못했을 거예요.횡설수설하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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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세계문학선] #01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함께 읽기[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브릭스 북클럽]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함께 읽기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내셔널 갤러리 VS 메트로폴리탄
[도서 증정] 저자이자 도슨트인 유승연과 함께 읽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 [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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