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폐를 “선천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정신질환이 예외 없이 정서적 외상의 경험에서 생기며, 거의 항상 엄마가 관련된다는 정신의학계의 합의된 의견과 정면으로 배치되었다. 심지어 “조현병 유발성 엄마”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였다. 자폐증을 슬그머니 조현병 항목 밑으로 옮겨놓으면서 카너는 자폐증을 타고난다는 이론에서 한걸음 물러나 정신의학계 동료들이 친숙한 방식으로 가족역동에 초점을 맞춰 부모의 행동을 낱낱이 분석하려는 내적 압박감을 느꼈을지 모른다. 간단히 말해 1948년과 1949년에 부모들에 대해 말하고 쓴 것만 본다면 카너는 애초의 확신에 등을 돌리고 엄마가 자폐증의 원인이라고 공공연히 비난하는 최초의 전문가가 되었다. 이런 입장은 매우 실망스러울 뿐 아니라, 이후 여러 차례 명성을 얻었다가 잃는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9장 카너의 잘못일까?,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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