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중고 24 - 온라인 북클럽

D-29
과거나 미래에 의지해 살아가는 태도는 굉장히 불안한 상태라고 생각해요. 과거의 나의 모습만을 바라보며 살지 않으면, 미래의 성공한 나를 상상하며 살아가지 않으면, 더 이상 비참한 지금의 모습에 버틸 수 없어 현재를 극도로 두려워하는 모습 같아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살아가는 '나'이지만 중요한 만큼 깨닫기 힘든 것 같네요.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댓글 10개를 쓰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댓글을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강제 퇴장이다. 순간 강퇴를 당해도 뭔 상관인가, 생각이 들었지만, 현재에 집중하기로 나는 마음을 다잡은 후, 책을 다시 훑었다. 니체가 말한 최악의 독자임을 자처한 것이다. 그러나 훔칠 거리는 없었다. 다른 애들의 댓글도 보았다. 덛붙일만한 것 또한 없었다... 감상이나 써야겠다. 처음, 나는 훑었다. 그 후, 나는 정독했고, 그 후, 댓글을 달려고 했다. 달지 못했다. 그리고 훑었다. 다시 훑었다. 그리하여 결국, 댓글을 올렸다. 즉, 내가 지금까지 단 댓글들은 모두 허상에 불과했던 것이다. 정독하면서 단 댓글은 없다. 훑으면서 단 댓글이 전부다. 그리고 지금 쓰는 것 또한, 책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성찰이다. 그래서, 의미가 있었는가? 있을 수는 있다. 의미는 내가 부여하기 나름이니까. 그 의미는 무엇이었나, 생각해 보면. 책 한 권을 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책과, 그 책을 읽는 북클럽의 규칙에 의해, 생각을 공유했다는 것이다. 공유. 누군가 읽어주었다는 것이다. 정확히 따지고 보면 극소수만이 읽었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의미는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그렇게 여기는 이상. 이상.
내가 아까 우리 중에 미래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죠? 그런데 현재를 제대로 보는 사람도 많지 않아요.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p.54, 장강명 지음
이 문장에서 말하는 것처럼 현재를 깊이 이해하고 관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우리 모두가 현재에 더 집중하고 현실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것이 우리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끌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현재에 더 집중하고 현실을 깊이 있게 바라봄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이끌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해요. 이미 지나간 과거에 연연해서 현재를 못보고 미래를 망치는 것은 어이없는 일 중 하나라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저는 과거에 어느정도는 사로잡혀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공부도 참고서나 자습서가 필요한 것처럼 저는 우리가 현재를 걸어가고 미래를 닦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참고서 중 과거만큼이나 나를 잘 보여주고 나에게 맞는 참고서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어떤 관계의 의미가 그 끝에 달려 있는 거라면, 안 좋게 끝날 관계는 아예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p.87, 장강명 지음
그건 아닌 것 같다.. 인간관계에서 의미 있는 것이 관계의 마지막만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좋지 못한 결말을 맞은 관계라고 하더라도 분명 그 과정에서 얻는것이 있을 것이다. 정신적 성숙이든, 추억이든..
과거와 미래를 보지 못하고 현재만 보는 사람이 더 유리할 때도 있어. 여자가 말했다. 과거를 잊을 수 있으니까. 과거를 잊을 수 있기 때문에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어.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p.127, 장강명 지음
잊어버리는 것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이 문장에서 잊는 것은 과거의 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긍정적인 특성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과거의 힘든 일을 잊는다는 것은 긍정적인 것이기에 과거의 짐으로부터 벗어남으로써 현재를 열심히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인상깊은 구절인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이 문장을 읽고 다른 생각을 했어요. 과거를 잊을 수 있기 때문에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했지만 만약 현재에서도 과거와 같은 잊고 싶은 일이 일어난다면 아무리 과거를 잊는다해도 현재에 집중한다해도 우리는 자유롭다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이 문장은 여자, 남자, 아줌마…등등 모두가 갈망하는 바인 것 같아요. 모두 자신의 부정적인 과거에 얽매여서 마음속 깊숙이 넣어놓고 사는 사람들이잖아요.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하는 것은 여자뿐만 아니라 이 책의 등장인물모두가 그런 것 같아요.
과거와 미래를 보지 않고 현재에만 집중하는 것이 유리할 때도 있다는 말이 처음에는 동의가 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제 경험상으로도 과거를 잊었을 때 과거를 잊지 못하고 안고 있던 시기보디 더 자유로웠던 것 같아요. 과거는 잊음으로써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미래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드네요.
그래요 현재에 충실하며 과거를 잊는것이 삶에 더 유리할때가 있습니다 잊어버린다고 그 기억을 버리는 갓이 아니잖아요 전 그래서 이 문장에 공감한답니다
찌르세요. 남자가 말했다. 찌르시라니까요! 아주머니는 팔을 뻗었다. 처음에는 찌르고 다음에는 그었다. 구경꾼은 없었다. 아주머니는 칼을 서툴게 쥐었고 그래서 양손에 상처가 잔뜩 났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p.145, 장강명 지음
칼을 서툴게 쥔 탓에 손에 상처가 잔뜩 났다는 점이나 전체적인 문장의 구조 등이 맨 처음에 나왔던 남자가 학교폭력 가해자를 찌르는 장면과 많이 비슷하다. 처음 이 부분을 읽을 때 약간의 기시감이 들어 뭘까 했었는데, 다시 읽고 보니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앞에서 나온 장면과 상당히 유사한 장면인데 반해 첫 장면에서 가해자였던 남자는 피해자가 되고, 살해당했던 아이의 어머니는 가해자가 되었다는 점에서 묘한 느낌을 받았다.
작성해주신 대화를 보고 책의 맨 앞 부분을 다시 읽어보니 정말 오묘한 느낌이 드네요. 저는 남자와 아이의 가정이 벗어날 수 없는 가해와 피해의 순환고리에 갇혀버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앞 부분의 장면과 비슷하다고 느꼈는데요 . 특히 '구경꾼은 없었다'라는 문장이 앞부분과 비슷하다고 느끼게 하는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보통은 목격자나 주변인이라고 할 법도 한데 구경꾼이라는 단어를 선택한데에는 작가만의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기시감은 들었지만 똑같다는 것은 몰랐어서 새로우면서 신기하네요. 수미상관의 구조일까요. 남자에게 들어있던 우주알이 아주머니에게로 가고 아주머니 또한 자신이 끔찍이 여기던 아들을 죽인 존재와 결국 같아졌죠. 이는 아직도 사건에 거짓말이 남아있다는 작가의 표현일지 아니면 그저 정확한 상황을 알게될거라는 암시일지.. 이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네요.
말해주신 부분을 읽으면서 굉장히 작가의 설계가 돋보이는 듯한 느낌은 받은 것 같아요. 첫 부분에서 남자가 영훔이를 죽이고 영훈이의 어머니인 아주머니가 남자에게 복수하려 하였지만 결국 마지막에 아주머니가 남자를 죽이면서 굉장히 모순된 아주머니의 태도와 피의 순환고리가 잘 드러나도록 표현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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