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엽 감는 새 연대기

D-29
알다가도 모를 여자들 마른 여자는 옷을 입었을 때는 거의 아무 옷이나 어울린다. 그래서 여자들이 그렇게 죽어라 몸을 말리려는 것이리라. 그러나 이들은 대개 11자여서 볼륨이 없다. 벗은 모습은 못 봐줄 정도다. 너무 밋밋하다. 그걸 보면 젓가락이 연상된다. 그러나 너무 볼륨 있는 여자들은 어울리는 옷이 한정되어 있다. 주로 콜라병 모양으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원피스나 청바지 같은 게 어울리는데 이들은 차라리 벗은 게 입은 것보다 나을 때가 더 많다. 마른 여자는 옷을 입은 게 낫고, 볼륨 있는 여자는 옷을 벗은 게 더 나은 것 같다. 여자 중엔 이런 여자도 있다. 여리여리하게 생겼다. 금방 부러질 것 같고, 후 불면 날아갈 것 같으면서, 실제 걸어갈 때는 약간 공중에서 떠 가는 것 같다. 하늘거리는 옷이 다리를 가려 그렇다. 실제 바람에 날아가는 옷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나 강단이 있다. 의외로 성깔이 세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물리적인 볼륨이라는 게 있으니까 윤곽이 흐릿하고 골격이 가늘다. 슬렌더하다. 그런 여자들을 보면, 나는 바로 이런 생각이 든다. 저 여자가 죽어 땅에 그대로 묵히면 뼈가 가늘고 연해 금방 땅의 흙이 되겠지, 하고.
작가가 아끼는 인물(3) 작가가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물론 남에게 좋은 사람이고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겠지만, 그보다도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을, 가장 으뜸으로 아끼는 것 같다. 자기 잣대로 상대를 재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그를 존중한다. 그러나 그게 절대 쉬운 게 아니다. 누구나 편견(Prejudice)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걸 기준으로 남을 평가해 버린다. 그 사람 본래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자기 잣대로 그를 진단해 버린다. 사람은 같은 사람이 있을 수 없으므로 그렇게 되면 상대는 고칠 게 당연히 많은 사람이 되고 만다. 상대는 자기 진가를 잃고 그걸 발휘하지 못한다. 그의 타고난 기질(Nature)이 죽는다. 그렇게 되니 그런 재단은 남의 재능을 갉아 먹는 행위다. 훈계와 충고는 자기 기준으로 상대를 봐서 그런 것이다. 그런 자신의 잘못을 알고 그걸 넘어서서 상대를 있는 그대로, 그의 타고난, 그가 고유하게 가진 것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러지 않고 그를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래야만 그는 기가 빨리지 않고 자기의 타고난 본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작가는 바로 상대를, 편견이 아닌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최고로 아낀다. 이런 인물은 보기 드물고, 그래서 진귀(珍貴)하면서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 이런 사람은 꼰대 소릴 들을 리 만무하다. 자기만 아닌 남도 살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반면 꼰대는 자기와 자기 편 자랑으로 끝나는 사람이고, 결국 남에게 해로운 사람이다. 작가는 학폭에서도 가해자, 성폭행 사건에서도 가해자보다는 피해자(Sufferer)를 분명히 더 아낀다. 그들의 말에 더 귀 기울여 경청하려고 애쓴다. 한 사람의 삶을 통해 보면, 내가 가한 건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상처 입은 건 어쩌면 평생 잊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어느 날, 가해자를 찾아가 “너, 그때 왜 그랬어?” 하면 “내가 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기억조차 없다. 난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넌 아무렇지 않다? 일본이 우리를 침범해 못된 짓을 많이 했지만 그들은 가해자고 우리는 피해자여서 우리가 그것에 대해 더 할 말이 많은 것이고, 그들은 또 아이러니하게도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기 소설에서도 언급했지만, 소련과의 전쟁에서 한번 패한 1939년 노몬한 전투를 그들은 희한하게 잊지 못한다. 베트남 전쟁에서 베트콩에 패한 미군이 인간 살육 병기, 실베스터 스탤론의 람보 시리즈를 내세워 그 전쟁을 보복한 것만 봐도 안다. 진 경험이 없어 충격에서 벗어나기 더 어려워, 영화에서나마 대리만족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쭉 자해자였어도, 당한 건 이렇게 쉽게 잊을 수 없나 보다. 인간은 자기가 가한 것보단 당한 것에 대해 그때의 심정을 더 토로하려 하는데, 작가는 이런 어쩌다 피해자인 강자가 아니라 거듭 당해온 피해자들에게 관심이 더 많고 그들의 말을 아껴 들어주려 한다. (가해자인 미국과 일본은 전쟁을 했어도 아군과 적군이 본토에서 서로 죽고 죽이면서 아이, 노인, 여자가 주로 희생되는 전쟁으로 국토가 유린된 적이 없기 때문에 국민은 직접적으로 전쟁의 피해를 보지 않았다. 전쟁 같은 건 나라에서 하는 일이지 자기와는 무관한 일이라 여기기까지 한다.) 작가가 진정 더 아끼는 인물은 이런 진짜 피해자들이고, 작가는 언제나 그들 편에 서서 그들과 같은 시선으로 그들의 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으려고 언제나 귀를 기울인다.
상처가 있어 작가가 되었고 그걸 멈추라는 내부의 목소리와 외부의 목소리가 있는데 나는 이걸 멈출 수 없다. 내 운명이고, 내 삶이고, 내 생명이기 때문이다. 할 수 없다. 계속 써야 나는 살기 때문이다.
성향이 다른 여자들 성격이 같은 여자는 같이 있을 때 편하기는 하지만 나의 한계를 그녀도 갖고 있어 뭔가 확 트이는 것도 없다. 그러나 반대의 성향을 가진 여자는 나를 벗어나게 할 수 있다. 아니 그녀를 통해 내가 벗어나는 것을 느끼고 뭔가 막힌 게 트이는 기분이다. 그러나 본래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서 그것에 지칠 수 있다. 다시 나와 같은 여자를 찾아 안정을 찾는다. 내가 흥분하고 내 페이스를 잃을 때는 이런 여자를 찾아 안정을 찾는 거고, 뭔가 고구마를 먹을 듯이 콱 막힌 게 있는 것 같을 때 나와 다른 성향의 여자를 만나 잠시 여기에서 사이다를 마신 것처럼 해방되는 기분을 만끽하는 것이다. 그래 내겐 두 여자가 다 필요한 것이다. 단지 시간이 다를 뿐이다. 많은 시간은 나와 같은 여자와 아니면 각자 혼자서, 뭔가 갑갑증을 느낄 때는 활발한 여자를 만나 잠시 일탈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은 길 수 없다. 에너지가 고갈되어 기진맥진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나와 같은 여자를 찾거나 혼자 시간을 보내며 에너질 보충해야 한다. 에너지 차징!
자신을 고수하자 사람은 고유하게 풍기는 게 있다. 그 성향이 자기 딴엔 부러워 그를 따르려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자기 페이스만 잃고 자기 자신조차 잃을 수 있다. 자신이 그를 따르려고 하는 건 자신이 좀 못마땅해 남에게 다르게, 아니 따르려는 사람처럼 보이려는 의도에서 그러는 것인데 실은 남에게 그렇게 안 보인다. 그냥 본래의 그 사람처럼 똑같이 보인다. 자신에겐, 자신은 보지 못하는 남에게만 보이는 특유의 변하지 않는 아우라(Vibe)가 있기 때문이다. 그 목적이 결국 달성되지 않는다. 노력에 비해 성과가 없다. 이건 가장 가성비가 떨어지는 어쩌면 어리석은 짓이다. 남에게 다르게, 따르려는 사람처럼 남에게 보이는 데에 실패한다. 이렇게 되면, 소기의 목적도 달성 못 하고 자신도 잃는, 그저 흐리멍덩하고(Ambiguous) 아무 색깔도 없는 사람이 되고 말 뿐이다. 그러니까 단점을 커버하는 것보다 그 노력으로 장점을 살리는 게 낫다는 말이다. 자기 페이스를 고수하고 따르려는 사람처럼 하지 말고 그건 그냥 가볍게 참고만 하면 된다. 왜냐하면 나는 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 사람처럼 절대 안 되기 때문이다. 사실 또 그게 자신에게 그 정도까지 가치가 있는 것도 절대 아니다. 따르려고만 하면 그 사람처럼 안 보이고 자기 페이스를 잃어 자기 자신조차 잃을 뿐이다. 자신에겐 그 누구도 흉내 못 내는 소중한 게 내재되어 있다. 자신은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진귀한 존재다. 사회생활은 공자가 말한 화이부동(和而不同)이 최고의 가치인 것 같다. 동참은 하되-가능하지도 않지만-같아지지 않는 것이다. 그 시간과 그 노력으로 차라리, 자신의 유니크한 자질을 연마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맘껏 하고, 그것에 깊이 빠져, 몰입해 그걸 하며 나름대로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게 훨씬 낫다. 그냥 쿨하게, 남은 그렇게 하라 하고 그렇게 살게 두자. 나도 이렇게 살 테니, 하며.
작가가 아끼는 인물(6) 나만 외톨이인 것 같은 경우가 있다. 내 생각을 그 누구도 생각을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가능성이 없고 뜬구름 잡는, 꿈 같은 생각이라 그런가. 그러나 내 나름대로 소중하고 귀중하다고 생각해 고수하고 있는데 주변엔 그런 사람이 없어 너무 힘들다. 이젠 포기하려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러나 내가 포기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어서, 내 운명처럼 다가온 생각이라, 거창한 생각이다. 그러면서 너무 소중하다. 그런데 주변엔 없어도-현실에서 그런 사람이 있으면 더 좋고-그러나 드라마나 영화, 그걸 만든 사람, 소설의 주인공과 그걸 쓴 작가, 가상의 이런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같이 한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무척 기뻤다. 그럼 나는 외톨이가 더이상 아니라는 안도를 하면서 그들이 내게 힘이 되고 그들의 행동과 생각을 연대하면서 같이하고 싶은 것이다. 이런 소수의 생각이지만 너무나 인류나 이 지구를 공유하는 우리의 다 같은 문제로서 너무나 소중하지만 당장 먹고사는 것과 결부가 안 되어 외면받은 생각을 같이하는 그런 사람들을, 작가는 무척이나 아낀다. 너무 중요하고 긴급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져 외면 받는 생각을 같은 하는 소수의 사람을, 작가는 무척 아낀다.
우물에 사람을 넣어 죽게 내버려 두거나 죽은 시체를 거기다가 넣어 쌓았으니 후에 그 후유증이 남는 것이다. 그 원한 맺힌 영혼들이 후대의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이다.
일본은 아직도 육교가 많다. 그리고 전봇대가 많다. 우리나라처럼 아직 지하화 안 한 것 같다.
복덕방에 있는 자들은 돈을 너무 좋아한다. 모르는 젊은 사람들에게 빌라왕 같은 것들의 집을 속여 소개해 줘 결국 전세사길 당하게 해 사람을 죽인다. 이런 것들은 그냥 두면 안 된다. 양심은 없고 돈만 생기면 그만인 것들이다.
전세사기처럼 남을 등처먹고 사는 기생충 같은 사기꾼들은 그냥 두면 안 된다. 우리나라에 사기꾼이 많은 건 그것에 잘 속는 사람이 많아 장사가 그런대로 되어 그런 것이다. 일본처럼 그런 사기꾼들은 근처에 못 살게 여러 사람들이 괴롭혀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만 안 당하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이 사기꾼 천국으로 만든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일단은 그럴듯한 언변에 속지말고 의심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일본은 포르노 샵과 조용하고 경건한 신사가 공존한다.
어릴 적 집 근처에 나무가 있으면 그 나무에 대해 너무나 잘 안다. 거의 매일 그 나무에 오르기 때문이다. 하도 올라 나무 표면이 다 매끈매끈할 정도다.
전에 어릴 적에, 어릴 적 얘길 자꾸하는데 그때가 그리워 그러는 것이다. 하여간 라디오도 없고 스피커로 박정희 뉴스를 들었다. 그리고 시계는 12시간마다인가 6시간 마다인가 하여간 아버지가 태엽을 감았다. 시계에 밥을 주었다. 그리고 나는 국민학교, 중학교는 좀 낫지만, 고등학교 등 그때 기억이 좋지 않아 그 당시의 애들을 만나고 싶지 않다.
전엔 시골에 돌팔이가 아니라 야매로 하는 의사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매우 필요했다. 한겨울에 사경을 헤맬 때 그들의 커다란 주사를 맞고 낫으니 말이다. 어디 다쳐도 주변에 병원이 없어 10리 밖의 다른 동네로 가서 꿰매고 나중에 나면 다시 실밥을 뽑으러 간 기억이 난다. 그래도 그때가 너무 좋았다. 다시 돌아가 그 시절을 다시 살아보고 싶다.
우리나라 사람 중 반 이상이 1년에 책 한 권도 안 읽는다는 게 나왔는데 한국의 앞날이 참 큰일이다. 민주주의는 자꾸 멀어져갈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별로 바랄 게 없는 국민이 된다. 뻔한 사람들이 모인 그냥 생각 없는 인간들의 모임이 되고 말 것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가능성이 있는 인간인데.
유대인 신물나 요즘 하는 걸 보면 유대인, 이들을 그냥 두면 안 된다. 자신들이 히틀러에게 당한 걸 그대로, 거기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팔레스타인에게 보복하는 건 너무 치졸하다. 아무 의미 없는 분노에 찬 복수에 지나지 않는다. 이민족에 대한 강한 혐오감일 뿐이다. 자기들 말마따나 소수민족으로 그동안 핍박을 받았다고 해서 봐줬더니, 하는 꼬락서니가. 전부터 유대인의 탈무드, 자녀 교육이니 하며 책 좀 팔린 것들도 다 정상이 아니었거나 그 실태를 모르고 시류만 타서 그냥 책 좀 팔아먹으려고 쓴 것이니 이들의 정신도 같이 썩기는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바라는 내용이라고 그게 실린 책을 그대로 믿어선 안 된다. 차라리 숫자가 많지 않은 약자의 글을 더 믿는 게 낫다. 실은, 유대인의 속에 악마가 숨 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종교가 다 뭐라고. 사람 낳고 종교 낳지, 종교 나고 사람 낳냐? 그럼 예수의 탄생이 문제인가?
주인공의 고뇌 고리대금업에서 잉태된 천민자본주의 세계에서 기형적으로 배출된 사생아(Bastard)와 그 구조가 복잡해 우리를 고뇌에 빠지게 한다. 제대로 된 적이 없다. 그들의 모습은 선명하지 않다. 우리가 처단하고 나면 그들은 그 구조의 곁가지에 불과했다. 꼭대기와 몸통을 시원하게 깨부수기가 쉽지 않다. 그들은 그저 시킴을 당한 하수인에 불과했고, 뒤치다꺼리와 쓰레기나 치우는 꼬랑지에 지나지 않았다. 처단해야 마땅한데 그 실체가 모호하다. 이들을 찾아내고 그들의 근간을 쥐어짜 완벽히 박멸하는 것을 궁리하는, 고뇌하는 인간들이 몸부림치며 오늘날의 소설에 등장한다. 그들의 최종 목표는 피라미드 그 꼭대기에 있는 걸 잘라내 밑으로 굴리면서 그 구조까지 붕괴시키는 일이다. 이렇게 모호한 적과 악을 겨냥해 그들을 부수고 혹시나 나도 그 부류들의 아류는 아닌지 생각 없는 나치의 아이히만처럼 그들에게 협조하고 참여하고 있는, 한 일원은 아닌지 자기반성을 끝없이 하는 게 오늘날 소설 주인공들의 주된 사명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고뇌(苦惱) 끝에 얻는 것도 분명 없지 않다. 그들을 찾아내 처단하는 끝없는 작업을 통해 자신들도 본래의 자신을 찾고 그들에게 잠시 물들었던 것을 반성하며 자신의 본래 직(職)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것이었다. 악의 구조를 고찰하지 않고 자신에 대해 성찰하지 않으면 괴물들 속에서 나도 같은 괴물이 되어 간다. 그 과정을 거쳐, 그 악의 구조(Axis of Evil)를 꿰뚫고, 거기서의 자신의 역할을 선명하게 분할 할 줄 알게 되었다. 결코 작은 수확이 아니었다. 그 작업은 또한 본디의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한 순수하고도 위대하고 운명적인 과정이었던 것이다. 이런 주인공들이 가상에서나마 암약(暗躍)하는 한, 우리의 미래가 암담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제대로 된 세상 일부는 그들을 낳은 창작자와 그 역할을 맡은 주인공을 고무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늘도 자신의 역(役)에 아주 충실하게 임하고 있다. 그건, 그 꼭대기(Monstrous Beast)를 스스로 사라지게 하고, 그 얼개를 흐트러뜨리고 새로 짜는 신성한(Sacred) 작업이다.
봄에 빠지다 요즘 잠시 시내를 벗어나기라도 하면 만발한 꽃내음과 이제 갓 돋아나는 풀 내음이 나를 설레게 한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에 가벼운 현기증이 일면서 평온한 행복감에 젖는다. 이런 행복을 또 언제 맛볼까, 하고 무심히 다가오는 행복을 그대로 즐기기로 마음먹는다. 이맘때, 모내기 준비로 논두렁의 물이 찰랑거리며 극젱이로 휘저어진 흙탕물과 거름 냄새가 나를 반긴다. 가래질을 해놓은 반질거리는 눈두렁에 개구리들이 내 발자국 소리에 일제히 논물로 뛰어든다. 개구리들의 입수로 사방에 생긴, 동심원들이 봄의 생동감을 더한다. 이제 본격적인 농사의 시작이다. 봄동과 얼갈이를 대강 썰어 넣은 투박한 된장찌개에 나른한 춘곤증이 일고, 금방 또 가슴이 벌렁거리면서 텐션이 급격히 솟는다.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이쯤 되면, 패배를 인정하고 봄기운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다. 힘이 넘쳐 누구라도 잡고 이 봄의 환희에 대해 끝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이은하의 〈봄비〉를 들으며 꽃지짐에 탁주 한 양재기 쭉 들이켜고 봄의 흥취에 내 전부를 맡기고 싶은 심정이다. 술기운에 홍조를 띤 얼굴로 진달래와 개나리가 지천인 꽃동산에 단걸음에 뛰어오른다. 이 종잡을 수 없는 긴장과 떨림을 그만 잠재우고 싶어서다. 숨을 헐떡이며, 잘 정돈된 남의 집 산소 앞에 벌렁 드러눕는다. 맑은 하늘에 양떼구름이 산들바람에 실려 동쪽으로 물러간다. 순간, 나는 달콤한 꿈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소를 뜯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서녘 하늘은 검붉은 낙조로 물들어 가고 있다. 그 모습이, 써레질을 해놓은 판판한 물논에 인상파 화가 모네의 그림처럼 너울거린다. 하늘과 땅을 지배한 검붉은 자연의 경이에 그만 넋을 잃는다. 나는 문득 황순원 소설『소나기』 속의 소년이 된다. 소년에 감정 이입되어 일본 영화『러브레터』의 마지막 대사로 저녁놀 속으로 사라진 소녀를 부른다. “오겡끼 데스까? 잘 계시나요?” 그 소리는 성산(聖山)인 노을 진 매산에 부딪혀 “오겡끼 데스까? 잘 지내시나요?” 라고, 메아리가 되어 소녀가 되묻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쇠비름과 칡넝쿨을 실컷 뜯어먹어 양쪽 배가 뒤룩거리는 우리 집 살림꾼인 황소를 몰고 ‘이랴이랴, 조조조, 와~와~’* 하며 노을 진 서녘을 향해, 누추하지만 편한 초가집으로 발걸음도 가볍게 나는 향하는 것이었다. * 이랴 ▶ 가라, 조조 ▶ 방향을 꺾어라, 와~와~ ▶ 서라, 라고 소에게 내리는 명령
전화 화장실 벽에 야한 낛를 했는데 지금은 인터넷으로 옮겨갔다. 정권이 자기에게 맘에 안 들면 인터넷 게시판에 갖은 욕설을 다 한다. 이게 신날 때가 있고 흥미가 떨어져 이젠 안 할 때가 있다. 정권이 못하고 맘에 안 들면 나쁜 ㄳ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인터넷 게시판에 자기의 스트레스를 마썩 해소하는 장점도 있다. 이게 심심해야 정치를 잘 하는 건게 그런 시절은 언제 오려나.
정치 못 하면 스트레스 해소되는 건 좋은 것 같다 “하루는 친구네 집에 놀러 갔는데 친구는 없고 누나만 있었는데 그녀는 나에게 관심이 있는지 간식을 접시에 담아 가져왔다. 둘만 좁은 방에 있으려니 기분이 좀 야릇했다.”로 시작하는 전엔 화장실 벽에 이런 야한 낙서를 했는데 지금은 그게 인터넷으로 옮겨왔다. 정권이 자기 맘에 안 들면 인터넷 게시판에 갖은 욕설을 다 한다. 이게 신날 때가 있고 흥미가 떨어져 이젠 안 할 때도 있다. 정치를 못 하고 맘에 안 들면 나쁜 것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인터넷 게시판에 자기의 스트레스를 맘껏 해소하는 장점도 있다. 이게 심심해야 정치를 잘하는 건데 그런 시절이 오기는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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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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