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정용준 소설가와 [플레인송] 함께 읽기

D-29
@정용준 하루 늦은 답이네요. 평범한 인물들의 소소하고 즐거운 이야기로 저는 <섬에 있는 서점> 과 <그 겨울의 일주일>을 좋아했어요. 크게 사건이랄 것 없이 인생을 따라가며 발전하고 실패하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평범한 이야기가 또 감동적이고 더 와닿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플레인송>은 오늘 도착 예정이라 천천히 읽으면서 밑줄 그은 문장도 써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섬에 있는 서점>은 아직 읽어보지 않은 작품인데요. 이번 기회에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함께 하게 되어 기쁩니다~ 켄트 하루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작가입니다. 소소한 이야기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1월-12월 12가지 요리를 소개하고 각 장 마다 해당 요리의 재료와 레시피를 담아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몸의 전 감각을 총동원하여 읽게 만듭니다. 과학이나 수학 관련 쉬운 책 읽기를 좋아하고 가끔 영화보고 소설 읽습니다. <플레인송> 첫 문장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여기 이 남자, 홀트에 사는" 톰 거스리가 자기 집 주방 뒤편 창가에서 담배를 피우며 해가 막 떠오르는 뒷마당 쪽을 내다보고 있었다. 여기 이 남자, 홀트에 사는.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읽었을때 저도 혀끝이 아릴정도로 감각적있는데 오랜만에 떠올려보네요 ^^
젊은 시절, 책은 사서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꽂힌 적이 있었습니다. 책에 밑줄을 그으가며 나중에 다시 찾아볼 수도 있고, 좋은 작가 양성을 위해서도, 또 문화진흥 이라나요 뭐 그런 목적을 위해서도. 지적 허영심도 있었을 것이고. 그시절, 읽고 싶은 책을 살 돈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 책을 살때마다 이 책 사? 말어? keep할 정도로 가치가 있을까 ? 그런 고민을 자주 했고 그러다 보니 읽고 싶은 책을 놓친 경우도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도서관에 지천으로 있는 책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독서량에도 한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읽고싶은 책이 있으면 사건 빌리건 구애받지 않고 그냥 읽습니다. 다른사람에게도 그렇게 권합니다. 책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것을 자랑삼아 얘기하는 사람을 보면 그 역시 그것에 갖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저도 어디에 갖혀 있어 그럴까요?
안녕하세요, <플레인송> 읽기 시작했어요. 엘라가 어떤 이유로 어두운 방안에 누워 있었는지 잘 모르지만, "거스리가 나가자마자 엘라는 침대에서 몸을 돌려 문을 바라 보았다"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아요. 왜냐면, 제가 잘 그러거든요 ㅎㅎ 저는 스스로 다면체 같다 생각합니다. 어느 방향에서 조명을 비추냐에 따라 너무도 달라 보이고 그림자의 방향도 모양도 제각각입니다. 심장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장기도 물리적으로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호르몬과 허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고 마음을 건드리는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셨나요? "아이들은 침대로 다갔다. 여자는 얼굴에서 팔을 내리고 두 아이를 차례로 바라보았다. 어슴푸레한 빛 속에서 아이들의 젖은 머리카락은 아주 검게 보였고 파란 눈도 거의 까만 빛을 띠었다. 아이들은 침대 곁에 서서 엄마를 바라보았다." 저는 이 책을 한겨레출판에서 출간된 버전으로 먼저 읽었고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새로 출간된 책으로 다시 읽고 있습니다. 다시 읽어도 좋고 새로운 번역이라 또 새롭네요. 앞으로 읽어가면서 종종 번역을 비교하면서 문장의 다양한 맛을 비교하고 소개하는 순서도 갖겠습니다. Q. 아이크와 보비가 나오는 장면을 읽으면 어째서인지 긴장이 되고 뭔가 슬픈 예감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나오는 소설 중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읽었던 소설이 있으신지요. (저는 가장 먼저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떠오르고 <자기앞의 생>도 생각납니다. 두 소설 모두 제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어찌 보면 실존하는 사람보다 훨씬 의미 있게 기억할 듯 합니다)
하늘이 예쁜 요즘입니다. 아이들이 나오는 소설 중에서 인상적인 책은 말씀하신 <자기앞의 생>이 저도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이어서 코맥 매카시 <로드>의 소년도 생각이 나고, 최진영 작가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의 소녀도 떠오릅니다. 어째 마음 한 켠이 저릿해 잔상이 남는 아이들이 더 떠오르네요. 한 아이는 희망으로, 한 아이는 아픔이라는 단어로 기억 저장되어 있습니다. 앨리 스미스의 <가을>도 기억이 나는데요, 참 따뜻하고 좋았더랬습니다. <플레인송>은 내일부터 읽을 듯 합니다.
책을 이제서야 입수(?)하여서 뒤늦게 참여합니다. 작가님께서 매일 질문까지 올려주실 줄 몰랐네요. 더불어 많은 분들이 다양한 책들을 소개해 주셔서 읽을 목록이 하염없이 늘어날 듯 합니다. 세가지 밀린 질문에 대해 같이 답해봅니다. 1) 평범한 삶을 담은 소설 : 제일 처음 <그 겨울의 일주일>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치키(그 겨울…)나 스토너나 올리브나 에이제이(섬에 있는 서점) 같은 사람들이 제게는 모두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는게 문제입니다. 캐릭터를 너무 잘 살려놔 그들만의 개성과 시각이 독특하게 느껴지거든요. (평범한 삶에 둘러싸인 비범한 인물?) 혹시 배경이 외국이라 그런걸까 싶은데 한국 작품을 읽어도 ‘평범’이란 단어에 딱 들어맞는 소설은 잘 모르겠어요. 쓰다보니 생각났는데 공선옥 선생님의 <명랑한 밤길>을 인상깊게 읽은 기억이 납니다. 명랑하려고 하지만 적당히 아픔을 품고 있는게 평범한(겉으로 보기엔) 삶이라면요. 그리고 에이제이의 말을 빌자면 소설의 묘는 단편이죠. 2) 내면과 취향을 기반으로 나는 누군가 : 실제로도 심리적으로도 취향에 있어서도 ‘길을 잘 잃는’ 사람입니다. ‘잘’이란 말을 풀어보면, 자꾸 잃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간다는 뜻도 되겠네요. 프로필에도 적어논 듯 한데, 책에서는 더 다양한 길들을 맛보려고 헤매고 있습니다. 그믐의 이 자리까지 흘러 온 원동력이기도 하겠고요. 3) 아이가 등장하는 책 : 아직 <플레인송>은 제목 뜻 설명하는 장 밖에 못읽었지만 아이들도 한 몫을 담당하는 소설임을 암시해주셔서 흥미가 더 생깁니다. 제가 성장소설을 좋아하는데 주인공들이 대부분 아이나 청소년이라서 인지도 모르겠네요. 추천하는 소설은 유모토 가즈미의 <여름이 준 선물>입니다. 초등학생 셋이 죽음을 관찰하며 살아야 할 이유를 발견하는 내용이예요. 아이들답게 순수하면서도 꿈의 씨앗을 찾아내는 모습이 인상적인 소설입니다. 🔖 오래 전 내가 더 어렸을 때, 죽음이란 숨을 쉬지 않는 것이라고 가르쳐 준 아저씨가 있었다. 그 후 오랫동안 나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틀렸다. 살아 있는 것은 단지 숨을 쉬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절대로 아니다. (p.124) ‘Frends’(원제: 여름의 뜰)란 제목으로 영화화도 됐다는데 동명 씨트콤 때문에 찾기가 어렵네요. 혹시 아시는 분은 덧글, 제발 부탁합니다.
friends이죠… 정말 5분 지나면 수정이 안되네요.
유모토 가즈미의 <여름이 준 선물> 인 것 같은데,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네~ 제가 책으로는 읽었는데 실사 영화로 제작되었다는 소식만 듣고 해당 영화를 못봐서 영화를 찾고 있어요.
<자기 앞의 생>의 모모는 정말 프랑스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것만 같아요. 모모를 통해 삶의 울퉁불퉁함이 줄 수 있는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느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나오는 작품으로 엘레나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중 1부 <나의 눈부신 친구>가 생각나요. 삶과 사회가 누를 수 없는 아이들의 빛나는 재능과 순수함, 단단함, 우정 같은 것들이 나폴리의 풍경과 어우러져 휴가철마다 가져가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작가님께서 매번 질문을 올려주셔서 그 동안의 독서 경험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경험을 합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작기님 덕분에 <플레인송> 읽기를 시작했습니다. 조금 바쁜 일정 속에서 잠자기 전, 아침에 잠깐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먼저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적어봅니다. "두 아이는 온종일 창문 가리개가 내려와 있어 빛과 외부 세계로부터 차단된 어두컴컴한 손님방이 천장 너머로 보이기라도 하듯, 또 언제나처럼 침대에 홀로 누워 꼼짝도 하지 않은 채 혼자만의 서글픈 상념에 빠져 있는 엄마의 모습이 보이기라도 하듯 함께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A. 질문 덕분에 그동안 읽은 소설들을 가만히 떠올려 보게 됩니다. 작가님께서 말씀하신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자기앞의 생> 제게는 모두 강렬했던 소설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나오는 소설 중 심윤경 작가님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좋아합니다. 동구, 우리 동구!
안녕하세요. 작가님. A. 저는 오정희의 <유년의 뜰>, 현기영의 <지상의 숟가락 하나> 그리고 가브리엘 루아의 <내 생애의 아이들> 떠올렸습니다.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인데... 현기영의 <지상의 숟가락 하나>는 한동안 여름마다 꺼내 읽었구요. 1~2개월 전에 <유년의 뜰> 다시 구해서 읽었습니다. 가브리엘 루아의 <내 생애의 아이들> 에서 '찬물 속의 송어'...그 중에서 차가운 계곡물에 가만히 손을 넣어 미끄덩 송어를 느끼는 장면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 아름다운 교감의 순간을요.
현기영 <지상에 숟가락 하나>가 맞습니다. ^^;;;
작가님 안녕하세요! 팟캐스트도 잘 듣고 있는데 이렇게 함께 책을 읽게 되다니 너무 좋습니다. 작가님 추천이라 믿고 읽어야지 했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라는 말에 당장 읽기를 시작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저는 참 좋더라고요. 위의 분들이 추천해주신 책들도 잘 적어두었다가 읽어보려고 합니다. 아이들이 나오는 소설을 요즘 읽고 있는데 정말 좋아요. 현덕 선생님의 <너하고 안 놀아>인데요. 7, 80년 전에 살았던 평범한 아이들의 일상과 마음이 시적이고 아름다운 문체로 표현되어 있어요. 주인공 네 아이의 일상의 조각들을 짧은 단편으로 이어놓은 소설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체가 너무 따듯하고, 아이들의 일상이 생생하게 표현되어서 너무 잘 읽고 있습니다. :)
안녕하세요. 함꼐 책 읽고 나눌 생각하니 설레네요.
안녕하세요, 작가님께서 자기 전에 책 읽는 것을 좋아하신다니 반갑네요. 저도 하루의 마지막을 침대에 누워 책을 읽는 것으로 마감하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온전히 저만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대부분의 책을 자기 전에 읽는 것 같아요. 플레인송은 조금씩 읽자는 약속을 어기고 침대에 누워 단숨에 읽어버리고 말았어요. 한번 읽기 시작하니까 못놓겠더라고요. 오늘 밤부터 조금씩 곱씹으면서 다시 차근차근 읽어보겠습니다. 매일 밤 책 읽는 사람. 그리고 온갖 상념에 시달리다가 잠드는 사람. 그게 저랍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같은 날씨엔 기후위기 같은 단어도 깜빡하게 됩니다. 너무 아름다운 건 그래서 위험한가 봐요. 아이크와 바비 파트 읽는데 "사실 아이들은 어머니의 눈을 보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라는 문장에서 마음 저릿했어요. 아이들 감정도 알 것 같아 더욱 심란했고... 제 인생 책이기도 한 <나의 눈부신 친구>의 두 주인공 레누와 릴라가 생각납니다. 나폴리 빈민가의 황량한 배경 속에서 우정 쌓고 함께 세상을 탐구하며, 또 그 와중에 미묘한 심리 변화들... 사랑과 꿈. 너무 강렬한 인물들이었고, 특히 레누는 그냥 저 자신이라 생각될 만큼 여전히 분리가 쉽지 않아요. 최근 읽은 소설 중엔 <새의 선물> 주인공 진희가 생각나네요. 어른이 된 진희는 자신과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며 어떤 삶 살아갈까 늘 궁금해요. <내가 말하고 있잖아>도요. 책 읽는 내내 소설 속으로 들어가 친구로든, 어른으로든 주인공에게 무언가가 되어 편들어 주고, 그가 괴로운 기억보단 좋은 추억을 더 많이 만들게 해주고 싶었어요. 변함없이. <플레인송> 한겨레 출판 버전 읽고 있어서, 새로운 번역은 많이 다를까 궁금했는데 번역 비교도 가끔 해주신다니 너무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자기 앞의 생>은 사두고 안 읽었는데, 이번 기회에 읽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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