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4.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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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도 제가 좋아하는 책인데 언급해주셔서 반갑습니다. 무슨 과학잡지에 제가 서평을 싣기도 했어요. 그런데 약간 아쉬움도 있는 책입니다. 1980년대의 가짜 성추행 고발 신드롬, ‘만들어진 기억’ 실험, 로프터스 박사가 당한 온갖 수모와 고군분투 등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가 많은데 어쩌면 이렇게 밋밋하고 다소 정리되지 않은 듯하게 책을 썼는지. 전문 저자로 참여한 캐서린 케첨의 실력 부족이 원인 아니었을까 멋대로 짐작해보는데요. 월터 아이작슨이나 존 캐리루, 실비아 나사르 같은 분이 썼다면 정말 흥미진진한 논픽션 한 편 나왔을 텐데요.
네, 맞아요. 협업하는 작가 파트너를 좀 더 잘 만났으면 요즘 유행하는 OTT 드라마로도 만들 수 있는 소재가 많았는데 말이죠.
심리치료사들 때문에 어찌나 화가 나던지요. 좋은 의도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죠. 무죄 추정의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지도요. 저는 우리 시대의 해답이 공감보다는 "지금 다시 계몽"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지금 다시 계몽 - 이성, 과학, 휴머니즘, 그리고 진보를 말하다세계는 정말 망해 가고 있을까? 진보의 이상은 폐물이 되었을까? 세 번째 밀레니엄에 인간 조건을 기품 있게 다룬 이 책에서 인지 과학자이자 대중적 지식인인 스티븐 핑커는 이제 그만 소름 끼치는 헤드라인과 암울한 예언에서 멀어지라고 촉구한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12장 '동물도 화를 내는가?'는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아직 모임 문을 닫기 며칠 전이니 앞으로도 뒤따라 읽으신 분들 감상 남겨주시면 함께 수다 떨어요. 오늘 금요일(4월 26일)은 이 책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는 4부 '감정과 마음의 관계' 13장 '뇌를 오해한 마음 뇌가 창조한 마음'을 읽습니다. 길지 않은 장이지만 지금까지 리사 배럿 자기의 주장을 요약하고 또 이 구성된 감정 이론(TCE)의 비전을 펼치는 장입니다. 마음, 심리, 뇌를 이해하는 과학이 나아갈 길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있고요. 다들 읽으면서 한 달간 읽었던 책을 정리해보면 좋겠습니다. 꾸준히 따라오신 분들은 또 벽돌 책 한 권 마무리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뒤따라 오시는 분들은 주말에 천천히 마무리하시고요. 다들 즐거운 독서 경험이었기를 바랍니다.
이번 장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 중 하나는 "정치는 생물이다"라는 유행어(?)인데.. 좀더 학술적인 표현으로는 정치는 사회적 실재다라는 표현인거죠~ 모든 것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로서 새롭게 창조되고 창조되는 주체는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것.... 저자가 결론으로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인듯합니다 "구성적 견해는 회의주의를 따르는 반면, 본질주의는 확실성을 깊이 신봉한다. 67%" "우리가 '확실성'으로 경험하는 것은, 즉 자기자신, 다른 사람, 주위 세계에 관해 무엇이 진실인지 안다는 느낌은 우리가 하루하루를 잘 헤쳐 나가도록 뇌가 꾸며낸 착각이다. 이따금 확실성을 조금씩 내려놓는 것은 좋은 생각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파악할 단 하나의 현실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68% " 이번 챕터를 읽으며 마이클 샐던의 "공정하다는 착각"도 떠올랐는데 .. 이 책도 구성주의의 입장에서 쓰여진 책이었군요.. "우리가 범주화를 통해 의미를 창조하며, 재범주화를 통해 의미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것은 일종의 자유를 선사한다. 68%" 이부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이부분을 읽으며 2년전 읽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도 생각이 났어요.. 저자의 아버지가 했던 유명한 이야기. 삶의 의미는 없고 신도 없고, 아무것도 의미가 없고. 진실은 모든게 의미가 없다는 허무주의였는데, 이 이야기를 읽으며 진심으로 자유의 감정이 느껴졌거든요. 그동안 삶의 의미를 찾으려했던 노력으로부터 해방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베넷이 한 이야기. 재범주화가 자유를 선사한다는 의미를 좀더 깊이 체화한것 같아요~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보거나 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리고 그런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그런 것들은 모두 사람들이 이 모든 게 아무 의미도 없고 자신도 의미가 없다는 무시무시한 감정에 맞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상상해낸 것일 뿐이니까. 진실은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란다" "과학의 진보가 언제나 답을 찾는데 있지는 않았다. 과학의 진보는 더 나은 물음을 던지는 것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늘날 이런 물음을 통해 감정의 과학에서 그리고 더 넓게는 마음과 뇌의 과학에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68%" 인지와 감정의 거짓 경계를 허물어 버려야 한다는 것에 굉장히 공감하지만 아직 많은 심리, 교육학, 일부 의학 관련, 보건 분야의 연구들이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구성하는 체계로 인지(cognitive), 정서(affective or emotional), 태도 (attitudes)의 구별된 세 구성요소로 설명하고 있고 마치 진리인양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했고 이부분은 저의 업무와도 관련이 있는데 새로운 개념을 적용한 재범주화 ㅋㅋ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반은 지루한 부분도 있었는데 뒤로가면서 아주 재밌어 졌어요~ 아주 즐거운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헉, 벌써 마무리인 건가요... 헐레벌덕 따라 땡기기기만 하고.. 그래도 끝까지 읽어내렵니다. 참여하신 분들의 넓고 깊은 대화를 읽다가 제가 하려던 이야기도 막 까먹고..ㅋㅋㅋ 제 한계이지만요. 너무 재미나고 흥미로운 기간이었습니다.
자연 선택은 복잡한 뇌를 선호한다. 당신이 당신 경험의 설계자인 이유는 합리성 덕분이 아니라 복잡도 덕분이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최호영 옮김
마음의 이런 세 가지 필연적 측면을 통해 구성적 견해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회의적인 태도다. 당신의 경험은 실재를 열어 보이는 창문이 아니다. 오히려 당신의 뇌는 당신의 신체 예산에 중요한 것을 중심으로 당신의 세계를 모형화하도록 배선되어 있으며, 당신은 이 모형을 실재로서 경험한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최호영 옮김
그런데 여기서 스티브 핑커의 '빈 서판'에서 나온 부분을 발췌했는데 제가 다시 읽어본 것으로는 스티브 핑커가 이런 통계적 차이가 African American 들의 어떤 본질적 특징 때문에 나타난다고 한 것은 아니고 그저 통계적 차이를 PC나 기타 bias 때문에 무시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 것이고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리사 바렛이 여기서 말한 것은 그런 통계수치가 나타나게 된 원인에 대한 설명을 더한 것이지 그런 통계수치가 다르게 나타났다는 건 아니니 다소 포인트가 비껴나간 것 같아요.
우리가 방금 살펴본 것처럼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즉 공식 복지 통계 수치가 맞는 까닭은 우리가 사회를 통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최호영 옮김
그리고 구성주의 세계관이 진보적인 견해 뿐만 아니라 보수주의의 libertarian 견해 등 전통적인 정치 노선들을 가로지르고 있다는 것은 맞는데요. 그 후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의 문제를 여기서는 '종교적인 견해'와 관련 있다고 하는데..;; 무신론자인 저로서는 이걸 종교적인 견해가 아니라 '윤리적인 견해'로 표현했으면 좋았을 것 같네요.^^;;;
그리고 제가 원서로 읽으면서 이걸 어떻게 번역했을지 궁금했던 부분을 밀리의 서재에서 한글로 찾아보니 '이제 내가 독배를 들 차례다'라고 써있는데요. 이게 원서에서는 'Now it's time for me to drink my own Kool-Aid.'라고 나옵니다. 이 표현은 70년대 Jonestown에서 어떤 컬트 리더 Jim Jones가 혁명을 위한 자살을 하자고 제안해서 cyanide가 섞인 포도 음료를 먹고 이게 Tom Wolfe의 책 등으로 유명해져서 이런 말이 생겼다고 합니다. (실제 Kool-Aid는 아니고 포도 음료였다고 하네요) Drinking the Kool-Aid는 '잘못된 믿음을 맹신하는데 빠지다'는 의미입니다. 즉 자기 자신의 이론 또한 잘못될 수 있고 이걸 맹신할 수 있다는 걸 약간 반성적으로 (자조적으로?) 고백하는 부분인데요. 안그래도 제가 이전에 지적했던 것처럼 아직은 특히 각론 부분에서 내세운 주장들을 뒷받침할만한 실험적 근거들이 다소 부족하고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할 것은 인정해야 하고 앞으로도 더 새로운 이론이나 발견이 현재의 이론마저도 수정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데 이 챕터에서 바로 그런 걸 하면서 마무리 짓습니다. 결국 본질주의가 아닌 구성주의는 회의주의로 모든 기존 개념,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 회의적인 반성과 호기심의 눈으로 바라보고 계속 질문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 자세를 갖춰야 Kool-Aid(잘못된 믿음에 대한 맹신)를 통한 혁명이 아니라 진정한 과학 혁명, 그리고 함께 새로운 실재를 구성할 것이라고 합니다. 어떤 부분은 다소 일반화하거나 단정짓는 듯한 문체, 그리고 일반인들을 위한 교양과학서여서 그런지 자세한 실험근거 등은 참고문헌 링크로 넘긴 게 다소 아쉬웠지만 자신의 이론의 이런 부족한 점까지 지적하고 되도록 균형을 잡으려고 해서 뇌과학 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생각해보게 한 책이었습니다. 게다가 저자가 핑커나 도킨스처럼 유머감각이 풍부하네요. 한국어판 번역이나 편집이 다소 아쉽긴 했지만 앞으로 이 저자의 책들을 즐겨찾을 듯합니다. 좋은 책을 소개해주신 모임 리더 YG님과 풍부한 자료와 열기 넘치는 토론으로 모임에 계속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자세한 실험근거와 용어설명등이 참고문헌 링크로 연결되어있었다는 것을 뒤에 읽으며 알았어요 ㅠ 전자책으로 읽다보니 이런 부분이 아쉽습니다. 저자가 임상심리학자인것 같은데 이제 뇌과학과 임상심리는 뗄수 없는 관계가 되었구나 생각 들었어요. 친한 친구가 clinical psychologist로 박사하면서 fMRI 연구를 안할수 없고, 영국, 미국등으로 연수 다니며 어려움을 호소했던 적이 있는데, 그 치열한 현장에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또 한편으로는 이런 이론과 연구 결과들이 임상심리학 분야에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부분이 좀더 설명되었으면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전문적 영역에서요. 우울증 등과 관련해서 일반인 대상으로한 설명말고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의 설명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관련하여 저자의 이론을 근거로 이런 최신 치료방법에 대해 쉽게 설명한 책이 있을까요, 읽어보고 싶네요~ @borumis 님 덕분에 독서활동이 정말 풍부했습니다, 특히 감사드립니다
이게 원래 전자책에서는 링크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보기가 더 용이한데 한글 전자책에는 하이퍼링크가 없어서 보기 힘들더라구요. 이런 편집이 참 아쉬웠다는;;
이번 전자책은 하이퍼링크가 없었습니다 ㅠㅠ
아 제가 본 전자책은 원서 전자책이었어요..ㅜㅜ
저는 반대로 이과 전공 때문에 그런지 제가 Extreme type S (systemizing)이어서 그런지 MRI나 gene, neuron 등 생물학적 물리적인 근거로 설명하는 게 더 이해하기 쉬운데요. 예전에 프로이트나 융 등 옛날 심리학 책들을 읽을 때 이게 과연 과학인가 철학이나 문학인가?하고 갸우뚱할 정도로 제대로 된 실험적 근거들도 없이 이론을 설명하는데 제게는 오히려 그런 심리학 이론이 더 이해하기 어려웠는데요. (진짜 꿈보다 해몽?같은 느낌.. 특히 Interpretation of Dreams는..;;)최근 심리학은 뇌과학적 근거가 필수여서 오히려 그 이론을 이해하기 더 쉽더라구요. 어쩌면 아직은 적용까지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는 않아도 조만간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면 다른 책들도 많이 나올 것 같아요. 저도 아이 때문에 임상심리학에 관심이 많아서 더 확실한 게 많이 나오면 좋겠네요.^^ 저도 @오구오구 님 덕분에 즐거운 독서모임이었습니다.^^
오. 저도 '독배' 부분 궁금했는데 감사해요. 가족여행 중에 완독했습니다. 마지막 장 정리가 잘 되어있고 특히 borumis님 말씀하신것처럼 자기 이론의 한계점을 마지막에 짚어주어 더 신뢰가 갔습니다. 감사의 말을 잘 읽어보면 저자가 보다 전문적이고 분량이 많았던 초고를 냈었고, 그 이후 편집자들과 함께 일반 독자들을 위해 분량과 수준을 줄여가는 작업을 했겠구나 짐작이 됩니다. 제 입장에서는 적당한 수준에서 알기쉽게 새로운 이론과 그 영향을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저자가 테드 강연도 여러 번 했고 인터뷰 각종 대학이나 기업에서의 강연 영상도 인터넷에 많아서 완독 후 배럿 박사님의 영상을 보고 있습니다. 시간 나시는 분들은 찾아 들으셔도 좋을 것 같아요. :) 이미 책도 다 읽었고 내적 친밀감이 형성되어 쉽게 들립니다. :) 항상 그렇듯이 혼자서는 다 못 읽었을거예요. 같이 읽고 좋은 의견 나눠주신 모든 참석자분들과 모임지기님께 감사드려요. 항상 많이 배워갑니다.
그쵸.. 아마 한글로 읽으신 분들은 갑자기 웬 독배?하고 어리둥절 했을 듯..;;
저는 거꾸로 영어 원서 읽다가 저 표현을 몇 번 봤는데 여태까지 무슨 뜻인지 몰랐어요. 짐 존스 때문에 생긴 표현이군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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