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득 떡밥을 던진 사람으로서 먼저 @소피아 님이 덥썩 받아주셔서 좋았고, 칭찬까지 들어서 더 좋았습니다. ㅎㅎㅎ
저도 "못 말리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이 웃긴 철학책" 좋아합니다. 복수 이야기 끄덕이며 읽었고요. 자기가 웃기다고 주장하는 철학 교양서 중 유일하게 정말 웃긴 책이었어요.
저는 일단 조현병에 걸린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 짐작을 할 수 없어서 어떤 감정조차 잘 들지 않고 판단도 참 어렵네요.
몽유병 환자들이 자다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례가 되게 많더라고요.
https://news.kbs.co.kr/news/mobile/view/view.do?ncd=1889905
https://m.mk.co.kr/amp/5545038
https://mobile.jtbcgolf.joins.com/news/news_view.asp?idx=41139
https://m.etoday.co.kr/view.php?idxno=1089635
이에 대해서는 비교적 거부감이 덜 드는데, 가해자가 악인이 아니라는 생각, 음주와 달리 꿈은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인 거 같아요. 그 몽유병 환자 역시 병의 피해자다 하는 생각이 쉽게 듭니다(저만 그런가요?). 그런데 조현병에 대해서는 이런 생각이 잘 안 들죠. 무의식중에 조현병을 일종의 음주 상태로, 즉 통제력이 약해지기는 하지만 아주 상실하는 것은 아니라고 제가 여기는 듯합니다.
하지만 몽유병 역시 아침이 되어야만 문이 열리는 방에서 잠을 잔다든가 하는 방식으로(즉 격리) 사전에 사고 예방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몽유병이 정말 위험한 병이라면 외부의 감시 하에 두어야겠고요. 조현병 환자 역시 악인이라고 쉽게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왜 몽유병에 대해서는 보다 너그러운 태도를 취하게 되는 걸까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4.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D-29
장맥주
borumis
조현병의 의식상태에 대한 여러가지 연구에 의하면 이건 의식이 있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실제 의도와 disconnection을 보이고 perception도 뒤틀리다 보니 의식이 왜곡된 상태라고 볼 수 있는데 그래서 아마 의도나 통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조현병에 대해 여전히 논란이 많은 듯합니다. 조현병 자체가 여러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도 문제가 되구요.
실은 depression이나 chronic pain처럼 정신질환들은 다양하게 나타나는 spectrum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 아니면 도 라고 결론 짓기 어려운 점이 있어요. 치료나 관리가 가능한 정신질환이 있는 반면 아직 진단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치료가 부적절해서 미처 관리하지 못한 정신질환이 있을 수 있고 또 진단은 받았지만 치료가 듣지 않는 심한 treatment-resistant인 경우일 수도 있구요. 그래서 정신질환 유무 자체만으로 책임을 논하기는 힘들고 결국 상황별로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몽유병 또한 다양한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심지어 이전에 정상이었던 사람도 zolpidem이나 기타 약물에 의해서 몽유병이 유발될 수도 있습니다. 요즘 이슈가 되었던 독감 약물도 아이들이 몽유병처럼 일어나고 환각을 느끼는 부작용도 있었죠. 이런 trigger factor나 정황적 근거도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독감 약같은 경우는 매우 일시적이고 범죄까지 간 적은 없는 듯하지만.. 여러 약물이나 알코올에 의해 몽유병이 유발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 약물/술을 꼭 먹었어야 했나? 등의 의문이 또 따라올 수 있겠죠. 기타 전해질 이상이나 호르몬 이상 등으로도 환각이 생길 수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할지? 등 무한한 질문이 따라오지만 아직 정확한 기전이 밝혀지기 전에는 이것의 mens rea에 대해 어찌 판단할지는 더 자세한 상황적 근거가 필요한대요.
안그래도 Ambien defense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Ambien (졸피뎀의 상품명)약물을 먹고 sleepwalking 중에 살해/범죄를 저질렀다는 변론이 늘어나서 이에 대해 몽유병 유무 자체 뿐만 아니라 이런 몽유병에 대한 여러 대비책을 했다는 여러 정황 근거를 대야하는데 (예: 문을 제대로 잠구고 자고 잠자는 곳에 위험한 물건을 두지 않고 침실을 나갈 때 알람을 울리게 한다는 등) 그 대비책 중 몽유병 증상에 대한 행동치료나 약물치료를 시도했고 만약 Ambien 등의 약물 복용시 몽유병 증상이 나타났다면 그 약물을 중단했다는 근거를 대야한다고 합니다.
https://dsc.duq.edu/cgi/viewcontent.cgi?article=1017&context=dclj
소피아
헉, 몽유병환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근데 저는 장맥주님과 달리 몽유병 환자는 실눈 뜨고 보게 될 것 같은데요? 링크해주신 것 중에 마지막 사건 빼곤 죄다 수상해요 (저의 편견일수도 있다는 말 덧붙입니다). 몽유병 환자는 자신의 병을 인지하고 있었을 거고, 선제적인 조치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요즘 뉴스에 나오는 수면제나 다이어트 약 복용으로 인한 환각 상태에서 과잉 행동 저지른 분들은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던데요..몽유병은.. 모르겠네요.. 조현병은 경우에 따라 본인도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겠다 싶은데, 범죄 피고인들이 ‘써먹을 수 있는 카 드’로 여기는 분위기 느껴질 땐 하아—
p.s. 다시 보니, 칭찬이라는 말이 되게 거슬리네요.. 내가 뭐라고 칭찬 어쩌고 한단 말인가.. 실례가 되지 않았기를.. (웃자고 덧붙이자면, 그믐 내 칭찬 직원 인센티브 같은 거 있나요? ㅎ)
조영주
제주 애월도서관 왔습니다 ㅎㅎㅎㅎ 밀린 책 읽어갑니다!!
borumis
너무 부럽습니다.. 하늘이 정말 이쁘네요
YG
@오구오구 @borumis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놓고서는 아~주 좋은 참고 문헌이 두 권 있습니다. 할 헤르조그의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과 남종영의 『동물 권력』(북트리거, 2022)입니다. 『동물 권력』은 '그믐'과 함께했던 '2023 성북구 비문학 한 책'의 최종 후보 도서 네 권 가운데 한 권으로 작년(2023년)에 선정되기도 했고, 그 여세를 몰아서 한국출판문화상(교양 부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둘 다 논픽션 걸작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상하게 좀 더 화끈한 책들보다 이렇게 성찰적인 책들은 동물권 옹호 운동을 하시는 분들조차도 존재를 모르시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헤르조그의 책은 절판이고, 『동물 권력』도 책의 가치에 비해서 널리 읽히지 않아서 속상합니다. 두 분도 꼭 한 번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정말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는 책입니다.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 - 인간과 동물의 관계, 그 모든 것에 관하여우리에게 동물이란 무엇인가. 인류동물학의 권위자인 할 헤르조그는 애완동물에 대한 사랑에서부터 고기를 즐기는 성향, 낚시, 사냥, 투계, 동물 학대, 동물을 의약 혹은 화장품 실험에 사용하는 것 등 인간과 동물의 관계의 모든 스펙트럼을 탐구한다.
동물권력 - 매혹하고 행동하고 저항하는 동물의 힘“동물의 눈으로 역사를 기록하면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한때 인간 문명 밖의 야만적 존재로 취급당했다가 이제는 고통받는 피해자로 끝없이 소환되는 동물에 대한 전복적인 사유.
책장 바로가기
borumis
오 책 추천 감사합니다. 동물권력은 책걸상 팟캐스트에서도 듣고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모시모시
<동물권력> 예전부터 재미있을 것 같아서 ebook 출간 알림 해놓은 사람으로서(아무리 기다려도 안 나오더라구요;;), 한국가면 우선적으로 살 책 중 top10에 들어있습니다. (여기서 제목 보니 반가워서 뜬금없이 한 번 써봅니다;;)
borumis
저도 기다렸는데 결국 그냥 종이책으로 구하려구요..^^;;
오구오구
오, 그렇군요~ 동물권력 읽어보고 싶네요~~~
장맥주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 이거 제 인생책인데(인생책 책장에도 꽂아놨어요) YG님이 걸작 논픽션이라고 해주시니 감격입니다.
동물윤리에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고 또 요즘 관련 서적도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있는데 책들의 주장이나 생각이 어느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할까요, 다소 불만이 있습니다.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은 불편하고 일견 기이한 이야기들도 외면하지 않아서(오히려 거기에 집중해서) 참 좋았습니다. 저는 최근에 읽은 셸리 케이건의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도 좋았습니다. (『동물권력』 당연히 좋았고요!)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 사람과 동물의 윤리적 공존을 위하여케이건 교수가 옥스퍼드대학교 우에히로 실천윤리 센터의 초청을 받아 진행한 특별 강좌를 재구성한 것으로, 인간과 동물의 도덕적 ‘지위’와 의무론적 ‘권리’ 그리고 윤리적 ‘공존’에 관해 고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책장 바로가기
오구오구
작가님 인생책이라니... 꼭 읽어봐야겠네요~~ 저도 책장에 담아봅니다.. 감사합니다
YG
@장맥주 작가님, 누스바움의 이 책도 한번 살펴보세요. 지금까지 동물권을 둘러싼 논의는 피터 싱어의 영향 탓인지 어쩔 수 없이 공리주의의 틀 안에서 맴도는 느낌이었는데, 그걸 깨보려는 책입니다. 앞으로 널리 읽히는 책이 될 것 같아요.
동물을 위한 정의 - 번영하는 동물의 삶을 위한 우리 공동의 책임법과 법 교육에 깊이 관여하는 철학자이자 정치 이론가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동물의 삶에 대한 정확한 시각에 기초한, 법에 적절한 조언을 줄 수 있는 철학 이론을 제공함으로써 상황을 전환시키고자 했다.
책장 바로가기
장맥주
꼭 읽겠습니다. 요즘 관심 있는 주제예요. 추천 감사합니다! ^^
borumis
오 이분 죽음에 대한 철학책으로 유명한 케이건 교수님이네요! 담아갑니다.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 인생책이시라니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한국에선 절판이어서 kindle ebook으로 구해보겠습니다.
장맥주
두 책 모두 추천합니다.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을 좀 더 추천합니다. ^^
borumis
오 감사합니다. 전 이상하게 인간보다 동물과 공감을 잘 하는 듯 (템플 그랜딘도 아닌데;;)
YG
@장맥주 @소피아 @빨간리본 저는 장 작가님과 비슷한 의견인데요. 정신 질환의 발병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증상은 조절이 가능합니다. 저도 주변에 다양한 정신 질환으로 고통 받는 지인이 꽤 있어요. 그런데 다들 전문가(의사)의 도움을 받으면서 약과 여러 가지 치료를 통해서 자기를 지키면서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최소화하면서 생활하고자 노력하시거든요. 이런 노력의 유무는 저는 개인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한때 정신 질환도 또 다른 정체성의 하나이고, 그래서 그 정체성을 포용해야 하며, 오히려 그런 정체성을 양산하는 사회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담론이 유행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국내에도 그런 책이 많죠.) 그런데 저는 그런 담론의 의의는 인정하면서도 정작 그것이 현실적인 면에서는 당장 개인이나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해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걱정이 되더라고요.
참, 저는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그런 점에서 아주 균형 잡힌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좋게 봤던 드라마입니다.
장맥주
제 경우 수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는 청각장애인들이 수어인으로서, 혹은 청각장애인으로서 정체성을 주장하는 것은 그런대로 납득이 갑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수어 문화’를 대하는 방식을 두고 수많은 논쟁거리가 펼쳐지겠지만요.
신경다양성은 제가 공부를 덜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잘 모르겠어요. 청각장애가 정체성이냐 아니냐를 두고 청각장애인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심한데 자폐가 정체성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굉장히 분개하는 자폐인 가족들도 많이 계신 듯합니다. 마르쿠제의 이론이 오남용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이렇게 『나쁜 교육』과도 이어지네요).
솔직히 조현병과 신경다양성 논의를 연결하는 지점까지 가면 거부감이 먼저 입니다. 양극성 장애나 난독증도 존중해 줘야 할 정체성인가. 모르겠어요. (문득 여기서 아주 위험한 떡밥을 던지자면 소아성애는 왜 하나의 성향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걸까요? 범죄 가능성만 완벽히 차단할 수 있다면 만화나 애니메이션, 딥페이크 영상을 즐기는 사람을 처벌할 근거는 뭘까요? 소아성애 성향은 그 자체로 범죄일까요? 혹은 치료해야 할 정신질환일까요? 다른 사람에게만 피해를 주지 않으면 지켜도 괜찮은 정체성 혹은 취향일까요?)
청각장애인들의 정체성 이야기는 앤드루 솔로몬의 『부모와 다른 아이들』 1권에 나오는데 제가 정말 강력 추천하는 책입니다. 이 책도 제 인생책인데 저 믿고 읽어보십시오. 1권 읽고 나면 2권도 읽게 되실 겁니다.
자폐인들과 신경다양성 논의는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뒷부분에서 읽었습니다. 이 책도 굉장히 좋아요. 공교롭게 『부모와 다른 아이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모두 벽돌책이네요.
자폐인의 정체성과 ‘자폐를 치료해야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다룬 SF 소설도 한 권 책장에 꽂아놓습니다. 엘리자베스 문의 『어둠의 속도』입니다.
부모와 다른 아이들 1『한낮의 우울』의 작가 앤드루 솔로몬이 기념비적인 새 책으로 돌아왔다. 집필에 10년이 걸린 이 책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부모와 다른 아이들』은 전미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으며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선정되었고 수많은 언론으로부터 ‘혁명적’인 책으로 찬사를 받았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2017년 퓰리처 상 논픽션 부문 파이널리스트. 2016년 월스트리트저널 10대 논픽션. 2016년 워싱턴포스트 주목할 만한 논픽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및 편집자의 선택. 자폐증이라는 수수께끼의 역사, 과학, 그리고 깊은 감동의 휴먼드라마.
어둠의 속도그해 가장 뛰어난 SF소설에 쥐어지는 네뷸러상을 수상한 엘리자베스 문의 대표작 《어둠의 속도》가 전면 수정을 거쳐 재출간되었다. 근미래, 마지막 남은 자폐인 루 애런데일 의 ‘정상화 수술’ 과정을 통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거대한 질문을 던진다.
책장 바로가기
YG
@장맥주 괜히 숟가락 얹자면 세 책은 저도 아주 좋게 읽고 여러분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기왕 한 권이 걸렸으니 덧붙이자면 과학, 의학 쪽에서 제가 미처 검토 못한 외서를 일단 역자 이름을 보고서 믿고 보는 책이 있어요. 의학 분야 강병철 선생님, 과학 분야는 양병찬, 노승영 선생님입니다. 이 세 분은 특히 밥벌이만큼 좋은 책을 골라 번역하는 데에 신경을 쓰시는 듯해요.
작성
게시판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