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말하면 단죄하는 세대로군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4.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D-29
장맥주
빨간리본
ㅋㅋㅋㅋ
사실이 맞습니까?
장맥주
어우, @빨간리본 님 T세요? ㅋㅋㅋㅋ
조영주
YG
@조영주 참, 범죄 목격자의 기억을 놓고서 집요하게 연구했던 과학자로는 엘리자베스 로프터스가 있어요.
로프터스가 범죄 사건 증언과 기억 연구에 집착하게 된 계기도 극적인데요. 1970년쯤에 실종되고 나서 시체로 발견된 8세 여자아이 수전 네이슨이 있었어요. 그런데 20년이 지나고 나서 수전의 친구였던 에일린이 자기 아버지 조지 프랭클린을 수전을 살해한 범인으로 지목하면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1990년 법정에서 에일린은 자기 기억이 억압되었다가 다시 떠올랐으며 당시 아버지 조지가 수전을 죽이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증언했죠.
조지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가 5년 후에 에일린의 증언이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고 나서 풀려났습니다. 로프터스는 이 조지 프랭클린 사건을 도우면서 기억에 의존한 증언이 얼마나 불확실한지 파고들기 시작했죠. 물론 그 과정에서 살인자와 강간범을 옹호한다는 맹비난을 받았고요. 하지만, 결국 대법원은 로프터스의 연구를 인정하고 기억에 의존한 증언의 불확실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내용은 아래 <네이처>의 기사에 좀 더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고요.
https://www.nature.com/articles/500268a
로프터스의 책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도 국내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절판입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구할 수 있어요.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 - 거짓기억과 성추행 의혹의 진실1980~90년대, 미국에서 삶의 여러 가지 문제들(우울증, 거식증 등)에 시달리던 많은 여성들이 심리치료사를 찾아갔다가 어린 시절 부모나 친척에게 당한 성추행 기억을 되찾았다는 고발이 잇따른다. 기억 연구의 권위자이자 여성 심리학자인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박사가 이 문제에 뛰어들어 거짓기억의 실체를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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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우왓 너무 감사합니다!!
YG
애월에 계시면 사계절과 위즈덤하우스에서 베테랑 편집자로 활약하셨던 정보배 선생님께서 운영하시는 '보배책방'도 한 번 놀러 가보세요. :) 대중교통 24분. 자동차 11분.
제주시 애월읍 납읍로2길 15-1 보배책방.
조영주
아 예전에 몇번 갓었심다 ㅎㅎㅎ 이제 서귀포쪽으로 넘어왓심다 ㅎㅎㅎ
borumis
ㅋㅋㅋ 이런 깨알정보 너무 좋습니다.
장맥주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도 제가 좋아하는 책인데 언급해주셔서 반갑습니다. 무슨 과학잡지에 제가 서평을 싣기도 했어요.
그런데 약간 아쉬움도 있는 책입니다. 1980년대의 가짜 성추행 고발 신드롬, ‘만들어진 기억’ 실험, 로프터스 박사가 당한 온갖 수모와 고군분투 등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가 많은데 어쩌면 이렇게 밋밋하고 다소 정리되지 않은 듯하게 책을 썼는지. 전문 저자로 참여한 캐서린 케첨의 실력 부족이 원인 아니었을까 멋대로 짐작해보는데요. 월터 아이작슨이나 존 캐리루, 실비아 나사르 같은 분이 썼다면 정말 흥미진진한 논픽션 한 편 나왔을 텐데요.
YG
네, 맞아요. 협업하는 작가 파트너를 좀 더 잘 만났으면 요즘 유행하는 OTT 드라마로도 만들 수 있는 소재가 많았는데 말이죠.
장맥주
심리치료사들 때문에 어찌나 화가 나던지요. 좋은 의도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죠. 무죄 추정의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지도요. 저는 우리 시대의 해답이 공감보다는 "지금 다시 계몽"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지금 다시 계몽 - 이성, 과학, 휴머니즘, 그리고 진보를 말하다세계는 정말 망해 가고 있을까? 진보의 이상은 폐물이 되었을까? 세 번째 밀레니엄에 인간 조건을 기품 있게 다룬 이 책에서 인지 과학자이자 대중적 지식인인 스티븐 핑커는 이제 그만 소름 끼치는 헤드라인과 암울한 예언에서 멀어지라고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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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12장 '동물도 화를 내는가?'는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아직 모임 문을 닫기 며칠 전이니 앞으로도 뒤따라 읽으신 분들 감상 남겨주시면 함께 수다 떨어요.
오늘 금요일(4월 26일)은 이 책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는 4부 '감정과 마음의 관계' 13장 '뇌를 오해한 마음 뇌가 창조한 마음'을 읽습니다. 길지 않은 장이지만 지금까지 리사 배럿 자기의 주장을 요약하고 또 이 구성된 감정 이론(TCE)의 비전을 펼치는 장입니다. 마음, 심리, 뇌를 이해하는 과학이 나아갈 길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있고요. 다들 읽으면서 한 달간 읽었던 책을 정리해보면 좋겠습니다.
꾸준히 따라오신 분들은 또 벽돌 책 한 권 마무리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뒤따라 오시는 분들은 주말에 천천히 마무리하시고요. 다들 즐거운 독서 경험이었기를 바랍니다.
오구오구
이번 장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 중 하나는 "정치는 생물이다"라는 유행어(?)인데.. 좀더 학술적인 표현으로는 정치는 사회적 실재다라는 표현인거죠~ 모든 것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로서 새롭게 창조되고 창조되는 주체는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것.... 저자가 결론으로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인듯합니다
"구성적 견해는 회의주의를 따르는 반면, 본질주의는 확실성을 깊이 신봉한다. 67%"
"우리가 '확실성'으로 경험하는 것은, 즉 자기자신, 다른 사람, 주위 세계에 관해 무엇이 진실인지 안다는 느낌은 우리가 하루하루를 잘 헤쳐 나가도록 뇌가 꾸며낸 착각이다. 이따금 확실성을 조금씩 내려놓는 것은 좋은 생각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파악할 단 하나의 현실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68% "
이번 챕터를 읽으며 마이클 샐던의 "공정하다는 착각"도 떠올랐는데 .. 이 책도 구성주의의 입장에서 쓰여진 책이었군요..
"우리가 범주화를 통해 의미를 창조하며, 재범주화를 통해 의미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것은 일종의 자유를 선사한다. 68%"
이부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이부분을 읽으며 2년전 읽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도 생각이 났어요.. 저자의 아버지가 했던 유명한 이야기. 삶의 의미는 없고 신도 없고, 아무것도 의미가 없고. 진실은 모든게 의미가 없다는 허무주의였는데, 이 이야기를 읽으며 진심으로 자유의 감정이 느껴졌거든요. 그동안 삶의 의미를 찾으려했던 노력으로부터 해방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베넷이 한 이야기. 재범주화가 자유를 선사한다는 의미를 좀더 깊이 체화한것 같아요~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보거나 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리고 그런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그런 것들은 모두 사람들이 이 모든 게 아무 의미도 없고 자신도 의미가 없다는 무시무시한 감정에 맞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상상해낸 것일 뿐이니까. 진실은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란다"
"과학의 진보가 언제나 답을 찾는데 있지는 않았다. 과학의 진보는 더 나은 물음을 던지는 것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늘날 이런 물음을 통해 감정의 과학에서 그리고 더 넓게는 마음과 뇌의 과학에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68%"
인지와 감정의 거짓 경계를 허물어 버려야 한다는 것에 굉장히 공감하지만 아직 많은 심리, 교육학, 일부 의학 관련, 보건 분야의 연구들이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구성하는 체계로 인지(cognitive), 정서(affective or emotional), 태도 (attitudes)의 구별된 세 구성요소로 설명하고 있고 마치 진리인양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했고 이부분은 저의 업무와도 관련이 있는데 새로운 개념을 적용한 재범주화 ㅋㅋ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반은 지루한 부분도 있었는데 뒤로가면서 아주 재밌어 졌어요~ 아주 즐거운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빨간리본
헉, 벌써 마무리인 건가요... 헐레벌덕 따라 땡기기기만 하고.. 그래도 끝까지 읽어내렵니다. 참여하신 분들의 넓고 깊은 대화를 읽다가 제가 하려던 이야기도 막 까먹고..ㅋㅋㅋ
제 한계이지만요.
너무 재미나고 흥미로운 기간이었습니다.
borumis
자연 선택은 복잡한 뇌를 선호한다. 당신이 당신 경험의 설계자인 이유는 합리성 덕분이 아니라 복잡도 덕분이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최호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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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마음의 이런 세 가지 필연적 측면을 통해 구성적 견해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회의적인 태도다. 당신의 경험은 실재를 열어 보이는 창문이 아니다. 오히려 당신의 뇌는 당신의 신체 예산에 중요한 것을 중심으로 당신의 세계를 모형화하도록 배선되어 있으며, 당신은 이 모형을 실재로서 경험한다. ”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최호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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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그런데 여기서 스티브 핑커의 '빈 서판'에서 나온 부분을 발췌했는데 제가 다시 읽어본 것으로는 스티브 핑커가 이런 통계적 차이가 African American 들의 어떤 본질적 특징 때문에 나타난다고 한 것은 아니고 그저 통계적 차이를 PC나 기타 bias 때문에 무시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 것이고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리사 바렛이 여기서 말한 것은 그런 통계수치가 나타나게 된 원인에 대한 설명을 더한 것이지 그런 통계수치가 다르게 나타났다는 건 아니니 다소 포인트가 비껴나간 것 같아요.
borumis
우리가 방금 살펴본 것처럼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즉 공식 복지 통계 수치가 맞는 까닭은 우리가 사회를 통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최호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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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그리고 구성주의 세계관이 진보적인 견해 뿐만 아니라 보수주의의 libertarian 견해 등 전통적인 정치 노선들을 가로지르고 있다는 것은 맞는데요. 그 후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의 문제를 여기서는 '종교적인 견해'와 관련 있다고 하는데..;; 무신론자인 저로서는 이걸 종교적인 견해가 아니라 '윤리적인 견해'로 표현했으면 좋았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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