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4.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D-29
네, 동의합니다. 범주화는 여러 가지 오류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사고 도구입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그 사고 도구를 버리거나 미워할 게 아니라, 범주화를 하는 훈련과 함께 범주화의 오류와 부작용을 늘 인식하고 경계하는 훈련도 받아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저는 최근에 책을 쓰느라 바둑 프로기사 분들을 많이 만났는데, 한 기사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인간 기사들이 배운 바둑의 정석과 격언들이 어떤 일반화의 결과인데, 그런 일반화 과정에서 버린 작은 요소들 때문에 인간의 바둑이 어느 선을 넘지 못한다고요. 그런데 인공지능은 보다 정밀하게 패턴 인식을 하니 정석 책을 보고 배운 인간 바둑기사 눈에는 말도 안 되는 수이지만 실전에서 강한 수를 둔다는 게 그 기사님의 분석이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과 사고방식이 다르거나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ㅠㅠ 범주화 일반화 과정이 덜 사회화 되어서 일까요... 실제현실에 끊임없이 비교하기 위해서는 감각자극에 의해 만들어지는 확인이나 범주화에 대해 의심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현실에서 진짜 가능한 것일가요.
앗;; 저도 좀 주변 눈치안보는 (아니 실은 눈치없는;;) INTJ로 만날 울 공감능력 뛰어난 딸이 '엄마, T야?'하고 되묻는데;;; 제 범주화에 의심을 좀 갖는 경각심이 필요한가봐요;;;
ㅋㅋㅋㅋㅋ . 티이~~~
그리고 이번 부분 그리고 다음 부분도 확실히 부모로서 자녀 양육에서 참고해야할 부분이 많네요. 남편에게도 얘기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남편은 독서를 전혀 안 하지만;;; 내가 읽은 뇌과학 책이나 논문 내용 요약은 듣기 좋아하고 저희 애들 키울 때도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5장에서 리사 배럿은 뇌가 신속하고 자동적으로 범주화한다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아기들도 감정에 대한 개념체계를 형성해나가며 그 체계 안에 범주화 활동을 한다고 제시합니다. 리사 배럿은 5장에서만 이 “범주화”라는 단어를 총 47회 언급했습니다. 모두가 “신속하고 자동적으로 범주화”한다고 이렇게 쉽게 일반화 시킬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범주화” 혹은 “패턴 인식”이라는 것은 지극히 서구 중심적인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심리학자 리차드 니스벳은 동양인과 서양인 사이에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했습니다. 서양인이 독립적인 존재로서 사물과 사물사이에 존재하는 유사성(패턴)을 발견해서 범주화하고 분리, 분석을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면, 동양인은 상호의존적인 사회에 살면서 세상을 모두 연결된 존재로 인식하며 관계 중심으로 이해한다는 게 니스벳 이론의 핵심입니다. 동양인, 특히 동아시아인은 “범주화”에 서양인처럼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동양인이 서양인처럼 감정을 잘/자주 만들어내지 못할까요? 비록 동, 서양인 뇌에서 비슷한 뇌활동이 벌어진다해도, 모두 뭉뚱그려서 “범주화”라고 이름 붙이고 일반화시키는 것이 맞는 지 모르겠습니다. 동양인에게 그 뇌활동은 범주화가 아니라 “연결“ ”결합“ 또는 다른 무엇일텐데요. 리처드 니스벳의 연구는 EBS 여러 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되었고, 그의 연구는 우리나라 예능에서도 몇 번 소개가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생각의 지도>를 정말 흥미롭게 읽었고, 논문도 몇 개 찾아봤구요. https://m.youtube.com/watch?v=f6H5SUCLUA8&pp=ygUh64-Z7ISc7JaRIOyCrOqzoOuwqeyLnSDssKjsnbQgZWJz
생각의 지도 -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동.서 사고방식의 차이를 논증하는 책. 문화심리학자인 저자는 여타 학문에서는 인지하고 있지만 심리학적으로 생소한 동.서양인들의 심리적 차이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 학문의 측면에서 이론화했다. 동양은 전체를 종합하는 반면 서양은 분석하는 경향을 보이고, 동양은 경험을 중시한다면 서양은 논리를 중시한다.
그런데.. 서양인이 좀더 유사성에 의해 범주화하는 반면 동양인이 좀더 사회적 연관성에 의해 범주화를 하는 것도 결국 동양인도 그 범주화의 기준이 다를 뿐 범주화는 맞지 않을까요? 안그래도 우리 말의 친인척 관계나 호칭 등의 복잡함에서 영어에서는 그냥 cousin, uncle, aunt라고 하는데 우리는 사촌 오촌 육촌 팔촌까지 따지고 이모 고모 숙모 외숙모 등 참 복잡하다고 생각해왔는데..(전 아직도 그 개념들을 헷갈리는;;) 그리고 다양성이 표준인 것은 자연 속의 이야기인데 인간은 그 다양성이 표준인 실제 자연에 반해 자기가 구성하고 범주화한 '내면에서 구성된 세상'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즉 인간의 인식 속에서는 다양성을 줄이고 단순화하려는 범주화가 내재된 게 아닐까요? 공부할 때도 뭔가 기억하려고 할 때도 우리는 대부분 비슷한 것끼리 묶고 분류하고 단순화하고 정리하는 것처럼 인간의 기억 및 인식 능력에 범주화는 지능을 위해 내재된 능력이 맞는 것 같아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게 도덕적으로 옳거나 실제적으로 세상을 정확히 반영하지는 않지만요.
니스벳의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있겠지만 이런 논문들도 많더라구요. 중국인 아이들과 미국인 아이들의 분류 기준 차이에 대한 논문인데 중국인 아이들은 사물들이 서로 공유하는 관계에 의해 분류하고 미국인 아이들은 사물들의 유사성에 의해 분류한다고 하네요.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254418682_Cultural_Influences_on_Categorization_Processes
네, 저도 리사 배럿이 borumis님이 말하신 것처럼 “범주화”란 단어를 포괄적인 의미로 썼을거라 추측해요. 저는 categorization을 약간 고지식하게(?) 받아들여서 “개체들간에 유사성을 발견하고(identify) 분류한 후(classify) 묶는(group)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서양인과 비교해서 동양인은 결정적으로 “분류해서 카테고리로 묶는 것”에 소극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범주화”에 능한 서양인들이 생물을 ‘종속과목강문계’로 분류하기도 하고, 80억 세계인구를 MBTI 16개 그룹으로 헤쳐모이게 하는 신공을 발휘하기도 하죠. 동양인은 연결시켜 버려요. “모두가 단군의 자손”이고 “우리가 남이가”를 시전하고요 ^^;; 문제는, 이 범주화라는 용어를 가지고 서로 다른 문화권의 연구결과를 동일하게 해석할 수 있느냐겠죠. “범주화”가 문화권마다 서로 다른 mental activity를 가리킨다면, 연구결과의 일반화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구요. 연구자들이 기존의 단어가 자신이 주장하는 개념을 담아내기에 불충분하다라고 생각하면 신조어를 만들곤 하니깐, 후속연구자들이 이런게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개념을 수정하거나 용어를 바꾸거나 신조어를 만들거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다양성을 줄이고 단순화하려는 범주화가 인간 안에 내재되었다”—> 저는 이렇게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 ^^;; @.@
ㅋㅋㅋㅋ 우리가 남이가.. 예전에 미국에 살 때 제 동생이 our mom이라고 자꾸 말해서 니네 엄마가 왜 '우리' 엄마냐고.. 친구가 이상하다 한 적이 있죠.. 우리 엄마 우리 집 우리 나라.. 아.. 실은 인간 뿐만 아니라 영장류, 그리고 쥐에서도 단순화, 일반화, 범주화의 인지 학습 기능들이 실험 연구들로 밝혀진다고 있는데요. 장기 semantic memory를 만들기 위해 범주화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나 싶어요. https://www.mpg.de/16747094/0416-psy-simplifying-our-world-155111-x
저 이런 이야기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사실 @소피아 님 말씀대로 지금 논의가 헷갈리는 것은 ‘범주화’라는 용어를 저희가 정의하지 못한 채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요. (문득 파인만이 인문학자들 컨퍼런스 갔다가 당황해서 용어부터 정의하자고 제안했지만 놀림감이 되었다는 에피소드가 떠오르네요.) 기본적으로는 저는 ‘개체들간에 유사성을 발견하고(identify) 분류한 후(classify) 묶는(group) 사고방식’에 서양인이 보다 적극적이고 동양인이 보다 소극적이라는 소피아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극단적으로 단순화시킨 사례를 들어도 될까요. “[숟가락, 포크, 한국인, 미국인]을 두 그룹으로 분류하라”라는 문제를 받으면 동양인들은 [한국인-숟가락, 미국인-포크]라고 분류하고 서양인들은 [한국인-미국인, 숟가락-포크]라고 분류한다는 식의 통념이 있습니다. 동양인들이 보기에는 한국인과 숟가락이 관계를 맺고, 미국인은 포크랑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고, 서양인이 보기에는 한국인과 미국인은 모두 인간이고, 숟가락과 포크는 식기라는 것이죠. 이런 층위에서 ‘서양적 사고방식이 범주화에 능하다’라고 말하면 찬성합니다. 하지만 보다 깊은 층위에서는 저 문제 자체가 범주화 없이는 성립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예로 든 기억의 천재 푸네스라면 ‘한국인이 뭐냐? 미국인은 뭐고 숟가락은 무엇이며 포크는 무엇이냐?’라고 되물을 겁니다. 김철수와 이영희를 범주화하지 않으면 한국인이라는 말 자체를 쓸 수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제임스 워터와 리사 배럿을 범주화해야 미국인이라는 말을 쓸 수 있죠. 한쪽 끝은 둥그렇고 넙적하며 다른 쪽 끝은 그렇지 않은 적당한 길이의 금속 혹은 나무 막대라는 것을 숟가락이라고 범주화해야 숟가락이라는 말을 쓸 수 있고, 그런 의미에서 포크라는 단어 역시 범주화의 결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범주화를 하지 않으면 언어 자체를 쓸 수 없고, 세계를 추상적으로 이해할 수도 없으며, 지성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런 범주화는 딱히 훈련 받지 않아도 대부분의 인간이 하는 걸로 봐서(언어를 습득하는 걸로 봐서) 어느 정도 내재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범주화라는 말 대신 적당한 다른 말이 없을까 고민하게 되네요. 개념화? 추상화? 이것도 철학이나 언어학의 어떤 영역에서 이미 다룬 논의인데 제가 무지한 상태로 지껄이는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흥미로운 논의 발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리사 배럿은 뒷 부분의 용어정리에서 범주화 Categorization를 "뇌가 개념을 사용해 감각 입력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던데, 우리가 보통 쓰는 의미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보이네요. 이와 별개로 굳이 동서양일지는 모르겠지만 문화별로 유사성을 인식하고 분류하고 묶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범주화에 딱 맞는 훌륭한 예는 지금 생각 안나지만...;;; 주소 적는 순서라든지, 거스름돈 계산하는 방법 등에서 생각의 방향(?)이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아요. ※ 숟가락-한국인 예시 재미있네요. :)
아... 그렇군요. 주석이랑 용어 정리 좀 읽고 쓸 걸... ^^;;; 어제 밤에 술 마신 채로 기억에 의존해 썼더니 좀 두서가 없습니다. 그믐에 수정 기능이 있었으면 막 고치고 싶은데...
뒤에서 리사 베럿이 스스로 정의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우리가 본문 읽으면서 헷갈리고 의문을 갖게 되는 건 사실이니까 전 의미있는 논의라고 생각해요. 매일 술 마시고 써주세요. :)
알코올 의존증이 염려되어 안 됩니다. (그런데 이 단어도 신기한 게... 저는 알코올 중독이라고 쓰지 않고 알코올 의존증이라고 쓰니까 좀 덜 위험한 것처럼 들리더라고요.)
매일 술마시고 써주세요 ^^
제 간이랑 췌장 생각도 해주세요... ^^
저도 그믐에서 삭제나 수정이 힘들어서 나중에 뒷복 잡는 경우가 생길 듯 ㅋㅋ
무서운 사이트입니다. ㅎㅎㅎ
와와, 모시모시님!!! 감사해요. 부록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는 교훈을 투척해주시는군요. (이래서 제가 노링크 전자책에 분개함) 리사 배럿은 범주화란 용어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생각했었거든요. (a) 신조어 제시 (b) 용어 정의 제시 — 이 두가지 방법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제가 생각한 용어 정의 제시는 연구 취지에 맞춤하게 범위를 좁히는 방향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모시모시님이 인용해주신 리사 배럿의 정의를 보니 장단점이 다 있네요. 단점은 우리가 “범주화”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떠올리게 되는 개념보다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다. 장점은 “범주화”라는 정신 활동에 대한 문화간의 차이에서 오는 이견을 해소할 수 있다. —> 제 의문은 여기서 해결. 굳이 동서양이라고 집단화하는 것은 리처드 니스벳 연구에서 (“생각의 지도”읽고 너무 재밌어서 찾아본 2-3개) 피험자 집단은 미국 백인 vs 동아시아인이어서구요 (아마도 미국 대학원에서 자주 발견되는 한국, 일본, 대만인 유학생들 동원하지 않았을까 해요 ^^) 니스벳은 westerners vs east asians 으로 구분했던 것 같아요. 언급하신 주소 표기 예시도 니스벳 책에 있었던 것 같아요. 서양인은 도착점에 시선을 두고 바라보는 사고 방식이라면 동양인은 출발점에 시선을 두고 바라보는 사고 방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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