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4.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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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목요일(4월 4일)은 1부 3장 '보편적 감정의 신화'를 읽습니다. 3장은 아주 인상적인 사진 한 장으로 시작하는데요. 여러분도 한번 이 사진의 여성이 어떤 감정인지 추정하시면서 읽기를 시작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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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객관적으로 지금의 감정 연구 지형이 어떻게 논쟁을 진행 중인지 묘사한 대목이 다른 책에 있어서 소개해 드립니다(원서 출간 기준 2023년). "감정 연구자들의 커뮤니티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편을 갈라 맞서고 있다. 한쪽은 모든 인간의 뇌에는 소수의 기본적인 감정이 내재되어 있으며, 이것이 지금껏 알려진 다른 모든 감정 사태를 일으킨다고 여긴다(기본 감정 이론). 반면에 기본적인 감정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동'(affect, 이걸 '정서'로 번역하는 책도 있습니다. 중구난방.)이라 불리는 더욱 깊고 일반적인 무언가가 감정의 기본적인 실체이며(유쾌한 상태, 불쾌한 상태, 들뜬 상태, 가라앉은 상태 정도?), 우리의 뇌는 필요할 때마다 '즉각적으로' (과거 기억을 구성해서) 만들어내는 법을 배운다는 것이다. 양쪽 모두 그렇게 주장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에크먼의 이론과 그에 대한 배럿의 반론을 한창 설명하고 나서) "보편적인 기본 감정 이론 자체에 결함이 있는 셈이었다. 결과적으로 오늘날에는 기본 감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대신 이들은 '구성적 감정 이론'을 제안한다. 이 이론은 감정, 심지어 우리가 '기본 감정'이라고 부르는 것들도 뇌에 선천적으로 배선된 것이 아니라 원시 감각 데이터, 기억과 경험, 신체 반응을 비롯해서 뇌가 접근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바탕으로 필요할 때마다 즉각적으로 생성된다고 주장한다. 비록 겉으로는 상식에 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처럼 우리가 순간순간 감정을 '구성'한다는 생각은 점점 더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들도 그 어느 때보다 많다. (내 경험상 '상식'으로 여겨지는 많은 것들은 딱히 일반적이도, 유난히 합리적이지도 않았다." (딘 버냇, 『감정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뇌과학』 45, 51쪽)
앗 맞아요. 학교 다닐 적 정신과 교과서에선 정동이라고 번역했더라구요.
우~와 이런거 찾아보고 옮기는 것도 일인데 대단해요. 항상 감사하며 보고있는거 다 아시죠? :)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네요.
모임지기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
읽다보니 이제 표정(또는 안면근육배치)으로 감정을 알 수 있다는 명제가 틀렸다는 건 잘 알겠어요. 구성된 감정 이론은 아직 완전히 설득당하지 않았는데, (과학적 배경 전혀 없는) 일반인인 제 입장에서는 어디까지가 정동(affect 또는 느낌?)이고 어디서부터가 감정인지도 평소에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요. (제가 별로 복잡하지 않은 성격이라 그런지 좋은 기분이 그냥 좋은 감정인 것 같은데....허허) 작가가 2부에서 계속 설명한다고 하니 읽어나가다 보면 하나 둘씩 풀리는 것들이 있을 것 같아요. ;)
학습결손 기간이 좀 길었던 초등학교 2학년 아이 과외를 하고 있는데, 어제 공부한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오더군요. 평소같음 '어머, 재미있다~~ 눈썹만 봐도 사람이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있겠네?'라며 진행했을 텐데 이 내용을 보곤.. 음.. 그냥 설명이나 하자... 이 전체 문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설명이나 하지 뭐.. 이렇게 돼 버리더라고요. "눈썹은 표정의 일부가 되어 감정을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기쁠 때는 반달처럼 눈썹 가운데가 위로 올라갑니다. 반면 슬플 때는 눈꼬리가 내려가며 눈썹 양끝도 아래로 축 처집니다." 표정 연기가 정말 끝내줘야 가능한 눈썹의 움직임 아닌가요. 전 이 글을 읽곤 아이와 눈썹을 움직여서 표정 연기를 했지만... 이래서 배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했습니다.
눈썹 연기는 참 그래서 힘든 것 같아요. 이 책에서 나온 toothiness에 대한 주석에서도 나왔듯이 어린 아이들은 눈썹같은 미묘한 부분보다 이빨 여부에 감정인식을 많이 영향받는다는 게 재미있었네요.
1부 3장의 힘바족 연구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아무래도 감정연구이다보니 리사 배럿은 힘바족이 안면 움직임들을 감정이 아닌 행동으로 범주화했다는 데 촛점을 두고 설명했는데요. 저는 이 부분 읽으면서, 형용사와 명사가 발달한 영어와는 달리, 어쩌면 힘바족 언어는 (한국어처럼) 서술어가 훨씬 발달한 언어가 아닐까란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그래서 안면 움직임을 보면서 묘사를 하자니 형용사(감정)보다 더 빨리 손쉽게 떠올릴 수 있는 동사(행동)을 제시한 것은 아닐까 하구요. 뭐, 언어도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니, 이러한 것들도 그들의 감정 구성에 관여되었을테구요. 3장 읽으면서 예전에 어떤 방송에서 들었던 아프리카 가나의 이야기가 떠올랐는데요, 가나에서는 장의사가 엄청 존경받는 직업이라고 합니다. 수 많은 부족이 장례를 치르는 문화가 제각각이고 부족마다 의식 절차도, 감정 표현도, 행동도 너무 달라서, 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장례를 총괄하며 이끌 지도자로서 역할을 할 장의사를 찾는 거래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애도와 슬픔’은 이처럼 동일하거나 비슷하게 표현되지 않는거죠. 장례를 노래부르고 춤추고 꽃 뿌리는 식으로 축제처럼 진행하는 부족 역시 그들 나름의 슬픔을 표현하고 있지만, 그 순간 안면 표정은 다르게 나타나겠지요.
소피아님의 가나 장례 문화 얘기 들으니 얼마전 기안84가 나온 예능에서 마다가스카르 장례식도 생각나는데요. 너무 흥겹게 웃고 떠들고 춤춰서 생소했지만 결국 시신들을 파내고 다시 싸면서 슬퍼하고 시신을 껴안는 장면 보고 참 문화의 차이에 대해서도 놀랐지만 같은 이벤트 내에서도 감정 폭이 참 다양하구나..하면서 놀랐어요.
“더 심각한 것은 만약 이 프로젝트가 목표를 달성한다면,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감정에 대한 서양식 고정 관념을 학습하게 될 것 이라는 점이다.” —> 휴대폰에서 사용 중인 무수한 이모티콘 역시 서양식 기본 감정의 획일화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잠시 했습니다. ‘감정의 맥도날드화’라고나 할까요.
그러니까요.. 그런데 이모티콘이라도 남기지 않으면 텍스트만으로는 오해를 하기도 해서.. 자주 쓰는 것도 싫지만 또 안 쓰면 애매해지는 경우도 있고.. 모든 것을 감정으로 이해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필요하기도 하더라고요.
전 ADHD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어렸을 때부터 문맥과 비언어적 cue를 참고하는 화용언어에 대해 아이도 저도 많이 배웠는데요. 화용언어 뿐만 아니라 감정에 대한 표현도 되도록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가르쳐주고 제 자신도 일상에서 어휘를 다양하고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이게 emotional granularity와 연관된 것 같은데 이렇게 획일화되지 않고 다양하고 자세한 감정 단어 뿐만 아니라 감정 표현법을 배우는 게 ADHD 아이들의 감정조절 문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해서요. 그래서 이에 관련된 책이나 논문도 한 때 진짜 많이 읽었는데 영유아들의 감정인식 미숙함에 대한 연구들에 대해 여기서 읽으니 그때가 생각나네요. 아마 실제로 저희 아이 같은 애들이 이런 이론들과 관련된 치료를 많이 받을 거에요.
주석에도 나와있지만 아주 어린 아이들, 그리고 ADHD 아이들은 특히 anger에 관련된 감정에 가장 인식이나 표현이 다양하지 못한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아이가 다른 아이들이나 어른들의 감정을 잘 못 해석하거나 자기 자신의 감정 표현을 무조건 화내는 것으로 밖에 표현 못하거나 등의 상황에서 아이가 지금 어떤 증상을 보고(또는 보이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스스로 인식하고 배울 수 있게 꾸준히 목이 쉬도록 대화하면서 가르쳤는데요. 그 당시에는 이게 과연 뭔 짓인가..했지만 고등학생이 된 지금 남편 및 다른 사람들이 다 그만큼 노력한 게 성과가 있었고 이제 확실히 감정 인식, 표현, 조절 등이 나아졌어요. ADHD를 생각하면 보통 산만함이나 학습 장애 등만 생각하는데 이런 점이 있고 이런 과정들을 아이도 부모도 거쳐간다는 걸 잘 모르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ADHD 아이들 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그렇게 감정 표현을 이해하는 걸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해요. 넘겨짚는 게 아니라 이해하는 쪽으로 말이죠. 감정 표현의 원인이 하나는 아니니 말이죠. 요즘 아이들은 나와 다르게 표현하는 것에 대해 일단 분노하고 보더라고요. 다르게 표현하는 구나.. 하는 이해가 아니라 '왜 저래?'라며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더라고요.
앗 맞아요 아는 대안학교 교사님들도 보통 학교 교사님들도 요즘 애들이 의사소통능력이나 EQ 및 사회성에 이전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다고 하더라구요.. ㅠㅠ 저도 요즘 신입 직원들이 고객 불만이 접수기 넘 많아서 고민이에요.. 아 다르고 어 다른데.. 그런 미묘한 차이를 캐치하지 못하더라구요
문학 독서가 그런 감정 공부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소설가라서 그러는 것만은 아니고... ^^) 뚱딴지 같이 플로베르의 "감정 교육"도 책장에 꽂아봅니다.
감정 교육 1플로베르가 19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프랑스 작가로 자리 매김하게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작품. 사랑을 이야기하고 근대 도시 파리를 스케치한 풍자적 역사소설이다. 낭만주의적 전통을 뒤엎고, 사실주의적 원칙 또한 무시한 채 동시대인들의 도덕의 역사를 감히 말하고자 한 작품으로, 플로베르 생전에는 냉혹한 비판을 받았으나, 사후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았다.
배럿 님도 똑같은 얘기를 하십니다. :) 덧붙이면, 3월 벽돌 책 주인공 앨버트 허시먼의 최애 소설가가 플로베르였어요!
흑흑... 앨버트 허시먼 함께 읽기 모임 놓친 게 점점 더 억울해지네요. ㅠ.ㅠ
오호~ 제목부터가.. ^^ 플로베르 넘 재미있죠. ㅎㅎㅎ 정말 모순되면서도 복잡한 내면 묘사에 뛰어난 작가같아요. 안그래도 요즘 아이와 함께 책 읽고 토론할 때 그런 걸 많이 얘기하는데요. 최근에는 대안학교 선생님이 아이에게 추천해준 허수경 시인의 '혼자 가는 먼 집'을 읽고서 '이 사람은 왜 킥킥거리면서 울고 있을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왜 금방 울 것 같은 사내가 아름다워 보일까?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부빌 때 어떤 느낌일까? 이 사람은 왜 계속 웃으며 말을 끝까지 하지 못할까?'하면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비슷한 느낌이지만 또 미묘하게 다른 '농담 한 송이'도 읽어보구요. 시나 소설 등 문학작품들은 정말 복잡하고 아주 subtle하며 여러 상황과 상호작용하는 감정을 우리가 가상 시뮬레이션해보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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