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가슴을 쓸어 내립니다. ^^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4.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D-29
장맥주
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오늘 금요일(4월 12일)은 어제 예고해드린 대로 7장 '감정은 사회적 실재다'를 마저 읽습니다. 이렇게 2부까지 읽고서 주말은 쉬고(다른 책도 뒤적이고) 다음 주부터 3부를 들어갑니다.
빨간리본
“ 감정 개념이 있어야만 관련된 감정을 경험하거나 지각할 수 있다. 이것은 필요 조건이다... 꽃의 개념이 없는데, 누가 당신에게 장미를 보여준다면, 당신은 식물을 경험할 뿐이며 꽃을 경험하지는 않을 것이다. ”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7장. 감정은 사회적 실재다,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최호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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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리본
이런 차이만 서로 이해하더라도 사회에서 일어나는 충돌이나 반목은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기도 했어요. 또 뜬금없이 마리앙뜨와네트가 "빵이 없으면 케익을 먹으면 되잖아."라고 해서 시민의 분노를 샀다(잘못 알려졌다고 하긴 하지만)는데 마리앙뜨와네트 입장에서는 그런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까.. 말이죠.
YG
오늘(4월 12일) 읽을 부분을 시작하자마자 '칩부재감(Chiplessness)'이 나오죠.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기존에 있던 단 어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미묘한 하지만 존재감이 또렸한 감정이 꽤 있죠. 그런 감정의 종류도 따져보면 좋겠고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문화권의 좋은 감정 단어로 'Fago'를 메모해뒀어요. 보고 나서 찝찝한 영화 <Fargo>와 발음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의미의 단어라더군요. :)
장맥주
오늘은 맥주 마시지 말아야지 하고 굳게 다짐했지만 맥주 캔을 따서 첫 잔을 마시면서 난 쓰레기구나 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맥주가 너무 맛있어서 이게 사는 맛이지 하고 즐거워하는 그런 묘한 감정에 ‘장맥주감’이라는 이름을 붙여 봅니다. 영어로는 beerjang-mood.
오구오구
- 필리핀 일롱고트족이 경험하는 집단적 열광적인 공격성의 느낌이 리제트 감정이라고 나오네요. 이부분 읽으면서
마오리족의 하카가 생각났어요. 비슷한거 같네요~
- 사회적 집단 생활을 통해 뇌배선이 가능하도록 한다고 나오는데, 이부분을 읽으며 지금 읽고 있는 poor things 에서 주인공 벨라는 사회적 집단생활이라는 뇌배선을 경험하지 못한 상태로 사회에 던져졌고, 그렇기에 느끼는 것, 감정표현들이 사회적 실재와 달랐던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재밌네요 ㅎㅎㅎ
- 한국문화에서의 독특한 감정??으로 눈치보기가 생각났어요. 영어로는 sensing others? 정도로 번역될수 있을까요. 한국의 동질성이 강한 문화에서 눈치보기는 한국(동북아시아?)만의 감정 개념이라고 봐도 될까요?
- 문화적 동화 acculturation, 감정의 문화적 동화라는 것도 있군요. 저는 dietary acculturation이란 개념을 듣고 경험한 적이 있어요 ㅎㅎ 미국에서 5년정도 살았던 적이 있는데, 처음에는 veggie pho, small 한그릇에 엄청 놀라고 남기고 그랬었는데 5년후 미국을 떠날때는 X-large 도 국물까지 마시곤 했습니다. 돼지되서 귀국 ㅠㅠ diatary acculturation이라고나 할까요.. 잡생각이 연상되어 마구 떠오르고 감정이 떠오르는 것을 보니, 감정의 뇌배선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borumis
필리핀 말 중에 gigil (너무 귀여워서 꼬집고 싶어지는 감정) lihi (임신했을 때 평소와 다른 이상한 걸 막 탐내는 욕구) 등 재미있는 말이 많더라구요. 우리 말에서 눈치보는도 희한하지만 전 예전부터 어리광이나 애교도 매우 독특한 느낌의 표현이었어요. 전 진짜 애교가 없어서 남편이 좀 아쉬워(?)할 때도 있는데 생각해보니 제가 미국이나 유럽 살 때 애교란 표현이 없던 것 같아요. 그나마 비슷한 게 coquettrie나 flirting인데 그건 한국어 '애교'가 갖는 것처럼 자신을 어린애처럼 표현하는 느낌이 없거든요.
오구오구
정말 그러네요~ coquettrie는 어감을 잘 모르겠고,. 진짜 그런 어린애 느낌은 없네요 ㅎㅎ
borumis
ㅋㅋㅋ dietary acculturation.. 전 간만에 미국 갔을 때 사이즈에도 새삼 놀랐지만 너무 짜서 또 놀랐어요. 우리나라 음식이 젓갈 같은 게 많아서 짤 줄 알았는데 미국 음식이 유럽 음식은 물론이고 한국 음식에 비해서도 더 짜다는 느낌을 받아서 깜짝 놀랐어요. 매운 맛도 인도의 매운맛, 멕시코의 매운 맛과 우리나라의 매운 맛이 또 조금씩 다르다는 걸 보면 각각 문화 속의 오감도 조금씩 다른 것에 친숙해진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소피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국의 감정 어휘는 독일어 세트로 fernweh (먼 곳을 향한 그리움)와 heimweh (노스탤지어, 향수)입니다. 저 아름다운 어휘들을 영어에서 wanderlust와 homesick으로 뭉개버리는 것을 보고 분노한 적도 ^^;;
7장, 특히 후반부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뇌과학자가 한단 말이야? 신기한데?를 연발했습니다.
장맥주
먼 곳을 향한 그리움이라... 너무 멋지네요. 그 감정 분명히 가끔 느낍니다.
소피아
무라카미 하루키 씨가 fernweh를 닮은 감정을 자주 이야기 하십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뜨고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어디선가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아득히 먼 곳에서, 아득히 먼 시간 속에서 그 북소리는 울려왔다. 아주 가냘프게, 그리고 그 소리를 듣고 있는 동안, 나는 왠지 긴 여행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인간은 변덕이 심해서 먼 북소리를 따라 먼 곳으로 떠나면 이내 떠나온 곳을 그리워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fernweh와 heimweh는 한 쌍이 되어야..
<국경시장>을 쓴 김성중 소설가도 fernweh 비슷한 말씀을 하시던데요.피츠제랄드 풍의 1920년대를 떠올리면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그 시대가 그리워진다고.
장맥주
아, 『먼 북소리』. 그렇네요. 이 책의 시작이 바로 fernweh네요. 책 자체는 아주 좋아하지는 않는데 30대의 하루키가 이런저런 요청에 시달리다가 그리스로 떠나야겠다고 결심하는 앞부분은 굉장히 좋아합니다. 저한테도 어떤 교훈이 되는 거 같아서요. 그 대목으로 칼럼도 한 편 썼어요. ^^
https://ch.yes24.com/Article/View/45989
오구오구
그러나 당신에게 '슬픔'의 개념이 없다면 슬픔과 이것에 딸린 모든 문화적 의미, 이에 적합한 행동, 슬픔의 기타 기능 등을 제대로 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34%,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최호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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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 내가 아는 한 보편적인 감정 개념은 없다. 그러나 설령 그런 것이 있더라도, 보편성이 곧 지각하는 사람과 무관한 실재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개념은 문화를 통해 당신의 뇌에 배선된 생물학적 실재다. .... 단어는 개념을 표상하고, 개념은 문화의 도구이다. 우리는 이것을 할머니의 할머니가 고향에서 쓰던 촛대처럼 부모로부터 자녀에게로, 한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수한다. ”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34%,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최호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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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7장 읽으면서 저의 감정 예측 오류와 관련해서 불현듯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사실은 여러 건…)
오래전에 구석진 유럽 어느 도시를 5일 정도 방문한 일이 있었는데요, 그 나라를 처음 가본 거였고 현지어를 1도 몰랐으며 때는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직전이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숙소를 도심이 아닌 주택가 한적한 곳에 예약해두어서 하루 일과를 끝내면 시내 버스를 20-30분 정도 타고 숙소로 되돌아가야 했습니다. 첫째날 현지인에게 시내 버스 타는법과 숙소까지 이동하는 법을 자세히 들은 후 무사히 숙소로 귀환했습니다. 둘째날 저녁에도 숙소로 돌아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그 날은 타자마자 뭔가 불편한 공기가 감도는 느낌이 들었고, 둘러보니 우락부락한 백인 남자들이 가득했으며, 그들은 소리높여 떠들어대고 주먹을 허공에 휘두르기도 했습니다. 분노한 듯한 표정과 서로 간의 샤우팅, 점점 과열되는 버스 안의 공기, 거칠어지는 목소리 등으로 저는 불안, 초조에 휩싸여 온 신경을 곤두세운채로 자리에 있었습니다. 머리 속으로 대형 사고? 테러? 천재지변? 이런 상황을 번갈아 떠올리는 동안 15분 정도 시간이 흘렀습니다. 갑자기 버스 기사가 버스를 탁 세우더니 아주아주 큰 소리로 (알아들을 수 없는 현지어) 손짓까지하며 외치더군요. 그러자 갑자기 버스 안에 있는 모든 승객이 우르르 내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제 버스 안에 남은 건 저와 버스 기사 아저씨 뿐. 그 아저씨가 저한테 현지어로 또 뭐라뭐라 외치고… 제발 기본 단어만이라도 소통되길 바라며 후들거리는 다리로 기사한테 다가가서 영어로 어찌된 영문인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의외로 버스기사 아저씨는 영어를 더듬더듬 할 줄 아셨고, 그 시간에 매우매우 중요한 축구경기가 있으며 그래서 버스 노선이 변경되었고 오늘 운행은 여기가 끝이니 너는 여기서 내려서 걸어 가야한다고 하시더라구요. 이 무슨 개떡같은 상황인가!! 하지만, 버스 기사 분은 세상 친절하게 저를 데리고 버스에서 내려서 손짓몸짓 총동원해가며 길을 알려 주셨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은혜로우신 분..)
어두운 밤길에 혼자 낯선 거리를 헤맬 생각에 주저앉아 울 뻔 했지만, 버스 기사 분이 가리키신 길로 들어서니 갑.자.기. 바다가(!) 나오고 해안가를 따라 테이블이 모두 바다쪽을 향해 놓인 카페들이 줄줄이 있어서 극도로 긴장한 마음이 스르륵 풀렸습니다. 해안가를 따라 가스등을 주르르 켜놓은 카페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마을 사람들이 어두운 바다를 바라보며 술과 안주와 대화를 즐기던 그 저녁의 기억은 지금까지 제 머리 속에 아름다운 풍경으로 저장되어 있더라는 해피엔딩~
하지만 버스에서 15분간 진행되었던 예측 오류로 인해 제 뇌 안의 신체예산부위에 너무 과부화가 걸렸던가 봅니다. 숙소에 도착해서 기절 + 다음 날 늦잠.
모시모시
결말이 해피엔딩이라 다행입니다.
장맥주
글로만 읽는데도 정말 무섭네요... 진짜 스마트폰 이전에 패키지가 아닌 1인 해외 여행을 어떻게 다녔었는지 지금은 상상도 못하겠습니다.
borumis
아휴 다행이네요. 저희 남편도 옛날에 유럽에 혼자 배낭여행하다 스킨헤드에게 다짜고짜 영문도 모르고 맞은 적이 있어서..;; 너무 무서웠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