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4.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D-29
ㅋㅋㅋㅋ 우리가 남이가.. 예전에 미국에 살 때 제 동생이 our mom이라고 자꾸 말해서 니네 엄마가 왜 '우리' 엄마냐고.. 친구가 이상하다 한 적이 있죠.. 우리 엄마 우리 집 우리 나라.. 아.. 실은 인간 뿐만 아니라 영장류, 그리고 쥐에서도 단순화, 일반화, 범주화의 인지 학습 기능들이 실험 연구들로 밝혀진다고 있는데요. 장기 semantic memory를 만들기 위해 범주화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나 싶어요. https://www.mpg.de/16747094/0416-psy-simplifying-our-world-155111-x
저 이런 이야기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사실 @소피아 님 말씀대로 지금 논의가 헷갈리는 것은 ‘범주화’라는 용어를 저희가 정의하지 못한 채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요. (문득 파인만이 인문학자들 컨퍼런스 갔다가 당황해서 용어부터 정의하자고 제안했지만 놀림감이 되었다는 에피소드가 떠오르네요.) 기본적으로는 저는 ‘개체들간에 유사성을 발견하고(identify) 분류한 후(classify) 묶는(group) 사고방식’에 서양인이 보다 적극적이고 동양인이 보다 소극적이라는 소피아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극단적으로 단순화시킨 사례를 들어도 될까요. “[숟가락, 포크, 한국인, 미국인]을 두 그룹으로 분류하라”라는 문제를 받으면 동양인들은 [한국인-숟가락, 미국인-포크]라고 분류하고 서양인들은 [한국인-미국인, 숟가락-포크]라고 분류한다는 식의 통념이 있습니다. 동양인들이 보기에는 한국인과 숟가락이 관계를 맺고, 미국인은 포크랑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고, 서양인이 보기에는 한국인과 미국인은 모두 인간이고, 숟가락과 포크는 식기라는 것이죠. 이런 층위에서 ‘서양적 사고방식이 범주화에 능하다’라고 말하면 찬성합니다. 하지만 보다 깊은 층위에서는 저 문제 자체가 범주화 없이는 성립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예로 든 기억의 천재 푸네스라면 ‘한국인이 뭐냐? 미국인은 뭐고 숟가락은 무엇이며 포크는 무엇이냐?’라고 되물을 겁니다. 김철수와 이영희를 범주화하지 않으면 한국인이라는 말 자체를 쓸 수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제임스 워터와 리사 배럿을 범주화해야 미국인이라는 말을 쓸 수 있죠. 한쪽 끝은 둥그렇고 넙적하며 다른 쪽 끝은 그렇지 않은 적당한 길이의 금속 혹은 나무 막대라는 것을 숟가락이라고 범주화해야 숟가락이라는 말을 쓸 수 있고, 그런 의미에서 포크라는 단어 역시 범주화의 결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범주화를 하지 않으면 언어 자체를 쓸 수 없고, 세계를 추상적으로 이해할 수도 없으며, 지성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런 범주화는 딱히 훈련 받지 않아도 대부분의 인간이 하는 걸로 봐서(언어를 습득하는 걸로 봐서) 어느 정도 내재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범주화라는 말 대신 적당한 다른 말이 없을까 고민하게 되네요. 개념화? 추상화? 이것도 철학이나 언어학의 어떤 영역에서 이미 다룬 논의인데 제가 무지한 상태로 지껄이는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흥미로운 논의 발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리사 배럿은 뒷 부분의 용어정리에서 범주화 Categorization를 "뇌가 개념을 사용해 감각 입력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던데, 우리가 보통 쓰는 의미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보이네요. 이와 별개로 굳이 동서양일지는 모르겠지만 문화별로 유사성을 인식하고 분류하고 묶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범주화에 딱 맞는 훌륭한 예는 지금 생각 안나지만...;;; 주소 적는 순서라든지, 거스름돈 계산하는 방법 등에서 생각의 방향(?)이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아요. ※ 숟가락-한국인 예시 재미있네요. :)
아... 그렇군요. 주석이랑 용어 정리 좀 읽고 쓸 걸... ^^;;; 어제 밤에 술 마신 채로 기억에 의존해 썼더니 좀 두서가 없습니다. 그믐에 수정 기능이 있었으면 막 고치고 싶은데...
뒤에서 리사 베럿이 스스로 정의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우리가 본문 읽으면서 헷갈리고 의문을 갖게 되는 건 사실이니까 전 의미있는 논의라고 생각해요. 매일 술 마시고 써주세요. :)
알코올 의존증이 염려되어 안 됩니다. (그런데 이 단어도 신기한 게... 저는 알코올 중독이라고 쓰지 않고 알코올 의존증이라고 쓰니까 좀 덜 위험한 것처럼 들리더라고요.)
매일 술마시고 써주세요 ^^
제 간이랑 췌장 생각도 해주세요... ^^
저도 그믐에서 삭제나 수정이 힘들어서 나중에 뒷복 잡는 경우가 생길 듯 ㅋㅋ
무서운 사이트입니다. ㅎㅎㅎ
와와, 모시모시님!!! 감사해요. 부록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는 교훈을 투척해주시는군요. (이래서 제가 노링크 전자책에 분개함) 리사 배럿은 범주화란 용어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생각했었거든요. (a) 신조어 제시 (b) 용어 정의 제시 — 이 두가지 방법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제가 생각한 용어 정의 제시는 연구 취지에 맞춤하게 범위를 좁히는 방향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모시모시님이 인용해주신 리사 배럿의 정의를 보니 장단점이 다 있네요. 단점은 우리가 “범주화”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떠올리게 되는 개념보다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다. 장점은 “범주화”라는 정신 활동에 대한 문화간의 차이에서 오는 이견을 해소할 수 있다. —> 제 의문은 여기서 해결. 굳이 동서양이라고 집단화하는 것은 리처드 니스벳 연구에서 (“생각의 지도”읽고 너무 재밌어서 찾아본 2-3개) 피험자 집단은 미국 백인 vs 동아시아인이어서구요 (아마도 미국 대학원에서 자주 발견되는 한국, 일본, 대만인 유학생들 동원하지 않았을까 해요 ^^) 니스벳은 westerners vs east asians 으로 구분했던 것 같아요. 언급하신 주소 표기 예시도 니스벳 책에 있었던 것 같아요. 서양인은 도착점에 시선을 두고 바라보는 사고 방식이라면 동양인은 출발점에 시선을 두고 바라보는 사고 방식이라고.
@모시모시 님께서 적절하게 찾아서 정리해주셨네요. 뒤에 붙은 용어 정리는 어떤 건 유용하고, 어떤 건 너무 소략해서 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는데 역시! 이래서 이런 책은 함께 읽을 때 도움이 됩니다.
장맥주님께서 쓰신 3번째 단락이 리사 배럿의 범주화 정의에 —“뇌가 개념을 사용해 감각 입력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 — 근접한 것 같습니다. (저 재밌게 읽었는데요, 어디를 고치고 싶으신건지..^^) 조금 덧붙이자면, 리처드 니스벳은 이러한 문화권별 사고방식의 차이가 언어 발달에도 영향을 준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면 범주화에 기반을 둔 문화권의 영어는 명사와 형용사가 압도적으로 많이 발달되어 있고 연결과 조화를 강조하는 문화권의 한국어는 부사, 동사의 종류와 수가 넘사벽이죠. 친구에게 차를 더 권하는 상황에서 영어로는 “More tea?”라고 명사를 던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데, 우리는 ”더 마실래?”라고 동사를 쓰죠. 영어는 She has a warm heart. 라고 문장 의미 중심을 형용사+명사에 두는 반면, 우리는 “그 여자는 마음이 따수워”라고 동사에 의미 중심을 둘 수 있고요. 영어는 기본 동사 몇 개로 돌려막기하느라 전체 사용 동사에서 기초 동사 7개 사용 비중이 70퍼센트를 넘는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정확한 퍼센트는 기억이 안나지만요^^;;) 반면에 우리는 명사 (특히 개념어)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타 언어권에서 많이 빌려와서 쓰구요. 어제 @borumis 님이 “다양성을 줄이고 단순화하려는 범주화가 내재되었다”는 말씀이랑 여기서 장맥주님이 말씀하시는 “범주화의 내재”랑 결이 비슷한 거 같은데요. 아, 장맥주님은 언어의 내재화를 말씀하시니 촘스키의 내재주의나 보편문법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저는 개념이든 언어든 감정이든 간에 “내재(innate)되었다”는 의견에는 회의적입니다. 물론 선천적인 부분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인간은 성장하면서 환경과 사회, 문화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개념과 언어와 감정을 발달시키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리사 배럿의 주장을 아무 저항감없이 받아들이고 ..^^*
아 제가 좀 정확하지 않게 쓴 것 같네요..^^;; 제가 말하고픈 건 범주화할 수 있는 능력(?)이나 가능성이 즉 capacity가 내재되었다는 거지 그 범주화의 내용까지 내재되었다는 말은 아니에요. 저는 인간이든 동물이든 어느 정도 베이스가 있다고 보는 유전학을 전공해서 완전히 빈 서판 (blank slate)이 있다고 보진 않지만 그것을 어떻게 채우고 수정하는 지에 환경 또한 영향을 끼친다고 보는 입장이라 (실제로 유전학 분야 중 DNA sequence만이 아닌 유전자에 대한 환경적 요인을 연구하는 epigenetics도 아직 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는 분야구요) 유전자 레벨이 아닌 더 고층위의 구조에서는 말할 것도 없죠.
저도 이런 이야기 너무 좋아요. 범주화가 아예 없으면 지능이라는 거나 사고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겠죠.. 푸네스처럼 생각하지 않으면 모를까..
위에서 @장맥주 님이 “지성을 가지려면 범주화해야 한다”고 하시고, @YG 님께서도 “범주화하는 능력이 인간이 동물과 다른 능력”이라고 하셔서 화들짝 놀라고 있는 중입니다.
@소피아 님께서 말씀하신 그 연결, 결합도 저는 범주화의 한 사례로 생각하고 있어요. 리처드 니스벳은 저도 좋아하는 심리학계의 구루고 배럿과도 오히려 생각이 통할 듯해요. :) (한번 확인해 볼게요!)
어쩌면 리사 배럿, 저, YG님, 장맥주님 전부 다 다른 의미로 범주화 (categorization)를 이해하고 쓰고 있는지도 ㅎㅎ (왠지 그런 거 같다..) 저는 사전적 의미의 좁은 뜻으로 쓰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리사 배럿과 니스벳은 통하는 데가 있을 거 같습니다. 사실, 범주화란 단어로 통일한 이유도 알 것 같긴해요. 그래도 어딘가 모르게 서운한 맘 ^^;; 리사 배럿 선생님, 다양성이 표준이라면서요.. 왜 범주화라는 단어를 큰 의미로 일반화해버리는 쉬운 길을 가셨나요..
범주화는 인간만이 가지는 특성일 수도 있지만 범주화 안에 들어가야 안심하는 사람도 있고.. 범주화에 편입되지 않으려는 독립적인 사람도 있기 마련이죠.. 음... 하지만 사안에 따라 범주화에 기꺼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독립적인 사안도 있는 다면적인 존재이기도 해요.(아직 진도는 따라가지 못하고 글만 남깁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화요일(4월 9일)은 어제 말씀드린 대로 5장을 끝까지 읽습니다. ;아이들은 어떻게 분노를 학습하는가?'부터 끝까지 읽으시면 됩니다. 내일 수요일(10일)은 6장 '뇌는 어떻게 감정을 만들어내는가?'를 이어서 읽는 일정입니다. 이번 주에 7장까지 읽으면 저자의 '구성된 감정 이론(Theory of Constructed Emotion, TCE)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정도는 되는데요. 여러분 중간 소감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철학이나 사회과학의 해석학적 전통의 독서를 많이 하신 분이라면 오히려 익숙한 논의라고 생각할 테고, 저자가 아주 강하게 반발하듯이 과학이나 철학의 본질주의 전통에 익숙하신 분이라면 낯설기도 하셨을 테고. 어느 쪽 반응이든 흥미진진하셨을 것 같으니 서로 의견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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