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4.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D-29
우리는 모임리더 YG가 푸네스의 비상한 기억력을 닮았다는 얘길 했는데... 과연..?
@borumis 한때 제가 기억력에 자부심이 있었던 때가 있기는 했어요. 특히 아주 사소한 디테일에 강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고유명사부터 떠올리는 일이 어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오. 그렇군요. 리사 펠드먼 좋아지네요. (전자책 주석 연동 안되는거 귀찮아서 주석 잘 안봤는데 찔립니다..ㅎㅎ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전 아기들을 대상으로 통계적인 사고를 실험하는 부분이 특히 재미있네요. 아기들 보면 저 조그만 머리로 정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한데 이런 수많은 걸 배우고 소화하고 있었다니.. 특히 아기들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다가 실험자가 자기들이 좋아하는 장난감 말고 다른걸 선택하는 걸 관찰하면서 사람들이 각각 선호가 다를 수도 있다는 걸 깨닫는 실험이 전 재미있어요. 이걸 야채 등 꺼려하는 음식 먹일 때 써보면 어떨까 했는데 우리 애들 같으면 '엄만 야채 좋아하니 엄만 야채 많이 먹어~'라고 생각하고 끝날 듯. ㅋ 개취존중
@모시모시 @장맥주 @borumis 네, 사실 범주화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를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저자도 개념-범주-감정을 연결함으로써 감정 사례를 구성할 수 있는 일이 인류의 고유한 능력이라고 밀어붙이려는 욕심을 가지는 듯하고요. "폭력적인 일반화"라는 장 작가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저도 비슷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오히려 경계해야 할 것은 단순한 범주화와 그렇게 범주화한 것들의 위계를 만들려는 욕망이 아닌가 싶어요. 단순한 범주화는 자기가 포착하지 못한 다양성을 의미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고, 자기의 얄팍한 범주화의 결과에 위계를 상정하고 강요하려고 하니까요.
그쵸. 실은 species 뿐만 아니라 인종이나 성별 등 우리가 범주화를 통해 정당화하는 폭력이 많죠. 주석에서 나온 건데 중국에선 심지어 무지개 색도 파란색 외에 청색 (cyan과 비슷한 듯?)을 추가로 센다고 하는데 우리가 말하는 남색과 다른가봐요. 문화에 따라 이렇게 시각적 범주가 다르기도 하다니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에 파란색이 안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바다를 와인빛이라고 표현하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논쟁이 많이 있죠. 석양의 바다를 묘사한 거라든가, 적조 현상이라든가, 당시 와인은 파란 색이었다든가... 굉장히 논란이 되는 게 파란색이라는 색 자체가 여러 문명에서 아주 나중에 등장하는 개념이라는 학설인데요, 근거는 꽤 있기는 합니다. 한국어만 봐도 소나무 색과 하늘의 색, 바다의 색, 신호등의 초록색에 가까운 청신호 색을 다 ‘푸른 색’이라고 부르는 걸로 봐서 파란색에 대해 유독 둔감한 듯 보이고요. ‘오색찬란’이라는 표현을 보면 무지개색을 7색으로 인식하기 전에는 세상의 모든 색을 5색 정도로 본 거 같고요. 파란색 염료가 여러 색 염료 중 마지막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더군요. 그런데 이에 대해 반박하는 학설도 상당히 많더라고요. 관련 책 한 권 꽂습니다. ^^
그곳은 소, 와인, 바다가 모두 빨갛다 - 언어로 보는 문화촘스키의 이론을 뒤집는 기 도이처의 저서. 언어가 문화를 반영하는 어떤 심오한 차원이 존재하는 것일까? 언어가 다르면 그 말을 쓰는 사람들의 생각도 달라지지 않을까? 오늘날 학자들은 대부분 이러한 질문에 대해 ‘아니’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하지만 저자 기 도이처는 수많은 학자들의 생각을 정면으로 거슬러 위의 질문들에 ‘그렇다’라는 대답을 한다.
오오 와인빛바다.. (상상이..?) 근데 제가 지금 읽는 중인 리차드 도킨스의 “조상 이야기”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색감각을 느끼는 세포의 유전자 중 파랑, 초록, 빨강 중 파랑색이 가장 먼저 진화에서 나타난 건데 파랑색이 이렇게 무시받거나 해석이 저마다 다른 색이라니 신기해요. 심지어 오징어나 물고기에서도 rhodopsin과 UV 다음으로 감지한 색 중 제일 먼저 진화한게 파랑색 세포 유전자인데.. ㅎㅎ
와인빛 바다라는 표현이 『일리아드』에 5번, 『오디세이아』에 12번 나온다고 하네요.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53/0000043102?sid=103 (그런데 호메로스는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이었는데... ^^)
저 이 이야기에 꽂혀서 몇 개 읽을 거 찾아 두었는데 바빠서 아직 못 읽고 있습니다. 이번 주내로 읽고 와서 이 타래에 다시 참전(?) 하겠습니다. (이 무슨 예고제람..)
오. 벌써부터 기대만발입니다.
헉... 저 지금 그냥 항복하면 안 될까요? ^^ 그런데 재미있는 이야기 조리 있게 많이 들려주실 거 같아서 기대됩니다. 저는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와 아무 상관 없는 여성 법의학자의 논픽션을 병행 독서하고 있습니다.
이 포스트에 연결해서 댓글 달려고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타래가 너무 멀리 가버릴까봐 가시거리 안에 타래를 두려고 한 번 끌어 내린거에요. ^^ 병행 독서는 요즘 유행 중인 병렬 독서 자매품인가요? 저는 원래 병렬 독서 안하던 사람이었는데 벽돌책 모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병렬 독서의 세계로 진입했어요. 이 모임에 있는 분들 병렬 독서 목록 까보기 같은거 하면 재밌겠네요? ㅎㅎ
병행독서라는 말도 쓰고 병렬독서라는 말도 쓰지 않나요? 구글에서 검색해보니 병행독서는 53만 건쯤 검색되고 병렬독서는 7만 건쯤 나오는 걸로 봐서 병행독서라는 말을 쓰는 사람이 좀 더 많은 거 같고요. 병행은 ‘둘 이상의 일을 한꺼번에 행함’, 병렬은 ‘나란히 늘어섬. 또는 나란히 늘어놓음’이니까 뜻도 별반 차이 없는 거 같습니다.
@소피아 제가 알던 병렬독서 보다 병행독서 검색량이 압도적으로 많네요 새로운 단어 알아갑니다 병행독서 이야기가 나오니 뜬금없지만 벽돌책 모임 다음책 미리 알면 병행독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임에 책들이 항상 좋다고 느끼는데 더 알차게 읽고 싶어서요
<발단> 19세기 영국 총리겸 고전학자이자 호머 집착광이었던 윌리엄 글래드스톤이 1800페이지 (미친;;;) 호머 연구를 내놓고 이렇게 떡밥 던짐. “호머는 보라색 양털과 보라색 소가죽 , 초록색 꿀, 붉은 말과 붉은 사자처럼 색상 이름을 이상하게 쓰곤 했어. 고대 그리스인들은 (혹은 호머는) 색상 구분을 못했던 게 아닐까?” 그로부터 백년 넘게 수많은 사람이 이 떡밥을 덥썩 물고 난장 토론에 돌입…영국 과학저널 <네이처>지, 뉴욕 타임스도 참전. <전개> * 철학자: 내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 곳곳의 고전을 모두 섭렵해봐서 아는데, 고대인들에겐 대개 파란색이 한 가지 뚜렷한 색상이 아니라 초록, 회색 또는 보라색의 음영이었어. * 고전학자 1: 그리스 고전에는 종종 이상한 색상이 나와. 고대 그리스인들의 색상 스펙트럼 인식이 달랐을지도 몰라. * 화학자 : 고대 그리스인들이 마신 와인이 파란색이었어. 걔네들은 와인에 6-8배 물을 부어서 마시곤 했는데, 대리석과 석회암인 그리스 땅에서 나온 지하수에는 알칼리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었고 그래서 와인색이 푸르게 변한거야. * 아까 그 고전학자 1: 호머가 와인을 묘사할 때 붉은색, 탁한 검은색이라고 분명히 썼는데 무슨 와인이 푸른색이냐! 말도 안돼! * 무명씨 1 : 고대 그리스어에는 파란색이란 단어가 없어서 와인색을 쓴거야. * 무명씨 2: 호머 이야기 속 그리스인들 중에 선천적으로 색맹인 자들이 있었어. * 아까 그 고전학자 2: 색맹이라고? 말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마! * 무명씨 3: 그리스 해안가에 붉은 해조류가 발생했기 때문이지. * 아까 그 고전학자 2 & 아까 그 화학자: 붉은 해조류 가능성은 있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라 호머가 그렇게 자주 ‘와인빛 바다’을 들먹인 이유라고 볼 수 없어. * 아까 그 고전학자 2: 와인빛 바다는 시적 표현이지. * 무명씨 4: 근데 호머는 눈이 멀었잖아? * 아까 그 고전학자 2: 호머가 정말 눈이 멀었는지 알 수 없어. 게다가 몇몇 사람은 호머가 가상의 인물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하기도 해. * 아까 그 고전학자 1: 고대 그리스에서는 기상학적 이유로 대기 중에 먼지 함량이 많아서 어두운 붉은 빛 석양이 나타났는데, 그게 바다에 반사되어 와인처럼 붉은 색상으로 보이게 된거야. 하지만, 호머가 의미보다 단순히 아름답게 보이고자 그렇게 썼을 수도 있어. * 미국인 호머 번역자: 고대 그리스어를 글자그대로 직역하면 “wine-faced sea”지만 난 여전히 ”wine-dark sea”를 쓰고 싶어. 내가 코린트운하랑 에게해에 가봐서 아는데, 호머는 특정 색상보다 붉은 와인처럼 풍부한 색조를 표현하고 싶었던 거야. <남은 질문> 저는 wine-dark sea에서 방점은 wine이 (색상) 아닌 dark (음영과 채도)에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이 단어를 둘러싼 백년 넘은 논쟁을 보니 의문이 생깁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혹은 호머는) 파란색을 구분하지 못했을까요? ‘파란색’이란 단어가 없었을까요?
와~~~우!!! 너무 재밌어요. 리스펙트! 글래드스톤의 1800쪽 집착이 부른 나비효과! 2024년의 그믐에 도착! 어느 가설이 진짜인지 호머가 살아돌아오지 않는 이상 우리는 결코 알 수없을 것 같네요. 허허
와! 요약 정리 감사합니다. 쏙쏙 들어오는 데다 재미까지 있네요! 앞으로도 많이 부탁드립니다. 제가 띄엄띄엄 아는 사항도 몇 가지 추가합니다. -라자루스 가이거라는 문헌학자가 히브리어, 아랍어, 독일어, 산스크리트어, 중국어, 아이슬란드어를 연구했는데 이들 언어에서 공통적으로 고대에는 ‘파란색’이라는 단어가 없었음. -색깔을 가리키는 단어가 나타난 순서 역시 공통점이 있었는데 흰색과 검은색→빨간색→초록색과 노랑색→파란색의 순서였다고. -아마도 고대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낮이냐 밤이냐’였기에 흰색과 검은색이 나오고, 그 다음에는 피를 가리키는 단어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추정. 바나나 같은 과일이 익었는지 익지 않았는지 구분하기 위해 초록색과 노랑색도 등장했을 거라고 추정. -현재도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은 파란색을 가리키는 단어가 없다고 함. -파란색의 경계가 애매한 언어들이 많음. 한국어는 파란색이 종종 녹색을 가리키기도 하고, 그리스어와 러시아어에서는 파란색이라는 단어 대신 밝은 파란색과 짙은 파란색이 있음. -그렇다면 파란색이라는 단어가 없었던 고대인들은 파란색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그래서 호메로스가 바다를 와인빛이라고 쓴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한창 논쟁 중. 사피어 워프 가설 vs. 촘스키, 핑커. -언어가 인식을 결정하는지 아닌지는 PC 논쟁의 핵심과도 바로 이어짐.
(1) 고대에는 파란색이 없었다? — 저는 ‘고대에는 파란색이라는 단어가 없었다’는 주장은 불완전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고대 국가에서 파란색 개념이나 단어가 없었고, 가장 늦게 나타난 색상 단어라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호머의 그리스 세계보다 훨씬 앞선 시기인 고대 이집트에서도 파란색 계열을 사용했었고, 더 결정적으로는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에서는 청색돌로 성벽을 두르고 그 유명한 이슈타르문까지 만들었거든요 (첨부 사진). 오히려 푸르른 에게해와 하늘이 곁에 있던 그리스인들이 파란색 단어를 쓰지 않았다는 게 너무 이상하죠. (2)파란색 관련 단어가 없는 아프리카 부족 — 나미비아 힘바족 (리사 배럿 연구팀이 찾아갔던 그 부족) 연구인 것 같습니다. 파란색 계열 단어가 없고 연두-녹색계열 단어가 많은 힘바족은 첨부한 사진 중 오른쪽 원에서 파란색을 구분하지 못하고 왼쪽 원에서 차이나는 색상을 더 잘 찾아냈다고 합니다. 대조군인 미국인 그룹은 당연히 오른쪽 원에서 파란색을 더 쉽게 고르고 왼쪽 원에서는 버버벅 (저도 왼쪽 원에서 버버벅) (3) 단어가 없으면 인식하지 못한다? — 이게 현재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질문인 것 같습니다. 언어학자, 인류학자, 문헌학자, 고전학자, 역사학자, 문화심리학자 등이 참전 중. 말씀하신 사피어-워프 가설 중 언어가 인식을 “결정”한다는 관점 (strong version)은 대체로 정리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 논쟁 중인 것은 언어가 인식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가” (혹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가, 하는 weak version)이고, 읽어 보진 못했지만 위에 꽂아두신 기 도이처의 책도 이런 주장이라고 짐작됩니다.
와, 계속 이런 좋은 정보들 감사합니다. 그 시기 바빌론이나 이집트는 그리스보다 훨씬 더 선진 문명이었을 테니... 고대에는 문화 전파가 어려워 지역 간에 그런 문화 격차가 더 크지 않았을까요? 뭐 동북아시아만 봐도 한반도에서는 겨우 부족 국가가 생겨날 무렵에 중국 대륙에서는 공자가 관료로 성공하지 못해 좌절하고 있었으니까요. 어쩌면 그 바빌론이나 이집트도 초기에는 파란색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었을 수도 있고요. 혹은 『일리아드』나 『오디세이아』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오래 전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이슈타르의 문이 지어진 게 대강 기원전 6세기이고, 일반적으로는 호메로스를 기원전 8세기 사람으로 추정하는데, 바로 『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의 저자 애덤 니컬슨은 두 서사시가 그보다 훨씬 앞서 기원전 2000년 전 전후에 지어졌을 거라고 주장합니다(이 책 정말 재미있습니다). 파란색을 알고 그 색을 쓰면서도 파란색이라는 단어가 없는 상황도 상상해볼 수 있을까요? 그 색을 ‘짙은 녹색’이라고 여겼다는 식으로요. 이런 비유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썸’이라는 말이 생기기 전에도 젊은 남녀들은 썸을 많이 탔거든요. 그 관계에 대한 인식도 낯설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에 ‘사랑과 우정 사이’ 같은 노래가 나왔을 때 ‘그게 무슨 사이야?’ 하며 어리둥절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사피어-워프 가설이 옳다면,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언어가 인식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면 ‘썸’이라는 말이 나온 뒤 썸 타는 남녀가 급격히 증가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재미있는 생각이 드네요. ^^ 개인적으로는 언어와 인식이 서로 영향은 주고받겠지만 그렇다고 언어순화운동을 벌여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믿고 있습니다. 언어학에 대해 아는 건 없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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