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보르헤스 읽기] 『알렙』 같이 읽어요

D-29
즐겁게 읽었습니다. 액자구성으로 뭔가 진실성을 더 하려는 듯한 능청스러움이 재밌었어요. 혈거인이 호메로스임이 밝혀지는 장면이 대단했네요. 이야기가 결국 제사로 수렴한다는 여러분의 말씀에 저도 동의가 되고요. 결말을 읽으며 좀 뭉클했는데 죽지 않는 사람(들)은 결국 ‘이야기꾼’이 아니겠는가…하는 생각도 하게되고요. 읽은지 오래되어서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는데 미로의 묘사가 «바벨의 도서관»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물론 미로의 역할이랄까 의미는 상당히 다릅니다만.. (저 윗 글에 붙이려고 했는데…그믐 사용법을 아직 잘 모르겠네요.)
알레프'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1권. 20세기 현대 문학의 거장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대표하는 열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된 소설집. 중남미 문학의 권위자 송병선 교수가 새롭게 내놓은 이번 번역은 작가 특유의 메마르고 절제된 문체를 생생하게 살리고 의도적으로 사용된 추리, 환상 문학 등의 장르 문법을 존중하여, 현학적이고 고답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한 '21세기의 보르헤스'를 지향하였다.
그러게요. 뒤집어진 계단이라든가 반복되는 구조라든가 하는 묘사를 보면 바벨의 도서관도 떠오릅니다. 생각해보면 보르헤스와 에셔처럼 잘 어울리는 한 쌍이 없는 것 같네요:)
그나저나 잡담 : 보르헤스를 좀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게 제발트 «토성의 고리»후반부에서 <톨뢴>을 흉내내는 부분을 읽은 게 계기였는데 제발트는 작년 한 해 다 읽으셨더군요. 🥲 제발트 얘기할 기회를 놓친게 많이 아쉽습니다. 물론 보르헤스 여정에 뒤늦게나마 참여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맞아요. ⟪토성의 고리⟫를 읽으면서 보르헤스를 언급했던 기억이 납니다. 3장 말미에서 제발트가 보르헤스의 단편을 패로디했었죠. 정말 멋진 대목이었는데요. 언제 한번 제발트를 언급할 때가 있을 겁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죽어 있는 사람~] 이번 이야기는 비교적 느긋하게 자세를 무너뜨리고 읽어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쭉 따라서 읽기 좋은 이야기 같습니다:) 저는 보르헤스의 작품 중에서 이렇게 간결한 구성 방식을 택하는 단편이 더 좋습니다. 소설에서는 파국으로 향하는 자기 운명을 모르는 채로 삶의 고삐를 스스로 쥐고 있다고 믿는 남자가 등장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자기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그 속에서 무수한 선택을 하고 야심도 펼치면서 살아간다고 믿지만, 실상은 더 큰 목적과 계획의 그물망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소설의 주인공인 벤하민 오딸롤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읽는 동안 코맥 맥카시의 소설도 떠올라서 즐거웠습니다. 맥카시의 소설에서는 유독 남부를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는 남부의 황량한 사막과 초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특유의 무법적이고 나른하고 허무한 분위기를 정말 좋아합니다. 남부 사람들에게 죽음은 늘 농담처럼 혹은 친한 친구처럼 곁에 머무릅니다. 코맥 맥카시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리들리 스콧이 감독을 맡은 영화 ⟪카운슬러⟫도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 오딸룰라가 죽는 장면에서 ⟪카운슬러⟫ 속 한 대목이 연상됐습니다. 영화에서 조연처럼 스쳐지나가듯이 등장하는 한 멕시코 출신의 마약상도 떠오르네요. 영화에서 멕시코 마약밀매업자들은 마약을 밀수할 때 드럼통을 활용하는데요, 자신들끼리 마약을 주고 받을 때도 농담처럼 드럼통 중 하나에 무작위로 시체를 집어넣기도 합니다. 그 시체는 신원도 국적도 출처도 불분명한 죽음 그 자체입니다. 마약이 들어 있어야 할 드럼통에 왜 굳이 시체를 넣어서 보내느냐고 불쾌해하는 의뢰인의 물음에 마약상은 낄낄거리면서 웃습니다. 고약한 시취로 구토를 할 정도로 기침을 하면서도 코를 틀어막고 웃으면서 재밌지 않냐고, '그냥 우리끼리 주고받는 농담'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이런 태도에서는 불쾌한 천진함마저 느껴지는데요, 이 단편을 읽으면서도 비슷하게 나른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카운슬러젊고 유능한 변호사 카운슬러는 아름다운 약혼녀 로라에게 프로포즈하기 위해 최고급 다이아몬드 반지를 마련한다. 호화로운 삶에 빠진 타락한 사업가 라이너는 재정 위기에 몰린 카운슬러를 유혹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밀매 사업을 제안한다. 라이너가 소개한 미스터리한 마약 중개인 웨스트레이는 지독한 범죄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카운슬러에게 경고하고, 라이너의 치명적인 여자친구인 말키나는 그들 주변을 맴도는 가운데 운반 중이던 거액의 마약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지는데...
그렇게 해서 오딸롤라에게 또 다른 삶이 시작된다. 광활한 새벽과 말의 냄새가 묻어나는 여행의 삶. 그러한 삶은 그에게 있어 전혀 생소하고, 이따금 고통스럽기조차 하다. 그러나 그러한 삶은 이미 그의 피 속에 흐르고 있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의 남자들이 바다를 예감하고 숭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들은(더불어 이러한 상징들을 예술화시키고 있는 사람 또한) 말발굽 아래에서 메아리를 울리는 지칠 줄 모르는 평원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알렙 41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죽기 전에 오탈로라는 처음부터 그들이 자기를 배신했고, 자기는 이미 죽음을 선고받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또한 그들이 자기에게 사랑을 하고 지휘를 하며 승리하도록 허락한 것이, 그를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고, 반데이라에게는 그가 이미 죽어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었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알레프 죽은사람,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네. 굉장히 서사가 뚜렷한 편인 이야기라 단편영화 한 편 본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한국영화로 치자면 예전에 조인성이 나왔던 <비열한 거리> 정도? 행동파 조폭이 아래위로 토사구팽 당하는 내용이라 생각이 났나봐요.. 3국을 넘나드는 활극(?)이라 지도를 보며 읽었는데 진짜 아르헨티나-우루과이-브라질은 가깝더라구요. :) 배타고 그냥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몬테비데오 가버리는게 이해되었습니다;;
이런 걸 보면 대륙의 스케일(?)이 대단한 것 같아요. 반도국가 토박이는 그저 동경할 뿐😂
단도 하나가 빛을 반짝인다. 오딸롤라는 어느쪽이 옳고, 어느 쪽이 그른지에 대해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러나 마치 다른 사람들에게 도박이나 음악이 그러하듯 그는 순전히 위험 자체의 맛에 끌리는 그런 사람이다.
알렙 p.39,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오딸롤라는 일꾼들의 마차 바퀴 소리 틈바구니로 반데이라가 몬떼비데오로부터 곧 도착할 거라는 말을 듣는다. 그는 이유를 묻는다. 누군가가 가우초가 된 한 외지인이 그의 위에 군림하려고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오딸롤라는 그게 단지 농담에 불과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그 얼토당토 않는 말이 사실이었으면 하고 바란다. 얼마 후 그는 반데이라가 정치가들 중의 한 사람과 적이 됐고, 그래서 그 정치가가 더 이상 그에게 도움을 주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알렙 p.44,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거칠게 나누자면, 보르헤스 작품은 <틀뢴, ...>이나 <죽지 않는 사람들>, <바벨의 도서관> 같은 류의 알레고리로 가득한 작품과 <<불한당들의 세계사>>의 작품들이나 <죽어 있는 사람> 같은 날것 그대로의 야생성으로 가득한 가우초나 뒷골목 이야기로 대별되는 것 같습니다. <죽지 않는 사람들>을 읽고 나서 이 작품을 읽으니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보르헤스를 다시 읽으면서 그가 야만과 문명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뒤에 이어지는 <전사와 포로에 관한 이야기>와 연결해서 생각하니 더욱 그렇습니다.). '순전히 위험 자체의 맛에 끌'리는 오딸롤라와 같은 사나이들의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는 곳과 아주 다른 우주처럼 느껴지지만, 정치가와 적이 된 두목이 몰락의 위기에 처하는 상황은 그 세계 또한 우리가 그 질서를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우주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우리 우주의 질서 또한 야생(?)의 힘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도요. 생각이 잘 정리가 안 되지만 읽으면서 대충 이런 생각들을 떠올렸던 것 같네요 ^^;
뭘 잘못 눌렀는지 같은 글이 복붙되었네요;; 그믐에는 삭제 기능이 없나봐요;;;;;
하하. 냉탕 온탕 공감되네요. :) 저는 보르헤스 작품들 원래 알고있던 건 <...푸네스>, <바벨의 도서관> 정도였고 <<픽션들>> 밖에 읽은게 없다 보니, 말씀하신 야생(!) 계열 이야기들이 매우 새롭게 다가와요. (굳이 제 선호를 따지자면 알레고리류? 다 이해하지 못해도 아름답다고 느끼도록 형식과 내용이 신비롭게 조화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보르헤스 작품 중 가우초가 등장하는 작품목록도 다 모아서 한 번 쭉 읽어보고 싶습니다. 매번 작품들에서 연결고리를 발견하며 재미있어하고 있는데, 이런 발견과 놀라움을 보르헤스 초심자의 특권(ㅎㅎ)이라 생각하며 즐겁게 따라가고 있습니다.
아, 정말 공감되는 분류입니다. 보르헤스의 작품이 후기로 갈수록 좀더 간결한 이야기 형태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점도 한번 살펴볼 만한 지점입니다. 작가들이 젊고 혈기 왕성할 때는 전위적이고 복잡하고 사변적인 이야기를 쓰다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간결하고 소박한 스타일을 보이는 것은 비단 글쓰기라는 장르에만 국한된 사례는 아닌 듯합니다. 결국 마지막에는 클래식, 순정으로 가는 게 아닌가 합니다. 돌고돌아서 자기가 앉아 있었던 터를 파서 보물을 발견하는 유의 이야기는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읽어도 즐겁습니다😃
아무래도 기운이 빠지니 군더더기를 줄이고 에너지를 아껴 정수를 향해 가게 되는 것이 아닐지.. ㅎㅎ 20대를 돌아보면 부끄러워지는 것처럼... 이성복과 오규원의 시가 변화해 간 것처럼요. ㅎㅎ (사실 이성복은 그 과잉이 정수인데, 좀 아쉽긴 합니다..ㅠ) 보르헤스 또한 마찬가지겠지요. 아마 말년에 시력을 거의 잃어 구술에 의지해야 했던 탓도 있는 듯 하고요. 초기작도 후기작도 나름대로의 매력을 가지지만 그래도 두뇌 마사지를 해 주는 소싯적 작품들에 좀 더 끌리긴 합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죽어 있는 사람] 오딸롤라가 파국으로 향해가는 조짐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평원에서 말을 달리며 "순전히 위험 자체의 맛에 끌리는" 오딸롤라의 성정만 봐도 그렇습니다. 그뿐 아니라 반데이라의 휘하에 들어가서도 야심과 충성심을 가지고, 그를 모시면서도 치욕감과 자부심이라는 일견 모순되는 두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일하게 된 목장의 이름이 공교롭게도 ⟨한숨(suspiro)⟩인 것도, 반데이라가 몬떼비데오로 오면서 "가우초가 된 한 외지인이 그의 위에 군림하려고 들기 때문"에 온다는 소문이 퍼진 것도 다가올 운명을 암시합니다. 그러나 오딸롤라는 저 모든 조짐이 자신을 향한 것임을 명확히 알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본문에서는 '운명'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운명은 언제나 다 지나간 다음에 인생의 어느 한 구간을 지칭하는 (불가능한) 삼인칭 시점을 상정한다는 점을 생각해보세요. 운명이 파국의 전조를 보여줄 때, 그 운명의 담지자인 한 개인이 그 조짐을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왜냐면 우리는 운명의 관객이 아니라 운명을 살아가는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운명의 관객이 되는 경험은 이런 소설을 읽음으로써만 가능합니다.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는 몇 번이라도 삶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조짐을 반추하고 읽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는 그러지 못합니다. 단지 우리는 매순간 어떤 선택을 내리고 있고, 그런 선택이 현재를 특정한 미래로 데려다 놓으리라는 사실을 알지만, 그 특정한 미래의 구체적인 양상을 알지는 못합니다. (여담이지만 운명을 내다보려는 버릇은 병이니, 얼른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소설과 삶의 차이라는 생각을 한번 해봤습니다.
운명의 관객이 아니라 주체란 말씀 좋네요. 저는 좀 더 지엽적으로 작중에 등장하는 지명과 인물들의 출신지에 더 흥미가 쏠렸습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사이에 끼인 우루과이의 역학관계와 출신지의 한계를 극복한(?) 반데이라와 오딸롤라의 앞날 같은 것이요. 보르헤스 책을 제대로 다 읽는 건 처음이라 좀 긴장하면서 책을 펼쳤는데 어렵지 않게 읽혀서 다행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신학자들~] 보르헤스적인 세계관과 미로를 잘 보여주는 소설이 아닌가 합니다. 소설은 이교인 단조(單調)파, 그리고 그러한 단조파의 변형 교파인 광대파의 교리를 보여주는데, 단조파의 교리란 역사가 원이며 다만 순환적인 시간관에 지배받는다는 것입니다. 정통과 이단의 대립과 그 공박 과정이 결국에는 '수레바퀴'라는 상징 속에서 하나로 합치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단편은 정리한다는 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복잡한 세부 사항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글을 쓰는 일이야말로, 이 선형적인 매체의 의존하는 일이야말로 복잡한 미로를 되짚어가기 위한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던지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을 언급하기에 앞서서, 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황병하 선생님과 송병선 선생님의 번역이 조금 달라서, 제가 언급을 할 때는 어느 한쪽으로 통일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원문에 등장하는 교파의 이름과 관련된 고유명사가 본 단편을 이해하는 데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세히 조사해봤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혹 틀린 내용이 있으면 지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먼저 이교 종파의 이름인 원문으로 ‘monótonos’입니다. 황병하 선생님은 이를 '무변(無變)교'로, 송병선 선생님은 '단조(單調)파'로 옮겼습니다. 'monótonos'는 그리스어 접두사 'mono-(單一)'에 'tonos(accent, 억양)’를 결합해서 만든 단어로 추측되는데, 스페인어로는 ‘지겹도록 반복되고 변화가 없는’ 상황이나 사물을 형용하는 단어로 사용됩니다. 제가 보기에는 '무변교'보다는 '단조파' 쪽이 더 괜찮아 보이긴 합니다. 또한, 단조파의 또 다른 이름인 'anulares'는 두 번역자 선생님 모두 '환상교(파)'라고 옮기고 있습니다만, 이 부분은 번역자의 강한 의역 같습니다. 사전적인 정의를 찾아보면 'anulares'는 '고리, 반지를 낀'이라는 의미를 가진 형용사로서 라틴어에서 '반지'를 뜻하는 'anulus'에서 유래한 단어로 추측됩니다. 흔히 말하는 라틴 문화권에서 해당 단어는 모두 어떤 환형(環形), 수레바퀴의 이미지를 띠고 있습니다. 한편, 단조파의 변형 종파로 나오는 'histriones'를 황병하 선생님은 '어릿광대교'로, 송병선 선생님은 '광대파'로 옮겼습니다. 사전에 보면, ‘histriones’는 스페인어 ‘histrion’의 복수형으로서 ‘histrion’은 배우, 광대, 걸인을 의미함을 알 수 있습니다. 어원을 살펴보면, 이 단어는 라틴어 ‘histrio’에서 유래했으며, ‘histrio’는 아우구스투스 황제 이전 시대에 정통극에 종사하던 직업 배우를 의미했으며, 아우구스투스 시대 이후에는 비극, 희극, 무언극, 아텔란 소극 따위의 모든 연극 배우를 의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번역상 차이가 없기 때문에 여기서는 간단히 '광대파'로 쓰겠습니다.
불길이 용서해 주었던 그 책은 특별한 숭배를 받게 되었고, 그 머나먼 지방에서 그 책을 읽고 또 읽었던 사람들은 저자가 더 훌륭한 반박을 위해 그 학설을 언급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잊게 되었다.
알레프 44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알레프'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1권. 20세기 현대 문학의 거장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대표하는 열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된 소설집. 중남미 문학의 권위자 송병선 교수가 새롭게 내놓은 이번 번역은 작가 특유의 메마르고 절제된 문체를 생생하게 살리고 의도적으로 사용된 추리, 환상 문학 등의 장르 문법을 존중하여, 현학적이고 고답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한 '21세기의 보르헤스'를 지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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