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나는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것에 관심이 없다. 철학자처럼 나는 글쓰기의 기술을 통해 전달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내 정신 속에는 분노를 자아내는 하찮은 것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내 정신은 단지 위대한 것만을 수용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결코 한 글자와 다른 글자 사이의 차이를 결코 파악할 수 없었다. 참을성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나는 글을 배울 수 없었다. 가끔 나는 그것을 유감스럽게 여긴다. 밤과 낮이 너무나 길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내게 소일거리가 없는 건 아니다. 나는 돌진하려는 양처럼 어지러워 바닥에 나동그라질 때까지 돌로 만든 복도를 뛰어다닌다. 또한 우물 지붕의 그늘이나 복도의 한쪽 모퉁이에 쭈그리고서 나를 잡는 술래잡기 놀이를 한다. 그리고 지붕 위에서 뛰어내려 내 몸을 피로 물들이기도 한다. (···) 그러나 그토록 많은 놀이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또 다른 아스테리온의 놀이이다. 나는 그가 나를 찾아오고 그에게 우리 집을 보여 주는 척한다. 나는 아주 정중하게 인사하면서 "그러면 이전의 교차로로 갑시다."나 "이제 또 다른 마당으로 나가 봅시다." 혹은 "나는 당신이 이 도랑을 좋아하시리라는 걸 알지요."나 "이제 모래로 가득한 저수조를 보게 될 겁니다." 또는 "어떻게 지하실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지 보시게 될 겁니다." 따위의 말을 한다. 가끔씩 나는 실수를 범하고, 그러면 우리 둘은 기분 좋게 웃는다. ”
『알레프』 86-87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문장모음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