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앞으로도 몇 편 더 쓰게 될 것 같다.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으려는 노력 없이 살수 있는 삶이 가끔은 부럽기도 하다. 동시에, 그 노력이 불러일으키는 긴장 상태가 일종의 축복이라는 생각도 한다.
<에필로그 살아야 하는 이유>
: 나도 항상 힘들 때 마다 그냥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으려는 노력없이 그냥 그냥 하루하루 살아간다면 더 편하지 않을까 한다. 그냥 안될 때마다 외부에 탓을 돌리면서 산다면 체력도 좋지 않는 편인데 좀더 쉽게 편하게 살지 않을까 하고. 그런데 나의 예민함은 또는 깐깐함은 융통성없게 나를 또다시 나의 삶으로 나를 돌려 놓는다.
항상 도돌이표의 질문인데 그냥 나의 선택으로 인한 삶이라 생각하면 덜 억울해서일까. 긴장상태의 삶이 일종의 축복이면서도 솔직히 편한 길은 아닌거 같다.
<미세좌절의 시대>를 내가 읽으려고 만든 모임
D-29
거북별85
바닿늘
우와.....
(보면서 어느 부분 추가로 볼 지
참고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
저는 솔직히 많이 못 읽었습니다.
세 꼭지 정도 읽은 것 같아요. ㅎㅎ;;
저도 조영주 작가님 처럼
책 잘 팔리고 있다니까
천천히 읽는걸로 하렵니다.
(있어보이네요. 종종 써먹어야지..)
거북별85
ㅎㅎ 제가 좀 간밤에 도배를 한 듯 합니다. 책수다를 떨다보면 빠져서 목소리가 높아질 때가 있는데 글로 남겨도 그렇네요...^^;;
@바닿늘님이 언급한 온라인상 광기의 감염자들에 관한 문장은 저도 재미있게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저도 센스있는 조작가님 말들은 좀 챙겨둘까봐요..
바닿늘
일반화에 대하여(작가의 말)
2016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그리고 몇몇 잡지에 칼럼을 백삼십 편
가량 썼습니다. 그중 구십여 편을 추려 책으로 묶
습니다.(중략)
2016년에서 2024년 사이에 저는 세상이 퇴행
하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고, 새로운 미디어
기술과 선정적인 구호들(구호와 일반화는 다릅
니다)을 퇴행의 배후로 의심합니다. 새로운 기술
과 구호들은 서로 대단히 잘 결합하는 듯 보였고
저는 그 단단한 결합을 보며 무력감을 삼키거나
우울해지곤 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하
는가. 제가 의심하지 않는 몇 가지 삶의 원칙들이
있는데, 막 용기를 주는 내용은 아니지만 그래도
원칙은 원칙이어서 소박한 궁리의 기반은 되어
줍니다.
제 원칙들은 개인은 존엄하다, 세상은 복잡하다,
사실은 믿음보다 중요하다 등입니다. 칼럼을 쓰는
일이 저는 좋기도 하고 싫기도 했습니다.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를 얻어 좋았지만 저의 본업이 아니
라는 고민도 했습니다. 고민이 커져 칼럼 연재를
모두 그만두었는데, 아쉬움도 밀려오더라고요.
아주 나중에, 여유가 생기고 적당한 지면을 얻으
면 또 짧은 산문들을 쓰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보다 예측 가능한 세상에서 희망 찬 이야기를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_2024년 봄, 장강명
제정신으로 살기 위하여
2010년 10월 30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제정
신 회복을 위한 집회'가 열렸다. 점점 상식을 잃어
가는 미국 정치의 좌우 극단 주의에 질린 시민들이
제발 제정신을 되찾자며 모인 것이다. 집회에 참여
한 군중의 규모는 이십만 명 이상이었다. 사람들은
'아무나 히틀러라고 부르지 말자' '온건파에 한표'
'국회는 일 하라' 같은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미국 정치 상황을 풍자하는 코미디 공연이 열렸고,
제정신을 지킨 유명인에게 메달을 수여하는 시상
식도 있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우리도 광화문
앞에서 이런 집회를 열자고 외치고픈 충동이 인
다. 올드 미디어건 뉴 미디어건 제정신이 아닌 사
람들만 가득해 보여서, 제정신인 사람이 아직 남
아 있다는 걸 그렇게라도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우리는 제정신이 맞다'라고 서로 위로하고, 정신
을 잃지 말자고 다짐하고 싶다.
어지간한 강단 없이는 제정신을 유지하기 어려운
세상이 오는 것 같기에 한편으로는 그런 집회를
열어서 무슨 소용이 있겠나, 고개를 젓게 된다.
'제정신 회복을 위한 집회'가 열리고 육 년 뒤 미
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미국 정치는 꾸준히 제정신이 아닌 방향으로 달렸
다. 정치 리더십은 증발하고, 좌파 포퓰리스트와
우파 포퓰리스트가 상대를 나치라고 비난하고,
정국은 극도로 불안정해져서 수시로 대통령 탄핵
이 언급 되고, 여론조사 결과가 툭하면 틀리는, 우
리에게도 익숙한 바로 그 방향으로.
애초에 제정신과 집회라는 두 단어는 어울리지 않
는다. 유튜브에서 2010년 당시 워싱턴의 집회 영
상을 찾아봐도 어딘지 열기가 부족해 보인다.
제정신이 있으면 차분해지니까 당연한 일이다.
괴벨스가 했다는 말처럼 대중을 열광시키는 힘은
분노와 증오에서 온다. 지금 제정신은 힘이 없고,
대중의 분노는 실체가 있다. 세계화와 기술 발전
으로 선진국에서 괜찮은 중산층 일자리가 사라지
고 있다. 기성세대는 벼랑 끝에 몰린 심정이며,
그 일자리를 만져볼 기회조차 차단된 청년세대는
자기 인생이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느낀다. 여기에
좌우 양쪽에서 분노와 증오를 증폭하는 선동가들
이 활개를 친다. 지난 십 년 사이에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는 현실에 영향을 끼치는 선을 넘어, 본격
적으로 현실을 재구성했다. 그 기술의 발명가들
은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민주주의도 저널리즘도
정비례로 발전한다고 순진하게 믿었다. 그렇게
무책임한 아마추어 정치와 유사 언론이 파괴적인
영향력을 얻었다. 물론 대개 결과는 안 좋다. 그들
이 주장하는 세상은 편한대로 재구성한 가상현실
이기에 진단도 대책도 진짜 현실에 들어맞지 않는
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들의 실패는 경험과 반
성이 아니라 더 터무니없는 음모론 쪽으로 나아가
는 것 같다. 이런 퇴행이, 어떤 폭력적 파국을 거
치지 않고 저절로 멈출 수 있을까? 불길한 전망
에 사로잡히기 전에 일단 나부터 제정신을 유지
할 방법을 강구해야겠다. 어쩌면 우리는 제정신
의 확산이 아니라 그 생존을 걱정해야 할 단계에
이미 접어들었는지도 모른다. 지난 몇 년간 주변
에서 제정신을 잃은 지인들을 너무 많이 봤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 때에는 사람들이 우르
르 휩쓸려 나갔다. 나는 우선 제정신이 아닌 사람
들 속에 있지 않으려 한다. 동조 심리는 괴물처럼
이성을 집어삼킨다. 옆에 앉은 사람들이 입을 모
아 오답을 말하면, 길고 짧은 선분 길이 알아맞히
기처럼 쉬운 문제도 풀지 못한다.(*솔로몬 에쉬
의 동조 실험 참조.) 우리는 그렇게 쉽게 제정신
을 잃는다. 여러 심리학 실험들이 증명한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니 동창회고 인터넷 커뮤니티고
제정신이 아닌 인간들이 점령했다 싶으면 도망
쳐야 한다.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과 실시간 논쟁
도 피하려 한다. 제정신이 아닌 이들은 불리하면
링에 망치를 들고 올라와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논쟁에는 자신 있다고 큰소리치다가 망치에 한
대 얻어 맞고는 제정신을 잃고 길길이 뛰는 사람
도 여럿 봤다. 그런 이들 상당수는 그대로 질 수
없다며 자기 망치에 손을 뻗었다. 이런 광기는 꼭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같다. 애초에 감염자와 침
방울이 튀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는 게 좋
다. 다행히 우리는 중증 감염자를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사이비종교 교도를 가려내는 일과 기본적
으로 같다. 그들은 무오류를 확신하며, 선민사상
과 피해의식에 동시에 빠져 있고, 공허한 구호를
기침처럼 콜록콜록 뱉는다. 지식 정보 시대에 참
으로 아이러니한 역병이다. (2020)
바닿늘
어쩌면 지금 살고 있는 인류가..
훗날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를 통과한
인류로 기억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ㅎ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조영주
@모임 오늘은 이 방의 마지막 날입니다. @장맥주 작가님께 꼭 하고 싶으신 말씀이나 책을 읽은 감상을 간단하게 남겨주세요.
수북강녕
“ "제가 하는 일이 몸 바칠 수 있는 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다니던 부품 회사 사람들은 이런 얘기를 자주 했어요.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이고 그 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모비스에 제품을 납품하는 부품 회사는 현대차가 망하지 않는 한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게 내가 이 회사를 다닐 이유가 되는 건가, 회의가 들었어요.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일과 고통을 없애는 일은 분명히 다른 거 같아요. 앞의 것은 좋은 일이고 뒤의 것은 옳은 일이에요. 저는 옳은 일을 하고 싶었어요. 제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몸과 마음을 바칠 수 있을 거 같았어요." p.328 ”
『[세트] 재수사 1~2 - 전2권』 재수사, 장강명 지음
[세트] 재수사 1~2 - 전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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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강녕
『미세 좌절의 시대』를 읽으면서 신에게 의지하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 『악령』을 소환하기도 했지만, 결국 '좋은 일' 말고 '옳은 일'을 하고 싶음에 대한 마음과 의지에 대해 『재수사』의 문구도 소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옳음 '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이라고 제가 생각하는) 모임을 열어 주셔서 감사드려요 ^^
거북별85
<미세좌절의 시대>에서 <재수사>까지~!! 책을 읽다보면 연관되는 내용이나 주제들이 씨실 날실로 엮여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재미가 있어요^^
@수북강녕님 덕분에 재수사도 다시 읽고 싶어지네요~~
도리
순서대로가 아니라 아무 페이지 펼쳐서 읽는 재미가 있었어요. 아빠랑 읽고 이야기 나누기로 했는데요. 저는 아직 덜 읽었는데 아빠는 읽고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세월호 글이 마음에 남에서 계속 맴돌았어요. 이번에 세월호 10주기였기도 하니까요. 그 외로 지금 기억에 나는 글은 작가님의 유당불내증 관련 이야기네요. 사소해보이는 일상 이야기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세대에 대한 생각과 정치에 대한 생각 등등.. 놓치고 흘려보낸 것들을 멈칫하며 다시 생각해보게 해서 좋았습니다. 야금야금마저 잘 읽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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