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증정] <해냈어요, 멸망> 그믐에서 만나는 가장 편안한 멸망 이야기

D-29
저는 '타협'과 '수용' 단계 중간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려면 개인의 변화와 시스템의 변화가 유례없는 속도로 이루어져야 할텐데... 과연 가능할까? 회의중이예요. 우리 인간은 항상 문제가 터지고 나서 수습해 온 것 같아요.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나서 반전운동을, 핵무기를 만들어 사용하고 나서 반핵운동을... 그러나 지구가 없어지고나서 지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ㅠㅠ 그러나 저는 지구가 멸망한다고 할지라도 지구인으로서 저의 양심은 지키고 싶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실천에 대한 끈은 놓지않고 있어요. 어쩌면 예수님의 처형을 명하는 로마총독 폰티우스 필라투스가 손을 씻으며 '나는 결백하다.'라고 한 것과 같은 마음인지도 모르겠어요. '에라 모르겠다 근데 나 때문은 아니야...' 이런 마음?
저는 타협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세상에 쌓여있는 쓰레기, 지구온난화를 보면 미래가 보이지 않더라구요. 그렇다고 당장 뾰족한 수도 보이지 않고. 어쩌면 내가 사는 동안에는 멸망이 오지 않을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희망을 버려서는 안되겠죠. 제발 지구의 멸망이 오지 않길 바래요. 우리 자식들이 살아갈 수 있는 미래가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분노의 단계군요. 온라인 너머에 세상이 있고 그 세상에 쓰레기가 쌓여가고 있다는 현실.. 새로운 쓰레기 소각장 설치로 시끄러운데 그렇게 쌓이는 쓰레기가 눈에 보인다면.. 솔직히 안 보이는 것도 아니지만.. 좀 덜 사게 되지 않을까요.. 온라인 쇼핑몰 구매는 알맹이 빼고 나면(그 알맹이도 꼭 필요한 건진.. 참..) 정말 다 쓰레기예요. 솔직히 제 자신한테 분노한다는 말이 맞을 거예요. 쇼호스트의 말재간이 재미있어 듣고 있다가 클릭, 참신한 아이디어 상품이 마음에 들어 클릭, 지금 필요하지 않지만 나중에라도 쓸 일이 있어 거야 클릭.. 그리고선 정말 포장도 뜯지 않고 쌓아두는 택배도 종종 생기고.. 정말 제정신이 아니라는 자괴감도 종종 가져요.
저는 4. 타협과 5. 수용의 단계를 오가는 것 같아요! 한편 전 5단계를 전부 거치지는 않은 것 같아요. 1.부정에서 4.타협과 5.수용으로 한 번에 넘어간 느낌입니다. 그간 우리 인간들은 우리 인간들끼리 진보를 위해 자연을 도구로, 재료료, 자원 정도로 간주하고 마구마구 착취하고 훼손하고 사용해 오다가 피부로 와닿는 위기를 느끼니 이제서야 ‘인류세’ 시기다 끝없는 ‘진보’는 환상이다, 자본주의는 틀렸다 이렇게 떠들어 대는 것 같아요. 근대 이후 철학은 실패했고 근대 인간의 정신은 뜯어고처야 한다… 등등 진중하신 사상가나 철학가 분들께서 공통적으로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_+;;;
책에도 썼었지만, 우리 인간이 원숭이와 다른 점이 과연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과연 진화가 이뤄지기는 한 것일까? 법과 질서, 강력한 처벌이 없다면 인간은 하루아침에 다시 원시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원숭이처럼 아무 곳에서 아무렇게나 싸우고 폭력을 행사할 것이고, 살인과 강간, 약탈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만연할 것입니다. 물론 인간다움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도 많겠지만 결국 누군가의 압도적인 폭력 앞에 무너지고 지배당하겠죠.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속 모습처럼 원시사회로의 회귀는 순식간에 벌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진화했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지만 ‘인간의 진화’가 아닌, ‘기술만의 진화’가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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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문장들을 보시고 본인은 지금 어느 단계의 감정을 지나고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그리고 마지막 '수용'의 단계에 이르러 책 한 권을 써내신 @윤씨아저씨 윤태진 작가님의 소감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좀 더 실천적인 이야기와, 어쩌면 가장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동시에 해보도록 하죠! 환경 보호는 이제 확실히 개인의 차원보다는 기업 정도의 스케일은 가져야 할 것 같아 보이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수많은 기업들은 자본주의의 논리에서 멀어질 줄을 모르고 최저비용 최대이익을 고수하며 변하지 않는 듯 합니다. 그래서 '총공'이라는 개념으로 두유의 빨대나 통조림 햄의 플라스틱 뚜껑 등을 모아 기업에 보내는 활동도 존재하는데요, 혹시 이런 경험이 있으신지, 또 어떤 기업에 어떤 요구를 해야할지 경험과 아이디어를 나눠봅시다!
2021년도 전국 폐기물 발생 현황 통계를 보면 사업장배출시설계 폐기물 43%, 건설폐기물 42.5%, 생활폐기물 8.5%, 사업장지정폐기물 3%, 사업장비배출시설계 폐기물 3% 순으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 개개인의 인간이 만들어내는 폐기물의 양은 전체 폐기물의 10%가 안 된다는 얘기다. 나머지 90%가 넘는 물량은 기업들의 책임인데, 우리가 재활용품을 죽어라 분류하는 것보다 기업에 폐기물을 줄이도록 압력을 가하는 일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해냈어요, 멸망 - 언행불일치 지구인들의 인류 멸망 보고서 윤태진 지음
이 부분 읽고 폐기물 문제는 진짜 내가 조물조물 줄여봤자 안 되겠구나 싶더라구요. 제일 큰 부분 중 하나인 건설 폐기물 쪽이라도 규제 같은걸로 뭘 어떻게 하면 안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같은 맥락에서, 과학자들이 물리 법칙을 거슬러 어떤 물질을 진정한 '무'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줬음 좋겠어요. 쓰레기들을 태우거나 묻거나 하지 않고 쨘 없애버릴 수 있음 좋겠네요.
저희 동네에 있는 죽집은 코로나 이후로는 아예 홀 손님을 받지 않는 배달전문점으로 바뀌었어요. 배달음식 먹기보다 바로 만든 음식 먹기를 더 좋아하는 이유가 음식을 먹은 후 뒷처림도 싫고 발생하는 쓰레기도 싫어서이긴 한데.. 여긴 방법이 없어요. 그렇다고 가끔 한 번 먹자고 죽을 끓여먹기란 더 .. ㅎㅎㅎ(제가 끓이면 맛이 없거든요). 그래서 죽집에서 가져온 용기랑 종이백은 다 모아두었다가 가져갔더니 종이백은 받는데 용기는 안 받는다 하시더라고요. 재활용처리장에서 녹여서 어쩌구 하느니 깨끗하게 씻어서 가져갔고 용기도 한 번 사용한 거라 짱짱해서 다시 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가져갔는데 말이죠. 재활용이라고 플라스틱, 종이 등등 다 분리수거한다고 어떻게 재활용되는지도 잘 모르겠고...
저도 냄비까진 아니어도 그 가게에서 포장할때 준 전자레인지 이용 가능 플라스틱 용기를 세척해서 가져갔는데, 위생상의 이유라며 그냥 새 통에 포장해주는 가게도 있더라구요..! 아쉬운 마음이 들며 그 가게에서는 되도록 매장 식사만 하는것으로...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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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런 얘기는 너무 복잡하다면... 과학자들이 가장 시급하게 발명해야할 기술이 무엇인지 상상해서 알려주세요! 얼마나 허무맹랑하든 상관 없어요! 과학의 발전은 바로 그런 곳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겠어요?!!!
불가능하겠지만…과학자분들은 우리 인간이 지구상 다른 생명체들 보다 하나도 나을 것이 없다고 뼈 때리는 조언들을 더 광범위하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가장 막강한 자본과 권력의 후원으로 연구비를 충당하는 많은 과학자 분들에게는…어쩌면 불가능하겠지만… 인간이란 물질을 하나 더 가진다고 해서 결코 더 행복해지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과학적 증거와 데이터로 표현해 주셨으면 합니다. 더불어 지구는 우리가 마구마구 사용해도 괜찮은 자원이 아니고 우리는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는 존재라는 것을 철학이나 문학의 언어가 아닌 과학의 언어로 말해주었으면 합니다.
지구의 멸망에 일조한 한 사람으로 지구에게 미안하네요. 개인의 차원의 역할은 미미할 수 밖에 없지만 그 미미한 개인이 모두 한 목소리를 내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기업에 요구하고 쓰레기를 만드는 물건을 사지 않고 이런 것이 한두 사람이 아닌 모두가 해야 할 일라는 것이죠. 갈 길이 멀겠지만 변화는 분명 있으리라 믿어요. 책에 나왔던 '뿌앙'같은 프라스틱이나 쓰레기를 먹는 것을 발견했으면 해요. 나중에 인류를 잡아 먹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고요. ㅎㅎ 쓰레기를 태워 열에너지를 만들어내면 좋겠네요. 쓰레기 발전소같은 것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쓰레기를 태울 때 나오는 나쁜 물질을 없앨수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인간은 무한으로 쓰레기를 만드니 발전소는 영원히 돌아갈 것 같네요.
요즘 모 두유회사는 종이빨대가 나왔더라고요. 빨대꽂아 마시고 바로 종이박스 분리수거에 버릴수 있다고 편하다고 하는 말을 들엇어요. 사실 빨대포장하는 비닐도 저는 작지만 너무 거슬려요 그런데 비닐이 그렇게 싸다면서요. 친환경포장이 너무 비싸서 다른 포장을 고려할 이유가 없다는 말에 좀 좌절한적이 있습니다. 과자 포장을 낱개로 일일이 따로 비닐포장하는걸 지양해달라고 요구하고 싶어요. 과자를 하나씩 따로 포장하면 애들 둘이 앉아 각자 두세개 까먹어도 비닐이 수북히 쌓여요. 순식간에 쓰레기를 양산하는것 같아서 우울해집니다.
저는 갖가지 감정을 순서 없이 제멋대로 느끼는 중입니다. 대체 어쩌자고 이러는 거냐는 분노의 감정을 갖다가도 그래도 인간들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거라는 부정과 타협의 단계를 동시에 느끼기도 합니다. 물론 인간은 그래도 여전히 악하기에 그저 조금 멸망이 늦어질 뿐이라고 체념을 가장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 멸망하지 않기를, 내 생각이 보기 좋게 틀리길 바랍니다. 그 누군가가 마법같이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그 누군가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것까지 알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저 어떻게든 멸망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최후의 순간까지도 이기적인 저의 마음입니다.
뒤늦게 올립니다. 저에게 가장 많은 사물은 ‘인터넷쇼핑몰’과 ‘택배박스’입니다. 둘의 연관관계는 뗄레야뗄수없는거 같아요.. 무료배송이라면서 주문하고 또 박스는 쌓여가고.. 다 필요하다는 명분 하에 사니까.. 조금씩 줄여야지 생각만 늘 한답니다..^^ 다른 분들은 책이 정말 많으신거 같아요! 저는 책은 빌려읽기만 해서 많이 없어요. 책이 많다는건 많이 읽는다는 뜻 같아서 한 편으로는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타협 단계인거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서로서로 노력하면 방법이 있지 않을까.. 의미있게 맞이하기 위한 준비보다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기적을 기대하는거 같습니다!
생태계의 균형을 위해서라도 '사라짐'은 필연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해냈어요, 멸망 - 언행불일치 지구인들의 인류 멸망 보고서 타협 : '화분' 中 111p, 윤태진 지음
다들 재활용품 분류에 진심이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 중 하나는 실제 재활용 처리장에 들어온 플라스틱 용기들이 깨끗한지 아닌지의 여부로 골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손에 얼마나 쉽게 잡히냐 아니냐의 정도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모든 재활용 처리장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제가 찾아가 본 곳은 그랬습니다. 끝없이 밀려 들어오는 플라스틱 용기는 마치 폭포수와 같아서, 한정된 인원으로는 쏟아져 들어오는 재활용품을 세세히 들여다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흐르는 레일에서 그저 손에 잡힐 수 있는 정도만 겨우 재활용될 뿐이었습니다. 그마저도 물량이 많고 인원이 적어지면 분류되는 양은 더 줄어들겠죠. 이런 점만 봐도 일반 소비자들의 노력만으로는 턱없이, 역부족일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 구조적, 제도적 변화가 서둘러 준비되거나 마련되지 않는다면 변화는 요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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