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가 제시한 평등이라는 환상을 나도 믿고 싶었지만, 감히 그 믿음을 시험대에 올릴 수는 없었다. …… 어쩌면 작가가 되고 싶다는 학생들이 그렇게 많았던 것도 그래서인지 모르겠다. 내가 그랬듯 다른 소년들도 작가가 된다는 건 혈연과 계급의 문제에서 탈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작가들은 일상의 위계 서열 바깥에서 그들만의 사회를 이루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그들은 특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권력을 얻었다. 체제와는 한 발 거리를 둔 채 그 체제에 대한 이미지를 창조해내고, 그럼으로써 체제를 재단할 권력.
작가들이 권력을 가졌다는 얘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오비디우스를 추방했다. ……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는 황제의 권력이 아니라 오비디우스에 대한 황제의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황제는 왜 우비디우스를 두려워했을까? 신의 뜻을 받은 자신도, 그 모든 군대도 잘 쓴 시 한 줄의 공격은 결코 막아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던 게 아니라면 말이다. ”
『올드 스쿨』 p.52, 토바이어스 울프 지음, 강동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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