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환 시인. 문학평론가와 함께 보들레르의 『악의 꽃』 읽기 2

D-29
시즌3 모임방이 따로 있어요. 송승환 님의 글 왼쪽에 있는 얼굴 그림(프로필 이미지)를 누르신 다음 > 만든 모임 > 모집중인 모임 > 참여 신청 을 순서대로 누르시면 됩니다.
답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신청했습니다.
@숨쉬는초록 저 대신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분들도 시즌 3. 읽기 신청. 부탁드립니다.
116번 시 <키티라 여행>에서 시의 화자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상상해봅니다. 배를 타고 섬을 지나면서 해안가에 서 있는 세개의 교수대에 처형된 사람, 이를 쪼아 먹는 까미귀 등의 모습을 본 것일까 싶기도 합니다. 어떤 역사적인 배경이 있을 것 같은 시에요.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18세기 로코코의 절정기에 와토가 그렸던 작품 '키테라섬으로의 순항'에서도 나오지만 키테라섬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비너스신의 신전이 있던 사랑과 향락으로의 도피를 상징하는 낙원같은 섬이었죠. 하지만 실제로는 오랜 전쟁과 침략 등으로 많이 황폐해졌고 마침 섬에 갔을 때 보인 것이 교수대의 처형된 사람들이었던 거죠. 이건 실은 Gerard de Nerval이라는 프랑스 시인이 먼저 쓴 여행기 'Voyage en Orient'에서 나오는 장면인데 그걸 보들레르가 한층 더 그로테스크하고 강렬한 이미지로 재현했어요. 당시 키테라섬은 영국령이었기 때문에 Nerval 자신은 실제로 섬에 가지는 않았습니다. 중동 여행 중에 지나쳤을 수는 있어도 아마 섬의 실망스러운 모습과 영국 식민지에 대한 반발심으로 상상 속에 교수대를 그려넣은 것이겠죠. https://salvatorepuglia.info/wp-content/uploads/2022/07/Return-to-Cythera.pdf
104번 <술의 넋>은 파이프 시처럼 술을 의인화하고 뭔가 반가운 술동무와 만나 노는 느낌인 반면 105번 <넝마주이의 술>과 106번 <살인자의 술>은 감각적이지만 술로 얼마나 사람이 망가질 수 있는지 새삼 깨닫게 하는 시네요.. 저도 술을 좋아하는 편인데..앞으로 조금씩 줄여가며 술조심해야겠습니다..^^;;; 술 시들을 읽으면서 웬지 와인이 땡기지만 또한 많이 찔리기도 해서;;
<순교의 여인>에서도 <키티라 여행>에서도 끔찍하고 엽기적인 이미지와 함께 뭔가 야릇하고 육감적인 느낌이 더해졌네요.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처럼 necrophilia적 요소가 많이 엿보입니다. 생식과 연관된 성욕과 죽음이 함께 나란히 danse macabre를 추는 듯 하네요. 112번 <의좋은 자매>의 방탕과 죽음처럼, 무덤과 홍등가 사이를 오가며 무서운 쾌락과 끔찍한 안락 사이를 오가네요. 이 대조되는 이미지들 사이의 긴장감이 권태로부터의 유일한 구원일까요?
101번 <안개와 비> 1. 보들레르는 이 시에서 죽음의 이미지를 탁월하게 그려냅니다. 화자는 "안개 수의와 몽롱한 무덤으로 내 마음과 뇌수를 이처럼 감싸주는" "계절들"을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졸음", "몽롱한"이라는 시어에서는 권태를 느낄 수 있습니다. 화자에게 삶은 권태이고 고통이어서 죽은 것과 다를 바 없는 듯합니다.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죽음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계절들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걸까요? 죽지 못하니 상상 속에서라도 죽음을 그려보는 것일까요? 2연을 읽으며 감탄했는데요. 죽음의 이미지를 매우 감각적으로 그려냅니다. "까마귀"는 서구에서 죽음을 상징한다고 해요. "이 허허벌판에, 차가운 바람 뛰놀고, 긴긴밤 새워 바람개비 목이 쉬는데, 내 혼은 제 까마귀의 날개를 다사로운 새봄에서보다 더 활짝 펴리라." 죽음을 마주하는 일은 어느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너무나 외롭고 두려운 일일 것 같은데요. "허허벌판에", "서리 내린 이 가슴에"라는 표현에서 화자의 외로움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화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기꺼이 원하는 듯합니다. 화자는 계절들이 "안개 수의와 몽롱한 무덤으로 내 마음과 뇌수를 이처럼 감싸주"기를, "창백한 어둠의 한결같은 모습"이 이불처럼 자신을 아늑하게 감싸주기를 원합니다. 흙물에 젖은 무덤, 한결같은 어둠이 아늑하다는 것에서 어둡고 축축한 자궁 속 아기의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땅은 어머니를 상징하기도 하지요. 화자는 어둡고 축축한 자궁 같은 땅 속에 세상의 고통을 모르는 아기처럼 누워있고 싶어 하는 듯합니다. 2. 마지막 연에서는, 그래도 무덤 속에 누워있는 것보다는 "둘씩 둘씩, 아슬아슬한 침대에서 고뇌를 잠재우기가" 더 낫다고 합니다. "아슬아슬한"이 무슨 뜻일지 원문을 찾아보았어요. 불어 'hasardeux'는 '위험한', '불확실한' 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자주 잊고 살아가지만, 생의 모든 것은 불확실하고 위태롭지요. 땅에 혼자 외로이 묻혀 "한결같은" 어둠속에 아늑하게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생의 불확실성을 끌어안고 온기를 나눌 연인과 함께 잠들어 고뇌를 잠재우는 게 더 낫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연인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연인들의 마음도, 관계도, 그들의 목숨과 삶도 영원하지 않고 사라지겠지만, 생의 고뇌를 잊으려 연인에게 위태롭게, 절박하게 기대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불확실한 것, 언젠가는 사라지는 것에 기댈 수밖에 없는, 유한하고 부서지기 쉬운 생명들의 숙명에 슬픔을 느낍니다.
오늘은 비가 많이 오네요. 출근하는 마을버스의 창문마저 습기로 잔뜩 흐려서 밖이 보이질 않네요^^; ‘악의 꽃’을 읽으면서 출근의 고통(?)을 잠시 잊습니다. 118번 시 <성 베드로의 부인>은 베드로가 예수를 세 번 모른다고 부인한 일화를 모티브로 삼은 시로 보입니다. 이 시는 마지막 두 연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행동이 꿈의 누이가 아닌 세상’을 꿈꾸는 화자의 이상적인 세계를 잠시 엿봅니다.
이 시의 마지막 연에서, ‘칼을 휘두르고 칼로 망할 수 있기를!’이란 대목이 예수의 말에서 ‘나는 너희들에게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왔다.’를 떠올렸습니다. 이 말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어렵게 다가오는 표현이긴 한데요, 제게는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친 부조리함을 회복하고자한 예수의 균형감각 내지는 의지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이 표현도 저의 시선을 끌지만, 마지막 행이 또한 시의 분위기를 확 바꾸어놓는 것 같아요. 베드로가 예수를 부인한 것을...‘잘했다.‘라고 하면서 끝맺지요. 이 세음절이 시 전체의 분위기를 확 바꾸어 놓은 것 같네요. 그런데 무엇을(?) 잘했다고 하는 것일까 궁금해집니다. 오늘 아침의 궁금증은 마지막 행에 머뭅니다.
음.. 실은 이 시랑 다른 두 시들을 묶은 제목이 '반항'이라는 데 힌트가 있다고 보는데요. 118번 <성 베드로의 부인>에서는 '저 저주의 물결을 신은 대관절 어찌 처리하실까?'라며 우리의 끔찍한 모독을 들으시면서도 폭군처럼 잠든, 인간의 고통과 원망에 무심한 듯한 신을 비난하는 듯합니다. 게다가 순교자들과 사형수들의 흐느낌에 도취하고 엄청난 피를 흘리게 해도 아직도 만족할 줄 모르는 하늘은 계속 희생양의 피에 목마른 듯한 잔인한 신의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그리고 예수의 생살에 못박는 소리를 하늘에서 들으면서 웃고 있던 자에게 순진하게도 무릎 꿇고 기도하는 예수를 보고 여전히 마침내 주가 되신 그날을 꿈꾸는 건지 물어봅니다. 그리고 회한이 창날보다 더 깊이 파고들지 않았는지 물어봅니다. 제 생각에도 제가 베드로라면 이렇게 당했는데 여전히 너를 이렇게 만들고 무심하게 방관한 신의 약속을 믿겠냐고 반문하고 조롱할 것 같아요. 그리고 그저 꿈만 꾸지 말고 '행동이 꿈의 누이가 아닌 이 세상을' 칼을 휘두르고 칼로 망할 수 있는 길을 차라리 택하고 예수를 떠날 것 같습니다. 그저 당하기만 하고 꿈만 꾸는 리더는 답답하거든요. 저라도 잘했다고 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구약의 이해 못할 것 같은 논리로 무심하기도 하며 잔인하기도 한 신의 모습도 짜증나고 신약의 오직 순종하기만 하는 예수의 모습도 답답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솔직히 보들레르의 시가 '사이다'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연한 질문인데 함께 고민해주셔서 시 읽기가 즐겁습니다. 감사해요~!
시즌 3를 시작하신다고 하여 가입 글을 남깁니다. 황현산 선생님의 번역본을 사놓기만 하고 읽기를 미뤘어요. 이번 가입을 계기로 꼭 읽어내고 싶습니다.
그 외에도 119번 <아벨과 가인>에서도 정말 편파적인 편애와 방관을 대조시키면서 '나라도 가인처럼 하늘에 기어올라 신을 내던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20번 <사탄 연도>에서는 마치 밀튼의 <실낙원>에서 본 매력적이고 재능 많지만 샘 많은 신에게 천대받은 사탄이 비슷하게 저주받은 천민들과 동질감을 느끼게 하며 인간의 고뇌를 신보다 더 잘 이해하는 듯 합니다. 저는 물론 기독교인도 아니고 무신론자여서 이런 관점이 가능하지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이런 편파적인 애정이나 자신의 아들이나 인류를 사랑한다고 하는 신이 이렇게도 무관심하거나 잔인한 고통 속에 인간을 계속 빠뜨리는 신을 굳이 내던지거나 부인하지 않고 계속 하염없이 꿈꾸며 따르는 게 옳은 것인지? 아니면 이런 가여운 인간의 고통과 비참함을 가엾게 여기고 위로하는 게 옳은 것일지?
저도 오늘 아침에 <아벨과 가인>을 읽다가 이렇게 태도가 양극을 왔다갔다 할 수 있을까 싶다가도, 두 번째(II) 시에서는 화자가 아벨과 가인 모두로부터 거리를 두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왠지 신이 ‘구제불능인 너희들 인간‘이라는 결론을 내린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그럴 수 있어요 이 시를 읽다보면 신이 꼭 아벨에게만 좋게 편애한 게 아니라 (숲의 빈대들처럼 새순을 뜯는다는 등) 마치 아벨을 편하게 키워서 결국 좀 냐약하고 게으르게 만들어서 마치 그가 산제물로 바친 양처럼 만든 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 숲의 빈대라는 표현도 그렇고 여기서 뜯어먹는다는 brouter라는 표현은 보통 짐승들이 풀 뜯어먹을 때 쓰는 용어거든요. 그 외에도 '너의 시체로 김 오르는 땅을 기름지게 하라'라는 표현에서도 이 시체(charogne)는 인간의 시체로도 쓰이지만 짐승의 썩은 시체/고기로도 쓰이거든요. 즉 아벨이 바친 양고기일 수도 있지만 아벨 자신일 수도 있는 중의적 표현같았어요. 배불리 먹어 기름진 살을 축적하고 우글거리는 번식력을 보여준 아벨의 자손들은 어찌보면 부르주아 등의 지배계층, 그리고 이에 반해 추위에 떨고 궁지에 몰려 배척 받은 카인의 자손은 프롤레타리아 등 피지배계층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아벨의 족속이 '네 보습이 사냥 창에 졌다'는 부분이 좀 의아했는데요. 농기구인 보습이 원래 카인의 도구였는데 여기서는 동물을 치고 죽인 아벨의 보습이 오히려 농사를 하던 카인의 사냥 창에 졌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보들레르 식 아이러니일까요?
@주황 반갑습니다! 독서, 는 늦는 법이 없으니. 그냥. 읽기 시작하시면 됩니다:-)
https://fleursdumal.org/ <악의 꽃> 원문과 영역시를 함께 볼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감사합니다. 불어는 모르니 영역시를 읽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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