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북클럽] 편집자&마케터와 헨리 제임스 장편소설 『보스턴 사람들』 같이 읽어요!

D-29
(2-1) 20장까지 읽었습니다. 먼저 올리브는 버리나를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처럼 여기는 것 같아요. 좀더 교육을 받고 경험을 쌓기를 바라면서 더욱 깊어진 연설을 할 수 있는 단계가 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읽혔습니다. 그리고 버리나는 여성해방운동에 관한 연설을 하면서 정작 사생활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요. 이쯤되면 정말 궁금해지는 건 일전에 있었던 버리나의 연설 내용입니다(연설 내용이 소설에 없는 점, 어쩐지 작가의 의도같기도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올리브와 버리나의 연대가 계속될지의 여부는 어느 쪽으로 단정하기에는 이른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그들의 연대가 끊어진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올리브와 버리나가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가 다르고 두 사람의 관계가 마치 주종관계인 것처럼 보이거든요(결정적으로 여기에는 경제적인 측면과 사회적 신분도 무시하지 못한다는 생각입니다). 버리나에게 올리브는 동경의 대상 정도로, 올리브에게 있어서 버리나는 자신이 할 수 없는 부분을 대신 채워줄 수 있는, 자신을 대체하는 인물쯤으로 삼고 있다고 읽혔습니다. 무엇보다 버리나에게서 여성운동에 대한 자발적 의지와 열정이 거의 전해지지 않습니다. 두 사람의 연대에 결정적인 방해 요소는 그들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왜곡된 기대가 아닐까,라고 생각해봅니다. 그와는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버리나가 올리브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삶의 질이 확연하게 달라졌잖아요. 거기다 올리브와 부모 사이에 자신을 두고 금전적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에도 모욕이나 수치심은 고사하고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서로가 필요에 의한 관계를 지속한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는데, 작가가 그렇게 안이하게 썼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ㅎㅎ
헨리 제임스는 버리나의 연설 내용을 축소하거나 생략함으로서, 이 책을 혼자 두는 체스로 만들지 않은 것 같아요. 게임을 하다 보면 혼자 두고 있음에도 이상하게 한쪽으로 기울게 마련이니까요.
버리나에게 올리브는 여성으로서 롤모델이 되는 사람인것 같아요. “당신은 나를 계속 북돋워주시는 분이에요”라는 버리나의 말처럼요. 이미 살아온 대부분을 여성해방운동에 몰두한 올리브는 다소 경직되어 있고 당면한 문제에만 관심이 있는 반면, 버리나는 아직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물론 올리브와의 생활도 만족해 하는 그녀지만, 올리브에게 “엄선된” 사람들을 주로 만나는 것은 아쉬울 것 같기도 하고.. 이부분이 두 여성의 연대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리브와 버리나의 연대는 버리나가 조금이라도 비판적이었거나 불만이 많은 성격이었다면 출발조차 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지내온 환경 때문인지 다른 사람의 눈치를 잘 살핀다고 해야 할까요. 드문드문 올리브의 눈치를 살피는 게 동등한 친구관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부모가 정상적인 보살핌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올리브가 돈을 주고 버리나의 거취를 정했기에 찝찝한 구석도 있고요. 자신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 모든 것에 가시를 세우는 올리브와 달리 버리나는 스펀지마냥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흡수합니다. 따라서 남성들이 버리나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더라도 극명한 성격 차이가 미래에 두 사람의 동거를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두 사람의 미래가 희망적이지 않을 거라고 보는 것과는 별개로 pp.272-274에서 두 사람이 나란히 창가에 앉아 경치를 관찰하는 묘사가 좋았습니다. 헨리 제임스는 사람도 그렇지만 배경이나 장소 묘사도 훌륭하네요!
저물어가는 하늘빛을 등지고 멀리서 외따로 컴컴하게 물결치는 윤곽선으로 보이는 긴 다리 위를 지나는 마차 방울 소리도 이제는 세속의 느낌이 사라져 거의 은방울 소리처럼 들렸다. 이렇듯 기분 좋은 저녁 빛이 응접실 안쪽까지 비출 때면 올리브는 종종 램프를 켜는 시각이 될 때까지 친구와 나란히 창가에 앉아 있곤 했다.
보스턴 사람들 헨리 제임스 지음, 김윤하 옮김
저도 이 부분을 너무 좋아합니다. 저 멀리 작게, 기분 좋은 소리가 들려오는 조용한 저녁의 풍경이 눈과 귀로 느껴지는 것만 같아요.
올리브와 버리나는 당분간은 관계가 유지될 것 같습니다. 서로 관계에 목적이 있어보입니다. 그래서 다른 방향성이 있어도 조금씩 눈치보며 양보 하면서 나아가는 것 같아요. 하지만 버리나가 공부를 하고 세상에 대한 식견을 넓혀가면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때가 오지 않을까요? 그때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그 과정에 버리나에 대한 남성들의 접근도 서서히 버리나의 마음에 변화를 주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두 사람 관계가 지나치게 빨리 깊게 형성되는 느낌이어서 좀 불안한 느낌이 애초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로 끌고 끌어주는 상호적 관계가 아닌 일방적인 방향인 경우 거의 대부분 그 관계성이 깨지거나 변질되기 쉬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예상되듯이 랜섬이 두 사람의 연대감을 해치는 주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사실 일방적이었던 두 사람의 관계성이 이미 어떤 단초를 마련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아! 그리고 아직 지난 금요일에 올려드린 깜짝 퀴즈에 답을 안 해주신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까먹으셨을지도 모르니 다시 올려봅니다. 😇 놓치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답해주세요. 북클럽이 끝난 후 추첨을 통해 커피 기프티콘을 선물로 드려요~ 🔗 https://forms.gle/vjKW9VBvRcLYo37P8
올리브와 버리나 그리고 베이질 랜섬의 삼각관계에 돌입하면서 너무 재미있어 주말동안 다 읽어버렸네요 . 극 초반에는 올리브가 그렇게 꼴보기 싫더니 책장을 넘길 수록 베이질의 생각이 꼴보기 싫어지더니 끝에 가서는 버리나의 그 선택에 깜놀하면서 꼴보기 싫어지더라구요 ㅠㅠ 700페이지를 순삭하게 만드는 헨리 제임스의 들어다 놓았다 하는 스토리힘에 흔들렸네요
헉 벌써 완독하셨다니! 읽을수록 덮기 어려운 책이라고 말씀드리긴 했는데, 이렇게나 빨리 완독하신 분이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결말을 아신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담당자의 입이 간지러워지는데요... 좀만 참아보겠습니다. 앞으로 남은 질문에도 같이 참여해주실거죠!? + 아직 다 못 읽으신 분들이 계셔서 '스포일러'로 지정해두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올리브와 버리나가 위태위태하면서도 동거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는 모습이 흥미롭네요. 위기 요인으로 감지되는 건 버리나의 부모님의 신변에 문제가 생겨서 급히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거나 버리나가 더 큰 성장을 위해 공부를 하러 찰스 가를 떠나는 정도일까요. 저는 이 둘 매우 응원합니다 ^_^
저는 앞으로 '둘도 없는 단짝'을 상상할 때면 올리브와 버리나를 떠올릴 것 같아요. 때때로 위기가 찾아오지만, 그마저 서로가 너무 소중해서 생기는 삐걱거림으로 느껴지기도 했거든요! 저도 두 사람,,, 매우 응원합니다! 👏👏
주말에 책을 못읽었더니 금세 진도가 뒤쳐졌네요. 16장까지 읽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태런트 부부가 가장 눈살이 찌푸려졌어요. 딸을 성공의 수단으로 삼는 모습과, 자신들의 소유물처럼 여기는 행동들이요. 더불어 올리브..는 굉장히 이상적이고 도덕적 기준이 매우 높은데 (infj같지 않나요..? 너무 mbti 과몰입인가요🤣) 본인만의 잣대로 주변인들을 과하게 평가하는 모습이 보기 안좋더라고요. 저도 약간 그런 편이라 보면서 거울치료가 되고 있습니다..;;
저는 isfj인데요, 저도 올리브가 자기만의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지키느라 아등바등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에 미치지 못할 때 분노하는 장면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공지가 조오금 늦었습니다. 기다리신 분들이 계시다면 죄송해요 ㅠ_ㅠ 오늘부터 목요일 이틀 동안은 23장(p.344)까지 읽으면 되는데요. 💥 곧바로 오늘의 질문 드리겠습니다! 이번 분량에는 랜섬이 절대적으로 많이 등장합니다. 읽으면서 랜섬에 대한 여러분의 인상은 강화되었나요, 아니면 바뀌었나요? 어떤 대목이 가장 영향을 미쳤는지 공유해주세요!
(2-2) 23장까지 읽었습니다. 랜섬에 대해서는 첫인상부터 현재까지 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일단 그는 여자가 본질적으로 남자보다 못한 존재이고, 남자의 청혼을 거부하거나 논쟁을 벌이는 여자는 짜증나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복종하지 않는 여자를 부정적으로 봅니다. 소위 기사도 정신이라는 것도 여성을 존중한다는 의미보다는 여러모로 여성이 남성보다 뒤떨어진다는 것에 전제를 둡니다(그리고 그것을 하등한 존재에 대한 배려라고 여기죠).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한 존재라는 그의 생각은 소설 내내 보여지는데요, 이러한 점은 미스 버즈아이를 그저 '무고한 노인'라고 치부하는 데에서 쐐기를 박습니다.
역시 그 부분이 마음에 턱하고 걸린 건 저만이 아니었군요. 🔥🔥🔥
랜섬은 그 시대 남자들의 전형적인 생각을 가진 거 같아요. 특히 여성에 대해서. 저는 아직 그 느낌 그대로인데 아마 뒤로 갈 수록 캐릭터들 중에서 제일 변화가 많은 인물로 예상되네요.
말라님 반갑습니다. [보스턴 사람들]에서 속내가 가장 자세하게 드러나는 게 랜섬인데요, 뒤로 갈수록 그의 사고를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가 왜 그런 경직된 사고에 묶여 있는지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번 주말에도 재밌게 읽어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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