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알 수가 없었죠. 지금 생각하면 그때 무슨 사고인지 정확히는 몰랐어도 그 사고현장을 멀리서나마 지나갔는데 어떻게 또 그렇게 장기자랑을 하고 같이 노래를 불렀을까 생각하면 그때의 우리가 좀 이상하게 느껴지긴 합니다....
도로가 뒤집어지고 유리창이 다 깨진 거리와 <날개 잃은 천사>의 싸바싸바 엉덩이춤을 추는 우리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게 참 아이러니하달까요.
저때 처음으로 이런게 지진인가? 싶었던 때인데요. 지진을 겪어본 적이 없으니 긴가민가했던거죠. 근데 경주지진이랑 포항지진때문에 대구에도 지진이 느껴졌을 때요. 진짜 지진이 나니까 집이 좌우로 흔들리는게 느껴지는게 그땐 긴가민가가 아니라 바로 어! 이건 지진이다!! 싶더라고요. 애기랑 둘이서 저녁 먹다가 얼른 계단으로 내려와 지상으로 뛰쳐나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D-29
게으른독서쟁이

장맥주
제가 근래에 들은 여러 경험담 중에 제일 기이한 이야기였어요. 뭐가 되게 이상하긴 한데 뭐가 이상한지 잘 꼬집어 말하지 못하겠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웃어야 하는 걸까, 슬퍼해야 하는 걸까 싶게요. 아무튼 큰 비극 와중에도 게으른독서쟁이님과 친구 분들이 다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그 시절에는 왜 그렇게 학교는 절대로 결석하면 안 되는 거라고 다들 여겼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젊은 학부모들은 안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게으른독서쟁이
저두 그랬습니다. 지금 저희 애가 중학생이라 가끔 저의 중학시절을 생각하면 그때 그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그때 어떻게 그렇게 놀 수 있었지??하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합니다.
엉망진창인 현장을 지나면서 무서웠지만 다친사람들은 못봤기때문에 뭔가 심각성을 덜 느꼈던게 아닐까 그리고 그나마 두려웠던 마음이 학교친구들이 우르르 모이며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랑 같은 동네 살다가 상인동으로 이사간 제 친구는 무사해서 다행이다 싶었지만 바로 저희 학교 옆 남학교에는 희생된 친구들이 있었고 바로 사고 근처에 자리한 영남중고학생들의 희생은 더 컸기에 사고 당일보다 그 이후에 뉴스를 보고 운구차를 보며 더 침울했던 느낌이 기억나네요.
저때의 일이 트라우마로 남았는지는 모르겠는데 제가 대학생때 대구 시내에서 지하철화재사건이 났을 때는 인터넷이 발달했을 때니까요. 뉴스소식만으로도 너무 무섭더라고요. 어떨 땐 지하철을 타고 버스로 갈아타고 학교를 갈 때도 있고 어떨 땐 버스만 타고 학교 갈 때도 있었는데 너무 자주 다니는 곳에서 그런 사고가 나서 국화 한송이 올리러 다녀간 이후 한동안은 아예 지하철을 못타가도 했습니다. 사실 지금은 지하철을 타고 다니지만 화재사건 추모기념관을 지날 때마다 마음이 편지 못해요. 그냥 지날 때마다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마음을 가지고 지날 수 밖에요.

미스와플
그런 사고를 더군다나 소풍때 접하시니 충격이 크셨겠어요.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는 저도 충격이 컸습니다. 그 때 그 날 1년 후에 남친부모님한테 인사드리러 갔었거든요. 그런데 1년이 지났는데도 탄내와 그을음이 남아 있었어요.

장맥주
저는 대구지하철 사고 취재 기자 중 한 사람이었어요. 그때 국과수 관계자 분들을 취재하다가 전소한 차량 내부 사진을 얻었는데, 너무 끔찍해서 결국 신문에 싣지는 않았습니다. 그때는 신문사에 그 정도 재량이 있었어요. 희생자들이 가족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들을 보면 가슴이 미어지는 거 같습니다.
게으른독서쟁이
저는 참사 후 얼마안되어 열린 시민애도의 날에 가서 국화꽃을 올리고 기도하고 왔는데요. 제 기억으로는 중앙로역 근처였던거 같은데 그때 매캐한 냄새를 맡고 너무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그리고 쌔~카맣게 그을린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보니 너무 무서웠습니다.
저는 지금도 지하철 플랫폼에 내려가면 항상 마스크랑 수건 물이 보관되어 있는 보관함이 어딨나 찾아봅니다. 열쇠로 잠겼는데 어떻게 열어야되나 싶어 비상시 안내문 읽어보고 지하철 타서도 비상정지시 문 여는 법 망치사용법 같은 걸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도 돌려봅니다. 제발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도 또 어떤 사고가 어떻게 생길지 모르니 항상 대비하는 마음으로. 자주 봐야 익혀지니까요.
에휴,,, 4월이되면 마음이 좀... 울렁거려요. 4.3 사건도 있고 4.16 세월호 참사도 있고. 해서 옛날 사건들이 더 떠오르는 것 같네요. 그동안 꾸준히 애도의 시간들을 가졌는데도 슬픔이 줄어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흘러 애기였던 내 아이가 클수록 점점 더 슬픔이 커지는 것 같아요.
즐거운 소풍 얘기를 했어야했는데 괜한 얘기를 꺼내서 분위기를 다운시킨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드네요.
《반짝반짝 샛별야학》다시 읽으며 힐링을 해야겠습니다. 얼마남지 않은 모임을 즐거운 마음으로 보낼 수 있게. ㅎ
진심으로 이 모임의 모든 분들의 안녕을 바랍니다!!!

조영주
으아아 즈엉말 힘드셨겠습니다 무어라 드릴 말씀이... 말잇못ㅠㅠ

yeonny
고등학교 현장학습&수련회를 가장 기대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다 취소됐었어요. 아쉬운 마음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ㅜㅜ

조영주
코로나 는 바보야... 바다에 가서 외치고 왔었죠...
Kiara
“ 잠은 행자 할머니를 데려가지 못했다. 다시 한번 몸을 반대쪽으로 틀었다. 가슴이 조용히 뛰고 있었다.
'소리가 들리네......'
행자 할머니는 이 기묘한 감정을 언제 마지막으로 느꼈는지를 가만히 떠올렸다. 첫 집 장만 첫 출산 등이 스쳐 갔지만, 절대 똑같지 않았다. 그러다가 소풍이라는 두 글자에 생각이 가 닿았다. 마지막 반 소풍날. 학교 근처 뒷산에 돗자리를 펴고 아이들과 싸 온 김밥을 우유와 함께 먹으며 희희낙락하던 때. 보물찾기 상품에 눈이 멀어 산 반대편까지 갔다가 선생님에게 혼이 났던 때. 흙이 묻은 돗자리를 그대로 집에 가져갔다가 어머니에게 잔소리도 들었었지. 그래도 좋았다. 행자 할머니의 입가로 다시금 미소가 번졌다. 이날 밤은 양을 천 마리나 넘게 셀 때까지 잠들지 못했다. 새벽이 찾아올 즈음이 되어서야 까무룩 잠이 들었다. ”
『반짝반짝 샛별야학』 _ 첫날_ 8%_, 최하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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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ra
“ 눈가에 살짝 맺힌 눈물. 깜짝 놀란 승지가 다가가 물었다.
"어르신 괜찮으세요? 어디 안 좋으신 거예요?"
"아니...... 나 진짜 소풍 다시 가보고 싶었거든."
승지는 그 말을 하며 소매로 눈물을 쓱 훔치는 행자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깜짝 놀랐다. 갑자기 어린 소녀로 보이는 어르신의 얼굴이 낯설어서였다. 승지는 행자 할머니의 팔을 쓰다듬고는 눈빛으로 마음을 전했다.
'저도요. 우리 같이 잘 다녀와요, 어르신.' ”
『반짝반짝 샛별야학』 _현장학습1_ 29%_, 최하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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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내가 또 자칭 타칭 그거잖아요. 술 소물래? 우리 아들이 뭐라고 했는데. 암튼 내가 안 먹어본 막걸리가 없는데 최고로 치는 게 이거 두 개지. 이거 한 잔 쭉 들이켜줘야 또 소풍이 완성되는 거지. ”
『반짝반짝 샛별야학』 87쪽, 최하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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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그렇죠. 소풍의 완성은 음주죠. 그나저나 공주 밤막걸리와 포천 이동 막걸리가 맛있나 보군요. 저는 장수생막걸리입니다. 그런데 맥주가 더 좋습니다.

스프링
밤막걸리는 조금 과장을 보태 요새 핫한? 밤양갱이나 바밤바 녹인 맛이예요ㅎㅎㅎ근데 저도 위스키를 더 좋아합니다ㅋㅋ

장맥주
이 글 자체를 어제 맥주 마시면서 썼더니 두서가 없네요. ^^;;;
J레터
@장맥주 막걸리에 맥주 섞는 것도 있었군요. 한 번 시도해봐야겠어요. 저도 호가든 좋아합니다. 정오 지났으니 아침부터 술 얘기는 아니니..ㅎ막맥보다는 맥막이, 맥소보다는 소맥이 어감 상 부르기 좋아서요? 아님 맥주가 베이스가 돼서 그런게 아닐까요? 뒤에서 밀어주는 느낌? 여름날의 맥주는 사랑이죠.

장맥주
맛있습니다. 한번 시도해보세요. ^^ 즐겨 마시는 분들 중에는 맥막사(맥주+막걸리+사이다)로 드시는 분도 계시고, 거기에 요구르트까지 넣는 분도 봤어요. 여름날의 맥주는 사랑이죠! (그런데 겨울의 맥주도 사랑...)

스프링
그르게요 저도 그 순서를 왜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고 마시기만 했는데 이제 바꿔서ㅋㅋㅋ마셔보겠습니닼ㅋㅋㅋ
J레터
밤 막걸리, 이동 막걸리 다 먹어 봤습니니다. 술 꾼은 아니고 애주가도 아니지만 ..혹여 소풍으로 대전 가시면 원 막걸리도 꽤 맛나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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